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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 세월호참사 10년, 약속의 자리를 지킨 피해자와 연대자 이야기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기획, 박내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올해가 세월호 참사 10주기. 아직도 10년 전 그날의 시간과 공간, 장면을 기억한다. 어떤 감정으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그날의 날씨와 전해지는 감각까지 모두 기억한다. 그리고, 그날 세월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내 잘 기억하고 또 기억할 것이다. 이 세상에 '절대'라는 말은 사용하기 어렵다지만, 이 경우만은 예외로 둘 것이다.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내내 기억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무서운 것보다 더 피하고 싶어지는 것이 슬픈 것이다. 마음이 아프고 불편할 게 뻔한 상황이라면 제일 먼저 피하고 싶어진다. 나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알아서, 그 감정 하나 나 스스로 어쩌지를 못해서, 그래서 우선은 맞닥뜨리지 않으려는 선택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안다. 이런 마음이 참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것을. 힘들고 고통스럽고, 그리고 마음 불편하다는 그 감정 하나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고개를 돌리려하는 짓이, 얼마나 한심한 짓인지를 말이다.
커다란 슬픔 곁에 함께하며 살아가는 법을 우리는 배우고 있다. '기억과 빛'이 이 광장에 있어야 하는 게 마땅한 일인 건, 슬픔을 추방한 삶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어둠을 간직하지 않은 빛은 오롯한 빛이 아니기 때문이다.(163쪽)
늘 밝은 쪽만을 향해 걷고 나아가는 것이 진짜 우리의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슬픔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 슬픔을 온전히 내 삶으로 가져올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슬픔에 제대로 슬퍼할 줄 알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내 눈앞에서 슬픔을 몰아내는 것으로 내 삶을 지킨다는 것은, 그저 피하려고만 하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숨쉬는 이곳에 슬픔의 자리를 만들고 기꺼이 슬퍼할 줄 아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고 불편하면, 아프고 불편한대로 마음을 내맡기면 된다. 결국 그 마음들이 모여 다시 그 다음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이 되고 희망의 씨앗이 될 테니까. 많은 것을 발벗고 나서서 하지 않아도, 그저 그 마음만으로도 괜찮아질 수도 있을 테니까.
우리가 원하는 거는 돈도 아니고, 정쟁도 아니에요.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 하고 우리 마음 알아주는 거예요. 위로해 주는 게 그렇게 힘든가요.(262쪽)
그러니까 말이다. 위로가 뭐 그리 힘들다고, 그동안 위로에 그토록 인색했는지. 겁쟁이처럼 뒤로 숨고 피하려고만하지 말고, 여전히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직접 눈앞에 두고 다루고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삶 안으로 기꺼이 끌어들여 함께 살아가야할 것이다. 그리고는 안부를 묻고, 위로를 건네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계속 기억을 하고 거기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해나가면 문제 해결 방법도 떠오르고 책임 당사자도 거기에 답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질문과 기억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114쪽)
질문과 기억 멈추지 말아야겠다. 잊지 말아야겠다.
덧-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눈물이 고여와 여러번 닦아야만 했다. 익히 아는 슬픔, 잘 알고 있는 마음 불편함이지만, 기꺼이 울고 또 바라볼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