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1959년생인 "오쿠다 히데오"는 마흔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로 소설가로 데뷰하였다. 대개 데뷰작은 작가가 가장 쓰고 싶었던 이야기일 경우가 많아, 대부분 작가는 자신의 데뷰작에 대해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도 소설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오쿠다 히데오"에게도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나 보다.

작가의 이력과 오버랩되어 반쯤은 자전적 소설로 읽히는 "스무 살, 도쿄"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하면서도 보물과 같은 LP를 백여 장이나 챙겨 떠날 정도로 팝 음악에 심취한 세대이다. 그는 존 레넌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썼다.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 존 레넌이 죽었구나......,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코를 한 번 훌쩍 들이켰다. 1980년 12월9일을 나는 아마 잊지 못하리라. '이메진'을 소리 내어 불렀다. 영어가사는 고등학교 때 외웠다. 하지만, 뭔가 같잖은 짓인 것 같아 중간에 관뒀다."

그룹 "비틀즈"는 1962년 정식으로 데뷔한 이후 "폴 메카트니"가 공식적인 비틀즈 탈퇴를 선언한 1970년까지 8년 가량 13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활동을 했다. 그들은 공식적인 활동기간 보다 훨씬 오랫동안 같이 지냈다. 열여섯 살 때부터 "존 레넌"은 두 살 어린 "폴 매카트니"와 연주했고 바로 1년 뒤에는 "조지 해리슨"이 밴드에 합류했다. 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비틀스는 음악가로서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성공, 돈, 명성, 여자까지 모든 것을 얻었다. 하지만, 이와 반비례하여, 그들은 점차 지쳐 갔다. 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닌,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팬들과, 똑같은 히트곡들만을 기계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 힘겨워 하던 그들은 스스로 휴식기를 가졌고, 그 휴식기 후 녹음했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서 그들은 각자의 음악적 관심사가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고, 매니저였던 "브라이언 엡스타인"의 사망으로 팀내 균열은 더욱 심해졌다.

이와 함께, 존 레넌은 1966년 11월 영국의 한 갤러리에서 "오노 요코"라는 일본 출신의 행위예술가와 운명적 만남을 갖는다. 요코와 만날 당시 존 레넌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한다. 존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개척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강했는데, 그 즈음 그는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졌음을 깨닫고 이를 매우 괴로워하여 새로운 예술의 길로 뛰어들고픈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존은 요코의 예술관에 매혹되어 부인과 이혼하고 1969년 여덟 살 연상의 요코와 결혼하여 그녀와 같이 전위예술가의 길로 나선다. 하지만, 그들의 결합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차가웠다. 비틀즈의 숭배자들은 팬들을 배신하고 해괴한 짓을 일삼는 요코를 선택한 존에 대한 분노를 몽땅 요코에게 투영하였고, 언론들도 비틀즈 해체의 주요원인을 모두 요코의 탓으로 돌렸다. 이후 요코는 "존 레넌을 유혹한 요부, 비틀즈를 망친 마녀, 존 레넌을 출세의 도구로 이용한 악녀"라는 평판이 따라 다녔다.

하지만, 존 레넌과 오노 요코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 소설은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는 듯하다. 창공에서 유유히 빛나는 세계적인 수퍼스타가 어쩌면 나의 손이 닿을지도 모르는 가까운 곳에서 숨 쉬고있다는 상상이 이 소설의 주요한 창작동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존은 1976년부터 1979년까지 매년 여름을 일본에서 보내었다고 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잘 알려지지 않는 일본에서의 존의 생활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그려 내었다.

이제 막 중년으로 접어들려는 한 남자에게 닥친 삶의 근원적인 슬픔과 고뇌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아이와 아내의 힘으로 함께 극복해가는 과정을 슈퍼스타가 "변비"에 걸렸다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끌어가고 있고 "오봉" 등 일본의 전통적인 풍습과 일본식 생사관, 사고방식을 소설의 근저에 은근하게 깔아 놓고 있다.

후기에서 작가는 말한다.
"올해는 그의 탄생 60주년이다. 살아 있으면 그도 환갑이라 생각하니 다소 감개가 무량하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가 죽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존 레논에 바치는 오쿠다 히데요식 헌정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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