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돛을 활짝 펴고 뱃전을 높이 드러낸 작은 배 한 척이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를 미끄러져 들어가는 모습, 암초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파도와 그 뒤의 정글 풍경이 배경으로 세밀하게 묘사된' 가로 세로 30센티미터의 작은 그림, 암스테르담의 헤렌흐라흐트에 있는 대저택, 곧 폐기처분할 예정인 몹시 오래 된 바타비아 퀸이라는 이름의 화물선 한 척.
인류학 학사와 미술사 석사,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보낸 1년간의 연구활동을 거쳐, 교양 있고 세련된 환경 속에서 진지한 작업과 연구에 몰두하고 싶어서, 미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메이슨-고드윈의 고객자문역으로 취직한 피오나 캐서린 엘리자베스 라이언이 피터르 부하르트라는 갑부로부터 갑자기 상속받게 된 자산이다. 영국의 공작인 윌리엄 필그림과 공동 상속하게 된 이 목록은, 15일 안에 친히 접수해야만 상속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첫번째 그림의 아래에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렘브란트가 그린 빌렘 반 부하르트의 초상화가 숨어 있었다. 그 초상화와 대저택, 화물선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이 드러나는데, 서로 별개인 듯한 이들을 연결하는 것은 스펙타클한 모험과 우연이었다.

책 전반에 걸쳐 수많은 인물이 언급된다. 많은 문학 작품 또는 영화와 연극, 역사적 사실들에 기반한 이 인물들에는 주석이 달려 있어서 자세한 사실을 알지 못해도 읽기에 무리가 없다. 대학에서 근세사를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 각지에서 행해진 미술품 강탈과 관련된 여러 책을 썼다는 저자의 이력처럼, 렘브란트의 그림을 둘러싼 추측과 설명은 자세하고 폭넓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난파된 일본의 보물선과 함께 1400년대 초반 중국의 정화 제독의 항해와 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추측이 분분한데, 이런 재물을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암투와 그 결말은 뚜렷이 대비된다.

아쉬운 점은 우연이 남발되고 주인공들에게 너무 많은 행운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렘브란트의 유령'이라는 제목에서 뭔가 미술작품과 관련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그림은 아주 작은 단서였을 뿐이라는 점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영국과 찌는 듯한 무더위의 정글,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 등 15일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하는 핀과 빌리를 따라 여행을 잘 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유산은 상식과 교양에 따라 적절하게 잘 이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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