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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따위 멸망해도 ㅣ 사계절 1318 문고 155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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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따위 멸망해도. 남유하. 사계절출판사. 2026.
LOVE와 DEATH 중 나의 선택은 LOVE다. 둘 중 고민했고, 이 계절에 지금 딱 읽고 싶은 건 단연 LOVE였다. 망설임이 1도 없었다. 무조건 LOVE! 그런데 LOVE를 읽고나니 솔직히, DEATH가 궁금해지긴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쨌든, 나의 선택에 후회 없이 총 3편의 소설을 읽었다. '빛나지 않아', '세상 따위 멸망해도', '살아남은 아이들'.
[빛나지 않아]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도 저런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진짜 좋아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고 물어보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믿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랑이란, 계속 확인하려드는 것에서부터 일정부분은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게 맞나, 얼마나 좋아하나, 그 마음에 변함이 없는가, 나만을 바라보게 하고 싶은데, 왜 나한테 관심을 안 가져주나, 혹시 마음이 변했나...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의심하고 재고 확인하려드는 마음에서 자신이 없어지고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확인받을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나, 그 방법으로 빛이 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소설을 다 일고나서는 마음을 바꿨다. 좋은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 사람의 마음을 양적으로 계산하여 확인하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런 확인 때문에 더 상처를 받게 되겠구나, 늘 그 사랑의 양과 진위 여부를 놓고 다투게 되겠구나, 때로는 마음을 감추어야할 때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 하나까지도 모두 진짜가 아니라는 오해와 감정적인 다툼 속에서 괴로워하게 되겠구나. 기여이 사람 간의 사랑이란 감정으로는 관계를 온전히 맺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언제나 확인받는다고해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닐 테니까. 그리고 사랑의 마음이 의리나 신뢰 혹은 의무나 책힘으로 변할 수도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반짝이기만 한 사랑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형태로의 사랑도 그 가치와 의미가 있을테니, 빛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면서, 빛나야 한다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확인받아야만 한다는 집착이 동반되는 것이 가장 큰 부작용인 것 같았다. 오히려 나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향하는 마음만을 신경쓰느라 진짜 중요한 것을 잊게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로부터 빛이 만들어지고 또 누군가로부터 빛이 사라지게 되는,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사랑과 마음으로부터 관계를 시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나의 사랑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관심에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는 것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내 마음을 동일시하거나 맞추게 되는 것은 마땅하지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빛나는 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났고 그런 것 또한 나 자신이라면, 우선은 그런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가 먼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부터 단단하게 만들어놓고, 어떤 빛에도 나의 감정을 우선시하여 어떤 마음인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할 듯하다. 그리고 혹여라도 빛나지 않는다해도 나의 마음과 그 사람과의 관계가 소중하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빛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닿는대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할 것 같다. 어쨌든 누군가로부터의 피동적인 관계가 아닌 나로부터의 능동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사랑, 그것이 진짜 사랑을 가꿔나갈 줄 아는 마음이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고 사랑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