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가 되지 못한 왕자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9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의 아홉번째 작품집으로 11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플라시보 시리즈는 세계 30여개국에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이 짧고도 기발한 이야기들에 독자가 열광하는 이유중 하나는
그의 소설은 시대나 국경에 관계없이 독자들이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명이나 인명 등과 같은 고유명사가 잘 등장하지 않는 점이다.
 
저자의 글에서 스스로 작품의 성격에 대해
'일본에는 거의 없으며 시사풍속에 관한 묘사를 피한 작품'이라고 하였다.
그는 일본 문학의 전통인 '풍속소설'을 의도적으로 피하였다.
이렇게 작품 속에 풍속묘사를 배제하였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고,
다른 문화적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짧은 소설이 SF류이거나 풍자소설, 유머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물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왕자가 되지 못한 왕자]는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소설 '왕자와 거지'에서 왕자가 될 뻔하였던 거지의 후속편 이야기인데,
어린 시절 만났던 동화 속 인물들이 예기치 않게 비틀어진 채 등장한다.
'톰'은 거지에서 일약 육아원 원장이 되어 '백설공주'를 만나 결혼하고,
백설공주의 아버지는 난데없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는가 하면,
백설공주는 '신델레라'의 미모를 질투하여 톰에게 전쟁하기을 졸라 어쩔 수 없이 전쟁준비를 하는데,
'피리부는 사람'은 용병을 끌어온다.
급기야 '피터팬'까지 나타나서 결국 톰은 피터팬과 네버랜드로 떠나게 된다.
네버랜드에서 톰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번 더 변신이 톰의 변신이 남아있다.
 
[수용]은 최고의 반전을 보여 준다.
미모의 애인을 남자들에게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던 차에
지구인의 생식을 연구하기 의한 실험도구로 외계인에게 납치된다.
외계인의 목적은 불임으로 지구인을 멸종시키는 것이 목적인데...
마지막 문장이 기가 막히다.
"어찌됐든 우리들의 쾌락도 지구의 안녕도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에스컬레이션]은 여자의 털 한 자락이면 숫처녀인지 여부를 밝혀내는
시약의 발명으로 야기된 사회현상을 풍자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푹 빠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더욱이 돈이 되면 더 빠져 들고 설사 돈이 되지 않더라도,
 무언가 즐거움을 맛볼 수만 있다면 푹 빠져서 허우적대는 동물이다"
매스컴과 사회적 논쟁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예리하다.
 
[시체만세]는 시체를 둘러싼 한 바탕 소동이 마치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그려지다가
예상 밖의 결말로 끝맺는다.
 
그의 작품은 이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그가 개척하였다는 Short Short의 독특한 묘미를 맛보았다기 보다는
약간 짧은 듯한 단편소설집을 읽었다는 느낌이다.
한편 한편이 작가의 유연하고도 기발한 상상력과 사물의 본질을 궤뚫는 예리한 풍자가
잘 녹아 있어 재미있게 읽었고 앞서 나온 시리즈도 구해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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