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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오해와 와전,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생애
박강수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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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박강수. 북트리거. 2026.
_오해와 와전,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생애
인용은, 하고자 하는 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고, 어느 책에서 이렇게 서술되어 있으니, 믿어도 된다고 강조하려고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체로 그 말을 믿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그렇게 인용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그 영역에 있어서, 그 분야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고, 학식이나 지식, 교양이 많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책의 문장을 인용했다면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해, 그 사람은 다시 보게 되기도 한다. 흔히 말해, 있어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인용을 곧잘 활용하는 것이다.
가끔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모르는 데 아는 척하는 거, 나 참 잘해.' 이 말이 얼마나 무섭고 어리석은 말인지,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이젠 이 말을 쓰지 말아야지, 다짐도 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과정에서 다분히 오해, 완전,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데 어디선가 누가 그랬다더라, 하고 말을 옮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무한도전의 영향력, 유명인의 말에 무조건 신뢰, 특히 역사적 인식 앞에서 분노하지만 정작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려하거나 공부하지 않는 태도 등.
비록 본의는 아니었겠으나, <무한도전>의 자막과 이를 퍼 나른 기사들은 복합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잘라 내고 단재를 민족주의의 울타리 안에 가둬 버렸다는 데서 폐해가 적잖아 보인다.(35쪽)
미디어의 영향이 이렇게나 크고 무서운 것을 깨닫는다. 예전에 흔히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런 건 이렇게 해야 된다. 티비에 나왔어.' 미디어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이미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만큼 미디어는 책임을 가져야 하고 또한 소비자 역시도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비단 미디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시점에서,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의 객관적인 사실 확인 및 주체적인 관점과 판단은 무척 중요해질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것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습니다."(...)
뫼르소가 생면부지의 아랍인을 쏘아 죽인 알제의 햇살만큼이나 뜨거운 경구지만, 카뮈(1913~1960)가 그 같은 말을 남겼다는 기록은 없다.(186-187쪽)
정치인들의 말 속에 인용이 곧잘 나온다. 마찬가지로 유명인의 지위에 기대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꽤 효과가 있기도 한 것 같고. 하지만 아무 말이나 가져다 쓰다고 될 것이 아닐텐데, 대다수의 대중이나 국민은 이 말이 진짜가 맞는지를 검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정치의 세계에서 드는 국민으로서의 생각, 저들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구나. 헌데, 진짜 바보처럼 그들의 말을 검증 없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이, 나 스스로 불쾌해졌다. 이제 어떤 말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두고 들어야하겠다는 마음을 또 한번 먹게 된다.
AI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인공지능 윤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AI의 말을 다 믿으면 안 된다, 거짓말을 자주 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해 사람을 현혹시킨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태도와 관점이다. 어떤 말이 진짜이고 아닌지에 대해 확인하고 취사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인용이 있어서도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반성하게 됐다. 평소 인용을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기억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또 인용이 자신이 없기도 해서이다. 가끔 문학 작품 속 구절이나 내용 정도나 인용하게 될까. 그런데, 이때에도 섣불리 대충 알고 있는 것으로 말하지 말아야겠다. 누군가는 나의 말이 진짜로 받아들여, 다시 옮겨 이야기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갑자기 그 와전의 시작이 내가 될까봐 겁이 났다. 말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덧-
이 책은 참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 활용되고 있는 문장을 소개하고 있으면서,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각 인물이나 작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단순히 잘못이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가 어떤 부분을 정확히 알고 확인해야 하는지를 깊게 파헤쳐 콕 집어 말해주고 있었다. 자칫 잘못만을 지적하게 될 수 있지만, 잘못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대안까지 함께 제공해주고 있어, 책을 읽으며 부적절한 인용이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가도 더 꼼꼼하게 내용을 숙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