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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커렐라
애슐리 포스턴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펌 / 2018년 1월
평점 :

기커렐라 - 애슐리 포스턴
(527p / 유혜인 옮김 / 북펌)
덕후를 가리키는 말 Geek과 신데렐라의 합성어 '기커렐라'.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이야기는 현대판 신데렐라의 이야기이자 로맨스 소설이다.
유명 십대 배우 대리엔과 신데렐라 엘의 만남.
십대들의 러브스토리가 간질간질 하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껏 읽었던 로맨스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읽는 소설들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들이 주를 이루고, 가끔 역사에 관한 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그 책들 사이에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로맨스 소설들을 읽는다.
로맨스 소설을 쉽게 보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쓰인 단어 등이 어렵지 않고
일상과 가까운 배경이거나 드라마와 소재, 구성이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되게 친근하고 책장이 쭉쭉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좀 달랐다.
신데렐라 이야기와 많이 닮은 초반에서 온통 sf물인 <스타필드>이야기가 가득하여 내 혼을 쏙 빼놓았다.
본격 스토리가 시작되기 전 무대장치를 단단히 정비하는 느낌이랄까? 배경을 빈틈없이 채우는 듯 했다.
두 남녀가 대충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것 같은데 둘의 대면까지 걸린 시간이 워낙 길었다.
그래서일까 초반 한 50~60페이지 정도는 그다지 속도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끝까지 그렇진 않다. 둘이 문자를 주고 받는 부분부터 속도가 나다가
캐서린이 아빠의 집을 팔려고 하고, 엘이 아빠와 엄마의 의상을 발견한 뒤 엘의 관심이 엑셀시코로 향하게 되면서 페이지는 아주 잘 넘어갔다.
(지극히 주관적이며 처음부터 쭉쭉 읽혔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남, 녀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가 뼈대를 이루게 되는데
'기커렐라'에서는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인 남녀가 우연히 첫 문자를 주고 받게 되는 때가 73페이지.
그리고 한참 뒤에 만남이 그려지지만 문자로만 대화했으니 서로 알아볼리 만무.
결국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445p.
엄청나지 않은가!!!
그럼에도 정말 대단한 것은 소설의 후반에서야 겨우 존재를 확인하는 주인공들임에도
거기까지 지루하지 않게 쭉 끌로 나갈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 읽고 나서 뼈대만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그냥 로맨스 소설, 어디서나 자주 등장하는 현대판 신데렐라 소설일 뿐인데
<스타필드>라는 극을 깊숙하게 넣어 놓았고, 인물들을 섬세하게 표현했기 때문인지 뻔함에도 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로맨스 소설의 경우 너무 가벼운 문체로 쓰여진 것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그 부분에서 이 소설은 딱 마음에 들었고,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는 전형적인 악역과 악역인듯 악역아닌 악역같은 미워할 수 없는 캘의 대비도 재미있었다.
이 소설은 내 책 장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이 소설의 재미에 또 하나의 이유를 더하자면(어쩌면 이게 결정적!)
책이 너무 예쁘다!!!
특별히 양장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선호하는 판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보라색 양장과 표지에 그려진 그림은 나를 홀렸다 ㅎㅎ
혹시 이 소설이 시리즈물로 나온다면 난 또 한 권 한 권 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