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
노은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호한마음에이름붙이기 #노은정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노은정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

이 책을 읽으며 아, 이런 걸 지칭하는 용어가 있었네, 싶은 마음이 컸다. 이런 것도 정신분석에서 설명하고 있는 용어와 개념이 있다니,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뜨끔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자꾸 읽으면 읽을수로, 내가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찾게 된다. 나의 지금의 상태와 마음, 정신이 어느 지점에 가 있는지, 나는 이 중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가능하고, 체크리스트의 몇 개가 나에게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느라 멈칫하게 됐다. 심지어 지인에게도 해당할 것 같은 부분의 체크리스트를 보여주고 확인해보고 했다. 그 지인의 반응은, 책을 조용히 나에게 다시 전해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목에 다 해당한다는 뜻. 스스로의 상태를 직면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나보다. 이 책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라고 추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EP(Effortless Perfection)문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되, 그 과정에서 힘들어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을 지칭하는 심리적 사회문화적 분위기.

애쓰지 않는 듯 보이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수정씨의 마음은 EP(Effortless Perfection)라는 개념으로 풀어볼 수 있다. 직역하자면 '노력 없는 완벽함'이라는 뜻이다. 애쓰거나 노력한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추구하는 태도이자 사회적 분위기다.(17쪽)

처음부터 너무 내 얘기여서 깜짝 놀랐다. 요즘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정말 괜찮냐고.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 그렇게 바쁘게 살고 또 할일이 많으면 안 힘드냐고. 어떻게 힘들다는 소리 한번이 없냐고. 그 말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괜찮아요, 할만해요, 생각하는 것처럼 그정도는 아니네요, 정말 괜찮은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집에 와서는 한숨이 깊다. 숨을 깊게 쉬어야 지금의 상황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새벽까지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내일까지는 어떤 일을 마무리해줘야 하고, 또 그 다음날 어떤 출장과 일이 있으며, 여러가지 산발적인 일들을 모두 다 해내려면 철저하게 시간과 계획과 또 나의 체력과 에너지를 잘 정리해놓아야만 한다는, 긴장을 늘 안고 있어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행동한다. 딱, 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상호주관성 Intersubjectivity
사회심리학 교육학 정신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철학의 주요 개념이다.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 이해의 기반이 되며, 사람들이 각자의 현실을 연결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보여준다.

일방적인 관계 역학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면, 지금 내가 경험하는 현실이 한쪽의 역할이나 책임으로만 발생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삶은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끊임없이 반응한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당신이 나를 반응하게 하고, 나는 당신에게 반응한다.(81쪽)

가끔 이중인격자 혹은 다중인격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사람한테는 이렇게, 저 사람한테는 저렇게, 감정에 휘둘려 나의 태도와 반응이 달라지고 말이 다르게 나가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게 된다. 내가 부족하고 또 감정적이어서 그런가 싶을 때도 있고, 아직 덜 성장하여 부족한 인성을 탓하고 될 때도 있다. 이게 상호주관성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배웠다. 늘 나의 생각과 태도와 인성의 탓으로 돌리며 반성을 주로 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된다는 자책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나 혼자의 탓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 갖고 있는 마음이 조금 위안받는 느낌이 들었다.

역의존 Counter-Dependency
역의존은 타인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두려움을 느끼고, 독립성과 거리두기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심리적 방어양상이다. 겉보기에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상황 자체를 위협으로 인식한다.

남에게 도움받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괜히 번거롭기만 할 뿐 내가 필요로 하는 도움과 맞닿아 있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나 말고는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195-196쪽)

부탁도 거절도 어려워한다. 일은 내가 해야지 누군가에게 하라고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걱정도 많고 불안도 많다. 그래서 더 일을 쌓아 하는 스타일이다. 누가 나한테 무언가를 해주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뭔가 이쯤 되니, 내가 많이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 같아서 얼른 마음을 다잡는다. 그냥, 그런 성향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으로, 이런 마음이 꼭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책, 자꾸 들여다보면 볼수록 다 내 얘기같아서 더 빠져들려고 한다. 적당한 선에서 내 마음을 잘 간수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의 첫 만남 : 속마음 세트 - 전3권 소설의 첫 만남
은소홀 외 지음, 이비(2B) 외 그림 / 창비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의첫만남_속마음세트 #축제는언제나물음표_은소홀 #여름을돌려줘_이주혜 #날갯짓연습_윤슬빛 #창비 #선생님북클럽 #서평

[소설의 첫 만남: 속마음 세트]
37. 축제는 언제나 물음표. 은소홀 소설/이비 그림. 창비. 2026.
38. 여름을 돌려줘. 이주혜 소설/김지인 그림. 창비. 2026.
39. 날갯짓 연습. 윤슬빛 소설/한요 그림. 창비. 2026.

분명, 나도 이 시절을 지나왔는데 왜 이런 마음들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잊었을까. 청소년 시절을 지나지 않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는데도, 어른이 되고 나면 청소년 시절의 마음이 어땠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청소년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이런 책을 통해 그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속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어른들이 잘못할 때가 있다. 다성의 엄마처럼. 어른의 관점으로만 쉽게 말하다보니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어른의 입장으로만 아이들을 대하니 아이들은 내내 그런 어른으로부터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실망이 맞다. 어른이 잘못이라고 따지고 드는 것이 아니라, 믿었던 이에 대해 갖게 되는 실망의 감정을 아이들은 어른으로부터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안 배워도 되는 걸 굳이. 물론, 이 과정 역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필요한 감정이기는 하다. 알아야하고 또 겪으면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과 단단해지는 마음도 만들어낼 필요가 있기는 하다. 너무 크게 다치지 않는 선에서. 그래도 다성에게 다비가 있어서 이 과정을 크게 다치지 않고 잘 넘길 수 있었다.
어른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해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어른이어서 어른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여름의 엄마는 여름과 더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만 그것을 쉽게 여름에게 터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는 것이, 여름의 엄마는 여름의 유일한 기댈 구석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여름에게 강하고 든든하고 책임감 강한 엄마로서 남고 싶은 이유이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구구절절 여름에게 이야기할 수 없어, 여름의 오해를 사게 되는 것일 수 있다. 그래도 여름이 그런 엄마의 속마음을 눈치채고 알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의 벽이 옅어지고, 여름이 엄마에게 갖게 되는 이해의 정도가 더 커지면서, 그렇게 여름이 또 한층 커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날씨 여름도, 늠름여름도 되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 되찾을 수 있겠지?

아이들의 많은 생각들이 모두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모두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고민하고 또 생각하고 가등하며, 그 안에서 자기 스스로의 답을 찾아 나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 나간다. 겉으로 표시내는 아이도 있지만, 속으로 감추고 티내지 않으려는 아이도 있다. 이서와 한솔이 그런 아이들이다. 물론 단편적으로 보면 이서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 한솔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쪽이지만, 그렇다고 이 둘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의 깊이나 생각이 다르지는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아이들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위한 노력을 해 나가는가가 중요하기보단, 그 과정을 어떻게 지나고 또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때 서로를 응원해줄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더 좋을 것이고.

다비와 다성, 여름, 그리고 이서와 한솔. 이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아이들이 갖고 있는 속마음을 존중하고 그 마음을 스스로 잘 가꿔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었다. 아마 이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과 나누게 된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속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줄지, 벌써부터 무척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오해와 와전,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생애
박강수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들은그렇게말하지않았다 #박강수 #북트리거 #서평 #책추천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박강수. 북트리거. 2026.
_오해와 와전,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생애

인용은, 하고자 하는 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고, 어느 책에서 이렇게 서술되어 있으니, 믿어도 된다고 강조하려고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체로 그 말을 믿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그렇게 인용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그 영역에 있어서, 그 분야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고, 학식이나 지식, 교양이 많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책의 문장을 인용했다면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해, 그 사람은 다시 보게 되기도 한다. 흔히 말해, 있어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인용을 곧잘 활용하는 것이다.

가끔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모르는 데 아는 척하는 거, 나 참 잘해.' 이 말이 얼마나 무섭고 어리석은 말인지,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이젠 이 말을 쓰지 말아야지, 다짐도 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과정에서 다분히 오해, 완전,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데 어디선가 누가 그랬다더라, 하고 말을 옮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무한도전의 영향력, 유명인의 말에 무조건 신뢰, 특히 역사적 인식 앞에서 분노하지만 정작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려하거나 공부하지 않는 태도 등.

비록 본의는 아니었겠으나, <무한도전>의 자막과 이를 퍼 나른 기사들은 복합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잘라 내고 단재를 민족주의의 울타리 안에 가둬 버렸다는 데서 폐해가 적잖아 보인다.(35쪽)

미디어의 영향이 이렇게나 크고 무서운 것을 깨닫는다. 예전에 흔히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런 건 이렇게 해야 된다. 티비에 나왔어.' 미디어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이미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만큼 미디어는 책임을 가져야 하고 또한 소비자 역시도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비단 미디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시점에서,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의 객관적인 사실 확인 및 주체적인 관점과 판단은 무척 중요해질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것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습니다."(...)
뫼르소가 생면부지의 아랍인을 쏘아 죽인 알제의 햇살만큼이나 뜨거운 경구지만, 카뮈(1913~1960)가 그 같은 말을 남겼다는 기록은 없다.(186-187쪽)

정치인들의 말 속에 인용이 곧잘 나온다. 마찬가지로 유명인의 지위에 기대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꽤 효과가 있기도 한 것 같고. 하지만 아무 말이나 가져다 쓰다고 될 것이 아닐텐데, 대다수의 대중이나 국민은 이 말이 진짜가 맞는지를 검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정치의 세계에서 드는 국민으로서의 생각, 저들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구나. 헌데, 진짜 바보처럼 그들의 말을 검증 없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이, 나 스스로 불쾌해졌다. 이제 어떤 말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두고 들어야하겠다는 마음을 또 한번 먹게 된다.

AI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인공지능 윤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AI의 말을 다 믿으면 안 된다, 거짓말을 자주 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해 사람을 현혹시킨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태도와 관점이다. 어떤 말이 진짜이고 아닌지에 대해 확인하고 취사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인용이 있어서도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반성하게 됐다. 평소 인용을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기억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또 인용이 자신이 없기도 해서이다. 가끔 문학 작품 속 구절이나 내용 정도나 인용하게 될까. 그런데, 이때에도 섣불리 대충 알고 있는 것으로 말하지 말아야겠다. 누군가는 나의 말이 진짜로 받아들여, 다시 옮겨 이야기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갑자기 그 와전의 시작이 내가 될까봐 겁이 났다. 말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덧-
이 책은 참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 활용되고 있는 문장을 소개하고 있으면서,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각 인물이나 작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단순히 잘못이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가 어떤 부분을 정확히 알고 확인해야 하는지를 깊게 파헤쳐 콕 집어 말해주고 있었다. 자칫 잘못만을 지적하게 될 수 있지만, 잘못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대안까지 함께 제공해주고 있어, 책을 읽으며 부적절한 인용이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가도 더 꼼꼼하게 내용을 숙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주얼 의과학사 - 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주얼의과학사 #유임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비주얼 의과학사. 유임주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

표지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등에 관을 대로 귀로 듣는 행위는 딱, 청진기로 사람 몸속의 소리를 듣는 행위와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에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이해가 됐다. 아, 이런 식으로 의과학이 발전해왔던 모습들이 그림에 남아있다는 것이구나,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당시의 의과학의 수준과 형태 등을 확인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과학, 의과학의 어려워도 그림은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지점이 있으니, 어려운 분야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쉽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책의 컨셉대로 비주얼, 그림이 동반되어 있어 더 흥미로웠다. 부제에서처럼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이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의과학의 수준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도 내용을 따라가며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외과적 수술 시 소독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사망율이 낮아지게 된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소독약을 시간 맞춰 뿌려지게 했다는 그림 자료는 당시의 장면을 한방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전체적인 문맥을 파악한 상태에서 해석하면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원문인 '경구' 제1장 1절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기회는 빠르게 흘러간다. 실험은 위험하고, 결정은 어렵다. 의사는 자신이 보기에 올바른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또한 환자와 조수와 외적 요소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정리하면 짧은 인생 동안 공부할 의술이 많으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권학문의 경구라고 할 수 있다.(26쪽)

'Life is short, Art is long'을 당연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로 알고 있었다. 의학적으로 다르게 해석하게 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이 책이 이 경구에서부터 비롯된 수 있었다는 것도 이해했다. 삶과 의술 간의 관계 속에서 공부하라는 말의 의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이때 사용된 'Art'가 예술이 아니라 의술일 경우, 결국 예술과 의술은 일정부분 겹쳐지는 공통 부분이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의 신체를 연구하며 그 신체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가 의학이 되고 예술이 될 수 있었던 것, 이 둘의 영역이 서로 동떨어질 수 없이 같은 결을 가지고 맞물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의과학사 안에서 어떤 획기적인 사건과 발상, 혁명과 발전이 일어났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띄엄띄엄 알고 있었던 상식적인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의과학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온갖 사건들을 한번에 정리해주니, 알고 싶은 부분을 쫓아가 찾아 읽을 수도 있고, 과거에서부터 시간적 흐름에 따라 어떤 과정으로 의학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도 있다. 단순히 그림을 통해 흥미 위주로만 이야기를 나열하지 않고, 각 단계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과학적 연구와 과정까지 자료와 함께 제시되고 있어 이해가 쉽기도 했다.
물론, 현대로 오면 올수록 이런 의술을 다루고 있는 그림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도 예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특징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했다. 과거에는 다양한 당시의 세태나 추구하는 가치관, 특히 의술과 관련한 획기적인 사건이나 상징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꼭 그림을 통해 그 기록을 남겼구나, 싶었는데 현대의 사건들에서는 그런 그림이 함께 제시되지 않고 있었다. 이것도 예술적 특징이기도 하겠다고 생각하니, 이 책은 단순히 의과학사를 다루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회화에 대한 특징도 함께 짐작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 어떤 학문 분야든 대체로 비슷하겠지만 특히 과학, 의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의 자세와 과정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생을 통틀어 한 가지 연구에 매달리는 경우가 잦고, 자신의 생 안에서 다 끝나지 못하고 그 다음 세대로 넘어가서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일들도 많았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목숨을 담보로 해야하는 일들을 담당하고 있으니 더욱 그 막중한 의무와 무게감을 안고 공부해나갔을 것이라는 것도 짐작이 됐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이 알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알아내겠다는 집념이 현재의 의학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범접할 수 없는 분야인 것만은 확실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
앨리슨 데이밍거 지음, 전경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릿속노동은누가하는가 #앨리슨데이밍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앨리슨 데이밍거/전경훈 옮김. 한겨레출판. 2026.
_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노동은 겉으로 드러나는 노동 행위의 물리적 시간과 과정으로만 판단된다고 생각했었다. 퇴근 후 집안일을 돌보는 시간, 겉으로 보이는 시간, 누가 무엇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확인 가능한 부분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오늘날의 가족에서 성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 사용과 더불어 정신 사용까지 포괄해 설명할 수 있는 확장된 가사노동을 사회학이 필요하다.(284쪽)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노동은, 일이란 겉으로 보이는 시간 사용만이 아닌, 정신 사용하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됐다. 왜 그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았냐고,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면서도 당연하게 '노동'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춰 생각했었다. 그래, 노동은 누가 하는 거지? 보이지 않는 노동의 불평등이 무엇이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사실은 '머릿속'에 강조점이 있었구나! '인지노동'이란 단어가 그제서야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표지에 나열되고 있는 노동의 목록들이 결국,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확인할 수도 없는 목록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끊임없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지노동'을 쉴새없이 하고 있는 중이구나, 하는 것도 함께 느끼게 됐다.

우리가 가사노동을 이해할 때 비육체적 형태의 노동을 배제한다면, 가정생활에서 나타나는 성별 차이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280쪽)

당연히 책을 읽으며, 나의 경우는 어느쪽인가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책 속 사례들을 살피며 나는 '남성 주도 커플'일까 '여성 주도 커플'일까, 아니면 '균형 커플'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론으로, 결혼 생활 20년이 넘은 이 지점에서, 15년 정도는 당연하게도 '여성 주도 커플'이었다. 그러다 지금은 일정 부분 조금씩 그 역할을 넘겨주려 애쓰고 있기는 하다. 여성인 내가 의도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나의 역할을 회피하고 있기도 하고, 이제는 자녀 양육의 일이 많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에서의 인지노동을 하도록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더 능률적이다", "더 빠르다, "더 낫다" 같은 표현들이 초인 유형 여성의 식사 계획하기와 아이 돌보미 찾기부터 선물 고르기에 이르는 과업 수행을 정당화했다.(...) 초인 유형 여성의 우월한 인지노동 역량은 그녀의 DNA에 쓰여 있는 예정된 결론이기보다는 여러 해에 걸쳐 계발되고 사회적 힘에 의해 강화된 과정들의 정점으로 보였다.(173-174쪽)

보통 여성이 가정 내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더 잘한다고, 더 효율적으로 빨리 일이 진행된다고, 대부분의 역할을 여성에게 부여하는 관점. 심지어 여전히 아직도 한국사회는, 과거 봉건적인 사고방식의 근간을 완전히 뽑아내지 못하고 집안의 일을 여성의 일로 간주하는 지점이 다분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주부'라는 단어를 여성과 연결지어서만 사용하는 편견이 단적인 한 예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남성 주도 커플은 단순히 '성별이 뒤바뀐' 여성 주도 커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남성 주도 커플은 전통과 변화의 요소들을 뒤섞고 있었고, 대부분은 그들의 비전통적 방식과 세상의 규범 및 구조 사이에서 마찰을 겪었다.(216쪽)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역할 부분의 편견이 얼마나 공고한지 느끼게 된다. 불평등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성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다는 듯이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성에 따른 불평등, 성적 차별이란 단어가 익숙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반드시 50:50의 역할이기를 바라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어떤 이유를 설명할 때, '여성이니까'가 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성에 대한 차별을 가사노동을 역할, 특히 인지 노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처음 만났다. 그래서 놀라웠고 또 당황스러웠으며, 나의 기존 생각을 깰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의 제목에 주목하게 됐다. 머릿속 노동, 인지노동. 꼭 기억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