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따위 멸망해도 ㅣ 사계절 1318 문고 155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계절1318문고 #세상따위멸망해도 #남유하소설 #조각서평단 #LOVE

세상 따위 멸망해도. 남유하. 사계절출판사. 2026.

LOVE와 DEATH 중 나의 선택은 LOVE다. 둘 중 고민했고, 이 계절에 지금 딱 읽고 싶은 건 단연 LOVE였다. 망설임이 1도 없었다. 무조건 LOVE! 그런데 LOVE를 읽고나니 솔직히, DEATH가 궁금해지긴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쨌든, 나의 선택에 후회 없이 총 3편의 소설을 읽었다. '빛나지 않아', '세상 따위 멸망해도', '살아남은 아이들'.

[빛나지 않아]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도 저런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진짜 좋아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고 물어보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믿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랑이란, 계속 확인하려드는 것에서부터 일정부분은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게 맞나, 얼마나 좋아하나, 그 마음에 변함이 없는가, 나만을 바라보게 하고 싶은데, 왜 나한테 관심을 안 가져주나, 혹시 마음이 변했나...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의심하고 재고 확인하려드는 마음에서 자신이 없어지고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확인받을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나, 그 방법으로 빛이 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소설을 다 일고나서는 마음을 바꿨다. 좋은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 사람의 마음을 양적으로 계산하여 확인하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런 확인 때문에 더 상처를 받게 되겠구나, 늘 그 사랑의 양과 진위 여부를 놓고 다투게 되겠구나, 때로는 마음을 감추어야할 때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 하나까지도 모두 진짜가 아니라는 오해와 감정적인 다툼 속에서 괴로워하게 되겠구나. 기여이 사람 간의 사랑이란 감정으로는 관계를 온전히 맺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언제나 확인받는다고해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닐 테니까. 그리고 사랑의 마음이 의리나 신뢰 혹은 의무나 책힘으로 변할 수도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반짝이기만 한 사랑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형태로의 사랑도 그 가치와 의미가 있을테니, 빛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면서, 빛나야 한다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확인받아야만 한다는 집착이 동반되는 것이 가장 큰 부작용인 것 같았다. 오히려 나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향하는 마음만을 신경쓰느라 진짜 중요한 것을 잊게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로부터 빛이 만들어지고 또 누군가로부터 빛이 사라지게 되는,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사랑과 마음으로부터 관계를 시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나의 사랑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관심에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는 것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내 마음을 동일시하거나 맞추게 되는 것은 마땅하지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빛나는 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났고 그런 것 또한 나 자신이라면, 우선은 그런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가 먼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부터 단단하게 만들어놓고, 어떤 빛에도 나의 감정을 우선시하여 어떤 마음인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할 듯하다. 그리고 혹여라도 빛나지 않는다해도 나의 마음과 그 사람과의 관계가 소중하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빛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닿는대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할 것 같다. 어쨌든 누군가로부터의 피동적인 관계가 아닌 나로부터의 능동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사랑, 그것이 진짜 사랑을 가꿔나갈 줄 아는 마음이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고 사랑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배탈 ㅣ 팡 그래픽노블
박서영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배탈 #박서영 #주니어RHK #그래픽노블 #어린이그래픽노블 #어린이만화

배탈. 박서영 글그림. 주니어RHK. 2026.

소리내며 웃었다. 이렇게 웃길 일이구나 싶었다. 재밌었다. 흥미진진하고 쫄깃쫄깃한 긴장감도 감돌었다. 그래도 설마설마 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 탄식이 나왔다.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씁쓸했다. 한 끗 차이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막을 수 없는 거였구나,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였구나,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무책임한 브레인의 폭주 X 일꾼 세포들의 고군분투
몸속에서 펼쳐지는 속 시원한 블랙 코미디"

뒷표지에 적힌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책을 다 읽고 이 문구가 확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꽉 막힌 속사정을 날카롭게 풍자했다는 생각을 했다. 운전을 해본 사람이면 안다. 교통체증으로 꽉 막혔을 때,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는 것을. 온통 차로 가득 차 있고 움직이지도 않는 답답한 도로에 갇혀본 사람이라면, 이때 어떤 대안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당장 급하다면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라도 어떻게든 해볼만한 것을 기대해보는 수밖에. 절대 경계를 늦추지 말고, 어떤 요소 하나라도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싶으면 멈추고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하니까. 빠르게 머리를 쓰고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막힌 도로의 사정은 그런 사정을 만든 무언가의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고견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안일한 사고와 감정만으로 일관한다면, 당연히 원인을 없애기느커녕 더 큰 문제를 만들게 될 수밖에 없다. 현명함이 필요하고 결정할 수 있는 단호함도 중요하다. 헌데 이 모든 것이 원활히 움직이지 않고 어느 하나라도 적절하지 않은 판단이 개입되면, 일은 더 힘든 상황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브레인. 한편으로는 씁쓸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브레인이라는 이름에 맞는 판단과 행동 없이 그저 단편적이고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는 책임감조차 없어 보인다. 그러니 자신의 일이 아닌 남의 일처럼 여기고 나몰라라 하는 것이겠지. 그래서 결국 처첨한 결과를 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럴 때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자생적 능력과 판단력을 키워야겠단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따라 움직이기만 하는 건 안 된다. 스스로 생각하고 올바른 선택과 방향으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모든 경우가 좋은 결과를 내기만하는 것은 아니다. 실수가 있고 또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으면 된다. 재발방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해서든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새롭게 새로운 생각이 모여야한다. 브레인의 판단이 아닌 각 세포들의 움직임과 감각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단련시켜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사회도 비슷한 것 같다. 분명 한치 앞도 안 보이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될 때가 많다. 물론 나보다 똑똑한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꼭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니,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며 움직일 수 있는 순발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같은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현명하게 해결해낼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안 생기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도클럽 1 - 보름밤의 담력 시험 ㅣ 도도클럽 1
조우리 지음 / 창비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도클럽1 #조우리장편소설 #창비 #선생님북클럽4기 #서평

도도클럽1: 보름달의 담력 시험. 조우리 장편소설. 창비. 2026.

이미 표지에서부터 세 친구들의 포스가 남다르다. 복장도 그렇지만 표정이 만만치 않다. 당당하면서도 생기발랄하고, 무엇보다도 뭐든 빨아들일 것 같은 호기심의 눈빛. 무슨 일이들 해내고 알아내겠다는 당돌함까지 보이는 모습이다. 이 친구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비아, 구도림. 단소이. 등장인물 소개에서부터 이들이 어떤 다른 세계와 내력을 가지고 도량중학교에 왔을지 무척 궁금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이유가 모두 다를 것이고, 이들의 생태적 특징이 다를 것이니 그 다름이 이들 사이에서 어떤 갈등과 재미로 만들어지게 될까, 기대가 됐다. 역시나,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들이 서로에게 서로를 믿고 자신을 내보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의심하고 고민하고 눈치보는 과정이 여느 아이들이 친구가 되기 위한 과정과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만약 자신들이 가족 있는 재주만으로 다른 이들을 마음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탐색하고 판단하면서,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과정을 겪으면서 이들이 자연스레 터득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이, 결국은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나고 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과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더 낯설지 않았고 딱 지금 중학생들에게 적합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중학생들에게도 소개해줘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되었다.
도사들 사이의 이야기도 이 책이 갖게 되는 큰 매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도술을 부리고 악을 물리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이 책의 재미가 바로 이 중학생들이 친구들과 만들어나가는 관계와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있을 것이란 예상이 든다. 지금은 1편에 불과하지만, 2, 3편으로 거듭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면 하나씩 과정을 수행해나가며 서서히 커나가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느냐, 그건 아니다. 아무래도 뭔가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비밀이 어떤 방식으로 발휘되거나 혹은 감추어질 것인가가 매순간 긴장을 만들고, 특히 이 학교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이 그들끼리 어떻게 연대해나갈 것이기도 무척 관심을 갖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한 마디로 다음 책을 기다리게 만든다는 뜻이다.

도림은 비아와 소이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도량중학교에 대해 알려 주었다.(...)
도림의 입에서 선뜻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희가 '평범'하지 않아서? 너희가 '보통' 아이들과는 달라서?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특별'하다거나 '독특'하다는 말로 포장하고 싶지도 않았다. 비아는 도깨비이고, 소이는 외계인이다. 도림의 도사가 되고 싶어 하는 지구인인 것처럼. 그냥 그렇다.(204-205쪽)
"우리, 친구가 되자."(206쪽)

그냥 그렇게, 친구가 되면 된다. 다른 건 없다. 친구라면 뭐든 다 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 - 남고딩이 사랑한 문학 시간
홍경님.변효진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까지문학에빠진소년들 #홍경님 #변효진 #우리학교 #서평

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 홍경님 변효진 지음. 우리학교. 2026.
_남고딩이 사랑한 문학 시간

소년, 남고딩들이 문학에 빠지는 것이 의외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학에 빠지는 것에는 성별의 구분이 필요 없다. 어느 누구든 그 문학의 재미를 알게되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문학일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에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나의 과거도 소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지점들이 생기고,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되는 부분들을 만나게 됐다. 그렇지, 이런 게 진짜 문학 수업이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하기 위한 수많은 교사의 노력이 분명 있었다는 것을 무시 못한다. 이 책 속 선생님들이 어떤 노력을 통해 이런 수업을 만들고 진행해나갈 수 있었을지을 짐작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되는 생각의 과정이었다.
남고에 근무했던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수업을 시작했던 기억이 났다. 아이들의 그 생소해하면서도 놀랍고,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관심을 갖던 눈빛과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쉬는시간이면 직접 자신들이 그림책을 골라가면 안 되냐며 우루루 몰려와 두리번거리던 모습까지. 그 귀여움을 아는 교사라면 이런 수업을 놓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고3 교실에서까지 아이들과 새로운 수업, 아이들의 생각이 커나가는 수업을 하기 위해 용썼다. 수능이 코앞인 아이들을 설득하며 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주던 아이들. 그걸 알면 이런 수업이 어떻게 가능한지 금방 이해가 간다.

예전 예능에서 작가가 했던 말을 종종 인용한다.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 시험문제로 출제해서 정답을 고르라고 하지만 정작 작가는 그런 의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지금의 시험 현실을 비판하며 자신의 작품이 다뤄지기를 거부했다고 했던 작가. 그 말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 현장에서 문학을 있는 그대로 감상만으로 수업할 수는 없다. 분명 학교 제도가 갖고 있는 현실 안에서 타협을 할 수밖에. 그래서 이런 수업이 곧 그런 타협의 흔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도록 해주는 경험.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해본 것은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키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경험을 싶어지는 것부터가 시작이겠지. 예전 어느 학생이 억지로 수업 시간 책읽기를 하면서 괴로워했다. 그런데 그 수업이 끝날 때는, 자신의 최애 작품이 되었으며, 왜 문학이 재밌는지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 사이의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단순히 감상으로만 그치면 지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작품이 시험에 출제된다면, 실제 수능 문제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건 다른 차원의 접근이 만들어진다. 그만큼 어떤 작품을 선정하여 아이들에게 소개할 것이기도 무척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적중되는 작품이 나온다면 아이들은 그만큼 더 몰입할 가능성이 커지니까. 이 책에서 다뤄진 작품들의 목록이 그래서 소중하다. 늘 우리가 목말라하는 지점은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그 소재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것. 말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고 또 시간이 무척 많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매우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소재를 탁 제시해주었으니, 이대로 흐름을 따라 소설과 시를 나누어 수업을 진행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비평으로까지 끌고올 수 있있다는 것. 대학 수업 때 해보던 비평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또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아이들의 역량은 무궁무진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들은 자신을 일깨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아이들과 실제로 다뤄봤던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야기나눠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문학 수업을 하면 좋을까를 다시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단순히 작품 하나를 해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좀 더 다양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뿌리를 단단히 만들어줄 수 있는 수업을 계획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유용하면서도 흥미로운 독서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ㅣ 꿈꾸는돌 47
하유지 지음 / 돌베개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계절은영원하지 #하유지 #돌베개 #서평단 #서평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하유지 장편소설. 돌베개. 2026.

뭉클했다. 할머니의 시도 그랬고, 한봄이의 결심도 그랬다. 서운해 씨인 서윤혜의 울음도. 이들의 삶을 내가 다 안다고 할 수도 없고 또 다 이해할 수 있다고도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자신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만큼은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쉽게 포기하거나 혹은 좌절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에 세 사람을 만들면 된다는 할머니의 말에, 한봄이가 세 사람을 만들었구나, 아니 그 이상이구나 싶은 마음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됐다, 한봄이가 살아가는 삶이 외롭지는 않겠다. 나아갈 힘도 생길 수 있고 말이다.

늦봄 지나면 여름
여름 지나 가을, 가을 저물어 겨울, 겨울 가고
마침내 봄, 한봄
새가 날고 꽃망울 피어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은 한봄
한봄 다음에 늦봄이라지만
나의 한봄은 늦봄 뒤에 오네(142쪽)

강만춘 할머니가 쓰신 '늦봄 지나 한봄' 시의 일부분이다.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 당연히 그 다음은 봄이 올 수밖에 없다. 그걸 알고 있지만 나의 경우와 삶에 적용시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봄이에게 있어서, 한봄이가 엄마에게 있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분명 한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럴 거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분명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까.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서윤혜도 한봄도 모두 너무 사랑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이어서 서로 상처가 되고 서운함이 컸던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마음을 감당하지 못해서 자신의 사랑이 오히려 다른 이에게 더 큰 아픔이 될까봐 겁을 먹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것으로 조금씩 해소해나갔던 것이 아닐까. 너무 착하고 여린 이들에게 상처가 회복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런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용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한봄이 자신의 시간을 찾기 위한 노력이 결코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봄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위한 힘을 만들어내려는 노력과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다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함께 하고싶은 이들에게 더 마음을 쏟을 수 있기 위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자신을 먼저 들여다볼 줄 알 때 다른 이들의 마음도 다 살필 수 있게 되는 거니까. 한봄이 엄마에게 바라는 것도, 자기 자신에게 바라는 것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두, 더욱 더 사랑을 크게 만들고 싶은 마음의 시작일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영원할 계절은, 당연히도 봄이겠지. 동하가 한봄에게 고백했던 것처럼,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한봄이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