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뱀파이어 문학동네 청소년 80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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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뱀파이어 #최상희 #문학동네 #서평단 #책추천

내성적인 뱀파이어. 최상희 소설. 문학동네. 2026.

소설들이 모두 흥미롭다. 앗, 하는 순간 이미 벌써 또 다른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세상으로 넘어가 있다. 그것도 무척 자연스럽게. 어, 뭐지, 하는 틈도 주지 않고 그런 세상 안으로 독자를 자연스럽게 끌고 들어가는 매력이 있다. 어떤 거부감도 의아함도 없다. 그저 당연한 듯 그런 세상의 이야기가 곧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이것이 최성희표 소설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소설에 동물이 나온다. 고양이, 개, 앵무새까지도. 심지어는 소설 속 인물이 좋아하는 공룡도 가면으로 등장하고. 동물과 함께 이야기가 전개되고 또 그 전개 속에서 동물의 도움을 듬뿍 받는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동물들과 인간은 뗄 수 없는 관계의 존재들이겠지 싶기도 하다. 그냥 혼자 생각으로, 이 소설집은 모두 동물로 이어져있는 소설들을 집합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소설에서는 어떤 동물이 도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직접 나오지 않으면 휴대폰 속 동물의 사진을 통해서라도 기필고 동물은 나오는, 연결고리가 재밌었다.

헌데 이런 소설의 설정과 공간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려는 의도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SF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기에 이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그리고 또 어떤 면에서는 이런 소설을 이제는 SF라고 부를 수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 벌써 많은 부분이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이를테면, 표제작인 <내성적인 뱀파이어>만 보더라도 결국 이웃들과 학교에서 뱀파이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 현재 사회에서의 혐오와 차별의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곧 같은 공간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된다고 믿는 시선 자체가 이미도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같은 우리 사회의 차가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선뜻은 아니어도 서서히는 스며들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마음을 크게 넓게 가져야하지 않을까. 어둠 속에 또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이런 식이었다. <주문 많은 고양이와 그림자 개>에서는 우리 아이들 마음에 상처와 고통 아픔을, <여름의 고양이>에서는 어른의 성추행 문제를, <스페어의 스페어>에서는 이별과 상실로 인한 슬픔을. 가벼이 새로운 세상과 관점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지금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소설 속 아이들에게는 혼자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아프고 힘들고 어디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보일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 없이 외롭게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했던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을 함께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 결국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처방전도 약도, 그리고 어른의 조언도 다 필요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곁을 함께 해줄 수 있는 존재인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와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연두와 나는 노란 줄을 따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29쪽)
두 사람은 나란히 초록 숲속을 걸었다.(63쪽)
동영상이 끝나자 구독 버튼을 눌렀다. '내성적인 뱀파이어' 채널의 첫 번째 구독자였다.(95쪽)
문여름과 정연두는 잠자코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닌 마음으로 둘이서 하고 있으니 왠지 모르지만 굉장히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 한구석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 들었다.(110-111쪽)
기묘주와 나는 마주 보고 웃었다.(175쪽)

아이들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벌써, 지금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다만 시행착오와 시련의 시기를 겪어야만 그 다음 극복의 결과를 맞을 수 있으므로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일 뿐인 것이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제 힘으로 이 시기를 잘 지날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지켜봐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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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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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미스터타이거 #나혜림 #창비 #선생님북클럽 #서평

안녕, 미스터 타이거. 나혜림 장편소설. 창비. 2026.

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편협한 사랑에 대한 상상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소설에는 사뭇 결이 다른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런 사랑 이야기, 좋다.

"단것을 나누면 친구가 되는 법이니까요. 여행객은 친구를 소중히 여긴답니다."(13쪽)

꼭 연인이 되어야만 사랑은 아니니까. 친구가 되어,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랑은 충분히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향의 마음이 바로 그랬던 거다. 추파는 있었으나 기꺼이 친구 영월에게 붙잡혀 주었고, 다시 문 밖으로 나가 자신의 재주를 펼칠 수 있는 당당함을 보였다.

난생처음으로 계손향은 저를 가두는 시절에 갑갑함을 느꼈다. 다가올 시절을 자유로이 욕심내 보고 싶어졌다.(125쪽)

이 소설을 다 읽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사실 어떤 사랑보다도 더 값진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월도 영월도, 혹은 가족도 목단도 모두 다 아니었다. 손향은 자기 스스로를 제일 사랑할 줄 알았고, 그 사랑을 실제 삶에서 충실히 살아내는 것으로서 실현시킬 줄 아는 인물이었다. 어느 순간에도 자신을 놓지 않으려 애썼고, 자신을 이끌고 나갈 수 있었던 힘을 주었던 주변의 도움을 기꺼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바탕으로 삼을 줄도 알았다. 그랬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후회되는 일이 분명 있을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그러지 말 것을, 다른 선택을 할 것을 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일이 있다. 하지만 이소설에서 그녀는 한번도 그런 후회가 없다. 이를테면 노월을 따라갈 것을, 같은. 하지만 그녀의 삶을 다시 머릿속으로 헤아려보면, 어쩌면 후회하며 뒤를 돌아보는 것이 의미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가 그랬고, 그녀에게 주어졌던 운명이 그랬으므로, 그 시대와 운명 안에서 오히려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 순간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또 다른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스스로 계절은 바뀌고 풍경은 변한다. 그녀는 그 세월을, 계절을, 풍경을 기꺼이 걸어 보기로 한다. 가는 길 내내 순풍이 불리는 않겠지만, 비에 젖고 눈을 맞고 어둠에 길을 잃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이미 가 보지 못한 곳을 그리워한다.(273-4쪽)

란, 계손향, 소냐. 친구를 소중히 여기며 단것을 나눌 줄 아는 그녀가 이 소설 끝 또 다른 어느 여정을 이어나갈 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여정이 끝없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내가 그녀가 되어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호기심과 욕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기나 하는 것처럼, 그녀의 그 길을 함께 따라가며 계속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덧-
이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우리의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 곳곳에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제법 재미지다. 또 당시 우리 조선의 풍속을 꼼꼼하게 전해주고 있다. 마치 이 소설 하나로도 충분히 당시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문학을 읽는 묘미가 이런 게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 그 이상으로 소설의 배경이 우리에게 주는 재미가 가득하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참 마음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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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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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성해나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인비인. 성해나 기담집. 한겨레출판. 2026.

오싹하다. 무서운 존재의 등장이나 갑작스런 비현실적 일들이 벌어져서가 아니라, 너무나 현실적이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과 사회를 신랄하게 묘사하고 있어, 섬뜩하다. 이 소설들을 읽고 있다보면 점점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정말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만 가득해진다. 그러면서도 소설 읽기를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일어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그럼에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과 기대가 작품 안에 담겨있기는 때문이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참혹하지만, 참혹함 안에서도 기꺼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가치는 분명 있는 것이니까.

'어제', '오늘', '내일'.
하지만 어제가 어제로 끝나지 않고 내일이 다시 어제로 연결되며, 오늘이지만 다시 어제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내일이라고해도 오늘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연속이었다. 결국, 사람의 이야기와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으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결코 단절되지 않고 내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 소설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어제'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과거 우리의 역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만 강하게 했다. 역사를,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이어지던 우리 민족의 문제와, 그 안에서 자신의 조상과 그 조상으로부터 물려받고자 하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각 작품들의 인물들을 꼬집으며, 역사의식을 버리고 살아가는 요즘 세태도 함께 비꼬기도 했다.
'오늘'을 읽으며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이 시작됐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의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지, 이들이 ㅏ라고 싶은(혹은 죽어 살고 싶은?) 삶이란 무엇인지. 이렇게까지 자신을 다시 찾으려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가 이상을 동경하고 그런 동경의 세계에 빠진다는 것은, 현실이 너무도 참혹하고 괴로울 때 하게 되는 방식일 수밖에 없으니, 이 소설들에서의 삶이란 모두 한결같이 씁쓸한 뒷맛을 만들어내는 현실 인식들 투성이구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 '내일'을 읽으며 그런 현실에서의 이상 추구마저도 결코 현실을 이길 수 없는, 더 나은 삶이 될 수 없는 또 다른 참혹함의 현실이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끔찍함을 넘어서 공포였고, 그런 공포의 끝을 향해 우리가 이토록 열심히 애쓰고 있다는 것이 무서움을 자아냈다. 분명 지금 우리는 미래를 향해,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현재를 끊임없이 바꾸려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꾸려 노력하는 결말이 과연 우리가 꿈꾸고 기대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남게 된다.

과연 우린, 어떤 삶을 살았고, 살고 있으며, 살고자 하는 것일까.

각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함께 읽으며 각 작품에서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를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작품마다의 서사가 단순히 한 편의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의 이야기로 다시 이어지고 생각과 고민을 향한 질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독자는 작가가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했다. 과연 우린, 인간으로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작가와 대화를 나누듯 천천히 그 답을 향해 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물론, 기담집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잔뜩 모여있어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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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여자
선요 지음 / dodo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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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여자 #선요 #dodo #dodo그림책 #그림책서평

나무 여자. 선요 글그림. dodo. 2026.

식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좋아하면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봄이면 어김없이 식물을 집으로 데려와야했고, 그 식물들을 가꾸며 나의 만족을 키워나갔었다. 화분이 점점 늘어나고, 더 큰 화분과 더 많은 화분을 가지려는 욕심이 끝도 없었다. 거실을 식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식집사들이 부럽기만 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의 식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꿈꾸며 마음을 키워나갔다. 그런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욕심을 내려놓았다. 어느 순간부터 화분을 더 이상이 늘리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 있는 식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지금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화분 안에서 제 생장의 크기를 제한받으며 인간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강제로 옮겨져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어느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화분이라는 작은 크기를 지정하고, 그 크기 이상으로 크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원래의 자라야 할 공간이 아닌 집안 실내 어딘가에서 식물에게 맞는 환경이 아닌 다른 환경에 적응해 제 속도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식물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기로 했다. 내 것의 소유하는 방식으로의 사랑이 아니라, 식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방식으로의 사랑으로. 단단하게 땅에 뿌리 내리고 있는 사랑하는 식물들을 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 사랑을 위해 내가 움직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식물만이 아닐 것이다. 어느 존재든, 그 존재가 갖고 있는 모습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소유하려 들고 나의 삶 안으로 억지로 끌어오게 되는 순간, 순수했던 사랑의 마음은 훼손되고 결국 그 마음을 지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 여자는 길 위의 꽃들과 나무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숨 쉬는 작은 생명들이 아름다웠지요.

사랑할 때의 마음이다. 사랑을 할 때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아름답고 향기롭고 따뜻하고, 충만한 행복감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게 되고, 그러기 위해 그 사랑의 대상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자칫 잘못된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될 수가 있다. 내가 바라보는 사랑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 서로의 방향이 아닌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만 사랑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무 여자가 하고 있던 사랑이 사실은, '나'를 중심으로 만들었던 감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숨이 막혀 왔습니다.
친구도 만날 수 없었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지요.
아무리 소리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나의 행복과 감정에만 빠져있다보면 사랑하는 존재의 마음을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할 때 가장 주의해야할 마음인 것이다. 그 마음을 나무 여자는 비로소 숲속 식물병원을 다녀온 후 알게 된 것이다.

다정한 공기가 나무 여자를
안아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무 여자' 입장에서의 사랑이 아니라 '화분'의 입장에서 나무 여자에게 주려던 사랑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지 않았을까. 사실 화분은 내내 나무 여자에게 이런 사랑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나무 여자가 주었던 사랑의 마음에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화분 자신이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있어야했기에 쉽지 않았던 것일 뿐.

어떤 사랑이어야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하는 사랑이란 마음이 주는 것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어떤 관계를 통해 어떤 마음을 주고 또 받을 수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랑하는 대상을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사랑이라는 마음이 결국 내 감정이 가는대로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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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동물들 -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
최태규 지음, 이지양 사진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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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동물들 #최태규 #이지양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

도시의 동물들. 최태규 지음/이지양 사진. 사계절출판사. 2025.
_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

부제에 눈길이 간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책을 덮은 순간,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인간은 언제나 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지만,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인식을 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지했던 것도 사실이고 또 여전히 알려고 하지 않으려 회피하는 것으로 무지를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식으로 포장을 해도 결국은, 인간중심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한없이 부끄럽고 속상한 지점이다.
가끔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가 있다. 종종 보여주는 그림책에 고양이국을 먹는 가족 그림이 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대번에, 인상을 쓰고 혐오스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욕을 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 반응이 당연하고 옳으며, 또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통해 바람직한 사고와 가치를 갖고 있음을 티내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그림에 담긴 의도를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아이들은 궁색한 답을 찾느라 생각이 복잡해진다. '소고기국은 먹으면서 고양이국을 먹으면 왜 안 되나요?'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인데, '반려동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 개, 고양이, 새 따위가 있다.'를 뜻한다. 짝은 아닌 것 같다. 이미 뜻에서도 '기르는 동물'로 되어 있으니, 기르는 대상이 맞는 듯하다. 물론 자식도 낳아서 기른다고 표현하니까. ('기르다'에 '동식물을 보살펴 자라게 하다'의 뜻과 '아이를 보살펴 키우다'의 뜻이 모두 있다.) 사전에서 이미 '개, 고양이, 새'라는 범위도 제공해주고 있다. 사전이 모두 정답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니 어느 정도 이해하고, 또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란 언중의 사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니, 사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곧 지금 우리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고양이국에 아이들이 반응할 수밖에 없던 것도 이해가 가긴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동물을 차별해야할까. 이 책을 읽으며 차별이란 단어를 안 떠올릴 수가 없었다. 동물을 유해와 무해로 나누는 것도 불편했고, 식용과 반려의 구분도 동의할 수 없었다. 채식을 하는 입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에 '생선도 안 먹어요?'가 있다.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동물의 범위 안에 물고기는 또 포함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차별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왜 채식을 하는지. 동물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 선택에 사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그 제각각의 반응이 곧 동물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단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았다. 결국, 알기 위해 공부해야한다.

한국에서 소위 '동물보호'를 위해 펼치는 전략은 '먹지 말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개도 돼지도 닭도 먹지 않으면 동물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전략이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먹지 않는다고 해서 이미 태어나 살아 숨 쉬고 있는 그들의 존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고, 이런 전략은 낡고 허술하면서도 꽉 짜인 축산 체계 안에서, 그리고 고기를 많이 먹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권력자들의 담합 아래서 얌전하게 소비자로서 선택만 할 뿐이라는 점이다.(...) 내가 동물을 죽였느냐 안 죽였느냐, 혹은 소비했느냐 안 했느냐가 어느 농장에 살고 있는 동물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소비자 정체성에 기대는 불매 운동의 인식론적 한계다.(308-310쪽)

그렇다고 소비하지 않는 노력을 안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소극적이고 게으른 방식이라고 해도, 지금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밖에 모르겠으니, 우선은 알고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뒷맛이 씁쓸하다.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대하는 인간 사회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의 생각의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공부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구나 싶다. 무지한 인간이어서 미안하다고, 동물들에게 사과해야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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