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라푼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야마모토 후미오'는 처음이다.
그녀는 2000년에 '플라나리아'로 124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바 있고,
젊은 여성의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확실한 표현력을 갖춘 작가라고 한다.

결혼 6년차 전업주부 '데즈카 시오미'는 일상이 무료하다.
남편은 항상 정신없이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아이를 가지는데도 적극적이지 않다.
그녀는 어제도 한가했고, 오늘도 한가하고 내일도 한가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한가한 일상을 바꾸어 볼려는 어떠한 시도를 하지 않고
점점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날, 불쑥 집으로 온 남편은 시오미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맡긴다.
그리고, 고양이를 매개로 두 명의 남자가 사오미의 집을 발을 들여놓게 된다.
항상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 옆집 소년 '루피오'와 소년의 의붓아버지 '대니'이다.


이들은 학교와 직장을 빼먹고 시오미의 집에 모여 게임을 하고, 카드놀이를 하고, 낮잠도 즐긴다.
시오미는 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평온을 얻고,
왜 열다섯살이나 어린 소년을 좋아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점점 '루피오'에게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느낀다.

이 소설은 자신이 만든 '탑'안에서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28살의 여자가
이웃집 열세 살 소년과 사랑에 빠진다는 단순한 스토리 라인이다.
단순하다는 의미는 어린 소년과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에 비해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스토리텔링 대신에 건조하면서도 깔끔한 문장으로
여주인공의 성격과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소설을 끌고 간다.

'라푼첼'은 그림형제의 동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태어나자 마자 마녀의 손에 맡겨져 외딴 곳의 높은 탑에 갇혀 사는 라푼첼,
'라푼첼, 라푼첼. 네 기다란 머리카락을 내려 주렴'
탑 위로 올려 주기 위해 그녀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내려 준다는 유명한 이야기다.

작가는 왜 제목에 동화 주인공의 이름을 넣었을까? 
소설 속 시오미는 왜 소년을 영화 '후크'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붙여 주고,
소년의 의붓 아버지에게는 '대니'라는 영화배우의 이름으로 부를까?

아마도 시오미 자신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모호한 
소년에게 향하는 시오미의 '사랑'을 이러한 비현실적인 심리장치로 넘어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아직 모르겠다.
그녀가 왜 소년에게로 마음이 가게되는지, 어떤 사랑에 빠졌는지,
아니 소년을 사랑했는지 조차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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