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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 책의 저자인 이길보라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인상 깊게 봤다.
‘이 영화는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고 사랑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이 자막이 나왔을 때 몸이 찌릿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몸과 마음이 다 찌릿찌릿^^했다. 우리나라에 드디어 이런 이야기가 나왔구나 하는 생각에...그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기에 기대하며 기다렸다.

책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에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농인들은 박수를 칠 때 청인들처럼 손을 부딪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든다. 우리가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에 맞춰 양손을 흔들 듯이...한 번이라도 그 박수를 본 사람이라면 그 고요한 반짝임을 좀처럼 잊기 힘들 것이다.

이길보라 작가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 부모 아래서 태어나 자란 청인을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은 코다로서 겪게 되는 어린 시절과 혼란스러운 성장기, 그 후 자신의 청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등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첫 장에서는 자신을 ‘코다’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을 알게 된 저자가 코다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과 공유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들을 수 있는 사람과 듣지 못하는 사람 사이, 농문화와 청문화라는 두 개의 세상을 살아간다. 농부모에게 말 대신 수화를 먼저 배우고, 손으로 옹알이를 하고 소리의 세계와 다른 침묵의 세계를 경험한다.

최근에 본 영화 ‘미라클 벨리에’ 에서도 코다인 주인공이 나온다. 중학생인 주인공이 엄마 아빠와 같이 산부인과에 가서 의사의 말을 부모에게 통역을 한다. 어른들 세계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말(예를 들어, ‘엄마가 곰팡이 균이 심하니 성관계를 하지 말아라.’ 라던가)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엄마 아빠한테 전달하는 주인공처럼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일찌감치 어른이 되었다.

‘아홉 살 때 엄마 대신 은행에 전화해 우리 집에 빚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봤던 일, 새로 이사 갈 집에 전화해서 전세가 어떻게 되고 월세가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봐야 했던 일,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우리 집의 경제 사정을 가늠할 수 있었다. 눈치껏 우리 집에 다른 집보다 많은 빚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세상 사람들이 엄마의 장애를 어떻게 차별하고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는지를 배웠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다.’ -p34
또 다른 코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때마다 저도 경계에 있는 정체성이 싫었어요. 부모님에게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다른 사람과 장애인 부모, 그리고 저,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는 제가 장애인 부모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니까요...제 삶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오기와 복수심이었는데, 저는 감히 동정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였어요.’-p34

2장에서는 미국의 ‘데프네이션 엑스포’ 행사 참여와 미국의 농인 종합대학 ‘갤로뎃 대학’ 방문기를 그리고 있다. 갤로뎃 대학 얘기는 다른 책에서도 봤지만 이 책에서 그 학교를 더 생생하게 그린 것 같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농인을 총체적으로 배려한 문화충격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도 예전에 봤던 책보다 더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세계 유일의 농인 대학인 갤로뎃 대학의 교육 철학도 감동이지만 섬세한 ‘농건축’은 더욱 감동이다. 엘리베이터를 투명하게 해서 농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해소하고, 어디서나 수어로 대화할 수 있게(1층에 있는 사람이 2층에 있는 사람이 대화할 수 있게) 사방이 트였고 외부 마감이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다. 수어로 대화하면서 걸을 때 외부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길에 약간의 경사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농인들이 살고 있는 환경, 우리나라 사람들의 농인에 대한 인식, 차별과 소외를 생각하니 정말 한숨만 나왔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이런 문화를 갖게 될까.

‘한국에서 ’청각장애‘는 듣지 못하는 벙어리, 말 못하는 병신과 같은 말이었다. 그들의 언어인 수어는 청각이 결여된 사람들이 사용하는 미개한 언어로 취급받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농인을 다른 감각을 지닌, 또 하나의 문화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했다. 또한 그들의 언어인 수어를 ’언어‘라고 규정했다.’ - p63
이 문단은 한국과 미국의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 준다.

3장은 저자의 부모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청인 가족 사이에 태어난 저자의 엄마 아빠는 아무도 수어를 가르쳐주지 않아서 언어 없는 유년기를 보내야 했다. 이후 초등학교는 기숙사형 농학교에 다녔는데 교실이 아닌 기숙사에서 선배를 통해 수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수화라는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갖지 못하는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이야기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농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세상에서 소외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가족에서 소외되고, 교육에서 소외되고(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다닌다 해도), 그것은 직업에서의 소외로 연결되는 것이다. 저자의 엄마 아빠 학창 시절과 지금은 많이 다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도가니’ 속의 농인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모습, 그 아이들이 처한 물리적 언어적 정서적 환경만 봐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구화 중심주의 특수교육을 하는 나라다. 학교 수업 시간에도 정식으로 수어를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은 또래나 선배 아이들에게서 수어를 배우게 된다.

게다가 미디어에서는 구화를 사용하는 농인이 나오곤 하는데,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도 학습과 훈련을 통해 구화를 배우면 청인처럼 얼마든지 말하고 듣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오해를 갖게 한다. 그러나 극과 현실은 다르다. 아무리 구화를 열심히 훈련해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입술을 읽는다는 것, 자신이 어떤 발음으로 말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확한 발음을 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요즘에는 농인 아이들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시킨다. 아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우리나라처럼 ‘타자화’와 ‘다름을 배척’하는 것에 익숙한 나라에서 농인 아이들을 둔 부모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그 귀를 고친 다음 우리가 사용하는 음성언어를 사용해야만 해.’ 라고 하는 것은 폭력 그 자체이다. 이렇게 어렵게 성공하지 실패할지 모르는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어렵게 발음과 말을 배운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면 인공와우를 떼버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배운 수화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학교와 사회에서는 그것을 비공식적 언어라고 규정했지만 그들에게 수어는 세세하고 내밀한 감정, 더 나아가 추상적인 개념까지 설명할 수 있는 완전한 언어’이다. 우리나라도 수어가 공식 언어임을 인정하고, 농인이 농인의 언어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수화언어법이 통과되었으니 우리나라도 달라질 거라 기대해본다.

4장은 저자의 어린시절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농인이기 때문에 너를 잘 키우지 못할까 걱정했어. 그런데 우리는 네가 들리지 않아도 상관없고, 들을 수 있으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듣지 못해도 우리와 평생 수어로 대화를 할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통역을 할 수 있으니까.- p98
라고 저자의 어머니는 말한다.
“너는 부모님이 장애인이니까 싸움도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지”라고. 그날 이후로 그런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어. 내가 싸우면 장애인 아들이 싸운 거였다. -p 143 저자의 동생의 말이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노점상 등을 하며 부지런히 돈을 벌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 잦은 이사 등은 어린 보라에게 충분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 보라는 참 씩씩하고 당찼다. 동생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어린 보라를 길에서 만나다면 대견스럽고 예뻐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나 역시 그 누구도 아닌, 농인 길경희와 이상국의 첫째 딸이 아닌, 그저 ‘보라’이고 싶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부모님이 듣지 못한다는 걸 가정 먼저 말해야 하는 일. 주눅 들지 않고 밝고 씩씩한 표정으로 지내야 하는 일, 혹시라도 누가 우리를 부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부모님보다 먼저 그것을 알아채는 일. 누가 기분 나쁜 말을 던지면 그것을 통역하지 않고 내 선에서 걸러 내는 일. 그러나 그것에 대해 화를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지 않는 일. 부모님께는 절대로 세상의 부정적인 소리와 나쁜 말을 전달하지 않는 일.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엄마, 아빠의 세상을 사랑했지만 홀로 짊어지기에 그것들은 너무 무거웠다.‘ -p 181
아마도 보라는 그 당참으로 고등학교 때 학교를 그만두고 책가방 대신 배낭를 메고 세상 속으로 걸어갈 수 있었으리라.

5장 <코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 편에서는, 구화를 쓰는 예린의 대필 도우미를 하면서 알게 된 대학의 장애학생 지원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한다. 예린을 농세계로 이끌며 저자는 자신정의 체성을 찾아간다.

‘엄마는 ‘내가 말 못하는 게 부끄러워?’ 하고 말하며 태연한 표정으로 그런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알기 전부터 ‘엄마를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는 것’을 먼저 배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엄마를, 엄마의 고요한 세계를 부끄러워했다.
나는 엄마의 뻔뻔함을 가지고 생을 마주했다. 수많은 차이들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을 한 겹 두 겹 벗겨내며 입을 열었다. 손가락을, 눈썹과 이마 사이의 근육을 움직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꾼이 되었다.‘

글이 쓸데없이 길고 딱딱하다. 나는 정희진 선생님처럼 간결하게 쓰지 못하겠다. 저자가 하는 말이 하나하나 너무 소중하고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의 언어로도 글을 쓰기 어렵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 생생한 문장을, 표현을, 아픔을, 충만함을 나의 초라한 언어로는 표현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저자의 말을 거의 인용하고 말았다. 내가 인용하지 못한 좋은 문장도 많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이 한 권에 한국 사회의 농인의 삶과 농문화, 수어에 대한 생각 등이 다 들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제대로 된 농인과 농문화에 대한 이해서가 전무하다. 그래서 이 책의 등장이 더 반갑고 뿌듯하다.

'수많은 차이들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를 발견한 이길보라 작가님이 더 많은 얘기를 보여주기를, 써주기를 기대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미국의 코다인 리어 헤이건 코헨의 책과 같은 제목이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다로서의 경험도 비슷하고 사실, 그것만큼 매력 있는 제목도 없다. 다만 표지 그림을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처럼 느껴지도록, 여러 손이 어울려 반짝임을 만들어 내는 그림이면 차별화도 되고 의미 전달도 더 잘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작년 한국사회에 불거진 표절시비에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많은 사람들이 농인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농인은 또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소수민족이다. 우리가 프랑스 사람, 태국 사람 등의 외국인을 만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따로 배우지 않는 것처럼 역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사람들일 뿐이다. 밝은 얼굴로 상대방을 마주하는 것,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이다.> -마지막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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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동연총서 211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동연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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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매우 흥미있는 책을 만났다.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와 시리즈인 이 책. 

이 시리즈의 완결판이란 생각이 들고, 로버트 존슨의 빛나는 지성과 분석력을 존경하게 되었다. 모처럼 볼펜으로 밑줄까지 그어가며 공부하듯 읽었다.

이 책은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화'를 융 심리학으로 해석했다. 

신화 자체도 서사가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하다. 신화의 모든 면면들을 남성의 심리와 여성의 심리를 적용하여 분석한 면도 몹시 흥미롭다. 

로맨틱러브는 우리 내면의 위대한 힘을 갖아 순수한 형태로 표현하는 우리의 이상이며 우리를 충만하게 하고 온전함으로 더 가까이 가게 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갑자기 일상의 세계 그 너머의 차원으로 들어올려진 듯 삶이 한층 고양된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것이 강렬하고 초월적이며 장엄하다. 황홀경도 맛본다. 사랑을 통해 온전함을 체험하기를 소망하게 된다. 그런데 이 것은 종교적 체험과 너무나 유사하다. 로맨틱러브와 영성적인 영감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로맨틱러브는 영성적인 영감을 얻는 여정 중의 하나에서 비롯되었고, 오늘날의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나마 같은 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종교본능이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 또 다른 양식으로도 표출될 길이 없어서 이것이 로맨틱러브로 옮겨왔다. 사랑에 빠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삶이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문화에서 심리학적 에너지가 가장 많이 집적된 곳이 바로 로맨틱러브이다. 

아름다운 여신 이졸데는 남성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영원한 여성성의 상징이며, 남성의 정신에 거주하는 여신으로서, 남성에게 삶의 의미에 대한 감각을 자극하는 아름다움과 완전함의 이미지를 체현하는 존재이다. 로맨틱러브를 할 때는 자신의 영혼의 이미지를 상대에게 투사한다.....남자들은 자기 아내나 여자친구가 여신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럴 때 남성은 내면세계의 이상을 상대 여성에게 투사하기 바빠서 실제 자기가 함께하는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나 가치는 보지 못한다. 어느 날 남성이 투사하던 것이 갑자기 증발해버리면 더 이상 로맨틱한 감각으로 사랑에 빠져 있을 수가 없다. 남성은 이럴 때 견뎌내기 어려운 갈등을 겪게 되는데, 대개는 투사가 일어나는 대로 내버려 둔다. 이런 겨우 대부분 다른 여성에게로 투사가 옮겨간다......... 

저자는 크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로맨틱 러브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현대인들이 로맨틱러브에 가지는 환상은 어떤 것인지, 진정한 사랑이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얘기해준다.  뒷부분에 영성이나 내면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는 되나 쉽게 실천하기 힘든 부분이어서 아직 마음 깊숙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사랑을 대하는 우리의 심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소중한 연구이다. 많은 부분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진정한 사랑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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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남성성 He - 동연총서 209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동연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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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만난 여성성 she와 시리즈이다.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여성이라 그런지 술술 읽히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나의 내면의 한 귀퉁이와 만났다는 기쁨도 있었다.  

그런데 남성성에 대한 이야기는 신화 자체도 친숙한 이야기가 아니며, 남성으로 살아본 적도 없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정말 그런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동안 몰랐던 남성의 내면, 성격, 행동패턴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여성심리를 다루지는 않지만 여성도 성배신화에 담긴 비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성의 내면에도 남성성이 있고 여성도 직접 남성성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신화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은 우리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여성도 아버지와 남편, 아들등 남성과 함께 살아기 때문이다.

파르시팔은 예수가 그렇듯 이름없는 지방에서 태어난다. 파르시팔은 아버지와 두 형이 기사가 되어 죽임을 당한 후에 태어나 어머니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 피르시팔은 가난하고 외로운 환경에서 자라났다. 파르시팔은 집에서 짠 천으로 옷을 지어 입고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어떤 형태의 교육도 전혀 받지 못했다.  

사춘기를 막 들어선 어느 날 그는 근사하게 차려입고 말을 타고 있는 기사 다섯 명과 마주친다. 기사들의 멋진 모습에 감격한 파르시팔은 집을 떠나 다섯 기사와 함께 떠난다. 그리고 아더왕의 기사가 되어 모험과 시련으로 가득한 성배의 성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성배의 성은 비전이며 내면의 실체이다. 모든 남성은 15살 무렵에 이 비전을 얼핏 보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이 부분이 정말 궁금하다. 주변의 남자들의 그 경험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고 다니고 싶어졌다) 그리고 남성들은 평생에 걸쳐 이 성배의 성을 찾아헤맨다.           

<융은 '일생이란 자아에서 참 나로 심리의 구심점을 옮겨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다. 융은 이 과정을 인간이 일생토록 해야할 과업이자 또 인간이 하는 모든 노력의 중심에 존재하는 의미로 보았다.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신 혹은 성배를 섬기는 것이다. 우리가 이 진실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가 개인의 행복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린다면 잡기 어려운 성배가 바로 우리 손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라고 저자는 책의 말미에 말하고 있다.  

좀 어렵게 들리기도 하는데 남성들의 심리와 남성들이 일생도록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내 주변의 남자들, 특히 아들 녀석을 이해하기 위해 더 자주 이 책을 꺼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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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 동연총서 208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동연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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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행동과 심리를 공부할 때, 신화를  접목시킨다?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고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신화는  동양신화에 비해 남성중심적이고 여성차별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또한 신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신들의 모습은 질투하고 미워하고 벌을 내린다. 여성신들도 마찬가지이다. 동양의 여성신화에 등장하는 여성신은 모성이 가득하고 감성적인데 반해 서양의 여성신들은 감정의 굴곡이 심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여성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이 인간의 원형이며,  그 원형을 앎으로써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를 통해 여성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프시케의 특성은 순수하고 숭고하고 천상적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숭배 대상이 되지만, 반면 아무도 그녀에게 구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프시케의 두언니는 이미 이웃나라 왕들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프시케에게는 청혼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왕은 신탁을 한다.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질투를 느껴 프시케가 죽음과 결혼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리스인들은 신탁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는 딸의 결혼행렬을 준비한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장례행렬이다. 프시케를 산꼭대기로 데려가 바위에 묶어둔다. 곧 다가올 남편이 바로 죽음이다. 이것은 바로 모든 신부는 결혼식 날 죽게 된다는 의미이다. 수많은 신부들이 결혼식날 눈물을 흘린다.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결혼과 동시에 자기 내면의 처녀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결혼이란 것을 모든 것이핑크빛이고 기쁨만으로 가득찬 것으로 꾸미려고 애쓰지만 사실 어느 곳에선가 죽어가는 부분을 나타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진정으로 결혼의 기쁨을 누리려면 결혼에 담긴 희생적요소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며 사랑의 신이다.아프로디테는 에로스에게 프시케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도록 명령한다. 프시케가 죽음과 사랑에 빠져서, 더 이상 자신의 아름다움과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게 말이다. 에로스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려다 프시케를 본 순간 실수를 저지른다. 에로스는 자신의 화살에 손가락을 베어 프시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프시케를 아내로 맞이하기로 결심한 에로스는 프시케를 낙원의 골짜기에 데려다 놓고 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남편 에로스는 매일 밤 그녀와 함께 보낸다. 그러나 절대로 자신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것과 그가 어디에 가든지 절대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금기사항으로 준다.  

거의 모든 남성은 아내에게 이런 것을 바란다. 아내가 자신의 의식발전을 위한 질문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 순종하기만을 바라는 가부장적인 남성의 모습이다. 에로스는 이런 방식으로 프시케를 통제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여성의 내면에 존재하는 프시케는 짧은 시기나마 이렇듯 남성에게 완전히 복종한다. 이것은 원형적인 차원이라 피할 수가 없다.

기쁨만으로 가득찬 낙원은 반드시 사라진다. 프시케의 언니들이 바로 낙원을 사라지게 한 뱀같은 존재가 된다.  프시케의 언니들은 프시케의 집에 방문하여 프시케를 자극한다. 프시케의 남편이 흉측한 구렁이이며( 이부분은 우리 신화 구렁덩덩신선비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프시케와 아기를 잡아먹을 거라고 모함한다. 언니들은 침실에 등불을 준비하고 날카로운 칼을 준비해서 구렁이의 머리를 잘라버리라고 한다. 프시케는 언니들의 음모에 넘어가 모든 준비를 한다. 밤에 프시케는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다른 손에는 칼을 거머쥐고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남편은 뜻밖에도 신이었다. 놀라고 당황환 프시케는 죄책감으로 자살하려다 칼을 떨어뜨리고 이때  실수로 에로스의 화살을 건드려 상처를 입는다. 프시케는 이 순간 사랑에 빠진다. 등불을 치우려다 그만 기름 한방울을 에로스의 오른 쪽 어깨 위로 떨어뜨린다. 통증에 잠을 깬 에로스는 곧 모든 일을 알게 되고 에로스는 어딘가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프시케는 에로스의 몸에 절박하게 매달린다. 에로스는 프시케가 출산할 아기가 인간으로 태어날 것이고(신이 아닌), 자신은 프시케를 혼자 버려두고 떠나겠다는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여기에서 프시케의 언니들은 여성내면에 있는 불평과 잔소리를 늘어놓는 존재들이다. 프시케의 그림자(shadow)로 볼 수도 있다. 융은 심리적으로 개인이 개발할 수 있는 완전한 가능성 중에서 억압되거나 살아내지 않는 측면을 그림자라고 한다. 억압된 측면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원시적 상태로 남아 있거나 점점 어두워져서 위협적으로 변한다.  

긍정적인 측면은 두 언니에 의해 프시케의 의식이 일깨워진다. 남편은 사랑의 신이자 동시에 산정에서의 죽음이다. 남편은 낙원에 있지만 불확실한 존재이고, 아내가 의식 성장을 원할 때 검열관 역할을 한다. 여성은 일생에서 일정시간 동안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남성 혹은 아니무스의 지배하에 살아간다. 에로스가 만든 낙원에서 내면에 존재하는 의식적 깨달음에 대한 욕구는 침묵한다. 남성의 보이지않는 통제에 완전히 굴복하고 산다.  

두 언니는 '완전한 무의식 상태에 있는' 프시케를 일깨운다. 두 언니가 제안한 '등불'과 '칼'은 프시케의 진화를 위해 유용한 도구이다. 여성이 결혼생활 중 어려운 시기에 등불을 먼저 비추어보고난 후, 칼을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이 쏟아 붓는 말도 칼에 해당한다. 파괴적인 말은 남성을 일그러지게 만든다.......등불은 자신의 의식의 등불로 남성의 가치를 비추어 드러내 주는 능력이다....여성이 등불을 켜서 그 남성 내면에 살고 있는 신의 이미지를 보여줄 때 남성은 자기 안에 신적인 부분을 살려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성은 아무리 용기를 잃게 되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여성이 있다면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다. 남성은 가족을 인도할 빛을 많은 부분 여성에게 의존한다. 누군가 남성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지 않는다면 남성의 삶은 메마르고 건조해진다. 

다시 신화로 넘어가서.. 프시케는 희생을 시도한다. 평정심 혹은 고요함으로 돌아가는 여성성의 기본 특질은 바로 희생이다. 죽을 결심을 하고 강물로 들어간다. 그리스 신 판이 프시케를 설득하여 구해낸다. 프시케는 에로스 대신 수많은 다른 여신들의 재단에 가서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모두 거절당한다. 아프로디테를 두려워하는 다른 여신들이 프시케를 도와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시케는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한다.  

드디어 프시케는 아프로디테에게 간다. 아프로로디테는 프시케에게 독설을 쏟아내며 프시케를 이 난관에서 해방시켜 주는 조건으로 네가지 과제를 준다. 

첫번 째 과제는 온갖 종류의 씨앗이 산처럼 뒤섞여 있는 알곡더미를 주고 알갱이 하나하나 가려서 종류별로 분류하라고 시킨다. 이것의 상징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문제들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해결해가야 한다. 이것을 '분별'이라고 한다. 

두번 째 과제는 강건녀편 들판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숫양의 황금빛 털을 가져오는 것이다. 프시케가 숫양의 황금털을 가져오는 과정은 여성이 남성들처럼 힘의 게임을 하지 않고도 자신에게 필요한 남성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번 째는 프시케에게 크리스탈 잔을 주며 그 잔에 스틱스 강의 물을 가득 채워오라고 명령한다.거대한 생명의 강을 크리스탈 잔에 담는 것은 거칠고 험난한 삶의 강에서 자아를 다룰 때는 크리스탈 잔을 다루는 것처럼 주의해서 아름답게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아의 잔은 산산이 부서져 버릴 수도 있다.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더라도 하나씩만 선택하여 한번에 크리스탈 한 잔을 들고 그 잔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잔을 잘 채워야 한다. 그런 다음 다른 것으로 옮겨가야 한다. 

네번 째 과제는 프시케는 지하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묘약이 든 상자를 가져오는 것이다. 네번 째 과제는 그 사람의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네 과제를 수행하며 온갖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하고 지혜롭고 용감해진 프시케는 마지막 과제의 실수 때 다시 에로스의 도움을 받게 되고 에로스는 제우스에게 이야기하여 프시케를 여신으로 만든다. 그리고 모든 신들과 여신들이 동의하에 프시케와 에로스는 결혼을 한다. 

그 동안 자세히 몰랐던 프시케와 에로스 이야기도 흥미진진했지만 프시케와 에로스의 모습을 보며 여성성의 성격과 행동패턴, 결혼생활을 분석하며 비교하고 비유하는 해석이 몹시 흥미로웠다.  우리 신화나 옛날 이야기로도 이러한 해석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두 언니 이야기와 프시케가 겪는 네가지 통과의례를 보며 구렁덩덩 신선비에서 언니들이 구렁덩덩신선비를 보고 흉측하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신선비가 떠났을 때 신선비를 찾으러가는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인 험난한 시련과 어려움은 비슷한 면이 너무도 많다. 전 세계의 신화와 옛이야기는 비슷한가 보다.  

여성으로서 나의 내면과 나의 결혼생활도 돌이켜보게 하는 아주 고마운 책이었다. 끝없는 성장과 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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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머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 사고와 창의력을 키워주는 40가지 비결
김진배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내공이 떨어진다 싶을 땐 -아이에게 자제심을 발휘할 수 없다.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는 나를 발견한다- 

육아서적을 읽으며 반성에 반성을 하고 내공을 다시 채우곤 했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아이에게 끼칠 심리학적 영향에 전율하며 다시 좋은 엄마가 되보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좀 컸다고,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며 집에서 부대끼는 시간이 적어지니 육아책이나 교육관련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내공을 키울 주사를 맞아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내 삶에, 나의 양육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다!! 

서점에서 찾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언젠가 부터 유머는 커녕 하루 하루의 일상에 지쳐 잘 웃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에겐 잔소리와 혼냄, 강요만을 늘어놓는 엄마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따뜻한 유머가 아이들과 사람들의 감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올바른 양육태도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책머리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유머도 제시하고 

또 유머 뿐만 아니라 올바른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총체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일상생활에서 자주 웃으려고 하고  

농담은 잘 못하지만  

상황을 유머로 넘기며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은 살짝만 비틀고 오버해도 바로 뒤로 넘어가게 웃는다. 

이 것이 바로 아이들의 천성일 것이다.

이 기운이 얼마나 오래 갈 지 모르겠다. 내공이 떨어졌다 싶으면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글쓴이 같은 분이 남편이고 아이들 아빠라면 참 좋겠다. 부러운지고..^^:; 

안되면 나라도 변해야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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