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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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내가 아는 그 생선, 복어?
<나는 복어>라는 제목이 신선했다. 여기서 '나'는 절대 호락호락할 인물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복어라고 했을 땐, 그 안에 '독'을 품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 독이 누구가를 향한다면 어쩌면 나쁜 쪽으로 튕겨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면 그걸 통해 자신을 보호하든지. 어느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든, 이 아이가 세상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것 같았다. 괜히 시작 전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 한편으로는, 표지 그림 속 아이의 표정이 너무 단단해 보였다. 누구라도, 뭐라도 와 보라는 듯, 어떤 것에도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보이는 다부진 표정. 괜히 그림 속 아이에게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별명은 청산가리. 조폭은 아니다. 자현기계공고 하이텍기계과 2학년. 키는 164cm에 몸무게는 55kg. 김두현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간혹 뒤에서 나를 청산가리라고 부르는 놈들이 있다. 지금처럼.(5쪽)

<나는 복어> 제목에 이어, '내 별명은 청산가리.'라고 시작하는 소설이었다. 와! 복어에 청산가리! 뭔가 섬뜩한가 싶었지만, 이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두현이가 7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갔고, 그 옆을 함께 해준 친구 준수가 있어서, '금강복집'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셔서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현이에게 재경이가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이들 눈에는 자신과 결이 닮은 아이들이 참 잘 보이는 법이니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 특히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은 어른이 책임져주지 못하는 문제들을 스스로 책임져 짊어지고 있구나. 그 많은 문제들을 잔뜩 안고 살아가느라 벅차지만, 또한 현명하게 혹은 저돌적으로 문제에 접근해 해결하려고 하고 있구나. 두현이도 준수도 재경이도, 그리고 강태도. 분명 어른들은 이 시기를 모두 지나왔는데도, 왜 어른이 되면 그 시기의 문제와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모두 퉁치고 넘기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기도 했다. 어른의 세계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니까.
어른들은 어른들의 판단과 결정으로 아이들을 종속시키려고 든다. 아이들의 마음까지도 제멋대로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어른의 입장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할 뿐 아이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지조차 듣지 않고 보지 않으려 한다. 그저 회피하거나 어른의 힘과 권력으로 막기만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거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골이 깊어지고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의 지점이 더욱 확연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힘 있는 어른 쪽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또 하나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부모의 자살, 빚과 생계에 대한 부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사고. 이 소설 속 아이들이 감당해야했던 문제는 사실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 어른들의 세계가 만들어낸 문제였고 그 문제의 해결 또한 어른이 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다만, 어른은 그런 노력을 안 했고 해야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힘들 수밖에. 힘들게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수밖에.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커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건, 이 과정에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나아갈 마음과 각오를 다졌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늘 그렇듯,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어른들은, 그리고 이 사회와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늘 화가 나는 지점이지만.

덧-
재경의 말 중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장귀녀 사장한테만 말고, 이 세상에 대고 크게 말했으면 좋겠는 말들이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용광로에 사람을 떨어뜨리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사람이 끼여 죽게 만드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콜센터 직원을 자살에 내몰리도록 내버려두고, 현장 실습생이 배에 붙은 따개비를 따다가 바다에 빠져 죽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할 자유를 허락해 주니 얼마나 고맙냐고 떠드는 거야. 뻔뻔하고 파렴치하게."
"이 개 같은 세상이!"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개 같은 세상이 당신 편이어서 당신은 자기 말이 옳다고 믿는 거야!"
"나는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사과해요. 우리 오빠한테."(107-108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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