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하나님 - 개정판
김승옥 지음 / 작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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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의 젊은 독자들이 '김승옥'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소설을 조금이라도 아는 독자들은 그를 60~70년대에 활약한 빼어난 단편작가로 기억하고 있다.
대학재학 중이던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생명연습' 당선으로 등단하여
'환상수첩' '건'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역사(力士)' 등을 발표하였다.
'김승옥의 感受性은 世紀의 감수성이다'는 찬사를 받은 단편 '무진기행'을 세상에 내 놓은 것은
1964년 그의 나이 스물넷되던 해였고, 이듬해 '서울 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이른바 '419세대'이다.
이제는 형해화 되어버린 '419세대'는 해방후 일본식 교육이 아닌
미국식 민주주의와 한국어로 교육을 받은 첫번째 세대이고,
민주주의를 학교에서만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한 세대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필연적으로 이전 식민지 세대와는 단절된 감수성을 가졌다.      

김승옥의 소설은 419혁명의 사회적 열정을 문학적인 언어로 환치시키면서
전후세대 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높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에서 구사된 감각적인 문체와 문학적 감수성은
이전 세대 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소설의 지평이었다.
 
그러나, 한국 문단에 소위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소설가 김승옥은
불과 5년 여의 짧은 작품활동 끝에 돌연 순수문학 보다는 영화계로 활동을 옮긴다. 
1967년 '안개'로 시작된 그의 영화 이력은 올드 영화팬에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어제 내린 비'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 등의 화제작에 시나리오 또는 각색으로 참여하고
'감자'라는 작품에서는 직접 감독을 맡기도 한다.

70년대 내내 영화작업에 주력 하면서 '서울의 달빛 0장' 등을 간헐적으로 발표하던 그가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1980년, 동아일보에 '먼지의 방'이라는 장편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518직후 연재 14회 만에 그는 붓을 꺾고 사라졌다.

그의 글을 오랜만에 읽었다.
이 산문집은 1980년 절필 후 처음으로 펴낸 책이라고 한다.
총 4부 17편의 자전적 글이 수록된 이 산문집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전편은 그의 신앙체험이 주가된 신앙간증류의 글이고
후편은 김현, 최하림, 김치수, 서정인, 염무웅 등 쟁쟁한 문필가를 배출한 동인지
'산문시대'에 대한 글이 실려 있다.

전반부 신앙간증은 생경하고, 글 속에 보이는 서구 우위의 세계관은 불편했다.
다만, 작가 김승옥이 어떠한 영적체험을 하였는지, 왜 문학을 버렸는지에 대한
작가의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는데 의미를 두었다.

후반부의 글 중 '산문시대' 이야기는 '문학'에 눈이 반짝이던 고등학교 시절
어느 책에선가 처음 읽고는 가슴 두근거렸던 그 이야기를 수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었다.
감회가 새로왔다.

책을 덮으며, 작가에게 70년대는 어떤 의미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하 시인이 감옥이 들어있는 동안,
작가와 그의 친구들은 술과 더불어 그 시대를 견디어 내었다.

수 많은 지식인을 절망에 빠뜨리고, 또 그보다 더 많은 지식인들을 변절시킨 시대.
하지만, 그 시대와 독재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오늘도 화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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