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현대 추리소설의 비조 "에드가 앨런 포우"가 1841년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을 발표한 이후 19세기 중반을 지나오면서 추리 장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하다가, "코난 도일"이 1887년에 명탐정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장편 "진홍색의 연구"를 발표하고, 일련의 단편 시리즈를 발표하자 마침내 본격적인 추리 장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물론, "포우"이후 "도일"이전에도 많은 작가들이 추리 장르의 작품들이 발표하였으나, 국내에는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장편 "월장석"과 "르콕탐정"이 등장하는 "에밀 가보리오"의 작품 정도만 소개되는데 그쳤었다.

그러던 차에 "윌리엄 윌키 콜린스"가 1860년, 그의 나이 36세 때 발표한 그의 첫 번째 장편 추리소설인 "흰 옷을 입은 여인"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보석을 둘러 싼 음모와 복수를 그린 "월장석"과 함께 영국 최초의 추리소설로 꼽힌다. 후에 시인 T.S 앨리어트는 이 작품을 가리켜 "영국 최초의 가장 위대한 추리소설"이라고 평가하였고 작가 "찰스 디킨스"와 "코난 도일" 역시 이 작품을 극찬한 바 있는 추리소설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작품이다.

가난한 그림교사인 "하트라이트"는 자신이 수채화를 가르치는 "로라"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녀에게 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결국, 둘은 각각 결혼과 해외의 폐허도시 발굴 원정대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된다. 이후, 해외 원정대에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하트라이트는 로라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고, 옛 사랑의 무덤을 찾는다. 그런데, 그 곳에서 살아 있는 로라와 만나게 되고, 그녀의 결혼에 얽힌 놀랍고도 잔인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어느 밤 그가 우연히 만났던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의 복수가 시작된다.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사실, 재미로만 따진다면 "고전"으로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최근 발표된 화제작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예스럽고 지루한 문체와 묘사는 책읽기의 인내를 요하는 경우가 많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속도감이 주는 재미도 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량도 만만치 않은 이 소설을 읽은 이유는 "고전 걸작"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추리소설을 읽다 보니, 이 장르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알게 모르게 추리 장르에 대한 이런 저런 지식도 늘게 되어, 지식으로는 알지만 작품으로는 접해 보지 못한 "고전"이나 거장들의 미소개작에 대한 환상 비슷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읽어보기를 소망해 온 그런 작품들을 실제 기회가 되어 읽게 되면 때로는 실망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담아 둔 작품 목록들이 실제로 출간되면 반드시 읽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도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읽고 난 후 개인적인 느낌은 작품 발표 시대를 생각하면 놀라운 작품이라고 아니 할 수 없고, 만족스러운 책읽기였다.

미로처럼 얽혀 있지만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 보면 퍼즐처럼 맞추어지는 기막힌 구성의 묘미,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트릭이나 현란한 반전이 주는 짜릿함 등 추리 장르가 독자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후대의 추리 걸작들은 바로 이러한 "고전"들이 있었기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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