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분은 성욕 비슷한 감정입니다. 친인척도 아닌 생판 남이 살해당했는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분개하는 건, 자신의 아내도 아닌 여자에게 욕정을 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꼴불견이에요. 그래도 낫살이나 잡수신 영감님들이 요정에서 여급을 품평하는 것처럼, 세상의 이런 일은 옳지 못하다, 저런 일은 괘씸하다고 평가하는걸 미덕처럼 여기는 사람이 꽤 많죠.
그 정도라면 악취미에 그칠 뿐 남에게 폐를 끼칠 정도는 아니겠습니다만, 살인자는 용서할 수 없다, 꼭 찾아내겠다며 남의 집에 쳐들어가는 건 유부녀의 잠자리에 숨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의를 저버리는 일이죠. 애당초 저는 의분이라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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