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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 수 있다면 - 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임고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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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누구를 녹이고 싶어질까. 세상이 온통 얼어버렸고, 사람들이 모두 얼음 인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얼음 인간을 녹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럼, 나라면 누구를 선택할까. 답은 쉽지 않다.
서진과 서리가 녹이는 문제에 쉽게 합의하지 못했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진의 걱정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서리의 주장도 맞다는 생각이 드니까. 함부로 녹였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도 녹이지 않고 조용히 사는 방법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데 살리지 않는 것은 또한 죄를 짓는 거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최대한 사람들을 많이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맞다. 물론 그렇게 살리고 난 후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더 해결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신중할 수밖에.
사람들이 스스로를 죽이거나 망가뜨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구가 망가진 것은 어떻게 설명되는데? 땅과 바다는 오염되고, 기온은 계속 올랐다. 끊임없이 불이 나고, 지진이 나고, 도시는 물에 잠겼다. 사람들은 잘못된 줄 알아도 행동을 고치지 않았다.(49쪽)
사실, 다들 인류가 망할 줄 알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전조 현상이 끊이지 않았으니까. 철에 안 맞는 꽃이 피었고, 벌은 멸종됐고, 수해, 화재, 폭염, 지진, 가뭄이 전 지구적으로 해가 갈수록 빈도와 강도를 더해 갔다. 그러나 재난이 폭죽처럼 터져도 다들 묵묵히 손을 놓고 있었다. 정말 큰일이네, 심각하네 같은 소리만 거듭하며. 외계 생명체가 굳이 손쓰지 않았어도, 결국에는 이런 결말을 맞지 않았을까.(173-4쪽)
애초에 왜 이 세상이 모두 얼어버렸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사람들에 의해서, 사람들이 함부로 우리 지구를 쓰니까, 위기의식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얼린 것이다.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감이다. 외계 생명체가 손을 쓰지 않았어도 우리 지구는 이런 결말을 맞았을 것이다. 어느 것도 하나도 온전히 제 생명을 지킬 수 없는 지경의 지구의 결말 말이다. 이걸 늘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말로만 위기라고 떠들 뿐이다. 날씨가 왜 이러냐고 한탄만 하고 짜증만 낼 줄 알지, 그렇게 만든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걸 인간들은 모른다. 이걸 모르니 우리 지구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여전히 아직도 점점 나빠지고만 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봐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괴짜 과학자 할머니께서 경고했었고, 이에 대한 대비책과 방법도 조금은 마련해 두셨고, 지금도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시다. 남들이 다 손가락질 해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갔던 분이니, 서진과 서리를 위해서라도 방법을 찾아 다시 돌아오실 것이다. 그때까지 이 아이들이 사람들을 조금씩 구하면서 잘 버텨주면 된다. 다만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버티고 또 지켜내는 방법일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그저 얼어있는 사람들을 많이 녹이는 것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 세상을 그나마라도 지키기 위해 얼린 것인데, 이를 또 애써 녹이려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지구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기 위한 쉼의 시간을 주는 것은 아닐지, 결국 모든 것들을 잠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으로 두고 지구를 지키려는 마음은 아닐지. 그렇다면 이 시간을 조금은 더 유지해도 괜찮지 않을까, 어쩌면 위험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녹이는 것을 선택하고, 또 그 안에서 다시 서로의 관계와 상황을 정리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깨닫는다.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보려 노력도 하고. 그러면서 답을 찾아 나간다.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인 것 같다.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나아간다는 것. 집 안에 숨어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나가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이 계속 얼어있기만 하진 않을 것 같은 작은 희망을 품게 되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