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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ㅣ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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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김지원. 흐름출판. 2025.
_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제목을 한참 읽으며 그 의미를 더듬어봤다. <일에 마음 없는 일>이라. 일에 마음이 없는 일은 어떤 일일까. 하지만 진짜 마음이 없으면 일이 될까, 그렇다면 마음 없는 일이라는 것이 반어로 쓰인 것은 아닐까. 어떤 면에서 저자는 무척 마음이 있어 보이는데, 사실 마음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진행되지도 못할 것이고 이토록 오랜 시간을 꾸준히 해내지도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건 마음이 무척 있는 일인데, 싶었던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했다. 저자는 무척 일에 진심이구나, 다만 이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마음에서 마음 있는 것과 마음 없는 것을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일이 어느만큼으로 어떻게 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잘 알고 일을 해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저자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뻔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았고, 내가 즐겁지 않은 글을 읽고 쓰고 싶지 않았고, 의미없는 소통에 노력을 쓰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 설득되지 않는 글을 단지 체면이나 의무감에서 쓰고 싶지 않았다.(148쪽_'에필로그' 중)
나는 하고싶은 것, 마음에 드는 것, 좋아하는 것, 이런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누가 물으면 다 좋다고,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싫은 것이 분명한 사람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 좋을 수는 없는 거니까, 분명 아니라고 할 지점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싫은 것을 명확히 하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 그러면서 무엇을 하지 않으려 하는지, 어떤 점을 피하고 싶은지를 나 스스로 조절하게 되었다.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으니, 그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늘 생각하면서. 저자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기 싫은 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다보면 지워지지 않는 그것을 하면 되는 거니까.
저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4년이란 시간을 꼬박꼬박 글에 진심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텐데,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도 분명하고 또 어떻게 글을 써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도 확실해 보였다. 종종 글을 쓰는 나의 입장에서도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따라가며 감탄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글쓰기가 일이 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만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구나, 느껴지기도 했다. 나도 일은 아니지만 종종 글을 쓰는 입장에서, 저자의 마음을 나의 글쓰기에 적용해 생각해보게 됐다. 과연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책인데 자꾸만 읽으며, 나를 그 이야기가 대입시키게 됐다. 나도 글쓰기에 진심인가, 자문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적성이란, 어떤 분야에서 내가 너트에 맞지 않는 볼트가 된 것 같아도 어쨌든 간에 계속 삐걱대며 밀고 나가는 일, 수상하지만 왠지 여기서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찰거머리 같은 집념과 뻔뻔함으로 소소하게라도 문제를 일으키는 마음, 어찌됐든 그곳에서 자신의 누울 자리를 마련해보려는 집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가운데 자신의 모난 개성을 잃지 않고서 말이다.(28쪽)
저자는 자신의 적성을 분명히 알고 그 적성대로 일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찰거머리 같은 집념과 뻔뻔함'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저자의 글로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이란 생각도 함께 든다. 적성이란 저자의 말처럼, 정말 끝까지 가보고야 말겠다는 강한 집착이면서 동시에 애정이지 않을까. 그 일을 사랑하고 마음을 쏟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꾸준할 마음을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저자는 아쉬워하기도 하고 있어서, 제대로 적성을 찾아 일을 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부러워졌다. 이만큼이나 몰입해서 자신이 만들어나갈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 꾸준히 해나갔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