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욕망공화국 - 어느 청년백수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
신승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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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백수청년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대한민국 욕망공화국>(2008, 신승철 지음, 해피스토리 펴냄)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욕망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1971년생이니 나와 거의 같은 세대이다. 거의 같은 시점에서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듣고 느끼고 대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그가 제기하는 욕망과 그 욕망의 장단점들은 참 가까이 다가왔다.
책에는 총 38가지의 크고 작은 욕망들이 그 경중에는 관계없이 비슷한 비중으로 실려 있다. 비정규직과 오빠부대, 약물 흡입과 국제결혼, 다양한 수위와 형태의 노출욕과 성욕, 종교와 쇼핑, 요즘의 현실에 따른 영어몰입교육과 땅사랑 정부, 8시 국무회의까지 아주 버라이어티한 주제들에 실린 욕망을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를 거쳐간 유행이라는 유행은 대부분 이 욕망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대마초를 권해줄 친절한 어른이 필요해' 편은 2005년 문화예술인 수백명이 대마초 비범죄화 선언을 했던 것으로 시작된다. 죽음의 마약에 속하여 몸과 마음을 망치는 본드나 부탄가스 대신, 중독성이 없고 감성을 풍부하게 해 주며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생명의 마약 대마초를 비범죄화하는 것을 주장한다. 대마초는 독재정권이 청년문화를 억압하기 위해 금지했던 것이고, 대마초에 대한 욕망은 아주 건강하며 죽음의 마약에 맞서는 욕망의 교두보라고 주장한다. 내 가치관과는 배치되는 이야기이지만, 정보가 가려지고 여론이 호도된 것이었다면 한번쯤 그 타당성을 생각해도 좋을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야동이 혁명과 관련이 있다면서?' 꼭지는 1968년 혁명 시기 혁명적 소집단이 성해방을 외치면서 유럽의 새로운 청년 성문화를 형성할 즈음 실험적으로 시작되었다는 포르노그래피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포르노그래피는 대부분의 경우 여성의 신체에 대한 지배적 남성의 시선을 강화함으로써 마초로 단련한다. 저자는 야동에 대한 욕망이 완수되지 못한 혁명적 문제 제기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좌절된 욕망과 쾌락의 희망을 도착적 감수성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생각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의 문제 제기는 읽는 이들에게 신념에 따른 행동을 선동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껏 무심하게 대해왔던 현상들의 뒤에 어떤 욕망이 숨어 있는지를 여러 시대와 나라의 예를 들며 이야기한다.
식욕과 성욕, 소유욕이라는 아주 오래되고 기본적인 욕망들 외에, 노출증과 관음증, 명예욕, 폐인과 판타지 등 주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현재의 젊은이들에게 도입된 다양한 욕망들을 이야기한다. 이런 욕망들을 이해한다면, 다면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는 이들의 여러 면모를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욕망을 깨달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다양한 욕망으로 가득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에 의해 한국어로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문장을 직역한 것처럼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운 문장들은 눈에 많이 거슬렸다. 문장이 길고 복잡한데 비해 쉼표 사용이 적어서 한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꽤 있었다. 복잡하고 긴 문장은 거칠고 복잡한 내면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한 저자 나름의 노출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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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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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을 활짝 펴고 뱃전을 높이 드러낸 작은 배 한 척이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를 미끄러져 들어가는 모습, 암초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파도와 그 뒤의 정글 풍경이 배경으로 세밀하게 묘사된' 가로 세로 30센티미터의 작은 그림, 암스테르담의 헤렌흐라흐트에 있는 대저택, 곧 폐기처분할 예정인 몹시 오래 된 바타비아 퀸이라는 이름의 화물선 한 척.
인류학 학사와 미술사 석사,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보낸 1년간의 연구활동을 거쳐, 교양 있고 세련된 환경 속에서 진지한 작업과 연구에 몰두하고 싶어서, 미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메이슨-고드윈의 고객자문역으로 취직한 피오나 캐서린 엘리자베스 라이언이 피터르 부하르트라는 갑부로부터 갑자기 상속받게 된 자산이다. 영국의 공작인 윌리엄 필그림과 공동 상속하게 된 이 목록은, 15일 안에 친히 접수해야만 상속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첫번째 그림의 아래에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렘브란트가 그린 빌렘 반 부하르트의 초상화가 숨어 있었다. 그 초상화와 대저택, 화물선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이 드러나는데, 서로 별개인 듯한 이들을 연결하는 것은 스펙타클한 모험과 우연이었다.

책 전반에 걸쳐 수많은 인물이 언급된다. 많은 문학 작품 또는 영화와 연극, 역사적 사실들에 기반한 이 인물들에는 주석이 달려 있어서 자세한 사실을 알지 못해도 읽기에 무리가 없다. 대학에서 근세사를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 각지에서 행해진 미술품 강탈과 관련된 여러 책을 썼다는 저자의 이력처럼, 렘브란트의 그림을 둘러싼 추측과 설명은 자세하고 폭넓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난파된 일본의 보물선과 함께 1400년대 초반 중국의 정화 제독의 항해와 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추측이 분분한데, 이런 재물을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암투와 그 결말은 뚜렷이 대비된다.

아쉬운 점은 우연이 남발되고 주인공들에게 너무 많은 행운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렘브란트의 유령'이라는 제목에서 뭔가 미술작품과 관련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그림은 아주 작은 단서였을 뿐이라는 점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영국과 찌는 듯한 무더위의 정글,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 등 15일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하는 핀과 빌리를 따라 여행을 잘 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유산은 상식과 교양에 따라 적절하게 잘 이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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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진동 - 원하는 것을 이루는 뇌의 비밀
이승헌 지음 / 브레인월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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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만큼 아직 탐험이 덜 된 곳이 있을까. 의료 기술과 그를 뒷받침하는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뇌에 소통하는 혈류량의 정도로 뇌의 활성도를 판단하는 functional MRI가 도입되어 대략적인 활동을 알아볼 수는 있으나, 뇌의 기능이 어디까지이며 뇌를 계발하기 위한 방법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뇌 지도도 대략적인 것이며 후천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뇌의 지도와 기능은 질병과 관련하여 치료의 목적으로 발전했으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지와 소질, 영혼과의 관계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겠다.
이와 같은 뇌의 비밀을 학문적으로는 다 규명하지 못하지만, <뇌파진동>(2008, 이승헌 지음, 브레인월드 펴냄)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뇌파진동이라는 두뇌 활용 기술을 소개한다.

이 책은 몸이 건강한지, 마음이 행복한지, 영혼이 평화로운지 물어보며 시작된다. 이 질문들의 답은 모두 뇌에 있는데, 뇌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삶에서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으며, 그때 비로소 자유자재로 뇌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뇌의 생물학적이고 생리학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자신의 뇌에 대한 주인의식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보물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뇌파진동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런 영혼의 성장과 완성이야말로 우리의 나아갈 바인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은 '심기혈정의 원리'는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두뇌 운영 원리 BOS(brain operating system)이다. 의지와 열정, 신념으로 뇌파진동을 꾸준히 실시하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스스로의 삶의 주인으로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게 된다.
뇌는 뇌간(생명뇌), 대뇌변연계(감정뇌), 대뇌피질(생각뇌)로 이루어져 있고,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를 뇌량이 잇고 있는 복잡한 구조이다. 이들 중에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 감정적인 사람, 이성적인 사람이 되는데, 이 모든 것이 통합되어 하나의 전체로 존재할 때만이 엄청난 에너지를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다. 현대인이 가장 중요시하는 대뇌피질 대신 저자는 무의식에 관련된 뇌간을 중심으로 뇌를 통합하라고 이야기한다. 대뇌피질의 의심과 변연계의 두려움을 뛰어넘어 뇌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뇌파진동이 필요하다.
욕망과 지배, 파괴의 다크 브레인 대신 사랑과 치유, 공존의 파워 브레인이 되기 위한 뇌파 진동,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 1단계는 의식적으로 머리를 좌우로, 위아래로, 여러 방향으로 흔들어서 발동을 거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뇌피질이 안정되고 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된다. 2단계는 리듬에 온몸을 맡기는 단계로서, 뇌간이 활성화되고 뇌 전체가 조화와 균형을 찾기 시작한다. 3단계는 에너지 흐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순수뇌파 상태로 마음이 지극히 평화로워지고 창조력이 샘솟는다고 한다. 1단계의 머리 흔들기는 도리도리 뇌파진동, 두손모아 뇌파진동을 기본편으로 소개하고, 응용편으로는 발끝 부딪치기, 걷기를 소개한다.
이런 뇌파진동을 최소한 21일간 꾸준히 진행하면 자가면역력과 집중력이 높아지고 뇌의 노화가 방지되며 긍정적인 선택,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강화, 좋은 습관, 직관력, 통찰력, 문제 해결력이 향상되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은 저자 자신의 성공기를 이야기하였고, 부록에서는 체험자들의 사례들을 통해 다양한 효과를 이야기한다.

뇌파진동법은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간단하다. 하루에 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도리도리 또는 두손모아 운동법을 실시하면 된다. 그렇게 짧고 간단하게 자신의 뇌에 집중함으로써 위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긍정적인 변화를 겪을 수 있다면,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복잡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라면 대뇌피질이 이상발달한 현대인들에게 더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동작 자체는 간단한 운동이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다. 대뇌피질의 의심과 변연계의 두려움을 뛰어넘어 뇌간의 무의식에 내가 원하는 것을 적어놓고,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통합적인 사람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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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콩닥 빨간 엉덩이 - 어린이 릴레이 그림책
김지우 외 글 그림 / 예림당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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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빨가면 사과 - 사과는 맛있어 - 맛있으면 바나나 - 바나나는 길어 - 길면 기차 - 기차는 빨라 - 빠르면 비행기 - 비행기는 높아 - 높으면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말잇기 놀이는 많은 사람들이 해 봤을 것이다. 중간에 내키는 대로 단어와 설명을 바꾸면 천차만별의 말잇기가 끝없이 이어질 수도 있으니, 아이와 함께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놀이이다. 그렇지만 내 기억으로 그 시작은 언제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였다. 이제 원숭이 엉덩이가 어떻게 해서 빨개졌는지 <콩닥콩닥 빨간 엉덩이>(2008, 김지우 외 지음, 예림당 펴냄)을 통해 알아 보자.

해님을 너무 사랑해서 해님을 만나고 싶었던 원숭이는 코끼리와 해바라기의 비웃음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해님을 만날 방법을 찾아다닌다. 원래 반짝반짝 빛나는 별님이었던 불가사리에게 해님을 만나는 방법을 물어보는 원숭이. 불가사리는 바나나를 쌓아 올려서 하늘까지 닿는 긴 사다리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바나나를 쌓아 드디어 해님에게 닿은 원숭이는 너무 기뻐 해님을 와락 껴안았다. 그랬더니 해님이 너무 뜨거워서 원숭이의 온몸이 빨갛게 되어버렸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 차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해님을 좋아했던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빨간 엉덩이로 남아 있다는 원숭이의 전설 되겠다.
주변의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끝내 이룬 원숭이의 순정과,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해님에 대한 사랑은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그림을 그리고 만들어낸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진과 제작 과정이 나온다. 이 그림책은 평면 그림, 또는 입체 모형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 장 안에 평면과 입체가 공존한다. 색깔 크레용으로 색칠하고 위에 검은 크레용으로 덧칠한 다음 이쑤시개로 긁어내는 스크래치, 찢어 붙이기, 오려 붙이기, 마블링, 판화 등 아주 다양한 미술 기법들이 사용되었고, 재료도 다양한 색깔과 무늬의 종이, 헝겊, 모래, 종이컵, 과일 등 여러 가지이다.
맨 뒷장에는 개미 만들기, 스크래치, 새, 물고기 만들기를 과정마다 사진을 찍어 소개함으로써 따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원색이 많이 사용된 데다 기법도 다양하다 보니, 지금껏 단조로운 그림책에 익숙한 내 눈에는 약간 심란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창의성과 활용성 면에서는 더없이 열린 그림책이라는 만족감이 든다. 그림책을 다 읽고 덮었으면, 이제 스케치북과 종이와 크레용을 꺼내 그리기와 만들기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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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
팔란티리 2020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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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터넷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97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만 해도 흑백 모니터에다 전화모뎀을 사용하여 천리안, 하이텔에 접속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을 하고 있을 때 누가 전화 수화기를 들면 바로 접속이 끊기던 기억이 난다. 도스를 기본으로 사용했고 상위, 하위 디렉토리 식으로 되어 있고 순 텍스트로만 이루어졌던 그 시절, 이제는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
초고속 인터넷과 펜티엄4, 인터넷이 되는 휴대폰과 PDA라는 하드웨어적인 발전과 포털, 카페, 홈페이지, 블로그, 쇼핑몰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발전은 정말 따라가기 어려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NHN의 오픈 네트워크형 연구조직 NORI에서 다양한 학자들로 구성한 프로젝트 그룹인 팔란티리 2020이 2007년에 진행한 포럼의 결과를 펴낸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2008, 웅진윙스)에서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알아보자.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란 '작고 사소한 힘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로서,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로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작은 신세계를 일컫는다'라고 저자들은 정의하고 있다. 전형적인 인터넷 세상의 특징이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 신문고 또는 여론 제조의 역할을 하는 다양한 포털의 게시판들, 개인들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이메일과 메신저, 신속한 뉴스의 보급과 해석을 겸비한 포털,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 등 우리는 이제 인터넷과 시간과 돈만 있으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일을 하고 의식주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여섯 단계만 거치면 사람들이 모두 이어진다고 했는데, 어떤 실험에서는 네 단계만 거쳐도 될 정도로 세상이 좁아졌다고 한다.

팔란티리 2020은 정체성, 프라이버시, 지식, 경제, 놀이, 권력, 예술문화라는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각 카테고리들을 풀어낸다. 정체성은 '나는 몇 개인가?'라는 제목 하에 네트워크속 개인과 인간관계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다양한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나의 분신들은 어떤 것이 진정한 나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하여 영화 <매트릭스>의 무한증식하는 미스터 스미스, <스파이더 맨 3>의 빨간 스파이더맨과 검은 스파이더맨의 대결 등과 같이 다양한 예시로 설명된다. 이 질문은 결국 '나는 무엇인가?'라는 주체 형성에 대한 구상주의적 질문이 뒤따라 나올 수밖에 없는 (27쪽) 철학적인 국면으로까지 반복된다. 이런 개인의 정체성은 네트워크화되면서 더 복잡해지는데, 소집단 커뮤니케이션과 휴대전화, 스몰토크, 싸이질과 결혼제도까지 연관된 이야기로 계속 퍼져 나간다.
주제마다 마지막에 실린 인물들은 실제로 현실에서 그 주제들을 다루는 다양한 사람들로서, 이들의 인터뷰는 그 주제의 이야기를 끝마치는 데 참 적절해 보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생각나게 한다. 지금껏 별다른 생각이 없이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니까 나도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 존재의 이유는 알지 못하고 잘 이용하려고만 했던 여러 변화의 배경에 어떤 의식이 있었는지 새삼스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뒤늦게 인터넷을 접하면서 파워 유저는 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중학생인 조카를 보면 버디버디와 MSN 메신저 창이 몇 개나 띄워져 있고 개인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카페 활동도 하는 등 인터넷이 자연스럽게 체화된 모습을 보인다.
앞으로 웹 2.0이라는 경향에 따라 더 심해질 마이크로 소사이어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처럼 많이 알아야 하겠다. 현실에서 유리된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더 일찍 반영하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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