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프로를 꿈꾸는 너에게
조현정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멋진프로를꿈꾸는너에게 #조현정 #창비교육 #서평단 #서평 #책추천

멋진 프로를 꿈꾸는 너에게. 조현정 지음. 창비교육. 2025.

그 동안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혹은 제대로 인식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인지, 요즘 보면 청소년들 중 재주 많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참 많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다. 그리고 제일은 그런 자신의 재주와 능력을 겉으로 드러내며 자신을 잘 키워나가려는 모습이 참 멋지다.
멋지다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린다. 그 열정과 잘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알고 그 한가지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그 마음이 가장 멋진 것이다. 언제 그런 마음을 먹어 보았었는니, 그때의 심정이 무엇이었는지, 나의 경우를 되돌아보려해도 이미 너무 가물가물한 기억이 된 듯하다. 나의 청소년 시절, 학창 시절의 꿈과 그 꿈을 향해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생각해보려해도, 그저 남들 가는 길의 어느 한 귀퉁이를 겨우 쫓아가려는 마음이 대부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니까. 그래서인가, 요즘 아이들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 마치 나도 그런 꿈을 꾸며 나아가는 열정이 생기는 듯 가슴 두근거려지기도 한다.

프로를 꿈꾸는 여러분들이 자신만의 무대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 길을 찾는 현실적인 안내서라고 볼 수 있죠.(8쪽)

사실, 이런 이야기를 누가 해주는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은 잘 알지 못해서 그렇기도 하다. 알면 이야기해겠지만 정작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도 이 세계를 잘 모르니 딱히 어떻다고 말해주기가 힘들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그렇다. 뭔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해도,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검색해보는 것밖에 없다. 다양한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에 비해 나의 세상은 좁고 또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이 책을 쓱 아이에게 내밀면, 어쩌면 한방에 이 모든 고민이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고리타분하게 어른들이 하는 충고나 조언 따위는 들으려하지 않는다. 뻔한 설교같은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이 필요한 것들의 정보를 빠르게 얻고 또 하루라도 더 빠르게 준비해나가고 싶어한다. 아이들의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니까. 그래서 더욱 이 책이 필요하다.

'교양' 부분은 크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 그래야지, 하는 내용들. 자신이 가려는 길과 관련한 꾸준한 연습과 노력, 계획과 실천 의지는 당연히 중요하다. 또 그것만으로가 다가 아니라 교양을 쌓는다든지 혹은 인성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독서의 힘이나 혹은 인간관계의 중요성도 요즘 많이 다루어지는 덕목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의 유명인이나 스타가 했던 방법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에 대한 차이는 분명할 것이다. 그러니,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라면,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단 하고 후회하는 쪽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충고는 기꺼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실전 기술' 부분이 좀 생소했다. 프로의 세계는 정말,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이기도 하구나, 싶었다. 매니지먼트사나 소셜미디어, 팬 서비스, 병역의 의무 등의 이야기는 누가 물어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었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이 있으니까. 잘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을 해준다는 것의 장벽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모든 것들이 다 필요하구나, 하는 놀라움도 동시에 느꼈다. 단순히 한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프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다양한 방면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에,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경외심까지 들기도 했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준비가 있어야만 그 세계로 편입해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여실히 느끼게 되는 지점이었다. 결국 준비 없이는 아무것도 실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프로의 과거 노력의 이야기가 늘 언론에서 재조명되어 나타나는 이유가 모두 이런 것 때문이지 않을까. 단순히 마음만으로 달려들었다가는 원하는 만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해 보였다. 가끔 그런 아이들이 있다. 그냥 하고싶다는 막연한 마음만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만 있는 경우. 이럴 때 그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 꿈을 깨게 할 수 없어 그저 옆에서 응원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이 책을 들이밀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이런 관리 없이는 어떤 프로의 세계에도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아는 척하기 좋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 허둥대고 잘 알지 못해 검색 창에 검색어만 잔뜩 넣고 있는 나 보다는, 이 책을 펼쳐 함께 보면 어떤 준비와 과정이 필요한지 함께 확인해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책상에 꽂아두어야할 것 같다.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나도 준비해놓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조금 마음이 든든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자, 가파도에 가다 -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 철학 소설 사계절 지식소설 18
김경윤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자가파도에가다 #김경윤 #사계절출판사 #교사서평단 #사뿐사뿐 #서평 #책추천

노자, 가파도에 가다. 김경윤 지음. 사계절출판사. 2025.
_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 철학 소설

가파도에 가고 싶다. 고양이 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싶다. 나도 게스트하우스에 한 1년 살면서 감자, 당근, 가지와 친해지고 싶다. 그리고, '도덕경'을 읽고 싶어졌다. 빠르게 훅훅 읽어나가는 책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하나씩 알아나가는 책으로 만나, 그 속의 의미를 내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졌다. 조만간 '도덕경'을 사게 될 듯.

공공 기관 종이 사용 전면 금지.(6쪽)
2027년에는 '종이 교과서 없는 학교, 시험 없는 학교'라는 슬로건이 전면화되었다. 이제 모든 학생이 디지털 교과서, 그러니까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수업을 들었고, 학생들의 학습 과정은 자동으로 기록되어 실시간으로 학업 성취도가 평가되었다.(7쪽)

처음 설정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바로 생각했다. 진짜 종이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학교에서 종이가 사라진다면? 종이 없이 수업이 이루어져야하고 업무를 처리해야한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지금의 학교에서의 생활을 머릿속으로 그려봐도 종이 없이는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결국은 종이가 가장 기본이 되기 마련. 이를테면, 교과서와 책이 그 기본이다. 물론, 지금도 전자교과서의 사용과 관련한 여러 이슈가 있었고, 아직은 종이책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설정이 어느 때 실제 상황이 될 지 알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많은 종이를 사용하고 버리고 또 사용하고 버리는 그 과정을 생각하면, 종이 사용이 갖는 환경적인 영향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중에는 책을 읽을 때도 이젠 쌓아놓기 불편한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읽는 것이 오히려 환경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그 말이 어떤 면에서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몸과 정신이 아직은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몸과 정신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손바닥 안의 기계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이미 예전 방식이 길들여진 사람은 여전히 종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노자'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참 고리타분힌 예전 방식의 이야기일 수 있다.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노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종이책을 손에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는 마음이라면, '도덕경'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노자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크게 달라졌다 해도,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마음은 노자가 생각했던 삶의 가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잃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고 또 간직해야 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은 세상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 더욱, 바쁘게 돌아가고 바뀌어가는 지금 세상에서 '도덕경'을 다시 읽는 것은 그만큼의 의미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과 몸 중에서 어느 것이 가까운가?
몸과 재산 중에서 어느 것이 귀한가?
얻음과 잃음 중에서 어느 것이 마음을 끄는가?(...)
만족을 알아야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아야 위티롭지 않습니다._<도덕경> 44장 중(90쪽)
멈출 줄 아는 것과 만족할 줄 아는 것은 한 쌍의 태도다. 알아야 멈춤이 가능하다. 모르면 있는 것마저 빼앗긴다. 재산도, 명예도, 지위도, 권력도, 사랑도, 건강도, 생명도 결국은 그 한 끗 차이다.(92쪽)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지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어느 것에 더 가깝고 귀하게 여기는지도 알아야 한다. 모르면 빼앗길 수 있다. 어떤 것도 내가 지킬 수가 없게 된다. 고양이를 돌보던 청년이 "내가 나를 보살피지 않으면 누가 나를 보살피겠어요."라고 한 말이 딱 맞는 말이다. 내가 나를 보지 않으면서 다른 이가 나를 보아주길 바라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러니, 나를 잘 알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괜한 한 걸음 더, 또 여기까지만 더, 하고 욕심을 부릴 때 화가 닥칠 수 있다. 여기서 그만, 이쯤에서 멈춤. 잘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세 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는 자애로움이요,
둘째는 검소함이고,
셋째는 세상에 나서려고 하지 않음입니다._<도덕경> 67장 중(167쪽)
노자는 당대의 사람을 비판한다. 사랑 없는 만용, 절약 없는 소비, 겸손 없는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그러한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죽게 될 것이라고 무섭게 경고한다.(168쪽)

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 잘 명심해두고 싶다. 나에게도 또한 보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서지 않음. 겸손의 자세다. 사람들은 유독 이 겸손에 취약한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길 원하고 또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위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위치와 자리에 대한 욕심을 부린다. 나는 그런 욕심의 싸움터에서 한 발 물러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노자가 생각하는 나서지 않음이 곧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나도 그 마음을 잘 따르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다.

아무래도, <도덕경> 81편의 시를 읽어야겠다. 읽고나서 나만의 도덕경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의 삶에 적용시켜 생각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소영의친구들 #정은주 #창작동화 #사계절출판사 #서평 #책추천
#사계절어린이문학상대상

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창작동화/해랑 그림. 사계절출판사. 2022.

죽음은 어떤 경우에도 누구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족이나 친지, 혹은 아주 가까운 친구의 죽음이라면 더욱 그 과정을 건너기가 쉽지 않다. 고통스럽고 아프며 불쑥불쑥 슬픔 그 이상의 감정이 밀려오게 된다. 감정만을 따라가다보면 오히려 상황보단 자신의 마음을 감당하기조차 버거워 쉽게 무너지게 된다. 어쩌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아무 의미 없이 그 시기를 지나치게 된다. 후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처음 겪는 죽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가르쳐준 적도 없다. 다른 사람의 경우를 보고 따라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도, 그저 오롯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는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어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어른들은 그저 저만치 물러나있으라고, 이 상황에서 거리를 두라고만 한다. 그리고 쉽게 말한다. 잊으라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어른들의 말만 따르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되고 사라질 거라고 한다. 그러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마음은 머리로 계산해서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용없는 후회지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6학년이나 되었으니 우리 의견을 말해 볼 수도 있었는데. 우리도 소영이한테 인사하겠다고, 선생님들이 정한 대로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고 반장인 내가 말했더라면......(116쪽)

그런 면에서 이 친구들이 참 기특하단 생각이 든다. 마냥 친구의 죽음을 단순히 슬픔으로 혹은 낯선 경험으로만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었는데, 이 친구들은 소영이를 잘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구상한다. 떠올리면 슬프니까 잊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생각해내고 들추면서 친구를 떠올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소영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남은 친구들을 위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이제껏 우리는 뭘 한 거지?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느낌이었다. 시작은 소영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자는 것, 그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다 핑계이고 실은 우리를 위해서였던 게 아닐까? 우리를 이어 주던 소영이가 이제 곁에 없다는 불안함, 친구가 떠났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미안함. 그걸 마음속에서 빨리 덜어내려고만 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모두가 마음에 드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건가? 누군가와 영영 헤어지는 좋은 방법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117쪽)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른인 나도 누군가와 헤어지는 좋은 방법은 잘 모른다. 막상 닥치면 마치 처음 겪는 것처럼 허둥대며 어쩌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게 된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속으로 꾹꾹 눌러담기만 하는 것뿐. 이건 아마도 죽음은 극단적인 이별의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해결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해보는 수밖에. 마치 기소영의 친구들처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성행차 가장 아름다운 한국의 그림들 1
한영우 지음 / 효형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차도로따라가는정조의화성행차 #한영우 #효형출판 #서평단 #서평 #책추천

<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성행차. 한영우. 효형출판. 2007(2025)

수원에 살면서 화성행차 재현 행사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도 몇 번 행차를 보기 위해 화성행궁 근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도 하고, 집 근처 만석거 공원 주변에서 행차를 또 행사 교대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몇 년 전에도 행사 때 비가 많이 왔었는데, 올해도 행사 전날부터 비가 왔다. 다행히 많이 오지 않아 사람들의 고생이 덜하겠다는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기도 했다. 재현 행사마저도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또 준비가 만만치 않을 것인데, 실제 정조의 화성행차는 얼마나 더 어마어마했을까. 그림으로만도 끝도 없이 나열되어 나오는데 실제로 동원된 인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니, 그저 입이 딱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우리는 지나가는 말로, 비가 와서 혹은 날이 나빠서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녀와야하는 임금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신경쓰였을까. 혼자 가볍게 나서는 외출과는 차원이 다른, 1년을 준비해서 다녀와야했던 8일의 원행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구나 싶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허투루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쓰지 않으려하고 또 고생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시 군주다운 모습이었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요새 들어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리더로서의 역량이 있는 것인가를 자주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정조는 충분히 신하와 백성들의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모두 가진 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은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그 성장 속에는 어떤 깊이 있는 사색과 고민이 담겨 있었을까, 하는 애틋한 마음도 동시에 든다. 혜경궁이 목놓아 우는 장면에서 왕이지만 자식의 입장으로 마음이 허둥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모습. 늘 한발 먼저 당도해 어머니를 맞이하고 모든 식사와 거처를 점검하는 자신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정조가 처해있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환경, 그 역사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마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평범할 수 없었고 또 쉽지 않았던 가족사 안에서 자신이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었던 임금으로서의 자리가, 정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세운 기준과 가치관을 철저히 지켜나가기 위한 강인한 정신을 잃지 않으려했던 모습도 동시에 확인이 됐다.

수원 화성은 걸어서도 종종 찾게 되는 곳이다. 그곳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문화, 역사적 가치와 의의도 방문할 때마다 자주 생각하게 된다. 어떨 때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과 너무 가까이 있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도 있다. 너무 당연한 듯 우리 옆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조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행차 중간중간에도 늘 백성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 해결해주려했던, 어쨌든 임금이 지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백성들의 우는 소리를 들어주고 달래줄 선물을 주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마음. 백성들에 대한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느낌. 그 느낌이 제일 큰 것 같다.
분명 조만간 화성행궁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수원 화성의 성벽을 보고 또 성벽을 따라 걷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다음 방문 때는 그 마음이 조금은 남다를 것 같다. 괜히 이곳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란 생각에 으쓱, 뿌듯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의 제작의 이유처럼, 이 책이 외국인 방문자에게-꼭 외국인만이 아니라 타지에서 온 광광객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거대한 기록을 어느 누가 할 수 있었을까 말이다. 바로, 정조였으니 이 모든 기록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닐까. 또 다시 감탄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한 공원에서 만나 도넛문고 13
오미경 지음 / 다른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망한공원에서만나 #오미경 #소설 #다른출판사 #서평단 #서평 #책추천

망한 공원에서 만나. 오미경 소설. 다른출판사. 2025.

망 공원.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다른 것들을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딱 맞는 것 같다. 수하에게 있어서 지금은 딱, '망'으로 읽기 쉬운 상황이니까. 그런 상황을 다시 '희망'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준 존재가, 공원에서 만난 존재들이다. 처음엔 <망한 공원에서 만나>가 무슨 뜻일까 무척 궁금했다. 공원이 망할 수가 있나, 망한 공원에서 무슨 험악하고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가, 자칫 공원이란 곳이 생각보다 음침할 수도 있어서, 인적이 드물어지는 공원에서의 일이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때의 생각이 그랬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뻤다. 이런 예쁜 표지의 이야기가 험악한 이야기로 채워져있으면 안 되지 싶었다. 그리고 나서 읽은 책의 내용은, 그런 모든 불안과 걱정을 사라지게 만들기 충분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던 부분이, 수하가 이온과 민들레를 만나고 교실에서 웃게 되는 장면이다.

민들레는 다리를 들어 튼실한 허벅지를 보인 뒤, 뒤돌아 단단한 엉덩이를 손으로 두드렸다. 수하는 엄지 척을 하며 처음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103쪽)

지금 수하에겐 이렇게 웃을 일이 없다. 집, 부모님, 이사와 전학, 그리고 삼각형의 방까지. 그래서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뛰쳐나와 공원을 향했던 것이고, 그런 이유에서 더욱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 덕분에 수하가 웃었다. 이미 이 웃음으로 수하가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어둠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시작이 되어 수하의 마음의 빗장도 조금씩 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걸 보면, 사람의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고, 또 사람과 고양이의 연결이 다시 사람을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어짐의 마음이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다. 슬픔이나 아픔을 한 가지 이상씩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고 전해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희망 공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는 것이 딱 맞는 소설인 것이다.

이런 '망한 공원'이라면 나도 그 공원으로 매일 산책을 나가고 싶다. 공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불편하고 어려운 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고, 그들과의 연결을 통해 다시금 따뜻함을 전달받고 싶다.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운을 받아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 그런 산책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