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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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붙게해주세요 #이로아 #미래인 #청소년소설 #서평

귀신 붙게 해 주세요. 이로아 장편소설. 미래인. 2026.

처음 제목에서부터 흥미로웠다. 뭐지? 왜 귀신 붙게 해 달라고 하는 거지? 무섭게. 이유는 있었다. 그리고 진짜, 귀신이 붙었다! 그것도 전교 1등 귀신이!

여기까지 보면, 어떤 면에서는 무섭고 공포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호! 하면서 이 귀신을 이용하면 뭔가 유리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무려 전교 1등이니까!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전교 1등의 실력을 확인하고 그 이득을 볼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게 귀신이 무서우면서도 싫지 않은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소설을 읽은 입장에서 정리해 보자면, 귀신이 나와서 무섭다거나 공포스더운 건 전혀 없다. 오히려 짠하고 안타깝고 속상하고 슬프다. 이 소설은 단순히 고등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입시를 위한 성적 고민에서 비롯된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잊고 있는 혹은 외면하고 모른 척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용기있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반가웠다.

성소수자라는 말이 옳은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국어 사전의 뜻풀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의 다수가 지니고 있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는데, 생각해보면 이조차도 차별적 설명이란 생각이 든다.) 성소수자 청소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청소년에게 가하고 있는 기성세대 어른들과 사회의 폭력을 다루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끔찍하기도 했다. 무엇이 사회를 이토록 편협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다르다는 것이 이토록 위험하고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몰아갈 정도로 중요한 걸까 싶어 무섭기까지 했다. 과연 사회는 어디까지, 어떤 결과를 봐야만 멈출 것인가. 답답했다.

결국 다시 돌아갈 거라면, 이 세상은 주기적으로 누군가가 죽어야만 정신을 차리는 걸까.(154쪽)

곰곰이 잘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많은 사회적 차별과 시선으로 인한 죽음을 많이 겪어봤고 지켜봤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는 지금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서 될 것인가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가볍지 않다. 오히려 많은 질문과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 속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 아이들이 겪는 개인적인 고민이나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맞닥뜨리게 된 지금 우리 사회와의 대결이고 극복해야 할 문제 지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아이들은 직접 부딪히면서 스스로 해결하고 감당하려 노력했다. 물론 주변의 어떤 도움도 기대하지 못하고 말이다.

어른으로서 반성하게 된다. 이 아이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힘을 실어주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거나 고통받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생활할 수 있는 배경을 어른으로서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결코 부당함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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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비밀 창비청소년문학 143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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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비밀 #강은지 #창비 #창비청소년문학 #서평

소란한 비밀. 강은지 장편소설. 창비. 2026.

제목부터가 역설적이라고 생각했다. 비밀이라면 오히려 더 숨기고 조용하고 감추느라 애써야할 것 같은데, 소란스럽다고 해서. 그렇다면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이런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알쏭달쏭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궁금증 유발! 과연 어떤 소란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읽어서 확인하는 수밖에. 바로 읽었고 단숨이 다 읽어버렸다. 재밌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또 안타깝기도하고 그래서 뭉클해지기도 하고. 소설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온갖 감정으로 모두 경험한 느낌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눈에 눈물이 차올라서 혼났다.

사람 마음은 쉽게 변해. 그래서 난 변하지 않는 관계를 갖고 싶었을 뿐이야.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 함부로 관계를 끊을 수 없잖아.(124쪽)

중2 아이들을 어느 정도는 잘 안다. 이 시기가 친구와의 관계와 학교에서의 소문이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겪는 문제, 특히 중2 여학생들이 겪는 문제의 90퍼센트는 모두 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해서 관계를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좋은 방식의 시작은 아닌 게 맞다. 하지만 이런 방법 말고 다른 걸 생각해내지 못할 정도의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절실한 거다.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한 지는 직접 그 입장이 되어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있다는 걸 잘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이 아이들은 저마다의 진짜, 누구에게 말할 수 없지만 무척 아프고 속상하고 화가 나는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비밀이 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는 무거운 짐이 된다. 그런 짐을 어린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심히 벅차보이는 것이다. 그런 벅찬 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나누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한 마디만으로도 그 짐의 무게는 훨씬 줄어들 수 있으니까. 사실, 이 아이들은 그것을 바랐던 것이다. 누군가를 힘들게 하려고 혹은 나쁜 의도로 내지는 진짜 협박의 목적으로 비밀을 써먹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 비밀을 통해 조금이나마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아이들이 원했던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얘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비밀이라는 건 뭘까. 비밀은 서로를 아주 멀리 떨어트려 놓기도 하지만 아주 가깝게 붙여 놓기도 한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서로의 약점을 주고 있는 일이라던 유진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서로의 약점을 보살펴 주는 것.(177쪽)

그래서 제목이 <소란한 비밀>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꽁꽁 숨기고 있는 편보다 적당히 비밀을 공유하는 편이 관계를 더 공공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밀이 너무 조용하면 안 되는 거다.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주변에 알려져야 그 비밀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보살펴'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관계는 더 단단해지는 것이다. 비밀이 소란스러울 필요가 여기 있었구나 싶어 살며시 미소짓게 된다.
'선인장을 안은 아이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아, 나도 저런 아이디어를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심이 생기기도 했다. 자신의 아픔을 딛고 다른 이들의 상처를 안을 수 있는 아이들이 되었다는 것이 참 기특했다. 아, 이 소설 꼭 내가 아는 중2 여학생들에게 추천해줘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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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길
김철순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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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길 #김철순 #김세현 #문학동네 #뭉끄6기

사과의 길. 김철순 시/김세현 그림. 문학동네. 2025.

사과의 길을 따라 간다. 엄밀히 말하면 시작은 사과의 껍질을 깎아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껍질이 만들어놓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사과를 알게 된다. 사과가 어디에서 어떻게 어느만큼, 그래서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서. 그걸 알아나가는 길이 제법 험난하기도 하다. 매끄럽게 슝, 타고 내겨갈 수 있는 쉬운 길은 아니다. 생각만큼 부드럽고도 새콤한 기억만을 알려주는 길도 아니다. 하지만 그 길이 있었기에 지금도 있을 수 있었을테니, 그 길이 싫지 않다. 오히려 아름답고 향기롭다. 그래서 사과의 길을 따라 가고, 갔다가 다시 돌아와 또 따라 가고, 그렇게 따라가는 여정이 기분을 새롭게 만들어준다. 어디에서도 쉽게 느껴볼 수 없었던 상큼하고 아삭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그래서인가 자꾸만 사과의 길을 따라 가고 또 가고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그 감각을 새롭게 느껴보고 싶어서.

<사과의 길>이란 제목을 보고 또 표지 그림을 보고는 우선, 먹음직스런 사과를 한입 베어물었을 때의 새콤함이 입안에 도는 느낌이었다. 저 빨갛게 잘 익은 사과의 껍질을 돌돌돌돌 깎아 내려가면서 껍질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고 애쓰던 기억까지 덩달아 소환이다. 지금은 껍질을 깎지 않고 껍질째 먹는 게 습관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과를 왼손에 과도를 오른손에 쥐고 꼭지 부분 가까이에 톡, 칼집을 낸 뒤 껍질을 깎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사과의 길이 어떤 길일지, 궁금증 가득으로 책장을 넘긴다.

엄마가 사과를 깎아요
동그란 동그란 길이 생겨요

맞다! 사과가 동그라니 그런 사과의 껍질을 깎으면 껍질도 동그랗게 된다. 동글동글한 길을 따라가면 어떤 동그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과의 길은 매끈하지 않다. 오히려 울퉁불퉁의 느낌이다. 예쁜 꽃이 피는가하면 또 꽃은 금방 진다. 금방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생기고, 때부터는 해, 비, 바람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하지만 그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새파랗던 열매가 붉은 기운 가득한 잘 익은 사과가 되었으니 말이다.
가끔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이 사물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나에게까지 올 수 있었을까. 어떤 시간을 거치고 견뎌야 지금의 이 모습으로 나에게 올 수 있게 된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괜히 뭉클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 사과만 해도 그렇다. 사과가 나에게 오기까지 어떤 시간과 과정을 거쳐야 가능했을지를 생각해보면 그 긴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격스럽다. 내가 마치 사과가 되어 그 과정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다고 상상해본다면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기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기간을 감내하고 또 잘 견뎌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와 주었으니, 그 사과가 감격스럽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길이 툭, 끊어졌어요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길에서 뛰어내렸죠

사과의 동그랗고 동그란 길을 따라가면서 아이가 사과에 닿게 되는 그 시간도 소중하고 예쁘다. 엄마가 깎아주는 사과의 길을 따라가며 사과를 기다리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 사과를 먹게 되기까지, 껍질이 깎이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입안에 슬며시 침이 고일 것이다, 엄마는 손을 따라 발을 까딱이며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깎아주는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물었을 때 그 모든 기다림이 농축되어 입안 한가득 사과의 향긋하고 달콤 새콤한 과즙이 흘러내릴 것이다. 그 과정이 마치 하나의 파노라마 영상을 보는 듯 느껴지며 이 아이가 사과를 먹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마지막 장면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도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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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 사이에서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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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삶사이에서 #조형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앎과 삶 사이에서. 조형근 지음. 한겨레출판. 2026.

동네 사회학자. 이 말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학이라고 하면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에 대해 연구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일텐데, 그런 사회 중에서도 '동네'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라는 뜻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마을, 지역 같은 말도 있겠지만, '동네'라는 말을 쓴 것부터가 굉장히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과의 사는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그래서 친근감까지 느껴졌다. 뭔가 더 끈끈하고 따뜻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그렇지만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조망하고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평가 분석하고 있었다. 가끔 우리 사회를 이렇게 들여다보는 글을 읽다보면 속이 답답하고 또 화가 나고 한다. 왜 이토록 우리 사회는 진화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일까 싶어서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의 입에서 벌써 두 번의 탄핵을 경험했다는 말에서, 어른으로서 씁쓸함이 컸다. 정말 웃을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어떨 때는 그래서 이런 이야기에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인데도 믿고 싶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고 싶은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읽고 말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짜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요즘 열심히 뉴스를 보며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유를 물으니 어떤 일이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이후에 기억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알게 된 이야기를 자꾸 주변에 해준다는 것이다. 혼자 알고 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에서도 관심을 갖고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얘기를 들으며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안다고 다 끝나는 문제일까. 알기만 하면 되는 걸까, 하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이 어떻게 사회에서 힘을 발휘하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인가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 많은 역사적 굴곡 속에서도 끈질기게 광장으로 나가고 함께 구호를 외쳤던 이유, 무엇이 문제이고 또 잘못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외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순간들, 누군가의 억울함과 고통, 안타까운 죽음을 가만히 놔두기만 할 수 없는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 알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제목을 다시 보니, 딱 알맞은 제목이었다.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도 어찌보면 이런 '앎과 삶'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저자가 갖고 있던 고민과 소신이, 자신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할 것인가의 고민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이 고민을 고스란히 제목에 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이 있었기에, 동네 사회학자, 어찌보면 실제 사회와 부딪히며 만들어나가는 진짜 사회학의 실천이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찌보면 안정적이고 안전한 공간에서의 삶이 가능했을텐데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 그 이후로 오히려 더 바쁘게 진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부러 찾아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에 대한 신뢰를 더 갖게 만드는 점이었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지금까지 미처 생각해보니 못했던 지점들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것과 판단하고 있던 지점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잘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의 시선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 수 있도록 조심하면서.

_특별 미션(기억에 남는 문장)
촛불은 미약했다. 하지만 무언가 더 하고 싶게 했다.(72쪽)
차라리 저출생 대책이라는 말이 없어지면 좋겠다. 좋은 정책도 저 프레임에 담기는 순간 그냥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된다. 축적을 위한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려는 시도가 된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무엄한 대접을 받다 보면 인간 쪽도 대책을 세우기 마련이다.(141쪽)
생각해보니 다세대 쪽 이주민이나 노인들은 바로 옆인데도 단독 쪽으로는 다니지 않았다. 우리 집에는 담이 없지만 우리 동네는 담이 높다. 이렇게 '두 세계'가 있다.(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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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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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램프 #바누무슈타크 #김석희 #열림원 #서평

하트 램프. 바누 무슈타크 지음/김석희 옮김. 열림원. 2026.

읽으면서 화가 났다. 그래서인지 속도가 나질 않았다. 한편 한편 읽어나갈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토록 속이 답답해지는 작품을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지인에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 지인의 첫 마디 말은, '소설이 아니라 그냥 인도에 대한 이야기네요.'였다. 한번 더 좌절했다. 그럼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지금의 사회가 썩 평등하다거나 바람직하다거나, 차별이나 폭력이 없는 아름다운 사회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 예상하는 바가 있지 않나. 이 정도까지는 그래, 좀 더 노력하며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는 아주 작은 희망을 품는 수준이 있다. 아니면 그렇지 못한 사회에 대해 대놓고 속 시원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를 갖거나. 그러면 이 정도의 답답함이나 속상함은 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헌데 이 책은 시종일관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 사회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걸 이렇게 알게 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하기에는 뭔가 뒷맛이 씁쓸했다.
사회마다 갖고 있는 문화적 특징과 사고방식, 가치관이 다르다. 특히 역사, 종교 등의 이유도 많은 나라들이 각기 다양한 삶의 방식 안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본다면 어떤 이들은 꽤 많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가 그 사회 안에 속해있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소설 속 사회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특히, 내가 여자여서일 수도 있지만 여자를 대하는 남자, 사회의 인식이 어떤 것인가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과연 이걸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말이다.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로 넘겨도 되느냐는 것이다.

문학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것이 있다. 각 나라마다의 독특한 특색 그 이면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양식 내에서, 어디에서도 통용되는 보편성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이 소설은 그런 보편성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나서 '해방'이란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이들이 살아내고 있는 삶 안에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해방'. 이 단어가 계속 연상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싶다. 그리고 이런 해방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접근해 해결해 나가야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남의 나라의 상황에 대해 문제라고 말해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사실 문제가 맞기 때문에, 그것도 아주 심각하고 소름돋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모두의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됐다.

표지 그림이 납득이 갔다. 괜히 한숨을 크게 쉬어보고, 먼산을 보기도 하며 시간을 끌어보지만, 딱히 이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은 없다. 그냥, 이런 감정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이 소설을 받아들이는 나의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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