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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 버튼 ㅣ Entanglement 얽힘 3
 서장원.이선진.함윤이 지음 / 다람 / 2025년 10월
 평점 :  
     
 
        
            
            
            
            
            
            
            #얽힘시리즈 #재생버튼 #서장원 #이선진 #함윤이 #다람출판사 #얽힘3기서포터즈 #서평 #책추천
재생 버튼. 서장원 이선진 함윤이. 다람출판사. 2025.
재생 버튼. 제목을 보는 순간 라디오가 떠오른다. 더 정확히는 라디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노래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재생버튼을 툭, 누르면 테이프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며 노래가 재생된다. 재생 버튼. 무언가를 기록해놓았던 것을 다시 꺼내볼 때 쓸 수 있는 버튼인 것이다. 이건, 지금 현재형의 상황이 아닌 분명, 과거의 어느 순간이 다시 '재생'되는 것이다. 다시 재생된다는 것, 재생시키기 위해 간직해놓았다는 것, 그만큼 다음에도 다시 꺼내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는 것. 나쁜 것이었다면 다시 재생하고 싶지도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 재생 버튼을 통해 다가오는 시간, 순간, 혹은 장면들은 모두, 좋았던 것일까.
#초능력연습
'12/27' 이 날짜가 다가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두고두고 이 날짜를 거듭 반복해 상기시키면서 잊지 않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혹시, 이 날을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바다가 보일 즈음, 파묻은 기억 하나가 기어이 솟아올랐다.(...) 그건 초희가 직접 묻은 기억이었다. 재림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싸운 오후의 기억이기도 했다. 그날 초희는 외쳤다. 넌 가짜, 거짓말쟁이, 사기꾼이야. 그는 바닷바람을 맞은 양 짠 내로 축축한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네가 진짜라면 제발 증명해. 난 널 믿었잖아. 거기 보답하란 말이야.(59-60쪽)
초희가 이 날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삶의 굴레를 비로소 벗어버릴 수 있게 해주는 날이, 12월 27일이지 않을까. 내내 이 날짜를 손꼽으며 초희는 살아냈을 것이고, 이 날을 마주하면서 비로소 그 다음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히 초희 옆에는 아람이 있었고 말이다.
이것이 그날 두 사람이 본 바다다.
두 사람은 몸을 옹송그린 채 수평선을 보았다.(...) 지나간 것, 다가올 것, 당장 마주한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자정을 넘긴 후에도 한참을 더 서 있었다.(60쪽)
12월 27일은 초희가 죽는다고 예견한 날이면서 동시에 다시 초희로 살아갈 수 있게 된 새로운 날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이 날을 지나왔어야만 했다.
#포춘가든
포춘가든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이미 마음 속 간절히 바라는 바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란 희망의 말을 듣기 위해 굳이 그곳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답을 내놓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내놓은 답은 한결같이 듣기 좋은 말이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정해놓은 답을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그냥."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문득 생각난 것처럼 물었다. "그럼 언니는 이제 다시 유부녀인가?"(91쪽)
어느 순간 삶이 멈춘 듯 생각되었다가, 다시 그 삶을 다시 이어나가기 위한 마음을 먹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포춘쿠키를 절반 뚝, 쪼개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시 재생시켜보는 것이다.
#60초후의세계
첫 문장을 여러번 읽었다. 
눈은 내리는 게 아니라 재생되는 것 같아.(95쪽)
마치 같은 동작을 일정 부분 녹화해두었다가 다시 재생하듯이. 그리고 그 재생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눈앞에서 그 장면을 내내 반복해본다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되어있는 것이다. 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어어도 진짜인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마치 기계적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은 장면이 되풀이되기만 하는 것 같은, 마치 무한 루프가 내내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이미 먼 과거의 일이라고 흘려 보낼 수도 있겠지만, 비선에게 있어서는 이미 먼 과거의 일 벌어진 일이 내내 현재까지도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즉 무한 재생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그 루프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고, 이때 마디는 다시 비선과 말을 주고받으며 다시 현실에서의 삶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어느새 도착한 견인차가 도랑에 빠진 버스를 빼내기가 무섭게 마디는 머리에 쌓인 눈을 훌훌 털어내고 버스에 올라탔다. 창가 자리에 앉은 마디가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차를 재생하려 했고 그 옆에 앉은 비선이 그만, 했다. 아직 끝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135쪽)
재생은 언제까지고 계속되기만 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끝이 온다. 그 끝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이 있어야만 다시 그 다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니까.
#재생버튼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시간의 굴레에서 이제 벗어나 '다시'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본인들의 결정에 따라 다른 법. 다만, 자신의 지금까지의 위치를 잘 판단해보고, 그 위치에서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를, 내내 생각해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