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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너머로 ㅣ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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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너머로. 은이결 장편소설. 돌베개. 2025.
2.5층.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일까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된다. 2.5층의 계단에 앉아있을 아진이의 모습과 마음도 상상해본다. 아진이가 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만큼의 크기로 아진이를 감싸고 있을까. 아진이가 이곳에서 보고 느끼게 되는 모든 것들에서, 아진이는 또 어떤 크기의 공간을 상상하고 있을까. 그리고 아진이가 이 공간에서 만나고 싶은, 그리고 말하고 싶은 이는 과연 누구일까.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감정일지, 그것도 가까웠던 가족과 친구일 경우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짐작이 쉽지 않다. 아진이에게는 세나의 일이 처음이 아니었고, 처음이 아니었기에 더욱 아진이의 마음을 심하게 흘들어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욱 세나의 일에 집착하고 더 강한 감정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심지어는 관심 밖의 별 거 아닌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중대해서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듯한 강한 충격의 일이 되고, 그 후유증이 무척 커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정도일 수도 있다. 아진을 보는 외부의 시선은 전자의 경우일지 모르나, 세나를 보던 아진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아진이가 세나와 그렇게 헤어지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진의 마음에 세나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 지, 아진 스스로도 세나와의 시간 속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아진이 엄마를 떠나보낼 때와 마찬가지이다. 아진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게 될지, 아마 어른이나 떠나는 이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세나 역시도 아진과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건 모두 살아 남은 자만이 갖게 되는 책임의 무게일 수 있다. 엄마의 마지막, 세나와의 마지막을 아진이 자연스레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감정과 일들을 감당해냈어야했고, 그런 시간들의 과정을 통과해나가야만 그 다음의 어른의 세계로 진입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물론,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정답이거나, 혹은 어른의 세계가 목표 도달 지점은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개와 산책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2.5층에서 너를 만나는 나, 정원과 동물을 공들여 돌보는 옆집 아저씨, 이웃집 옥상으로 건너와 현실의 시름을 덜어 내는 해미 언니,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혼자여서 마음을 놓고 있다가 어쩌다 시선이 겹치면 모른 척해주면 된다. 우리가 각자 보낸 시간을 지나 아침이 오고 있었다.(172쪽)
어쩌면 이 2.5층은 2층과 3층 사이에 끼여서 오히려 2층도 3층도 내다보고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 공간이 현실과는 한 걸음 벗어나 있고, 또 그런 공간적 분위기 속에서 실제 감당하기 힘든 모든 것들을 스스로 치유하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혼자 안으로만 파고 들어가 자신을 자신이 괴롭혀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이들의 삶에 관여하고 또 그 안에서 살기 위한 방도를 찾게 되는 모습은 곧, 지금까지의 아픔과 고통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단단한 힘을 얻어 다시금 그 다음을 향해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모습과 닮아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