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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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호랑이 #네주시노 #열린책들 #출력물서평단 #서평

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26.

뭐라고 말해야할까. 일차적인 감정으로 모든 설명을 한다면 한도끝도 없이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말들을 모으고 모아 쏟아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한도끝도없이 이 불쾌하고도 기분 나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토해내듯 말해도 개운해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말들까지 모두 총동원하여 소리를 질러서 개운해지지 않을 불편하면서도 언짢아지는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할지.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목조목 따져 어디에 물어야할지 감도 안 올 정도이다. 이런 기분을 쉽게 거둘 수 없을 정도, 오히려 고통스러울 정도다.
부당한 힘에 의해 어쩌지 못했던 공포를, 그럼에도 이렇게 꾹꾹 눌러 펼쳐 서술할 수 있는 힘으로 바꾸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람으로서 이 모든 것을 이토록 하나하나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힘을 갖고 있지 않고는 도저히 쉽게 해낼 수 없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이 이야기를 풀어냈을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어느 한 순간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한 암울한 시간을 보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것이고, 또한 그런 시간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마음이 담보되어야만 글로 형성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가 쉽게 읽힐 수가 없는 것이. 도저히 내 마음대로 훅훅 이 이야기를 읽어내면서도 안 될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책으로 엮여있는 한 권을 받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덩어리'를 앞에 둔 느낌이었다. 출력물로 된 이야기를 턱, 올려놓고 묵직하게 전해지는 물성의 느낌 또한 이 책이 전하고 있는 무게감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 장 한 장의 소중히 넘기게 되고 또한 무겁고도 묵직하게 넘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표면적 이유라고나 할까. 이 종이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무게에서 벗어나려 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무게감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오히려 독자인 나보다도 더 객관화된 기록을 향한 놀라울 정도로의 다방면에서의 분석과 설명을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정교하고도 날카롭게 이와 관련한 모든 관련 사항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글로서 남겨두겠다는, 어쩌면 일반적인 사회의 잣대가 법으로 다할 수 없는 처벌을 이런 글을 통해 그 남은 것 하나까지도 모두 처벌해 주겠다는 마음의 발동인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고 감정을 완전 배제한 것도 아닌 딱 필요한 만큼의 집요함으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이런 불편함과 불쾌함을 모르고 산다고 이 사회에 이런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우린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이야기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고개를 돌려 피하려하지 말고 인상을 쓰더라도 고개 똑바로 들고 직시해야 한다는 것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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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열네 살 사계절 1318 문고 151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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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망할열네살 #김혜정 #사계절 #사뿐사뿐 #서평

이 망할 열네 살. 김혜정 장편소설. 사계절. 2026.

이 책의 제목을 끝까지 말할 때보다, '이 망할~'하고 말할 때가 더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냐는 지인의 물음에 '이 망할~'까지만 이야기했는데도, 아~ 하고 알아듣고 함께 웃었다. 마치 예전에도 '오백 년째~'까지만 이야기해도 모두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근데 ' 이 망할~'을 발음할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난다. 아무래도 이 친구들의 열네 살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이지 않을까 싶다. 누가 이 말을 들으면 이 친구들의 중1 시절이 참 아름다웠나보다 싶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말 그대로 우당탕탕의 시기를 겪어온 것이 사실일 이 친구들의 1년의 생활. 그 생활을 감히 내가 함부로 미화해도 될까 싶기도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그리고 지금 이와 비슷한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내내 보고있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친구들이 무척 기특하다. 그래서 '이 망할~' 하고 말하며 이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진다. 만약 나도 쓰생님이었다면 기꺼이 햄버거 쿠폰을 쏠 것 같다. 어찌 이 아이들을 칭찬해주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또 망쳤어. 또 바보짓을 했어."
은빈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잘 지내는 게."
은빈은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했다. 나도 그런데 은빈도 그랬구나. 어쩌면 우리는 다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와 잘 지내는 게, 친구와 잘 지내는 게, 세상과 잘 지내는 게 다 어렵기만 하다.(189쪽)

열네 살에게 무척 어려울 것 같다. 한참 오랜 시간을 산 나도, 이 나이에도 '나, 친구, 세상'과 잘 지내는 게 이토록 어려운데 말이다. 물론 어려움의 내용과 결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본질은 비슷할 것 같다. 결국 '잘 지내'고 싶은 마음. 하민이가 생각했던 것처럼 누구나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고 심각한 오해이다. 욕심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부정당해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과 내가 추구하는 삶으로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그래서 우린 나 말고도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하민아, 근데 ㅁㅊ이 뭘까?"
진이 물었고 나는 떠오르는 걸 말했다.
"미친? 멍청?"
둘 다 별로였다.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냥 모르고 싶었다.
"멋친은 아니겠지?"
"멋친이란 말이 있어?"
"음, 멋진 친구? 내가 만들어 봤어."
진의 농담에 난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진은 사실 꽤 웃기다. 진은 내게 ㅁㅊ이 맞긴 하다.(178쪽)

빵 터졌다. 책을 읽다가 실제로 웃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 지점에서 진짜로 웃어버렸다. 아, 이 친구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아이들은 이미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어렵다고 말만 하지 실제로는 어떻게 하는 게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인지 이미 벌써 알고 있는 고수. 분명 고수의 느낌이 났다.
아마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그 방법으로 나와 친구와 또 세상과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막상 문제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그 문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급해 정작 자신이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걸음만 뒤로 나와 그 상황을 바라보면 분명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난 후 깨닫는다. 어떻게 해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 친구들이 지금 딱 그렇다. 분명 어려운 문제 상황에 놓여 있었으나 자신들이 갖고 있는 힘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해냈다. 그렇게 열네 살을 보내고 난 이후, 열다섯 살을 맞으며 겉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이 아이들은 모두 알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는게 잘 지내는 것인지를.

이제 앞으로 ㅁㅊ은 '멋친'이라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의 멋진 친구들에게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이 망할~' 하면서 함께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분 좋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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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서는 법 - 사실과 믿음 사이, 삶은 어디에 있는가
차병직 지음 / 김영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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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는법 #차병직 #김영사 #서평 #책추천

경계에 서는 법. 차병직 지음. 김영사. 2026.
_사실과 믿음 사이, 삶은 어디에 있는가

경계, 선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안에서 무수히 만나게 되고 또 때론 중요하게 또 다른 부분에서는 사소하게 그 선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을 분명히 인지하며 생각해야하는 순간이 있는 반면, 때론 선의 구분이 모호하여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인지의 차이이기만할 뿐, 우리 사회는 무수히 많은 선을 그어놓고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분명히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노력이 곧 자신의 목소리와 힘,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고 대표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의 일정부분을 나 또한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런 믿음을 공고히하며 지금껏 버텨왔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위의 생각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단상일지 모르나, 이 책을 읽고 남은 솔직한 생각의 여운이다. 이 책의 제목이 생각을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되었다. 글 속에 담긴 법과 사회, 지금의 현실과 사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두, 그 선을 분명히하려는 것인가 혹은 그 선을 조금은 지우려는 노력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그 선의 잘못을 명확히 하고 제대로 선을 그어야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결국 법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결국 결론을 내려야하는 숙제,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을 수 있겠으나, 그 정답을 추구하기 위해 정답이 아니어도 답을 내려야하는 의무. 그리고 그 모든 공정하면 좋으나 여전히 공정보다는 예우나 관례 등이 상당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지분 내에서 그 누구도 쉽사리 바꾸거나 고치려는 시도를 관철시킬 수 없는 분위기. 과연 이런 속에서 감히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싶은, 회의적인 마음도 들었다.
단순히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며 목격했던 수많은 사건과 상황들을 되짚어보면 응당 고개가 끄덕여지고 또 고개를 절로 내저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무척 짧은 시간 내 놀라운 파란을 경험하고 이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난아가고자 하는가를 직접 경험했던 지금은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로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경계는 사물 사이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와 존재 사이에 놓여 있다. 존재는 그 자체의 표상적 정체성을 외피와 윤곽으로 드러내며 공간과 경계선을 긋는 가운데 세상의 인식 대상이 된다.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움직이며 타자와의 사이에 놓은 유무형의 무수한 경계와 부딪힌다. 삶 자체가 경계를 구분하는 일이기도 하다. 경계를 확인한 다음, 그것을 지킬지 넘을지 결정한다. 경계를 모르고 남나들기도 하지만, 아예 무시하고 침범하는 경우도 많다.(318쪽)

책 속 저자의 생각들 속에는 우리에게 던지는 많은 질문이 담겨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례로 우리 삶과 법을 함께 논의의 대상으로 두며 우리가 과연 나아가는 삶 안에 법은 어떤 답을 안겨주어야 할 것이며, 우리 삶의 답을 통해 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내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언젠가 법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법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드 것의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무기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과연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런 힘의 진짜 실체가 무엇인지를 직접 알아보고 싶었고, 내가 모르는 영역 속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움직여나가는 것인지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물론 실행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 갈증은 남아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나에게 꼭 필요한 지점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예전 읽은 책 속에서 누군가는 헌법을 공부하며 법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기도 했으니 해볼만은 할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삶이란, 그 자체가 질문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질문이다. 살아가는 행위가 삶이 무엇인가 묻는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질문해대는 형국인데, 대답은 누가 하는가? 마치 대답 없는 질문처럼 보이는 것이 삶이다. 인간의 역사란 삶에 대한 질문의 역사다./그런 줄 알았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삶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질문과 동시에 대답이었다. 삶이 대답을 거부한 적은 없다.(98쪽)

결국 답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어딘가에 매달려 지금의 경게에서 어느 쪽으로 넘어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 또한 우리가 내리는 답 안에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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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기에는 아직
사사하라 치나미 지음, 유태선 옮김 / 요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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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되기에는아직 #사사하라치나미 #요다 #서평 #가제본서평단

바람이 되기에는 아직. 사사하라치나미 치나미 지음/유태선 옮김. 요다. 2026.

낯설면서도 이젠 낯설지 않아질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겠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언젠가는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상황과 아주 이질적인 상상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겠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읽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현실에서 도래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내야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누구나 이 소설들을 읽으며 그런 마음일 것이다. 과연 나라면, 나의 가족이라면 '정보 인격'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아픈 몸을 지탱하기 위한 노력을 내내 쏟을 것인가. 부모의 경우, 자신의 경우, 혹은 자식의 경우가 다를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이기적이고 또 자본주의 사회가 앞으로도 살아남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분명 선택의 지점이 생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다시 어떤 가치를 더 우위에 둘 것인가의 문제가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성이라는 것을 어느 지점까지로 두고 정의 내릴 것인가의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사람이라는 것을,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어디까지로 둘 것인가의 문제.

소설이 무척 촘촘하게 쓰여졌다는 생각을 했다. SF라고 해서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그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보 인격이라고 한다면 기술적으로 영원한 삶이 보장되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당연히 자유로운 삶이 가능한 것으로도 느껴진다. 하지만 '소멸'이 찾아온다. '죽음'과도 같은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의 유한함은 어떤 기술적 발달이 이루어지다라도 인간이 함부로 바꾸어선 안 되는 정해진 룰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신체를 포기하는 여러 이유들 중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얻게 된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어 선택하게도 된다면, 어쩌면 신체를 경시하고 오히려 그런 선택을 쉽게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몸에 대한 가치를 덩달아 상실하게 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유카'가 할머니와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가졌던 감정들을 따라가며 살짝, 그런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니, 이 소설들이 단순히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감상으로만 그칠 수가 없었다. 이 소설들은 분명 정보 인격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인간의 인격, 삶, 가치 등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정보 인격의 삶이 과연 인간으로서의 삶으로서 옳은 것일까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를 우리는 허용하고 받아들이고 또 추구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질문들이 우리에게는 무척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AI에게 의존하거나 혹은 AI를 인격화하여 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여러 사건이나 문제도 종종 발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격'이란 단어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인격화되었다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과 동일어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소설들도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더 많은 질문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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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선물 피터 레이놀즈 단어 시리즈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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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선물 #피터레이놀즈 #문학동네 #뭉끄6기 #그림책추천

단어의 선물. 피터 레이놀즈 글그림/김경연 옮김. 문학동네. 2026.

'공감, 이해, 존중, ...'
'돌보다, 풍부하다, 충분한, 소속감, ...'
표지에 보이는 여러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 단어들이 그림에서처럼 온 세상으로 퍼져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중에서도 저기 '희망, 포옹'이란 단어가 보인다. '챙기다, 나누다'라는 단어도 보인다. 지금 꼭 필요한데, 싶은 마음에 눈길이 더 간다. 이 책에서 지금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그리고 이 세상 모두에게 필요한 단어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너무 사람들이 남을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주변을 둘러볼 줄도 다른 사람에게 관심과 배려를 해야겠단 마음도 잘 갖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그저 자기 자신 한 사람만 자신의 세상에 넣어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조금만이라도 주변을 둘러보고 '들어주다'를 실천하기만 해도 좋을텐데,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는 절대 귀기울이지 않고 들을 마음조차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대화를 곱씹게 됐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채워나가고 있는 단어가 어떤 단어들인지 써보게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그들은 과연 어떤 단어들을 나열하게 될까.

이러다가는 바라던 단어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할 것 같았어.
그때 좋은 생각이 났어.
"그래, 내가 직접 전해 주는 거야."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
세상에 꼭 필요한 단어들을!

사람들 마음에 어떤 단어들을 갖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것에 더 나아가, 그들의 마음에 어떤 단어를 넣어주면 좋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노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이런 마음을 갖지 못할까를 안타까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단어들이 있으니 이 단어들을 마음속에 품어가면 어떨까를 제안해보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멋지고 아름다운 단어가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직접 떠올리기 어려울 때 누군가가 이런 것도 있어 하고 제안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쉽게 아름다운 마음을 알아챌 수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좋아하는 단어를
나무에 달아 보세요!"
제롬이 외쳤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는 어떤 단어들일까. '대립구도, 기후의 경고, 빈곤위기, 빙하가 사라진다'와 같은 '차갑고 거칠고 날카로운 말들'은 아닐 것이다. '질색이야, 시끄러워, 외로오오옹'과 같은 '실망과 짜증이 담긴 단어들'도 아닐 것이다. 제롬이 모아두었던 '즐거움을 주는 낱말, 활력이 넘치는 낱말, 다정한 낱말'들을 가지고 좋아하는 단어들을 찾도록 한다면, 충분히 무척 다양하고 많은, 아름답고 다정하고 따뜻하고 멋진 단어들을 듬뿍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단어들을 통해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온기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그런 '반짝'이는 벅찬 순간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책과 함께 각자가 좋아하는 단어들을 함께 모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활동을 아이들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어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값진 마음을 선물받을 수 있을지, 직접 해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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