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땅콩 호텔 - 제2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초승달문고 56
임고을 지음, 김규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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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땅콩 호텔. 임고을 글/김규아 그림. 문학동네. 2025.

제목을 보고 부담을 느꼈다. '친절'해야 하는 땅콩 호텔. 물론 누군가는 당연히 호텔이면 '친절'해야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친절'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지에 따라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친절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의 행동이지만, 그런 친절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다른 이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면, 과연 친절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친절함을 소임으로 삼고 있는 <친절한 땅콩 호텔>의 가족들이 추구하고 있는 경영 철학과 타인을 대하는 자세를 존중해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인내심이 바닥난 너츠는 퉁명스레 말했어요. 가끔 손님이면 뭐든 다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있었어요.(...) 너츠는 그런 손님을 볼 때마다 기가 막혔어요.(53쪽)

너츠의 생각대로, 아무리 손님이어도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손님은 당연히도 모든 것을 다 원하는대로 요구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요즘은 사용하지 말아야하는 말 중 '갑을 관계'라는 말이 있다. 누가 갑이고 또 누가 을이 되는가에 따라 정해진 역할에 맞춰 타인을 어떻게 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듯한 느낌이다. 당연히 이 모든 생각이 옳지 않다. 혹시, 우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타인을 대했던 적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 웃지 않는다고 친절하지 않다고 하다니, 너무해! 목소리가 작다고 불친절하다니, 그것도 너무해! 손님이라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건 아니야!"
너츠는 그간 담아 두었던 말을 폭포처럼 쏟아 내기 시작했어요.(70쪽)

그러니 너츠에게도 그동안 쌓인 마음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쏟아낼 기회가 없었고, 그럴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늘 너츠는 가족들에게, 그리고 손님들에게 자신의 마음과 다른 평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속상하게. 그런 면에서 폴짝 씨는 너츠에게 기회를 주었다. 사실 너츠 역시 폴짝 씨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너츠는 진심을 담아 얘기했어요. 그러고는 쭉 궁금했던 것을 조심스레 물어봤어요.
"저, 그런데요...... 운동선수이신데 왜 호텔 방에만 계셨어요?"(92쪽)
폴짝 씨가 잔잔히 웃었어요. 그리고 너츠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흐린 날의 호수가 멋지고 근사했어요. 호수를 보면서, 열심히 뛰고 넘어지며 훈련하던 날들을 떠올렸어요. 그때 후회가 남지 않을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요."(96쪽)

폴짝 씨에게도 너츠에게도 그동안 자신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기회를 둘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얻을 수 있었다. 너츠가 신문을 방에 넣지 않았다면, 폴짝 씨가 땅콩산에 가자고 제안하지 않았다면, 너츠가 폴짝 씨가 걱정돼 정상을 향해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폴짝 씨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폴짝 씨가 너츠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도시락을 같이 먹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자신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다르지 않은 하루를 또 지나보내기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의 조합이, 둘의 시간이, 둘의 마음이 참 다정하고, 친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함이 이런 게 아닐까. 상대에게 진심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이런 친절이라면 나도 마음놓고 친절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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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챌린지 100 - 나를 바꿔줄 100번의 기회
이재진(해피러너 올레) 지음 / 푸른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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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챌린지 100. 이재진 지음. 푸른숲. 2025.

오늘도 달렸다. 보통 6km를 달리고 있고, 오늘도 목표 달성했다. 목표라고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자신있게 나의 매일의 작은 목표라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 물론 아직은 나에게 '러너'라는 말을 붙이기 부끄럽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만큼 꾸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효능감, 그거 뭔가 대단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닌, 그저 하루하루를 꾸준히 채워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생길 수 있는 것이란 것을 느꼈다.

올해 6월부터 달리기 시작한 초보 러너다. 이제 겨우 5개월을 달렸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이만큼 달렸는데 왜 나는 처음 달릴 때와 다르지 않고 또 더 늘지도 그렇다고 더 나아지지도 않는 것 같지. 처음에도 5km부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도 몇 년 달린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거리와 시간을 재면서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얼만큼 어떻게 달리는지도 모른 채 헉헉거리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러닝 앱을 통해 내 기록을 체크하면서 달렸다. 처음치고는 잘 달렸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실력도 그만큼 쑥쑥 좋아질거리고 생각했다. 착각이었고 여전히 이 상태에서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을 보며 반성했다. 아, 난 아직 멀었구나, 이 정도로는 택도 없구나. 100일은 지났지만 그 100일을 무한 반복해야만 조금씩이나마 나의 거리와 속도가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바심을 낼 필요 없다는 것도 알았다. 뭔가 더 빠르게 더 잘 달리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겨 초심자의 실수를 하고 있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으니 내마음대로 멋대로 달리고 있었고, 그냥 그렇게 뛰기만 하면 된다는 착각을 했다. 반성, 또 반성!

아침 조깅을 선택해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저녁에는 일정도 불규칙하고 또 이런저런 핑계를 많이 대며 게을러질 것을 내가 잘 안다. 그리고 생각보다 어두울 때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시간 조절이 쉬운 아침 시간을, 조금 어두워도 서서히 밝아지는 아침을 선택했다. 같은 시간에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요즘 점점 해뜨는 시간이 늦어져서 고민이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보니 아침마다 마주치는 분들이 계시다. 경비아저씨들과 만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며, 아침 운동을 격려해주는 말을 듣곤 한다. 강아지 산책하시는 할머니와 이웃도 종종 만난다. 아침마다 걷기 운동하시는 분과는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잘 조절하며 달린다. 달리는 나를 보고 매번 짖는 강아지는 내가 먼저 피한다. 이런저런 아침의 풍경이, 생각보다 기분이 좋다.

아침에 누워서 꾀를 부릴 때가 있다. 오늘은 나가지 말까를 고민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달리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그 기분이 더 나쁠 것 같아 몸을 일으키고 런닝복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입으면 우선은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리고 나면, 집으로 다시 들어오는 기분이 무척 개운하고 상쾌하다.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도 크다.
생각보다 이 기분을 일찍 알아버렸다. 달려야 몸이 풀리고 오히려 하루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버렸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경주 여행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무덤 사이를 달렸다. 그랬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벅찬 기분을 느꼈다. 이런 기분이 다시 그 다음 또 그 다음을 달릴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일 필요했던 말을 찾았다.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잘 쉬어야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그러니 죄책감을 갖지 말고 당당하게 쉬자.(46쪽)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달려야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달리지 못한 날이 생기면 무척 난감했다. 괜히 더 몸이 불편한 느낌도 들고 화도 나고 또 뭔가 잘못했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회복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진짜 러너는 훈령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복을 잘 아는 사람이다.'(54쪽)라는 말을 명심하려고 한다. 몸과 좀 더 친해지고 몸이 주는 신호와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내 몸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알아나가는 좋은 방법이 달리기였다. 우선은 지금처럼 계속 달려볼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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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생물학 - 김응빈의 과학 교양
김응빈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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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생물학 #김응빈 #과학교양#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응! 생물학. 김응빈 지음. 창비. 2025.
_김응빈의 과학 교양

우선, 지은이의 이름과 제목을 보며 웃고 시작했다. 김'응'빈 교수의 '응!'이라니, 하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너무 잘 지은 것 같다. 응? 하고 응! 한다는 말도 한번에 쏙 들어왔다. 혹여라도 이 책이 어려우면 어쩌나, 생물은 학창시절 배웠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 실제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도 않는데, 읽다 포기하면 어쩌지, 겁을 조금 먹었었다. 하지만 너무 과한 걱정이었다. 어렵기는커녕 흥미롭고 재밌어서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다. 과학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편인데, 이번 책으로 그런 선입견이 조금 사라졌다. 이 정도라면 중학교 아이들과도 충분히 읽고 이야기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대중매체에서 종종 접하곤 하는 사육 코끼리 학대 실태나 남획으로 인한 야생 코끼리의 멸종위기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저는 생물학자로서 기분이 착잡해지곤 합니다. 인간 때문에 코끼리 상아가 점점 작아지고 있대요.(95쪽)

예전에 <이빨사냥꾼>이란 그림책을 읽고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던 기억이 났다. 코끼리의 발구조와 여섯번째 발가락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코끼리마저도 역시나 인간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상기되면서 씁쓸하고 속상해졌다. 결국 인간의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지금의 자연과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그 영향을 이후에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지. 관련 책을 함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 도시와 같은 현상이 결국은 수자원 고갈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물은 더이상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염과 가뭄, 환경 난민과 식수 부족의 현실은 이미 뉴스 속 풍경이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전지구적 과제가 되었죠.(153쪽)

물을 너무 안 마셔서 잔소리를 듣는 편인데, 물을 너무 마셔서 생명을 잃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과유불급. 지나쳐도 부족해도 모두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의 문제에 있어 균형은 다른 측면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어느 곳은 물로 축제를 열기도 하고, 또 어느 곳은 물이 없어 구정물이나 오염된 물을 마시고 병이 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물이 부족해 단수 혹은 제한급수를 한 경우가 있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언제까지 우린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건가죽이란 동물의 가죽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조가죽으로, 주로 식물성 재료로 만듭니다. '비건'(vegan)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vegetarian'의 앞 세 글자와 뒤 두 글자를 합친 말인데, 1944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에서는 비건을 '동물 유해 식품을 전혀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물성 제품 일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죠. 오늘날 비건을 의미는 더욱 확장되어 동물실험을 거친 모든 제품까지 사용하지 않는 포괄적인 의식주 개념을 뜻하기도 합니다.(201-202쪽)

비건에 대해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생각보다 동물권이나 비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또 관심도 없다. 아이들과도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굉장히 생소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신기해하곤 한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연스럽게 관련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접하다보면 자연스레 각자 자신만의 생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쌓이면 우리가 지금 당면해 있는 문제나 상황을 조금은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단순히 정보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책의 중간중간에 '응, 토론하자!' 코너가 있어서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 좋았다. 이를테면, 'Q. 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빠르게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실제로 교실에서 해보았던 질문이기도 했다. 지금의 지구의 위기의 문제가 인간에서 비롯되었고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이 없어지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인간이 벌여놓은 문제는 인간이 수습해야하므로 먹튀하지 말고 책임지고 지구를 원래대로 해놓아야한다는 책임론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던 질문이었다. 이 또한 반가웠다.

순록의 콧등은 촘촘한 털로 덮여 있고, 사람보다 약 25퍼센트 더 많은 혈관이 분포해 있습니다. 추운 북극 공기를 마실 때 이 혈관들이 공기를 미리 데워주고, 동시에 산소 공급도 효율적으로 해주죠. 덕분에 심한 추위에 시달리거나 활동량이 많을 때 코끝에 혈액이 몰리면서 붉게 보일 수 있습니다. 겨울에 우리 손가락이나 코끝이 빨개지는 것처럼요.(211쪽)

겨울이면 썰매를 끌어야겠다는 놀림을 많이 받있었는데, 코끝에 혈액이 몰리면서 공기를 미리 데워주느라고 그랬던 거구나 싶어, 신기하면서도 이제부터는 코가 빨개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 우리 몸이 알아서 우리를 위해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과학을 재밌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렇게 과학을 어렵지 않게 좋아하게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 기분 좋게 한권 뚝딱 읽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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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 - 청소년을 위한 세계 여행 가이드 창비청소년문고 44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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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를알면여행이보인다 #최재희 #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 최재희 지음. 창비. 2025.
_청소년을 위한 세계 여행 가이드

부제가 딱 맞는 책인 것 같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니 마치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 이렇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이런 곳을 여행하고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여행을 즐기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또, 특히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조금은 아주 살짝, 거부감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늘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로의 여행을 염두에 두는 적이 극히 드물다. 또 개인적으로 심각한 길치에 방향치여서 새로운 공간에 놓이면 동서남북, 방향을 잃고 당황하기 쉽다. 그래서 더욱, 알고 있는 곳을 다시 가거나 혹은 누군가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곳만 가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더욱, 지리에 관심이 적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려워한다. 지리, 말만 들어도 어질어질할 정도로.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가는 여행은 대환영이다. 직접 비행기를 타고 그 곳을 밟고 다니는 맛도 분명 있겠지만, 이렇게 책 한 권으로 곳곳에 대한 이야기를 한방에 확인할 수 있는 것 또한 재미가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다 알고 있는 사람의 설명으로 고개 끄덕이며 따라가는 맛이 있다. 특히 우리가 꼭 알아야하는 그 공간만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안내해주는 느낌이어서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최근 다크 투어리즘이라고도 불리는 역사 교훈 여행이 꽤 알려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잔혹한 일이 일어난 곳, 감당하기 힘든 재난이나 재앙을 맞은 공간을 둘러보면서 그 교훈을 생각해 보는 여행을 뜻해요. 쉽게 잊힐 수 있는 역사 유적을 보존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과거의 실수와 아픔을 반복하지 말자는 결연한 의지를 다질 수 있겠지요.(216쪽)

나부터도 아픈 역사의 장소를 가보거나 혹은 관련 영상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 겁을 내게 되는 적이 많다. 두렵다고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닌데,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맞닥뜨리게 되면 우선은 한발 물러서려고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을 다잡아보게 된다. 그동안 아프다고 슬프다고, 두렵다고 고통스럽다고 눈 감으려고 했던 곳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봐야겠다. 그리고 국내에서부터 다녀와야할 곳의 목록을 정하고 차근히 실천해봐야겠다.

여행을 단순한 관광의 차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나라와 지역의 문화, 사상, 철학, 그리고 사회와 정치, 역사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쌓아올려진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나가는 과정 또한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될 테니까 말이다. 아, 아름답다, 멋지다, 재밌다에서 더 나아가 아,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이런 역사가, 그리고 이런 아픔이 있었구나를 함께 생각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할 것 같다.

다른 나라의 유물이 많다는 건 둘 중 하나입니다. 훔쳐 왔거나 사들인 거죠. 루브르 박물관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면서 인류사적 유물을 대량으로 수집했습니다.(39-40쪽)
지역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칼디스 커피보다는 작은 골목 사이의 노점에서 분나 마프라트를 즐겨 보기를 권합니다. 큰 자본으로 운영하는 커피점보다는 골목의 커피상을 찾아가 눈인사를 하며 번역기를 활용해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될 거예요.(195-196쪽)

환경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인간은 분명 자연에게 무한한 도움을 받고 있지만, 왜 인간은 그런 자연을 훼손하기만 하고 있는지. 그런 면에서 다시 생각해볼 만한 지점들이 있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센트럴파크는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찬 맨해튼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센트럴파크의 설계자인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에는 이 공원과 같은 크기의 정신 병원이 필요할 것이다."(19쪽)
오전인데도 광장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상상을 초월하는 물싸움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총으로 성이 차지 않는 사람은 아예 양동이로 건물 2, 3층에서 시원한 물 폭탄을 내리붓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현지인과 여행자는 서로 뒤섞여 너 나 할 것 없이 세계 최대의 물 축제를 즐기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108쪽)
뉴질랜드의 인구는 약 500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십분의 일 수준입니다. 하지만 가축의 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뉴질랜드의 가축 수는 2023년 기준 약 3천만 말로 인구의 약 6배입니다. 그야말로 축산과 낙농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154-155쪽)

축제의 즐거움을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을 낭비하고 있는지, 저 많은 가축은 누굴 위한 것인지, 그 이면도 함께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단순히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건 지오투어리즘geotourism으로서의 리우데자네이루입니다. 지오투어리즘은 독특한 지형 경관이 여행의 핵심이라는 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 유산에 관해서도 관심을 두는 여행의 모습을 뜻해요.(129쪽)

어떤 여행을 원하는지, 여행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먼저 내려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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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버튼 Entanglement 얽힘 3
서장원.이선진.함윤이 지음 / 다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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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힘시리즈 #재생버튼 #서장원 #이선진 #함윤이 #다람출판사 #얽힘3기서포터즈 #서평 #책추천

재생 버튼. 서장원 이선진 함윤이. 다람출판사. 2025.

재생 버튼. 제목을 보는 순간 라디오가 떠오른다. 더 정확히는 라디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노래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재생버튼을 툭, 누르면 테이프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며 노래가 재생된다. 재생 버튼. 무언가를 기록해놓았던 것을 다시 꺼내볼 때 쓸 수 있는 버튼인 것이다. 이건, 지금 현재형의 상황이 아닌 분명, 과거의 어느 순간이 다시 '재생'되는 것이다. 다시 재생된다는 것, 재생시키기 위해 간직해놓았다는 것, 그만큼 다음에도 다시 꺼내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는 것. 나쁜 것이었다면 다시 재생하고 싶지도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 재생 버튼을 통해 다가오는 시간, 순간, 혹은 장면들은 모두, 좋았던 것일까.

#초능력연습
'12/27' 이 날짜가 다가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두고두고 이 날짜를 거듭 반복해 상기시키면서 잊지 않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혹시, 이 날을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바다가 보일 즈음, 파묻은 기억 하나가 기어이 솟아올랐다.(...) 그건 초희가 직접 묻은 기억이었다. 재림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싸운 오후의 기억이기도 했다. 그날 초희는 외쳤다. 넌 가짜, 거짓말쟁이, 사기꾼이야. 그는 바닷바람을 맞은 양 짠 내로 축축한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네가 진짜라면 제발 증명해. 난 널 믿었잖아. 거기 보답하란 말이야.(59-60쪽)

초희가 이 날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삶의 굴레를 비로소 벗어버릴 수 있게 해주는 날이, 12월 27일이지 않을까. 내내 이 날짜를 손꼽으며 초희는 살아냈을 것이고, 이 날을 마주하면서 비로소 그 다음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히 초희 옆에는 아람이 있었고 말이다.

이것이 그날 두 사람이 본 바다다.
두 사람은 몸을 옹송그린 채 수평선을 보았다.(...) 지나간 것, 다가올 것, 당장 마주한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자정을 넘긴 후에도 한참을 더 서 있었다.(60쪽)

12월 27일은 초희가 죽는다고 예견한 날이면서 동시에 다시 초희로 살아갈 수 있게 된 새로운 날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이 날을 지나왔어야만 했다.

#포춘가든
포춘가든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이미 마음 속 간절히 바라는 바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란 희망의 말을 듣기 위해 굳이 그곳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답을 내놓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내놓은 답은 한결같이 듣기 좋은 말이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정해놓은 답을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그냥."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문득 생각난 것처럼 물었다. "그럼 언니는 이제 다시 유부녀인가?"(91쪽)

어느 순간 삶이 멈춘 듯 생각되었다가, 다시 그 삶을 다시 이어나가기 위한 마음을 먹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포춘쿠키를 절반 뚝, 쪼개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시 재생시켜보는 것이다.

#60초후의세계
첫 문장을 여러번 읽었다.

눈은 내리는 게 아니라 재생되는 것 같아.(95쪽)

마치 같은 동작을 일정 부분 녹화해두었다가 다시 재생하듯이. 그리고 그 재생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눈앞에서 그 장면을 내내 반복해본다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되어있는 것이다. 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어어도 진짜인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마치 기계적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은 장면이 되풀이되기만 하는 것 같은, 마치 무한 루프가 내내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이미 먼 과거의 일이라고 흘려 보낼 수도 있겠지만, 비선에게 있어서는 이미 먼 과거의 일 벌어진 일이 내내 현재까지도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즉 무한 재생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그 루프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고, 이때 마디는 다시 비선과 말을 주고받으며 다시 현실에서의 삶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어느새 도착한 견인차가 도랑에 빠진 버스를 빼내기가 무섭게 마디는 머리에 쌓인 눈을 훌훌 털어내고 버스에 올라탔다. 창가 자리에 앉은 마디가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차를 재생하려 했고 그 옆에 앉은 비선이 그만, 했다. 아직 끝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135쪽)

재생은 언제까지고 계속되기만 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끝이 온다. 그 끝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이 있어야만 다시 그 다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니까.

#재생버튼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시간의 굴레에서 이제 벗어나 '다시'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본인들의 결정에 따라 다른 법. 다만, 자신의 지금까지의 위치를 잘 판단해보고, 그 위치에서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를, 내내 생각해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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