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새빨간 사랑'을 읽고, 슈카와 미나토의 다른 작품 '꽃밥'을 읽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부족한 느낌이 없진 않았으나, 특이한 소재를 능란하게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이 작품집이 작가의 데뷰작으로 소개되어 이를 먼저 읽었다.
 
읽은 후의 결론을 먼저 말하면,
'새빨간 사랑'에서 파격적인 소재에 가려져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는 재미있는 단편집이다.
 
2002년 올요미모노 신인상 수상작인
'올빼미 사내'는 도시전설에 매혹된 한 사내가 스스로 전설을 창작하여 인터넷상에 퍼트리고
자신이 직접 전설의 주인공의 역할을 하다가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초반부는 장르의 공식에 충실하게 무난한 전개를 하다가
결말부에 깔끔한 반전으로 임팩트를 주고 끝을 맺는다.

'어제의 공원'은 타입 립을 소재로 한다.
운명을 되돌리려는 인간 의지의 허망함이 잘 표현되어 있고
특히, 소설 마무리 부분에 발휘된 역량은
그가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작가로 성장할 만한 단초를 보여 준다.

'아이스맨'은 신경증으로 요양중인 소년과 어린 소녀, 그리고 일본의 전통 요괴 '갓파'를 보여주고
돈을 버는 흥행꾼 남자가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이다.
신사 축제, 요괴 등 일본 특유의 소재를 비정상적인 변태심리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잘 버무려 놓았다.
 
'사자연'은 젊은 나이에 자살한 한 화가 지망생과 두 여자의 이야기인데
무섭도록 집요한 여자의 욕망, 비정상적인 정념 등 
'새빨간 사랑'에서 보았던 작풍과 유사하다.
화자의 나래이터에 따라 비정상, 정상 (구분이 모호하긴 하지만)을 넘나드는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인다. 
 
'월석'은 타인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인데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억은 각별한 것 같다.
하긴 연인원 6,4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하니...
동시대를 경험한 세대들의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약간의 미스터리 호러와 묶어
한편의 휴먼드라마로 형상화 하였다.

슈카와 미나토의 첫 작품집은
'파격의 신인이요 거대한 세피아 원석'이라는 작가 '이시다 이라'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반이상 채워준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그의 '꽃밥'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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