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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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창작동화/해랑 그림. 사계절출판사. 2022.

죽음은 어떤 경우에도 누구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족이나 친지, 혹은 아주 가까운 친구의 죽음이라면 더욱 그 과정을 건너기가 쉽지 않다. 고통스럽고 아프며 불쑥불쑥 슬픔 그 이상의 감정이 밀려오게 된다. 감정만을 따라가다보면 오히려 상황보단 자신의 마음을 감당하기조차 버거워 쉽게 무너지게 된다. 어쩌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아무 의미 없이 그 시기를 지나치게 된다. 후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처음 겪는 죽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가르쳐준 적도 없다. 다른 사람의 경우를 보고 따라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도, 그저 오롯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는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어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어른들은 그저 저만치 물러나있으라고, 이 상황에서 거리를 두라고만 한다. 그리고 쉽게 말한다. 잊으라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어른들의 말만 따르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되고 사라질 거라고 한다. 그러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마음은 머리로 계산해서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용없는 후회지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6학년이나 되었으니 우리 의견을 말해 볼 수도 있었는데. 우리도 소영이한테 인사하겠다고, 선생님들이 정한 대로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고 반장인 내가 말했더라면......(116쪽)

그런 면에서 이 친구들이 참 기특하단 생각이 든다. 마냥 친구의 죽음을 단순히 슬픔으로 혹은 낯선 경험으로만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었는데, 이 친구들은 소영이를 잘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구상한다. 떠올리면 슬프니까 잊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생각해내고 들추면서 친구를 떠올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소영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남은 친구들을 위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이제껏 우리는 뭘 한 거지?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느낌이었다. 시작은 소영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자는 것, 그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다 핑계이고 실은 우리를 위해서였던 게 아닐까? 우리를 이어 주던 소영이가 이제 곁에 없다는 불안함, 친구가 떠났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미안함. 그걸 마음속에서 빨리 덜어내려고만 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모두가 마음에 드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건가? 누군가와 영영 헤어지는 좋은 방법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117쪽)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른인 나도 누군가와 헤어지는 좋은 방법은 잘 모른다. 막상 닥치면 마치 처음 겪는 것처럼 허둥대며 어쩌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게 된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속으로 꾹꾹 눌러담기만 하는 것뿐. 이건 아마도 죽음은 극단적인 이별의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해결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해보는 수밖에. 마치 기소영의 친구들처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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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성행차 가장 아름다운 한국의 그림들 1
한영우 지음 / 효형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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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성행차. 한영우. 효형출판. 2007(2025)

수원에 살면서 화성행차 재현 행사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도 몇 번 행차를 보기 위해 화성행궁 근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도 하고, 집 근처 만석거 공원 주변에서 행차를 또 행사 교대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몇 년 전에도 행사 때 비가 많이 왔었는데, 올해도 행사 전날부터 비가 왔다. 다행히 많이 오지 않아 사람들의 고생이 덜하겠다는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기도 했다. 재현 행사마저도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또 준비가 만만치 않을 것인데, 실제 정조의 화성행차는 얼마나 더 어마어마했을까. 그림으로만도 끝도 없이 나열되어 나오는데 실제로 동원된 인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니, 그저 입이 딱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우리는 지나가는 말로, 비가 와서 혹은 날이 나빠서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녀와야하는 임금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신경쓰였을까. 혼자 가볍게 나서는 외출과는 차원이 다른, 1년을 준비해서 다녀와야했던 8일의 원행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구나 싶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허투루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쓰지 않으려하고 또 고생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시 군주다운 모습이었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요새 들어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리더로서의 역량이 있는 것인가를 자주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정조는 충분히 신하와 백성들의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모두 가진 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은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그 성장 속에는 어떤 깊이 있는 사색과 고민이 담겨 있었을까, 하는 애틋한 마음도 동시에 든다. 혜경궁이 목놓아 우는 장면에서 왕이지만 자식의 입장으로 마음이 허둥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모습. 늘 한발 먼저 당도해 어머니를 맞이하고 모든 식사와 거처를 점검하는 자신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정조가 처해있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환경, 그 역사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마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평범할 수 없었고 또 쉽지 않았던 가족사 안에서 자신이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었던 임금으로서의 자리가, 정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세운 기준과 가치관을 철저히 지켜나가기 위한 강인한 정신을 잃지 않으려했던 모습도 동시에 확인이 됐다.

수원 화성은 걸어서도 종종 찾게 되는 곳이다. 그곳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문화, 역사적 가치와 의의도 방문할 때마다 자주 생각하게 된다. 어떨 때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과 너무 가까이 있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도 있다. 너무 당연한 듯 우리 옆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조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행차 중간중간에도 늘 백성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 해결해주려했던, 어쨌든 임금이 지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백성들의 우는 소리를 들어주고 달래줄 선물을 주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마음. 백성들에 대한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느낌. 그 느낌이 제일 큰 것 같다.
분명 조만간 화성행궁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수원 화성의 성벽을 보고 또 성벽을 따라 걷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다음 방문 때는 그 마음이 조금은 남다를 것 같다. 괜히 이곳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란 생각에 으쓱, 뿌듯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의 제작의 이유처럼, 이 책이 외국인 방문자에게-꼭 외국인만이 아니라 타지에서 온 광광객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거대한 기록을 어느 누가 할 수 있었을까 말이다. 바로, 정조였으니 이 모든 기록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닐까. 또 다시 감탄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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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공원에서 만나 도넛문고 13
오미경 지음 / 다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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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공원에서만나 #오미경 #소설 #다른출판사 #서평단 #서평 #책추천

망한 공원에서 만나. 오미경 소설. 다른출판사. 2025.

망 공원.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다른 것들을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딱 맞는 것 같다. 수하에게 있어서 지금은 딱, '망'으로 읽기 쉬운 상황이니까. 그런 상황을 다시 '희망'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준 존재가, 공원에서 만난 존재들이다. 처음엔 <망한 공원에서 만나>가 무슨 뜻일까 무척 궁금했다. 공원이 망할 수가 있나, 망한 공원에서 무슨 험악하고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가, 자칫 공원이란 곳이 생각보다 음침할 수도 있어서, 인적이 드물어지는 공원에서의 일이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때의 생각이 그랬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뻤다. 이런 예쁜 표지의 이야기가 험악한 이야기로 채워져있으면 안 되지 싶었다. 그리고 나서 읽은 책의 내용은, 그런 모든 불안과 걱정을 사라지게 만들기 충분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던 부분이, 수하가 이온과 민들레를 만나고 교실에서 웃게 되는 장면이다.

민들레는 다리를 들어 튼실한 허벅지를 보인 뒤, 뒤돌아 단단한 엉덩이를 손으로 두드렸다. 수하는 엄지 척을 하며 처음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103쪽)

지금 수하에겐 이렇게 웃을 일이 없다. 집, 부모님, 이사와 전학, 그리고 삼각형의 방까지. 그래서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뛰쳐나와 공원을 향했던 것이고, 그런 이유에서 더욱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 덕분에 수하가 웃었다. 이미 이 웃음으로 수하가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어둠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시작이 되어 수하의 마음의 빗장도 조금씩 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걸 보면, 사람의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고, 또 사람과 고양이의 연결이 다시 사람을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어짐의 마음이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다. 슬픔이나 아픔을 한 가지 이상씩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고 전해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희망 공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는 것이 딱 맞는 소설인 것이다.

이런 '망한 공원'이라면 나도 그 공원으로 매일 산책을 나가고 싶다. 공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불편하고 어려운 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고, 그들과의 연결을 통해 다시금 따뜻함을 전달받고 싶다.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운을 받아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 그런 산책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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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박주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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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비르지니 그리말디 소설. 저녁달. 2025.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 딱 한 명만 있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이어도, 그 기억 안에 단 한 순간만이라도 따뜻한 순간이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숨 쉴 구멍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엠마와 아가트 자매에게 있어서 할머니는 그런 존재였고, 엠마에게 있어 아가트는 그런 언니였다. 그리고 아가트로 인해 엠마는 버틸 수 있었다.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쉬운 방법이 그런 존재를 찾는 것, 그 존재의 품으로 들어가는 것, 그 따스한 온기를 느끼는 것이었고, 이들은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기댈 곳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서로가 의지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다 읽고난 뒤 두 자매가 티격태격 했던 모든 순간들이 다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들은 이미 마음 가득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듬뿍 안고 있었고, 그 사랑의 방향이 서로에게 향해있었던 것이다. 여차하면 언제든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어린시절을 지나오면서 버기기 위한 생존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가 안고 있던 마음의 아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서로에게까지 그 고통이 넘어가게 놔두지 않기 위해. 그러니까,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의 마음이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엠마가 아가트에게 제안한 이유를 알게 된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가 찡해졌다. 그리고 왜 소설의 제목이 <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인지 그제서야 알았다. 이들이 '이곳', 즉 할머니와의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있었을 것이고, 이곳은 바로 그 안정감 안에서 이들은 어느 무엇으로부터도 공격받지 않을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오면서 순탄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삶으로부터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고 마음 편안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삶의 힘겨운 순간들마다 이곳을 떠올리며 버텼고, 이곳으로 향하는 마음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이 이 공간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던 매우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가장 평온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의 마음이 넘쳐날 수 있는 곳, 누군가의 보살핌으로 따뜻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할머니의 집이었던 것.
공간이 갖는 의미가 그래서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집'이라는 공간은 늘 사람을 품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집은 그냥 단순히 공간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고 그 집의 사람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집은 곧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도 존재했던 추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간은 사람을 오래도록 품고 그 추억이 머무르게 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엠마가 아가트에게 할머니 집에서의 시간을 제안했던 것도, 그래서 함께 그 시간을 보내며 확인할 수 있었던 마음도 모두 다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들마저도 엠마가 아가트에게 남겨두고 싶었던 추억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런 언니 엠마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져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서 있다.
더 나아가, 나는 살아 있다.
언니 말이 맞았다. 잭의 죽음이 영화의 끝은 아니다.
아직도 연기해야 할 장면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342쪽)

아가트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추억이 많다. 그 추억들을 만들어준 이들 덕분으로 아가트는 또 그 다음을 잘 살아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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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너머로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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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오층너머로 #은이결 #돌베개 #서평단 #서평 #책추천

2.5층 너머로. 은이결 장편소설. 돌베개. 2025.

2.5층.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일까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된다. 2.5층의 계단에 앉아있을 아진이의 모습과 마음도 상상해본다. 아진이가 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만큼의 크기로 아진이를 감싸고 있을까. 아진이가 이곳에서 보고 느끼게 되는 모든 것들에서, 아진이는 또 어떤 크기의 공간을 상상하고 있을까. 그리고 아진이가 이 공간에서 만나고 싶은, 그리고 말하고 싶은 이는 과연 누구일까.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감정일지, 그것도 가까웠던 가족과 친구일 경우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짐작이 쉽지 않다. 아진이에게는 세나의 일이 처음이 아니었고, 처음이 아니었기에 더욱 아진이의 마음을 심하게 흘들어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욱 세나의 일에 집착하고 더 강한 감정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심지어는 관심 밖의 별 거 아닌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중대해서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듯한 강한 충격의 일이 되고, 그 후유증이 무척 커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정도일 수도 있다. 아진을 보는 외부의 시선은 전자의 경우일지 모르나, 세나를 보던 아진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아진이가 세나와 그렇게 헤어지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진의 마음에 세나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 지, 아진 스스로도 세나와의 시간 속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아진이 엄마를 떠나보낼 때와 마찬가지이다. 아진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게 될지, 아마 어른이나 떠나는 이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세나 역시도 아진과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건 모두 살아 남은 자만이 갖게 되는 책임의 무게일 수 있다. 엄마의 마지막, 세나와의 마지막을 아진이 자연스레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감정과 일들을 감당해냈어야했고, 그런 시간들의 과정을 통과해나가야만 그 다음의 어른의 세계로 진입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물론,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정답이거나, 혹은 어른의 세계가 목표 도달 지점은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개와 산책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2.5층에서 너를 만나는 나, 정원과 동물을 공들여 돌보는 옆집 아저씨, 이웃집 옥상으로 건너와 현실의 시름을 덜어 내는 해미 언니,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혼자여서 마음을 놓고 있다가 어쩌다 시선이 겹치면 모른 척해주면 된다. 우리가 각자 보낸 시간을 지나 아침이 오고 있었다.(172쪽)

어쩌면 이 2.5층은 2층과 3층 사이에 끼여서 오히려 2층도 3층도 내다보고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 공간이 현실과는 한 걸음 벗어나 있고, 또 그런 공간적 분위기 속에서 실제 감당하기 힘든 모든 것들을 스스로 치유하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혼자 안으로만 파고 들어가 자신을 자신이 괴롭혀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이들의 삶에 관여하고 또 그 안에서 살기 위한 방도를 찾게 되는 모습은 곧, 지금까지의 아픔과 고통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단단한 힘을 얻어 다시금 그 다음을 향해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모습과 닮아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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