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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동연총서 211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동연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오랜만에 매우 흥미있는 책을 만났다.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와 시리즈인 이 책.
이 시리즈의 완결판이란 생각이 들고, 로버트 존슨의 빛나는 지성과 분석력을 존경하게 되었다. 모처럼 볼펜으로 밑줄까지 그어가며 공부하듯 읽었다.
이 책은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화'를 융 심리학으로 해석했다.
신화 자체도 서사가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하다. 신화의 모든 면면들을 남성의 심리와 여성의 심리를 적용하여 분석한 면도 몹시 흥미롭다.
로맨틱러브는 우리 내면의 위대한 힘을 갖아 순수한 형태로 표현하는 우리의 이상이며 우리를 충만하게 하고 온전함으로 더 가까이 가게 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갑자기 일상의 세계 그 너머의 차원으로 들어올려진 듯 삶이 한층 고양된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것이 강렬하고 초월적이며 장엄하다. 황홀경도 맛본다. 사랑을 통해 온전함을 체험하기를 소망하게 된다. 그런데 이 것은 종교적 체험과 너무나 유사하다. 로맨틱러브와 영성적인 영감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로맨틱러브는 영성적인 영감을 얻는 여정 중의 하나에서 비롯되었고, 오늘날의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나마 같은 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종교본능이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 또 다른 양식으로도 표출될 길이 없어서 이것이 로맨틱러브로 옮겨왔다. 사랑에 빠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삶이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문화에서 심리학적 에너지가 가장 많이 집적된 곳이 바로 로맨틱러브이다.
아름다운 여신 이졸데는 남성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영원한 여성성의 상징이며, 남성의 정신에 거주하는 여신으로서, 남성에게 삶의 의미에 대한 감각을 자극하는 아름다움과 완전함의 이미지를 체현하는 존재이다. 로맨틱러브를 할 때는 자신의 영혼의 이미지를 상대에게 투사한다.....남자들은 자기 아내나 여자친구가 여신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럴 때 남성은 내면세계의 이상을 상대 여성에게 투사하기 바빠서 실제 자기가 함께하는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나 가치는 보지 못한다. 어느 날 남성이 투사하던 것이 갑자기 증발해버리면 더 이상 로맨틱한 감각으로 사랑에 빠져 있을 수가 없다. 남성은 이럴 때 견뎌내기 어려운 갈등을 겪게 되는데, 대개는 투사가 일어나는 대로 내버려 둔다. 이런 겨우 대부분 다른 여성에게로 투사가 옮겨간다.........
저자는 크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로맨틱 러브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현대인들이 로맨틱러브에 가지는 환상은 어떤 것인지, 진정한 사랑이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얘기해준다. 뒷부분에 영성이나 내면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는 되나 쉽게 실천하기 힘든 부분이어서 아직 마음 깊숙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사랑을 대하는 우리의 심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소중한 연구이다. 많은 부분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진정한 사랑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