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쓰카 고헤이는 게이오대학 재학 시절부터 언더그란운드 연극활동에 깊이 관여하였고
197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극단 '쓰카 고헤이 사무소'를 만들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갔다.
그는 작품 속에서 차별과 피차별의 문제를 일관되게 다루었으며, 70~80년대 일본 연극계에
'쓰카붐'이란 말을 회자시켰고, '쓰카 이전'과 '쓰카 이후'로 년대가 구분될 정도로 일본 연극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희곡작가와 연출가로서 그는 배우의 연기와 무대 분위기에 맞추어 대사를 끝없이 수정하는
독특한 연출 방식을 구사하여 그의 연극은 매회 조금씩 대사가 달라져 '쓰카' 매니아 중에는
반복 관람을 통해 작품마다의 차이점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의 작업방식은 작품을 먼저 희곡으로 창작하여 무대에 올리고 이후에 이를 소설로 다시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가마타 행진곡' 역시 1980년에 연극무대에 처음 올리고 이듬해 소설로 발표했다.
소설 가마타 행진곡은 1982년 86회 나오키상을 수상작이기도 하다.

소설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1980년대 일본 시대극 영화의 메카였던 교토의 영화 촬영소를 배경으로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톱스타 '긴짱'이라는 인물과 그에게 갖은 구박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일편단심 정성으로 그에게 충성을 바치는 엑스트라 '야스'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과 사건들은 스케치 하듯 가볍고 경쾌한 필치로 묘사하는 내용이다.

이 소설과 같이 뚜렷한 이야기 구조없이 캐릭터 중심의 소설은
작품 속의 인물이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지와 등장 인물들의 어처구니 없는 소동 속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의 힘에 작품의 성패가 달려 있다.

폭력과 갖은 구박에도 불구하고 '긴짱'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사모하는 엑스트라 '야스'
근본 없고 천하고 막무가내에 변덕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을 가진 톱스타 '긴장'
'긴짱'의 아이를 배에 넣은 채 '야스'에게 떠 맡겨진 왕년의 잘 나갔던 주연배우 '고나쓰'

전반부는 '야스'의 시각에서, 후반부는 '고나쓰'의 시각에서 작가는 권력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어떻게 군림하는지를 보여 주고, 절대적 권위에 비판의식 없이 순응해가는 대중들을 시니컬하게
풍자하고 있다.
또한, 긴짱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결국 긴짱의 행동을 닮아 가는 야쓰의 모습에서
폭력적 권위에 눌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어느덧 권위주의에 길들려 지고 마는 사회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도 느껴진다.

작가는 한 신문사와 인터뷰에서
나오키상 심사위원 한명이 이 작품을 일러 천황제를 비유한 작품이라고 말 한바 있는데,
딱히 그것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었지만 아주 근접한 해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가마타 행진곡'에서 엑스트라 배우 '야스'의 아픔을 주목하는데,
사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자기 여자를 남에게 떠맡길 수 밖에 없는 남자의 비애였다고
했는데, 이 점이 무척 흥미롭게 생각되어 다시 한번 찬찬히 작품을 되짚어 보았다.

자신의 명예, 욕망, 카리스마 때문에 스타로 연기할 수 밖에 없는 '긴짱'의 비애는 과연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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