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1958년 4월에서부터 이듬해까지
도쿄의 어느 동네를 배경으로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12편이 담겨 있다.
매월 1편씩의 이야기는 서로 이어지는 것도 있으나, 독립적인 단편으로 읽혀도 무방하다.

이 소설 12편의 모든 작품에 반드시 "도쿄타워"가 언급되어 있다.
가령, 길을 살짝 잃은 소년은 공사 중인 도쿄타워를 표지판 삼아 집으로 향하고,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옛사랑 여인과 시간을 떼우기의 의미없는 대화 속에서도 언급이 되고,
새 가족을 맞으려는 소녀는 어쩌면 자매가 될 지도 모를 다른 소녀와
유원지 놀이기구 안에서 도쿄타워를 바라보고,
크리스마스 이브,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이 이제 완공되어 갖가지 불빛으로 아름답게 치장된
도쿄타워의 야경을 함께 바라보기도 한다.

일본인들에게 도쿄타워는 어떤 의미일까?     
1950년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실의를 떨쳐내고
'한국전쟁' 특수를 기반으로 재도약을 위한 사회적 에너지가 넘쳤던 시기이다.
오늘의 고통보다는 내일의 희망을 품고 팍팍한 일상을 견디어 나갔던
서민들의 희망이 '도쿄타워'로 상징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작품집은 순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이 빚어 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누가 먼저 라고 할 것 없이 서로 힘이 되어준다.

이 마을에는 직원의 월급을 올려 주기 위해 거래처 사장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사장님도 계시고
가난한 미망인을 위해 빵부스러기, 어스러진 두부를 나누어 주는 이웃도 있으며,
부자 친척집보다 가난하고 허름하지만 엄마와 같이 사는 것이 더 좋다는 착한 아들도 있다.

또한, 그 시절은 에어컨이 없어도 선풍기, 부채, 발, 물뿌리개만으로 여름더위를 견딜 수 있었고
혹독한 겨울 추위도 가족들끼리의 따스한 체온을 나누며 이겨내었다.

오늘날의 풍요를 일구어 낸 원동력이 되었던 지난 '쇼와'시절에 대한
일본인들의 짙은 향수가 문장 하나하나에 베어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웬지 불편했다.
우리나라의 가혹했던 50년대, 60년대는 어디에서 연유했던가?
그들의 그리워하는 '쇼와'시대는 우리에게는 몸서리쳐지는 식민지의 시대였고
동족이 서로 총을 겨누어야 했던 가혹한 시절이었다.  

물론 이 소설은 잔잔하고 건강하고 충분히 감동적이다.
요즘 봇물처럼 출간되어 본의 아니게 많이 읽게된 일본소설중 괜찮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 유사하게 경험했던 '정서'의 동일성을 이웃나라의 소설에서 발견하고
마냥 감동만 하기에 두 나라간 역사 인식의 간극이 아직은 너무도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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