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고교 재학시부터 평론을 발표하고 연극 각본을 쓰던 문학청년이었다. 그가 다닌 고등학교는 '코베'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명문교였다는데, 당시 그의 목표는 '대학에서 교수를 하면서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1969년 요코하마대학에 진학했는데, 그가 직접 쓴 '연보'에 그 시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술회하였다.

"모 국립대학을 입학했지만, 가보니 학교는 존재하지 않았다 (데모 중이었다). 얼마 지나서 다시 한 번 가 봤지만 역시 학교는 존재하지 않았다 (폐쇄 중이었다). 최근 마음을 고쳐 먹고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가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장소로 이전된 상태였다). 그러니까, 아마도 졸업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 많은 청년들이 그러하였듯이 그는 대학시절에 학생운동에 가담하게 되었고, 급기야 구치소에 구금을 당하게 된다. 구류상태에서 그는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생각할 때 조차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당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실어증에 걸리고 만다. 석방 후에도 그 감각은 계속 그를 따라다녀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심지어 생각하는 것 조차 거의 그만두게 되었을 정도였다. 그는 1970년대를 자동차 공장이나 철공소를 떠 돌며 육체노동으로 연명하며 보냈다.

'언어표현'을 이상으로 삼는 문학청년이 좌절을 겪고 그 격심한 좌절 속에서 필사적으로 재활 의지를 불태웠던 이력처럼 그의 저작은 '문학이 이렇게 잘 이해되어도 되는 것인가' '문학이 아닐 지도 모르는 증후군' '문학 따위는 무섭지 않다' 등 '문학 읽기'를 주제로 한 것들이 많다. 그는 '소설은 어떠해야 하는가'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일반 독자들에게 꽁꽁 숨겨 왔던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비법을 이 책에 풀어놓고 있다. 이 책은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창작 이론서가 아니라 마치 독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쉬운 문장에 재치와 익살을 섞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유쾌한 일인지를 들려주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의 미덕은 여기까지 이다. 유쾌하게 읽기는 했는데 실용지식 면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언어"와 "소설" 그 자체에 대한 작가의 무한한 애정고백이다.

※ 지은이가 말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스무 가지 열쇠
(1)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를 충분히, 마음껏, 실컷, 즐긴다. (2) 첫 행은 되도록 꾹꾹 참고 최대한 늦게 시작한다. (3) 기다리는 동안 전혀 관계없는 것을 생각한다. (4) 쓰기 전에 고래 다리가 몇 개인지 조사해본다. (5) 언제부터 쓰기 시작할지 고민한다. (6) 쓰기 위해서 스스로 '바보'가 된다. (7) 정말로 알고 있는 것, 그것부터 시작한다. (8) 이야기는 쓰는 것이 아니다. 붙잡는 것이다. (9) 철저히 생각한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다시 생각한다. (10) 세계를 완전히 다르게 본다. 혹은 완전히 다르게 보일 때까지 기다린다. (11) 다른 이야기와 놀아준다. (12) 날아온 이야기 공에 본능적으로 몸을 맡긴다. (13) 그저 놀이 삼아 상대의 이야기와 함께 한다. (14) 이야기를 붙잡기 위해 내 쪽에서도 걸어 나간다. (15) 세계는 이미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음을 파악한다. (16) 그리고 아기가 엄마의 흉내를 내듯 흉내 낸다. (17) 흉내 내기는 가장 좋은 공부법이다. (18) 이야기는 말한다, 살아라, 라고. (19) 이야기는 사진 옆에, 만화 옆에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돌연 태어난다. (20)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라. 다만, 아주 조금 즐거운 거짓말을 넣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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