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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저스티스 1~3 세트 - 전3권
장호 지음 / 해냄 / 2019년 7월
평점 :

저스티스 _ 장호
해냄
요즘 한창 방영중인 KBS 드라마 <저스티스>는 '장호'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출판사 해냄에서 이 웹소설을 세 권의 소설책으로 출간하였다.
드라마의 내용이 모두 담긴 것 같진 않지만 이 소설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드라마 원작 소설인 저스티스.
웹소설이자 드라마일 뿐이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현실같고 현재 사회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곪고 곪아 터져나오고 있는 문제들도 심각하다는 것이고, 작가가 현실감과 흡인력이 있는 소설을 집필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괜히 더 바쁘다. 그 핑계로 아직 드라마는 시작하지 못했다. 조만간 다시보기로 따라잡아야지 싶지만 다음 주면 절반이 방영되는 시점이니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때 소설 [저스티스]를 손에 쥐었다. 궁금한 마음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사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닫아 넣었다. 아이들이 지나면서 볼까 겁나는 이야기들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연예인, 성폭행 등과 관련된 단어들에 깜짝 놀라 그 날 밤 아이들이 잠든 뒤에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순식간에 진행되는 스토리.
400여 페이지의 소설이 세 권이나 된다. 하지만 이걸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은 들지 않는다. 사건이 진척되는 속도감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사이 사이에 걸쳐진 이야기들과 서로 연계되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스토리는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꽤 오래 책을 놓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책을 덮고 다음 날 읽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는...
소설의 이야기는 아마 시작하면 끝까지 떠들어댈 것 같아 나만 알고 있으려고 한다. 궁금하면 소설이든 드라마든 뭐든 직접 확인하길 권한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또 현실성이 짙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십 년 전이었더라면 뭐 이런 내용이 다 있나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사회에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들 외에 그 사건이 파헤쳐지기까지 뒤에서 일어난 일들을 작가가 잘 그려냈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놈 뒤에 더 나쁜 놈들이 늘어서 있고, 나쁜 놈들은 꼭 힘이 있다. 참 끔찍한 일이다. 전면에 나서는 나쁜 놈들은 그저 윗대가리들에게 휘둘릴 뿐이니 어이없게도 그 나쁜 놈들이 딱해지기 까지 한다. 소설에서는 이 사건을 '서준미'검사가 파고 든다. 젊고 예쁜 검사. 과잉기억증후군에 가까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천재 검사. 대법원장을 지냈던 아버지를 두고 있는 여검사. 나쁜놈들 가득한 소설 속에서 참 정의롭게 보이면서도 현실에서라면 힘없는 평검사가 과연 이런 큰 사건을 물어 뜯기 위해 나설 수 있을까 싶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현실성 없는 게 아니냐 싶겠지만 평검사가 그만큼 사건을 파고들기 어렵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거대한 힘에 감히 덤빌 용기가 있는 사람이 있겠냐는 뜻이다. 소설 속에서 서준미는 전대법관 아버지라는 배경이 있음에도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아버지의 뒷배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며 많은 위기를 겪는다. 좌천되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악바리처럼 물고 늘어지는 그녀같은 검사가 현실에서도 등장했으면 하는 희망을 살짝 품어 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건설회사, 대기업... 끝없이 엮여있는 나쁜놈들의 사슬. 그들에게 돈을 받고 그들의 뒤를 봐주는 공직자들까지 끝도 없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질기다. 서로 엮인 것들이 있다 보니 서로 사건을 무마시키기 바쁘다. 근데 나쁜 놈들은 원래 그렇게 정신이 온전하지 않으면서도 그걸 가리기 위한 연극만큼은 완벽할 수 있는 건가? 정말 대단한 멘탈이다.
'저스티스'를 외치며 그들에게 맞서는 서준미를 도와 사건을 조사하는 장형사, 수사관 국진태, 서기 서효림은 정말 일당백이다. 안타까운 일 뒤에 후반전 선수로 뛰는 홍길동 마형사 까지. 스타 변호사 혹은 뒷골목 변호사라는 이름이 붙은 승률 99.9%의 변호사 이태경도 나쁜놈이고 결코 죄가 가볍지 않지만 그 맛을 본 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 뼛속까지 검지는 않다는 설정은 우리가 품을 수 있는 '희망'이라고 생각하기에 인상적이었다.
세 권을 순식간에 독파하게 하는 장호 작가의 소설 저스티스. 굵직한 사건과 그 주변, 수많은 인물들간의 관계를 참 잘 그린 작품인 것 같다. 웹소설은 조금 가볍게 읽는다는 생각으로 가끔 읽고 있는데 그런 시선을 저스티스가 바꿔 놓는다. 어설프거나 어물쩍 넘어가지 않고 상황 하나 하나를 상세하게 그려내어 독자가 그 이상의 상상을 할 필요가 없다. 막힘없이 읽히는 데에는 사건이 속도감도 있지만 작가의 그 표현 역시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해냄에서 출간된 장호 작가의 또 다른 소설 [휴거 1992]도 반응이 좋았던 터라 읽어야지 하면서도 미뤄두고 있었는데 저스티스가 휴거를 만날 날을 앞당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