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이른바 '팩션(faction)' 장르에 속한다.
'팩션(faction)'은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합성어로써,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허구적인 상상력을 보태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소설의 한 갈래이다.

이 용어는 1960년대 미국 작가인 '트루먼 캐포티'(Truman Capote)가 쓴
'In Cold Blood'(1965)를 설명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이 작품은 1959년 미국 캔자스 주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캐포티는 이 사건의 사실을 충실히 기록할 뿐 아니라 범인들과 대화를 녹음한 내용에서 유추하여
그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창조하였고, 그는 자신의 창작품을
논픽션 소설(non-fiction novel)이라 불렀고, 이것이 마치 새로운 형태의 소설처럼 독자들에게
받아 들여졌다고 한다.
 
'팩션' 장르가 문학, 예술 분야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이 장르는 대개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실이나 인물을 소재로 삼기 때문에 일단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과 흥미로운 소재에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어 극적으로 재구성하였으므로
정통 역사 소설에 비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독자에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이러하다.
레닌에 이어 구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을 완성한 '스탈린'을 평생 연구해온 역사학자 플루크 켈소는
러시아 학회 모임에 참석하여 우연히 '파푸 라파바'라는 노인을 만난다.
스탈린의 임종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이 노인은 스탈린이 마지막까지 숨긴 비밀 노트에 대해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를 남긴 채 사라지고,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된 켈소는 그를 찾아 헤매지만
노인은 끔찍한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이후, 노인이 딸에게 단서를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된 켈소는
우여곡절 끝에 스탈린의 노트를 발견하고, 이 노트에 감춰진 엄청난 음모를 풀기 위하여
모든 증거가 가리키는 백해(白海)의 항구도시 '아크엔젤'로 향한다.

이 소설은 '팩션'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스릴러'적인 요소가 풍부하여 만만치 않는 분량이지만,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며 흥미롭게 읽힌다.
또한, '스탈린'이라는 희대의 철권통치자를 전면에 내세워 '이성의 광기'가 지배했던 한 시대의 단면을
냉철한 시선으로 독자들에게 보여 준다.

스탈린은 강력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압하고 끝내, 승리의 정점에 선 탁월한 정치 전략가이자
최고 권력자가 된 이후 한 차례의 위기도 없이 자기 의지를 관철한 전제 권력자였다.
30년 동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권력을 휘두르고 공포를 일상화하여 모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무시무시한 공포의 조직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젊은 시절의 그는 사제 수업을 받은 신학생이었고 빼어난 시인이었고,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자신을 철저하게 통제한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혁명가였다고 한다.
또한, 스탈린은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독서광이었고,
노력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갖고 있었다고도 한다. 

이 책 속에 그려진 스탈린은 어떤 모습일까?
탁월한 저널리스트 출신 로버트 해리스는 기록만 되었을 뿐 미스터리로 알려진 스탈린의 죽음을,
역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탁월한 상상력을 결합하여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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