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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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TV에서 방영되는 "한국영화 걸작선"류의 60~70년대 한국영화에 몰두하게 되었다. 대개 늦은 시간에 방영되는지라 밤 늦게까지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웬 청승이냐"는 와이프의 이죽거림이 뒤따르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옛날 영화에 눈이 가고야마는 이유는 영화 자체를 탐구하기 위함도, 추억의 스타를 보기 위함도 아니라 오로지 영화 속에 눈부시게 펼쳐지는 풍경을 보기 위함이다.

옛날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거리를 지나치는 현재의 나의 모습과도 같은 뭇 사람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상념과 상상이 뒤엉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어린 시절 차곡차곡 기억의 창고에 쌓아 두어서, 지금도 꺼낼 수 있는 그 옛날 기억 속의 풍경과 물건들을 영화 속에서 발견해 낼 때면 기쁨과 반가움, 그리움과 쓸쓸함의 감정이 맹렬히 교차되곤 하는데, 이러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야 말로 메마른 일상의 고비 고비를 넘겨주는 힘이 된다. 

마치 옛날 영화 속의 풍경들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지은이는 우리 주변에서 어느새 사라져 가고 잊혀져 가는 풍경을 기록하기 위하여 휴일이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고 한다. 귀가 꽁꽁 얼 만큼 추운 날, 강원도 깊은 골짜기에서 바람과 싸우면서도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짓을 하지?"하는 회의보다는 "마지막 힘이 스러지는 날까지 카메라에 담고 기록할 수 있게 해 달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염원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지은이의 정성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다. 

'원두막', '섶다리', '대장간', '보리밭', '물레방아' 등 시골 고향집 하면 연상되는 풍경들과 '달동네', '연탄', '시민아파트' 등 개발독재시대 팍팍했던 도시생활의 편린들이 느껴지는 기억 및 '사진사', '이발사', '구멍가게', '서커스', '옛날극장' 등 애환을 남기며 사라지고 있는 마흔 가지의 풍경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가 지은이가 직접 찍은 사진과 짧은 글 속에 들어있다.

글은 결코 화려하지 않고, 지은이의 감성 역시 특출난 예술가의 그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은 따뜻하다. 추억 속의 풍경이 따뜻하기만 한 이유는 사람이란 나이가 먹을수록 싫은 기억 보다는 좋았던 기억만을 남기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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