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메일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몇 년전부터 일본에서 인기있는 장르인 '라이트 노벨' 경향이 강한 이 작품은
사춘기 소녀들의 일탈과 방황을 그려 낸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된 일종의 성장소설로 읽힌다.

라이트 노벨은 "Light Novel"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을 표방한다.
에니메이션, 게임 등의 세례를 받은 일단의 젊은 작가군들에 의해 생산된
라이트 노벨은 새로운 소재와 신선한 감각이 살아 있는 독특한 작품들이 많고,
주로 '메피스토상'으로 배출된다.
국내에는 애니메이션이 첨가된 '니시오 이신'의 몇 작품이 번역되어 나와 있다.

한 소녀가 있다.
친구 하나 없이 고립되고 따돌림 당하며
오직 휴대폰만이 유일한 외부와 연결통로인 아이다.

또, 한 소녀가 있다.
단짝 친구의 등에 업혀 명문 운동부가 있는 학교에 진학하였지만,
최고의 기량을 갖춘 그 친구가 코트에 서있는 모습을 지켜 보고,
뒷바라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하며,
온갖 뒤치닥거리를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해내는 아이다. 

다른 소녀는 개방적인 '미국식 부모' 흉내를 내지만,
본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 가식적인 어머니를 혐오하며,
어느 곳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라이브 하우스만 홀로 떠도는 아이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외톨이 소녀에게 메일을 보내 오는 소녀는
아이들이 릴레이 소설에 빠져 버릴 정도로 기가 막히게 글을 잘 쓰는 아이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 소녀가 알지 못하는 다른 소녀로부터
인터넷상에서 '릴레이 소설'을 함께 쓰자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등장인물은 네 명으로 주인공 소녀와 그녀의 남자 친구,
소녀의 스토커, 그리고 스토커를 쫓는 여형사이다.

인터넷으로 '허구의 이야기'로 연결된 소녀들은
순식간에 그녀들이 창조한 허구의 세계에 정신없이 빠져 들게 되고,
점점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얽혀 가기 시작한다.

휴대폰이 인터넷이 범람하는 요즘,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어렵지 않게 상대방과 '연결'되는 이 시대에
작품 속 소녀들은 '언제까지 너랑 이어져 있고 싶어'라고 '연결'을 갈망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성장소설의 코드가 보인다
 
성장소설이란 시대의 문화적, 인간적 환경 속에서
주인공이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고뇌와 번민을 거쳐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이다.

그러므로, 성장소설은 기본적인 '재미'가 있다.
이미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소설 속의 사건 내지 소동과
등장 인물들의 일상, 심리, 감정이 시나브로 독자 자신의 옛 기억과 섞여
'과거는 아름다웠다'式의 관대함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라이트 노벨풍이 강한 이 작품에서
성장소설의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슷한 또래의 어린 독자들은
나와는 또 다른 의미를 이 작품에서 얻어 내거나,
또 다른 공감의 언어를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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