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오디세이 - 인간의 몸, 과학을 만나다
강신익. 신동원. 여인석. 황상익 지음 / 역사비평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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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면 수많은 진료과 중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한번쯤 생각해야 하고, 그 과 안에서도 다양하게 세분화된 항목까지 보게 되면 참으로 의학의 발달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의원이 있어서 모든 질병과 상해에 대해 한 사람이 감당하다시피 했는데, 서양 의학은 과학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각 단계를 거쳐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
<의학 오디세이>는 그런 서양 의학의 발달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을 들어 그들의 생애와 사상, 당시의 시대 상황과 의학적 의의를 이야기한다.

의학은 농경 사회가 시작되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저자들은 이류의 역사를 ‘질병과 의학의 역사’라고 말하면서 ‘의학은 자연과 일체가 된 삶이 깨지는 시점에서 발생하여 한 흐름은 무너진 조화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다른 흐름은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건강을 찾는 방향으로 발달해간다’고 이야기한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의사들이 선서하는 기원인 히포크라테스에서 시작하여 근대까지 시간의 순서에 따라 기술된다. 서양 의학에서는 개체에서 조직, 조직에서 세포, 세포에서 유전자 차원의 순서로 질병의 원인을 밝혀가고 있다. 여기에는 합리적 의학과 연금술, 노동의학, 해부병리학, 임상의학, 백신, 실험의학, 사회의학, 세균학, 마취학, 위생개혁운동 등을 선도한 이들의 이야기가 서술되고, 그들의 저서를 special tip으로 이야기 말미에 실어서 생생한 육성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4부와 5부는 우리 나라의 의학과 한의학 발달을 이야기한다. 우리 나라가 근대화되기 이전까지는 한의학만이 존재했으나, 개방과 함께 들어온 제국주의에 의해 한의학은 서양의학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게 되었다. 이런 인식은 요즘에도 어느 정도 남아있는 듯하다. 저자들의 말에 따르면 ‘신화와 전설, 과학과 임상이 부딪치면서 심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는데, 과학이 임상의 유일한 근거가 되면서 전설과 역사가 부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만을 중시하는 서양 의학에 의해 인간성이 말살되는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전통에서의 ‘의’는 학문적 체계(의학)만을 뜻하지 않는다. ‘의’는 학문醫學과 실천적 지혜醫術와 덕스러운 마음가짐醫德으로 완성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셋을 함께 녹여낼 용광로이지 의학 이론과 기술과 행동강령을 따로 떼어내 입력하고 계산할 컴퓨터가 아니다. 의철학은 이러한 용광로가 되고자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처럼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공존하는 우리 나라의 의학계에서 진정한 의철학을 가진 의사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얼마전에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모 의학 드라마에서 보이는 정치적 의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환자를 아끼고 배려하는 의사, 지혜와 덕을 갖춘 의사가 이제는 정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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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풀스 데이 - 상 - 데이먼 코트니는 만우절에 떠났다
브라이스 코트니 지음, 안정희.이정혜 옮김 / 섬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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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혈우병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에이즈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힘들고 아픈 병인 줄 모르고 혈우병은 그저 피가 잘 멎지 않는 병이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겠거니, 에이즈는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필라델피아>에서처럼 살이 빠지고 쇠약해지다가 죽는 병이겠거니 생각했다. 주변에 이런 병들을 앓는 사람이 없다 보니 남의 이야기처럼 무심하게 보아 넘긴 것이었다. 그러나 혈우병을 가지고 태어났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혈액응고인자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막내아들의 짧고 고통스러운 생애를 구구절절하게 그려낸 브라이스 코트니의 <에이프릴 풀스데이>를 읽으면서 나는 바로 옆에서 그의 투병기를 보는 것처럼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먼은 ‘모든 일에 사력을 다해야 하며 실제 생활에서 아주 간단하게 처리될 일도 그 사람에게는 아주 힘겨운 노동인, 아주 처참한 삶을 산 이’였다. 그러나 그는 병을 싸움의 대상이 아닌 ‘적응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육체가 침입자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자신의 생활 방식과 행동 양식을 성공적으로 적응시킬 수 있는 자가 치료 능력을 믿었다. 따라서 ‘자신이 아는 것과 배운 모든 것을 이용해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적응시키는 것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고, 적어도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인생이며, 그 인생은 길고 완전하다’며 학회에서 발표한 것처럼 그는 고통을 감내했고 자신이 에이즈를 이겨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 길고 힘든 과정에는 연인 셀레스트와 가족이 함께 했다.
책은 데이먼의 임종 직전에서 긴박하게 시작하여 시간대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되고, 중간중간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화자가 바뀌기도 하지만, 결국은 에이즈로 죽음을 맞는 명백한 결말로 나아가는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를 마지막에 돌본 의사 어윈의 말처럼 데이먼은 용기 있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죽음이 가까워올수록 삶에의 의지가 강해지고 집착이 되기 쉬운데, 고통 속에서 마지막까지 피어난 데이먼의 의지와 용기에 감동했다.


사람의 죽음은 신체의 어느 장기가 기능을 하지 않는가에 따라 단계별로 나뉜다. 뇌의 기능이 정지되면 뇌사로 판정하고, 심장까지 멎어야 실질적인 사망이 선언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 있다는 것은 뇌가 정상적으로 움직여서 서로간의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살아 있는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에이즈의 결과로 정신까지 침해당해야 했던 데이먼의 모습을 보며, 몸이 아프던 때와는 다른 수준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우리 나라에도 이와 같이 혈우병 때문에 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이 있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때문에 나라 전체가 붕괴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일들이 내게 와 닿지 않아서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이제 한동안 에이즈에 대한 기사와 뉴스들이 갑자기 눈에 많이 띌 것이고, 이들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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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남자 - KI신서 916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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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5분의 휴식이 절실한 때가 있다. 시험 공부를 할 때, 머리에 안 들어오는 책을 열심히 읽어보고자 노력할 때, 상사에게 깨질 때,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싶을 때가 내게는 바로 그런 때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막간의 담배 한 대가 5분의 휴식이나 마찬가지라서, 아마 니코틴 중독 때문이 아니더라도 담배를 끊기 어려울 것이다.

시간을 사고 파는 설정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모>의 회색인들에게서 익히 보았기 때문에 이 책의 독특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인공이 파는 시간이 5분에서 2시간, 일주일, 극단적으로 35년으로 늘어나면서 일어나는 사회적인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5분의 자유는 사람들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업무 만족도까지 높이는 순작용을 나타냈으므로 회사에서 win-win을 위해 사원용으로 대량 구매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2시간부터는 일의 진도가 늦어지고 업무가 마비되기 시작했으며, 일주일에서는 일의 흐름이 끊겨서 경제가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개인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서 35년이라는 시간을 구입하는 극단 상황에서는 국가가 와해되는 사태로 발전한다. 결국 결자해지의 묘책을 내어 나라 경제가 다시 돌아가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2시간 이후부터의 시간 판매에 대해서는 그다지 동조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업무 시간에 시간을 쓰는 것은 주인 의식이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된다. 예전의 공산국가나 독재국가에서처럼 매일 20시간씩 강제노동을 하는 생활이 아니라면, 굳이 돈을 내고 자유 시간을 사서 업무 시간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간을 아껴가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았을 듯한 이야기 전개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을까? 그리고 국민들은 이런 묘책에 모두들 만족했을까?
모든 사람에게 24시간은 동등하게 주어지지만 그 가치는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 책의 해결책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설정한 나머지 개인의 독특함과 가치, 차별성을 무시한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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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력충전 - 돈 안 드는 습관으로 우리 아이 뇌력 키우기
이유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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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양방이면 양방, 한방이면 한방, 서로 다른 길을 고수했다. 한의사는 여러 한의학서와 약서를 들어 한자어 투성이의 글을 썼고, 양의사는 기와 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한 병원 안에 한의사와 양의사가 같이 존재하기도 하고, 대체의학이 영향력을 늘려나가고 있단다.

한의사인 이유명호 선생님이 쓴 이 책 <뇌력충전>은 서문에서 써 있듯이 ‘머리와 몸을 스스로 보살피는 건강 비결서’이다.
‘행복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고 머리가 좋으려면 골고루 좋아야 해. 뇌도 밥을 먹어야 영양분을 얻지. 그런데 밥만 잘 먹으면 뭐 해? 장에서 흡수를 해 줘야지. 장이 아무리 좋아도 간에서 합성, 분해를 잘해야지. 간도 좋아야 하지만 췌장에서 호르몬을 만들어줘야지. 인슐린이 있어도 심장에서 피를 쭉쭉 보내야지. 심장이 피를 올려 보내고 싶어도 목이 굳으면 안 되지. 목이 안 결려도 뇌 혈액순환이 좋아야지! 순환만 잘 되면 뭐 해? 노폐물을 잘 내보내야지. 머리만 좋으면 뭐 해? 감기가 끊이지 않는 걸. 밥은 잘 먹어도 고기만 찾고 채소를 안 먹는 걸. 채소 먹는 척해도 군것질 많이 하는 걸. 간식은 안 먹는데 발이 피곤하다네. 땅 쪽 머리인 발의 피로까지 풀어야 온몸이 편하잖아’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 한 권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
뇌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시작하여 포도당과 뇌세포막, 항산화물질, 활성산소, 호르몬 등 서양 의학의 기반에서 여러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 기반 위에서 한의학적인 설명과 처방, 가려먹을 음식과 자세에 대해 자세히 알려 줌으로써 ‘돈 안 드는 습관으로 우리 아이 뇌력 키우기’를 실현한다.
한의사는 양의사보다 먹는 것에 대해 신경을 더 많이 쓰나 보다. ‘먹지 마 건강법’이라는 한의사 손 영기 선생님의 책에서도 먹는 것에 대해 많이 경고한다. 이는 약식동원 (藥食同源)에 입각해서 질병과 건강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처방과 습관이 있어도 복잡하거나 많은 비용이 드는 경우, 따로 시간을 내어야 할 경우는 지금처럼 바쁜 사람들이 적용하기 어렵겠다. 자신이 약골이었던 터라, 그리고 아이를 키워본 엄마의 입장에서 되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저자의 욕심과 열정이 뚝뚝 묻어나는 좋은 책이었다. 다양한 사례와 삽화 덕분에 책장도 술술 넘어가지만, 내용은 여러 번 곱씹어 봐야 한다.
이제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나 음료수 대신 깨끗한 물과 색깔 음식을 가까이 하고, 바른 자세와 생활 습관을 준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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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L 2007-10-0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시원하네요 ㅎㅎ
 
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 - 늘 바쁜 아빠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윌리엄 란드 리빙스턴 원작, 코하세 코헤이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이홍렬 옮김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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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기력이 줄어들고 주름살이 늘어가는 부모님을 보면서는 굳이 <樹欲靜而風不止하고 子欲養而親不待라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시 구절을 떠올리지 않아도 잘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이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는가?
나는 사실 요즘 아이들은 워낙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고 환경이 좋기 때문에, 부모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자랄 때에는 이런 것 꿈도 못 꾸었어, 고마운 줄 알아 하는 생각에서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면 화를 냈다. 예의를 가르친다는 첫마음에서 벗어나 내 감정에 따라 아이를 휘둘렀다.
그런 엄마였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아이도 인격과 마음을 가진 어엿한 사람인 것을 내 마음대로 바꾸려고 하고, 그러면서도 아이를 위한 것이라 자위하였다니. 아이가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것도 아닌데, 그 조그만 녀석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다그쳤다. 그래도 엄마라고 회사에서 돌아오면 반갑게 인사하는 이 아이에게 이제는 무서운 선생님의 모습 대신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다 똑같다. ‘있을 때 잘 해’라는 말은, 같이 있을 때는 그 가치를 모르지만, 떨어져 있어 보면 얼마나 귀중한 진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부모에게도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모두 있을 때 잘 해야겠다.
어른이 된 후 나를 위한 그림책은 이 책이 처음인 듯하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싶을 때, 아니면 배우자가 조금은 아이에게 잘 하기를 바랄 때 슬며시 건네주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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