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아이들 -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이야기
김정연 외 지음, 김준영 그림, MBC W 제작진 / 아롬주니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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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기 힘들어질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어린이와 여자, 장애인 등 힘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예전에 그랬지만, 어린이는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어른들의 부속물 정도로 여겨지는 곳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MBC의 시사 프로그램 W에서 가나, 태국, 인도, 베네수엘라, 케냐의 인권 침해 아동들의 꿈과 희망을 취재하고, 팩션으로 재구성하여 엮은 것이 바로 <거울 속의 아이들>이다.  

갑자기 마녀로 지목되어 갇히는 신세가 된 12살의 아힌, 부모가 포장해준 꽃을 교통이 혼잡한 곳에서 팔아야 하는 태국의 아이들, 고리 대금을 갚기 위해 5살 때부터 담보 노동을 해야 하는 인도의 아이들의 생활은 참으로 열악하다. 이들이 어른이 되더라도 그의 아이들은 그들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마약과 폭력에 일찍부터 노출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악기를 무료로 배부받고 음악을 배워서 인생을 바꾼 베네수엘라의 윌프레도, 신부 대금을 받고 조혼으로 팔려가 아이 낳는 일로 일생을 보내는 위험으로부터 도망쳐 자신의 삶을 개척한 케냐의 소피아가 바로 그런 증거이다. 물론 전체 아동 중에서 이처럼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는 비율은 아주 적을 것이다. 그러나 둑이 작은 구멍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지게 되듯 이런 승리의 기억은 앞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그라민은행을 세우고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실시함으로써 빈곤 퇴치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이처럼 우리의 작은 관심과 후원만으로도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아이들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책 뒤에 실린 많은 후원단체들을 두드려 보자. 마녀로 몰린 아힌이, 꽃을 파는 떠이가, 돌을 깨는 쥬린다가, 악기 대신 총에 익숙한 아이들이, 소피아처럼 조혼을 벗어나지 못한 레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아동 노동을 고발한 <난 두렵지 않아요 - 아름다운 소년, 이크발 이야기>, 소년 병사의 이야기를 다룬 <집으로 가는 길>, 인도의 불가촉천민의 성공기인 <신도 버린 사람들>도 함께 읽는다면, <거울 속의 아이들>에 나온 각각의 이야기를 좀더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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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정원사의 노래 - Summer
루이스 캐롤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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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블룸 클래식 시리즈의 세번째 권, 여름 이야기에 속하는 <미친 정원사의 노래>에는 이야기 5편과 시 12편이 실려 있다.
여름의 풍성한 생명력을 나타내듯 녹색을 바탕으로 한 여름 편에는, 여름을 배경으로 한 시들, 계절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이야기들이 한데 섞여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야기는 동화에서 들어본 이야기 세 편, '데이비드 삼촌의 터무니없는 이야기', '거위 치는 소녀', '피오리몬드 공주의 목걸이'에서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을 이야기한다. 주인공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얼마나 가슴을 두근거리며 결말을 궁금해했을지 눈에 선하다. 결국 모든 것은 바른 방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가장 좋은 결말을 얻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결말을 순순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지지만, 어려서 꾸는 꿈은 좀더 밝고 긍정적일 필요가 있겠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의 한 에피소드인 '험프티 덤프티'는 달걀 모양을 한 험프티 덤프티와 앨리스와의 이어질 듯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담고 있다. 유일하게 어른용 단편인 듯한 '신부, 옐로우 스카이에 오다'는 미국 서부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야기로, 어쩌면 이들의 짧은 전통을 기억하도록 하는 의미 때문에 헤럴드 블룸 선집에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책에서는 시의 비중이 좀 적고, 이솝 이야기가 두 편이나 들어 있어서 읽기에 쉽지만, 원문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시 번역의 특성 때문인지, 배경과 시대가 내 정서가 맞지 않아서인지 시에 푹 빠지기는 쉽지 않았다.
아동문학은 어려서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민화,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읽고 시를 읽으니 느낌이 새삼스럽다. 그리고 역시 풍부하게 들어있는 그림 감상도 꽤 좋다. 책에 실려 있는 글들 중에서 책의 제목을 차지한 루이스 캐럴의 '미친 정원사의 노래' 두 연을 옮기며 서평을 마친다.

그는 한 마리의 코끼리를 보았다고 생각햇네.
파이프를 연습하는 걸.
그는 또 다시 보았네. 그러고는 알았네. 그게,
아내로부터 온 편지임을.
"드디어 나는 삶의 쓴 맛을 알게 되는구나!"
그는 말했네.

그는 물소 한 마리를 보았다고 생각했네.
벽난로 위에서.
그는 다시 보았네. 그러고는 알았네. 그게
누이 남편의 조카라는 걸.
"만일 네가 이 집을 떠나지 않는다면
나는 경찰을 부르겠어!" 그는 말했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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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1 비룡소 걸작선 49
랄프 이자우 지음,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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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억들이 가는 곳 크바시나. 아무도 더이상 그 물건을 기억하지 않을 때 물건들은 크바시나로 옮겨진다. 한창 이용되고 기억될 때의 기억을 가지고 스스로 존재하는 크바시나는 물건들의 세상이라고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그 크바시나를 조종하는 것은 니므롯, 마르둑, 모로드 등 수많은 이름을 가진 크세사노였으니, 사람으로 태어나 우주의 힘을 우연히 얻고 자신의 영혼을 담은 황금상을 만듦으로써 불멸을 꿈꾼다.

고고학에 관련된 학자로서 크세사노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고, 박물관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쌍둥이 남매인 제시카와 올리버가 나서게 된다. 아버지는 잃어버린 기억의 나라인 크바시노로 갔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아버지의 사진을 보면서도 누구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기억이 사라져서, 아예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무언가 도움이 될 듯하여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품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아버지의 일기에서 힌트를 얻고, 아이들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하여 모험을 떠난다.

제시카는 현실 세계에서 박물관의 학술부장인 미리암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올리버는 크바시노에 들어가 유리새 니피, 말하는 코트 코퍼, 날으는 말 페가수스, 소크라테스의 제자 엘레우키데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장 레벤 니아가 등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제시카와 올리버의 이야기가 교대로 이어지면서 현실과 크바시나의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크세사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잃어버린 기억들이 간다는 크바시나가 정말 있다면 갈수록 더 많은 물건들이 그 나라로 옮겨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핸드폰 교체 시기가 1년밖에 안 되고, 금방 유행이 지나버리는 것들은 외면되기 마련이다. 구입할 당시에는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일 만큼 필요가 있었으나 사랑과 아낌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금방 잊혀지는 존재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수메르어와 창세기 신화, 바빌론과 바벨탑,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지는 것, 영국과 나치, 유태인과 여러 종교 등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들이 몰려 나와 초반에는 약간 어렵게 느껴졌으나,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공통된 면이 있기에 넘어갈 수 있었다. 또한 고고학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제시카의 과학적 능력과, 마음을 잘 이용하는 올리버의 예술적 능력이 잘 어우러져 전무후무한 자신과의 싸움을 잘 수행했으니, 이들로 인해 잃어버린 기억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유태인 기념관인가에는 '용서하되 잊지 않는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고 한다. 크세사노가 현실 세계에도 영향력을 넓히면서 생겨난 이변들 가운데 나치와 슈타지의 리스트가 사라지는 것만 보아도, 쉽게 잊히는 것의 무서움과 파괴력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빠르고 많은 정보에 묻혀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세태를 풍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하엘 엔데가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랄프 이자우. 미하엘 엔데가 시간과 기억, 꿈을 소중히 했다면 랄프 이자우는 이 책으로 기억을 소중히 함으로써 충분히 목적을 거두었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그의 책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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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한 하루 - 미래를 준비하는 어린이에게 공병호 선생님이 주는 12개의 황금씨앗
공병호 지음, 천소 그림 / 토토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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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은 없고 아침잠이 많아서 학교 다닐 때 항상 허둥대던 기억이 난다.
늦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가방 챙기고 옷 갈아입고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준비물을 미리 챙겨두지 않아서 학교에 가다가 집에 되돌아오기 일쑤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 넷이서 그렇게 부산을 떨던 아침이 얼마나 정신없었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어수선하게 아침을 시작하다 보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 것인지 생각할 여유는 커녕 매일매일 지각하지 말아야지 뛰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중간에 조그만 일이 생겨도 대처할 시간이 없는 하루, 시작부터 지치지 않은가?

'미래를 준비하는 어린이에게 공병호 선생님이 주는 12개의 황금씨앗'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는 <나의 행복한 하루>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 조직 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12가지 항목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읽는 것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알록달록 예쁜 그림과 큼직하게 손으로 쓴 글씨, 다양한 상황 묘사가 재미있다.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고 집에서는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이 드는 것, 참으로 행복한 하루라고 돌이켜볼 수 있겠다.
책 뒤편에 함께 있는 스티커를 활용하면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긍정적인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첫 번째 황금 씨앗 : 스스로 하기 - 하루의 시작은 내 힘으로

두 번째 황금 씨앗 : 계획 세우기 -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번째 황금 씨앗 : 좋은 습관 들이기 - 준비하면 여유가 생겨요

네 번째 황금 씨앗 : 열심히 배우기 - 나는 지금 공부 중!

다섯 번째 황금 씨앗 : 용기 내기 -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여섯 번째 황금 씨앗 : 친구를 아끼기 - 친구가 있어서 좋아요

일곱 번째 황금 씨앗 : 따뜻한 마음 - 웃는 얼굴이 좋아요

여덟 번째 황금 씨앗 : 시간 관리 - 오늘 일은 오늘 끝내요

아홉 번째 황금 씨앗 : 꿈꾸기 -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열 번째 황금 씨앗 : 미래를 준비하기 - 난 준비하고 있어요

열한 번째 황금 씨앗 : 소중한 가족 -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은 소중해요

열두 번째 황금 씨앗 : 긍정적인 생각 - 나는 행복해!

옮겨 적다 보니 어른들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좀더 쉬운 말로 하고 그림을 첨부한 것과 똑같다. 어른도 일찍 출근해서 하루 일을 열심히 하고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가족을 아끼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까지 똑같지 않은가~. 학교 다닐 때 되도록 늦게까지 자고 준비를 불성실하게 했던 그 모습 그대로, 지금도 출근 시간에 딱 맞춰 출근하고 어영부영 일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너무도 정확한 듯해서 새삼 부끄럽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알아서 미래를 준비하는 행복한 어린이로 키우기 위해 온 가족이 이렇게 열두 가지 황금 씨앗을 뿌려 보자. 행복한 어린이는 행복한 가정에서 나오고, 주위까지 온통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2007년 한창 유행했던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처럼, <나의 행복한 하루>를 가까이 두고 자주 읽게 한다면 정말 내 아이의 하루는 행복해질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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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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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그려진 표정없는 가족들 뒤로 엄청나게 커다랗고 금발 머리를 반짝이는 막내 알랑이 새빨간 사과를 들고 서 있다. 유일하게 채색되어 있어서 주변에 비해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그 옆으로는 튀바슈 가족이 운영하는 자살가게의 카운터에 즐비하게 늘어선 약병과 가루, 주사기 등이 보이고, 쇼핑백에는 단도와 면도날, 밧줄, 독약 등이 들어 있다. 뒷표지에는 자살가게의 건물 모습이 간단하게 그려져 있다.

10대째 대대손손 자살 용품을 팔아온 튀바슈 가문. 스포츠 경기에서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이 지면 그날 밤은 비가 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줄줄이 허공으로 몸을 날려 생을 마감하는 '잊혀진 종교' 단지 옆 베레고부아 대로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삶의 의미를 잃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잘 죽을 수 있는 도움을 제공한다.
스스로는 그렇게 의미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죽을 수 없다는 못 말리는 사명감을 투철하게 가지고 있는 이 가족들. 뼛속까지 자살용품 가게 주인인 미시마와 그의 아내 뤼크레스, 머리가 터질까봐 항상 붕대를 감고 있는 식욕부진 큰아들 뱅상, 못생겼다고 생각해서 온통 주눅들어 있는 딸 마릴린. 미시마와 뱅상, 마릴린은 자살한 사람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을 정도로 이들은 철저하게 자살 신봉자들이다. 언제나 변함없을 듯한 이 가족의 음울한 생활은 유모차에서 웃음으로써 스스로를 드러낸 막내 알랑 때문에 조금씩 변화한다.

변화의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반동이 뒤따른다. 가장 마지막까지 저항한 사람은 아버지였으나, 결국은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스스로의 신념을 바꾸게 된다. 자신과 가족의 삶을 중요시하게 되면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도 죽음을 권유할 수 없게 되겠지.

독을 주사했다고 믿은 마릴린이 손님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방법으로 키스와 악수를 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키스와 악수는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사용하는 첫번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는 세세한 것까지 배려하고 있다.
홀로그램 TV를 보면, 그리고 중간에 잠깐 나온 것을 보면 21세기를 훌쩍 넘어선 먼 미래가 시간적 배경이다.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들은 지금도 충분히 많지만, 프랑스 작가인 장 퇼레가 쓴 이 책에서는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나 있다. 세상이 발전하고 서로 소외되면서 자살율이 증가한다는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소설 속이 아니더라도 자살가게가 실제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한다. 아니, 벌써 인터넷 안에는 다양한 자살가게들이 영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얼굴이 비춰진 거울을 보고 바보 같다고 포복절도하다가 죽어버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아끼고 꾸미고 이야기를 나누라며 거울 달린 가면을 소중하게 사 간 사람도 있다. 자살하기 위해 사간 독거미와 친해져서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도 있었다. 알랑이 뱅상에게 보낸 엽서의 "형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예술가야", 마릴린에게 보낸 "누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야", 부모님께 보낸 "사랑하는 엄마 아빠 보세요"라는 문구는 가족 모두의 가슴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한다.
이처럼 아주 작은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할 수 있다.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교류가 있다면 자살가게는 '살자'가게가 되어 희망을 만들어내는 곳이 된 것처럼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할 수 있다네. 정말이지 작은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할 수 있어!" (<정글북>에 나오는 곰 발루가 부르는 노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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