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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와 꼬마 기관차 ㅣ 상상 동시집 31
권오삼 지음, 이한재 그림 / 상상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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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된다. 어쩜 이렇게 기발하고 명료하며, 재치있을 수 있을까. 늘 감탄하게 된다. <지퍼와 꼬마 기관차>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아, 그렇지! 그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 와, 이런 생각을 미처 못 해봤네! 하는 생각을 하며 동시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그 중 정말 인상적인 시 몇 편을 적었다. 역시! 시는 눈으로 읽을 때, 소리내서 읽을 때, 글로 쓸 때, 각각 느껴지는 느낌이 또 다르다. 글로 쓰면서 시를 천천히 읽다보면, 눈으로 봤을 때 놓쳤던 또 다른 재미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쓴소리도 보인다. 그러니 필사를 안 할 수가 없다.
'통도 여러 가지'(10쪽)에, '우체통', '필통', '쓰레기통', '저금통', '밥통', '물통'! 거기에, '먹통', '분통', '두통', '복통'까지! "통, 통, 통자로 끝나는 말은~" 하고 노래를 부르며 하나씩 노래에 맞춰 말해봐도 재밌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먹통, 분통이라니! 지금의 심정을 딱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정말, '꽉 막혔'고, 그래서 '속 터진다'는 말이 딱 맞다. 감탄이 절로 난다.
공책은 글자 씨앗을 심는 밭이랍니다/연필로 글자를 심을 때 또박또박 가지런히/(...) 함부로 낙서하면/그건 밭에다 잡초를 심는 거랍니다('공책' 중(37쪽))
얼마 전 아이들에게 강조했던 말이 여기 딱 나왔다. '또박또박'! 제발 시험 답안지에 글씨를 또박또박 써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해독 수준의 글씨를 읽으며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 이를 어떡해 하면 좋을까, 싶었는데 이 시를 만났다. 아무래도 이 시를 '또박또박' 써보자고 아이들에게 내밀어봐야겠다. 잡초 말고 예쁜 글자 씨앗을 심어 보자고 말이다.
꼬마 기관차가/지퍼 철도 위를 달린다/주르르르르르르르르르('기차와 꼬마 기관차' 중(42쪽))
앗! 지퍼 철도였다. 와! 여기서도 감탄했다. 지퍼의 꼭지를 잡고 올릴 때의 모습과 소리를 이렇게 표현했구나 싶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너무나 일상적인 장면일 뿐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색다른 시로 표현하니 또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시를 필사할 때 '르'가 몇 번인지 꼼꼼하게 세어 적었다. '르'의 글자 수를 세고 있는 나도 재밌었다. 1연의 '르'는 9번, 2연의 '르'는 5번, 3연의 '르'는 3번, 다시 4연의 '르'는 9번. 헌데 르의 수에 따라 진짜 그 느낌이 모두 달랐다. 1연과 4연은 글자 수가 같았지만 속도는 또 달랐다. 이렇게 감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구나, 역시! 시인님의 감각은 완전 인정이다!
그리고, 진짜 깜짝 놀란 시 발견!
다 보고 난 뒤/꾹, 마침 버튼을 눌렀다/텔레비전 속/우리가 사는 세상이/퍽, 사라졌다//재밌고 신기한 것도 많았지만/화나고 슬픈 게 더 많았다('텔레비전 속 세상' 중(60쪽))
예전부터 의문이었던 점이 있었다. 왜 한결같이 뉴스에는 나쁜 소식이 훨씬 더 많을까. 좋은 소식이 5%라면 나쁜 소식이 95% 정도 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특히 요즘은 더! 나쁜 소식들 투성이다. 정말, '화나고 슬픈 게' 너무 많은 우리 세상이니, 이런 세상이 문제일까 아니면 이런 이야기만 쏙쏙 놀라 보여주는 텔레비전이 문제일까. 아마 이 시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교실이 시끌시끌해질 것 같다. 앗, 위험해질 수도!
동시의 재발견이다. 간혹 아이들 중 동시라고 소개해주면 자신들은 이제 동시 읽을 나이 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때 조용히 말해준다. 어른인 나는 아직도 동시가 좋아 자주 읽는다고. 이 동시집도 다시 꺼내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