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림 러브 -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나가시마 유 첫 장편소설
나가시마 유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느 해 8월30일부터 12월 초순까지 어느 한 남자의 일상과 내면을 잔잔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그 남자, "시치로"는 "사랑받지 못한 것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는 남자이다. 한 때는 베스트셀러 게임을 창작한 게임 디자이너이지만 지금은 일을 그만 둔 상태이고, 그 해 1월에 "아내"와 이혼한 상태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 "츠다"는 "시치로"의 대학동창이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현재는 벤쳐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숱한 여자들과 자유롭게 관계를 맺고, 또 금방 관계를 정리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독신남이다. 친구에게도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이는 시치로도 마찬가지이다) 여자의 생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다.

소설은 장의 구분이 "8월30일 낮" "8월31일 오후 7시" "9월1일 오전 2시" 등과 같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일상의 묘사로 진행되다가, 별안간 "2년 전, 12월 중순 오후 10시" "91년" "2년 전 크리스마스"식으로 특정 시간대로 시점이 비약한다. 이러한 기법에 대해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5년 전'이라고 까만 바탕에 흰색 글씨가 나오면 회상하는 듯한 느낌 없이 곧바로 현재 진행형에서 5년 전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또 화면이 까맣게 바뀌면 이번에는 현재 패밀리 레스토랑에 살인청부업자가 있는 장면으로 돌아옵니다. 그 장치는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 5년 전,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런 식으로 '그 때는 그랬다'라는 말은 하지 않고 쓰고 싶었습니다." - 나가시마 유(本の話, 나카무라 코우와의 좌담회에서) -

이 소설은 사건과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하여 이야기가 심화되는 그런 이야기 구조가 아니다. 시종 "시치로"와 "츠다"의 일상(주로 술자리)이 담담하고 무심한 듯한 문체로 묘사된다. 의미없게 보이는 대화들 속에서 어떤 의미나 이미지를 포착해 내어야 하는 책 읽기라 녹녹하지는 않았지만 지루한 소설은 아니다. 두 남자와 이 둘과 엮인 여자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중심이므로, 인물들의 쓸쓸한 내면이 "사랑"이란 당의정이 씌워져서 묘사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누구에게도 풀기 어려운 숙제이지만, 누구나 쉽게 달려들 수 있는 문제이므로 독자들은 "이까지 것 쯤이야"하며 가볍게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달려들 수 있다.

"시치로"는 헤어진 아내와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쿨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인연의 끈을 다시 잇지도 과감하게 놓지도 못한다. "츠다"는 "결혼은 문화"임을 강조하고 "문화"를 꿈 꾸지만 문화적 관계에서 철저히 소외당한다. 이 소설의 원제 "Parallel"처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한 인간관계라는 것도 결국은 영원한 "평행선"이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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