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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정원사의 노래 - Summer
루이스 캐롤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헤럴드 블룸 클래식 시리즈의 세번째 권, 여름 이야기에 속하는 <미친 정원사의 노래>에는 이야기 5편과 시 12편이 실려 있다.
여름의 풍성한 생명력을 나타내듯 녹색을 바탕으로 한 여름 편에는, 여름을 배경으로 한 시들, 계절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이야기들이 한데 섞여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야기는 동화에서 들어본 이야기 세 편, '데이비드 삼촌의 터무니없는 이야기', '거위 치는 소녀', '피오리몬드 공주의 목걸이'에서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을 이야기한다. 주인공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얼마나 가슴을 두근거리며 결말을 궁금해했을지 눈에 선하다. 결국 모든 것은 바른 방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가장 좋은 결말을 얻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결말을 순순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지지만, 어려서 꾸는 꿈은 좀더 밝고 긍정적일 필요가 있겠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의 한 에피소드인 '험프티 덤프티'는 달걀 모양을 한 험프티 덤프티와 앨리스와의 이어질 듯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담고 있다. 유일하게 어른용 단편인 듯한 '신부, 옐로우 스카이에 오다'는 미국 서부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야기로, 어쩌면 이들의 짧은 전통을 기억하도록 하는 의미 때문에 헤럴드 블룸 선집에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책에서는 시의 비중이 좀 적고, 이솝 이야기가 두 편이나 들어 있어서 읽기에 쉽지만, 원문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시 번역의 특성 때문인지, 배경과 시대가 내 정서가 맞지 않아서인지 시에 푹 빠지기는 쉽지 않았다.
아동문학은 어려서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민화,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읽고 시를 읽으니 느낌이 새삼스럽다. 그리고 역시 풍부하게 들어있는 그림 감상도 꽤 좋다. 책에 실려 있는 글들 중에서 책의 제목을 차지한 루이스 캐럴의 '미친 정원사의 노래' 두 연을 옮기며 서평을 마친다.
그는 한 마리의 코끼리를 보았다고 생각햇네.
파이프를 연습하는 걸.
그는 또 다시 보았네. 그러고는 알았네. 그게,
아내로부터 온 편지임을.
"드디어 나는 삶의 쓴 맛을 알게 되는구나!"
그는 말했네.
그는 물소 한 마리를 보았다고 생각했네.
벽난로 위에서.
그는 다시 보았네. 그러고는 알았네. 그게
누이 남편의 조카라는 걸.
"만일 네가 이 집을 떠나지 않는다면
나는 경찰을 부르겠어!" 그는 말했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