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저스티스 1~3 세트 - 전3권
장호 지음 / 해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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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_ 장호

해냄

요즘 한창 방영중인 KBS 드라마 <저스티스>는 '장호'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출판사 해냄에서 이 웹소설을 세 권의 소설책으로 출간하였다.

드라마의 내용이 모두 담긴 것 같진 않지만 이 소설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드라마 원작 소설인 저스티스.

웹소설이자 드라마일 뿐이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현실같고 현재 사회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곪고 곪아 터져나오고 있는 문제들도 심각하다는 것이고, 작가가 현실감과 흡인력이 있는 소설을 집필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괜히 더 바쁘다. 그 핑계로 아직 드라마는 시작하지 못했다. 조만간 다시보기로 따라잡아야지 싶지만 다음 주면 절반이 방영되는 시점이니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때 소설 [저스티스]를 손에 쥐었다. 궁금한 마음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사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닫아 넣었다. 아이들이 지나면서 볼까 겁나는 이야기들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연예인, 성폭행 등과 관련된 단어들에 깜짝 놀라 그 날 밤 아이들이 잠든 뒤에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순식간에 진행되는 스토리.

400여 페이지의 소설이 세 권이나 된다. 하지만 이걸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은 들지 않는다. 사건이 진척되는 속도감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사이 사이에 걸쳐진 이야기들과 서로 연계되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스토리는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꽤 오래 책을 놓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책을 덮고 다음 날 읽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는...

소설의 이야기는 아마 시작하면 끝까지 떠들어댈 것 같아 나만 알고 있으려고 한다. 궁금하면 소설이든 드라마든 뭐든 직접 확인하길 권한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또 현실성이 짙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십 년 전이었더라면 뭐 이런 내용이 다 있나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사회에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들 외에 그 사건이 파헤쳐지기까지 뒤에서 일어난 일들을 작가가 잘 그려냈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놈 뒤에 더 나쁜 놈들이 늘어서 있고, 나쁜 놈들은 꼭 힘이 있다. 참 끔찍한 일이다. 전면에 나서는 나쁜 놈들은 그저 윗대가리들에게 휘둘릴 뿐이니 어이없게도 그 나쁜 놈들이 딱해지기 까지 한다. 소설에서는 이 사건을 '서준미'검사가 파고 든다. 젊고 예쁜 검사. 과잉기억증후군에 가까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천재 검사. 대법원장을 지냈던 아버지를 두고 있는 여검사. 나쁜놈들 가득한 소설 속에서 참 정의롭게 보이면서도 현실에서라면 힘없는 평검사가 과연 이런 큰 사건을 물어 뜯기 위해 나설 수 있을까 싶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현실성 없는 게 아니냐 싶겠지만 평검사가 그만큼 사건을 파고들기 어렵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거대한 힘에 감히 덤빌 용기가 있는 사람이 있겠냐는 뜻이다. 소설 속에서 서준미는 전대법관 아버지라는 배경이 있음에도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아버지의 뒷배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며 많은 위기를 겪는다. 좌천되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악바리처럼 물고 늘어지는 그녀같은 검사가 현실에서도 등장했으면 하는 희망을 살짝 품어 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건설회사, 대기업... 끝없이 엮여있는 나쁜놈들의 사슬. 그들에게 돈을 받고 그들의 뒤를 봐주는 공직자들까지 끝도 없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질기다. 서로 엮인 것들이 있다 보니 서로 사건을 무마시키기 바쁘다. 근데 나쁜 놈들은 원래 그렇게 정신이 온전하지 않으면서도 그걸 가리기 위한 연극만큼은 완벽할 수 있는 건가? 정말 대단한 멘탈이다.

'저스티스'를 외치며 그들에게 맞서는 서준미를 도와 사건을 조사하는 장형사, 수사관 국진태, 서기 서효림은 정말 일당백이다. 안타까운 일 뒤에 후반전 선수로 뛰는 홍길동 마형사 까지. 스타 변호사 혹은 뒷골목 변호사라는 이름이 붙은 승률 99.9%의 변호사 이태경도 나쁜놈이고 결코 죄가 가볍지 않지만 그 맛을 본 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 뼛속까지 검지는 않다는 설정은 우리가 품을 수 있는 '희망'이라고 생각하기에 인상적이었다.

세 권을 순식간에 독파하게 하는 장호 작가의 소설 저스티스. 굵직한 사건과 그 주변, 수많은 인물들간의 관계를 참 잘 그린 작품인 것 같다. 웹소설은 조금 가볍게 읽는다는 생각으로 가끔 읽고 있는데 그런 시선을 저스티스가 바꿔 놓는다. 어설프거나 어물쩍 넘어가지 않고 상황 하나 하나를 상세하게 그려내어 독자가 그 이상의 상상을 할 필요가 없다. 막힘없이 읽히는 데에는 사건이 속도감도 있지만 작가의 그 표현 역시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해냄에서 출간된 장호 작가의 또 다른 소설 [휴거 1992]도 반응이 좋았던 터라 읽어야지 하면서도 미뤄두고 있었는데 저스티스가 휴거를 만날 날을 앞당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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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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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가형사 시리즈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구판과 마찬가지로 현대문학에서 말이죠. 번역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양윤옥님이십니다. 제가 현대문학을 통해 받은 책은 '가가형사 시리즈' 중에 세 번째 책인 [악의]입니다. 이 소설은 구판도 소장하고 있어서 살짝 비교를 했어요. 사실 구판을 가지고만 있고 읽지 않았던 터라 완벽히 비교하진 못했지만 슬쩍 들춰보니 대화글에서 느낌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선생이 말해주시지 않는 한, 몇 번이라도 자꾸 묻게 될 겁니다." <= 구판

"선생님이 말해주실 때까지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 개정판

이런 느낌들 말이에요. 문장이 조금 더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부드러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글자 크기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줄간격이 넓어져서 보기가 더 편해졌어요. 원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대부분이 많은 이야기를 꾸역꾸역 눌러 담지 않아서 빽빽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편이잖아요. [악의] 역시 잠시 집중해버리면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가 있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유명한 작가이고, '가가형사 시리즈'의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악의]는 특히 유명한 소설이라 이미 많은 분들이 읽으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조금 적어 보겠습니다. 일단, 소설을 읽지 않았어도 명성(?)은 익히 들었던 가가형사에 대한 첫인상은 굉장히 정중하면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같았어요. 일부러 자신의 패를 감추고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드러내지 않는 게 몸에 벤 사람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그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예리한 관찰과 추리를 보여주었는데요. 보통 어떤 장면에서 사건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느낌을 딱 받게 되는데 가가형사는 혼자만 알고 있다가 아무렇지 않게 꺼내드네요. 힌트 좀 주시지 혼자만 알고 있었어요 ^^

유명 소설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발견한 사람은 친구인 노노구치 오사무와 히다카 구니히코의 아내인 리에입니다.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전화를 받고 방문하는데 집에 도착하니 집 안엔 불이 모두 꺼져있고, 인터폰을 눌러 보아도 응답이 없습니다. 결국 공중전화로 가서 리에가 있는 호텔로 전화를 걸어 보지만 리에는 남편이 집에 있을텐데 이상하다고 하네요. 결국 리에가 와서 노노구치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히다카는 이미 죽어 있습니다. 놋쇠 문진으로 후두부를 맞은 뒤 전화 코드로 목을 졸린 히다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질문에 답변을 한 뒤 충격과 피로로 인해 힘들었던 노노구치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에 돌아가는데 그 때 가가형사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초면이 아니었던 거죠. 가가형사가 형사가 되기 전, 노노구치가 작가가 되기 전 둘은 모두 교사로 재직했고 같은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가가형사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노노구치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되죠. 히다카의 주변, 과거, 또 현재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이 그것입니다. 노노구치 역시 작가이기 때문에 직업병이랄까 사건이 있던 날부터 쭉 상황을 글로 적어놓고 있었는데 그것을 알게 된 가가형사는 그것을 받아 읽어요. 물론 노노구치의 알리바이를 확인했기 때문에 히다카와 친분이 있던 그의 시선을 참고했던 거겠죠. 그렇게 사건을 조사하던 가가형사는 작은 단서만으로도 진실에 가까워지고 범인을 찾아냅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이 소설 [악의]는 범인을 검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범인이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을까? 그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더 길더라고요. 사건의 조작, 트릭 등이 제대로 등장하는 부분 역시 바로 이 부분인데요. 어떤 사람을 '죽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고 그것을 실행할 정도라면 그 이유가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을텐데요. 그런 의미로 범인의 진술은 타당한 것 같으면서도 묘한 이질감을 남깁니다. 그리고 가가형사는 그 작은 이질감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결국 답을 찾아내죠.

주변의 시선으로 봤을 땐 그 정도로 미움을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이 보이지만, 범인이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질투로 인해 이렇게도 터질 수 있다는 것... 소설 속에 잠시 등장하는 가가형사의 과거를 통해 그가 이 사건의 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이유가 설명됩니다. 자신을 내내 괴롭혔던 사람이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품게되는 악의라...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이 악의의 방향 마저 틀어버리는 것일까요? 자신의 악의를 받아줄 것 같은 사람을 향해 내뿜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처음으로 만나게 된 가가형사! 형사가 아닌 교사였던 그의 과거까지 들여다 보게 되었는데요. 음... 그는 역시 교사보단 형사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가가형사 시리즈가 총 7편 출간되어 있죠? 다른 여섯 편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사건을 해결하는지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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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스
워푸 지음, 유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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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스 FIX _ 워푸

타이완 추리소설 / 현대문학

타이완 소설은 처음 접하는 것 같은데 되게 묘하고 재밌었다. 소설 속 소설, 실제 사건의 재구성, 작가와 독자의 대결 등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컨셉들이 흥미를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컨셉이라면 사실 반전이나 스릴감이 훨씬 더 클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뒤집고 의외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물론 소설 속 소설, 그러니까 그 실제 일어났던 억울한 누명 사건이라는 것들이 보통 사망 사건이긴 하지만 그 사건 자체를 다이나믹하게 그려내기 보다는 작가와 독자 '아귀'와의 설전에 중점을 두고 있으니 사건의 현장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대신 작가와 아귀가 메일을 통해 주고받는 설전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지루한 가르침이 아닌 작가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찌르고 들어가는 아귀의 예리함이 추리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내고, 그것을 감정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작가의 태도가 소설을 읽는 데 쓸데없는 방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바짝 긴장감이 솟아 오르지 않지만 그 흥미로운 대화만으로도 끝까지 가독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국내 문단에서 꽤 이름을 떨친 한 작가에게 도착한 메일 한 통으로 시작된다. '아귀'로 부터 온 작가의 소설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인기 좀 있는, 소위 말해 잘나가는 작가인데 이 얼마나 어이가 없고 자존심이 상한단 말인가? 게다가 아직 출간도 되지 않은 소설의 내용을 지적하다니 정체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메일을 주고 받을 수록 아귀의 논리에 이끌리며 당장 출간을 앞둔 소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결국 이 작가의 소설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게 되는데... 솟아오른 어깨, 뻣뻣한 목, 자만과 아집이 가득한 작가였다면 아귀의 메일 따위는 무시했을테지만 처음에 받은 메일이 기분 좋지 않았음에도 작품을 위해 한 번 더 고민하는 태도가 높은 완성도로 이어졌을 게 분명하다.

이어서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이어 쓰게 된 대필 작가, 경찰인 아버지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작품을 써나가는 아들, 판타지와 SF소설을 좋아하는 은행원, 단편소설로 문학상 대상을 받게 된 수상자, 로맨스 소설 작가, 베스트셀러 작가 등이 '아귀'의 메일을 받게 된다. 각 소설들은 일어났던 사건들을 재구성 하여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워푸 작가의 이 <픽스>가 발표되었을 때 꽤 동요가 있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하면 그 실화 자체가 이슈화 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으니까... 소설 속 소설이 실제 사건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기에 가볍지 않고, 해당 작품의 작가에게 송곳같이 날카로운 지적을 보여주는 아귀의 메일이 뻔하지 않아 일곱 번 반복되는 패턴에도 지루함이 있을 수 없었다. 시대적, 정치적 배경이 되는 요소까지 파고드는 아귀의 작품 분석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추리 소설을 쓰는 요령을 배우는 느낌이 든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종종 읽지만 중간 과정을 빼먹은 약간은 막연한 추측을 해볼 뿐 작가의 글을 의심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아귀의 지적을 읽으면서 인물의 성격, 스치는 의미없는 한 마디, 아주 사소한 움직임 하나까지도 작품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당연한 것이지만 분명 내가 읽을 때에는 어떤 의심을 품을만한 여지가 없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후가 동일선상에 연결되지 않으면 반전이 반전이 아닌 억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고...

난 분명히 재밌는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어쩐지 소설을 쓰는 요령 혹은 추리소설을 읽는 요령에 대해 배운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앞으로는 추리소설을 많이 접해본 독자로서의 감각으로 추측하기 보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독자가 되어 볼까 싶다. 물론 잘 될지 모르겠지만... ^^

 

 

 

 

인물 설정과 플롯이 어긋나면, 인물이 일부러 어떤 행위를 해서 어떤 플롯을 끌어내는 상황이 벌어진다. 독자는 작가의 손이 이야기 속으로 뻗어 들어와 인물을 강압적으로 억누르고 있음을 똑똑히 알아차리게 되고, 이야기도 비합리적으로 흘러가게 된다. 독자가 읽을 때 플롯은 '작가가 써낸 것'이 아니라 실은 '인물이 연기해낸 것'이다.

픽스 p301~30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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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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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ring Me Back _ B. A. 패리스 장편소설

arte 아르테

[비하인드 도어], [브레이크 다운]의 작가 B. A. 패리스가 돌아왔다. 끈적이는 더위에 소름이 돋게 하는 매직을 한 권의 책에 담아...

독자들을 계속 궁금하게 하면서 가독성과 흡인력을 장착하고, 마지막에 반전을 주어 스토리를 뒤집어 버리는 이 흐름은 전작과 닮아있다. 물론 스토리는 다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좀 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는데 일단 그런 걱정은 넣어두자. 흐름이나 반전의 내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읽다보면 또 당했다는 느낌이 받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결말을 예상했다 하더라도 분명 수도 없이 했던 의심 중 하나일 뿐 정확히 꼬집어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음...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를 좋아할 뿐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제대로 당했다!

[브링 미 백]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현재는 핀과 레일라의 시점으로 다시 나뉜다. 이야기는 12년 전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던 핀과 레일라가 여행중에 잠시 들른 퐁슈의 피크닉 구역에서 이별을 맞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는 연인간의 헤어짐이 아닌 레일라의 실종을 뜻한다. 이후 방황하던 핀을 일으킨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해리형이었고, 지금 그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은 레일라의 언니인 엘런이다.

레일라가 사라진지 벌써 12년. 핀은 레일라의 언니 엘런과 결혼 발표를 하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레일라의 사건을 맡아 수사했던 형사 토니에게서 레일라를 목격한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과거 엘런이 잃어버렸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의 가장 작은 인형이 집 밖 길바닥에서 발견된다. 이후에도 또 하나, 그리고 또... 핀 주변에서 계속해서 발견된다. 그리고 핀에게 누군가로부터 메일이 오는데...

12년 전, 핀이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사라졌던 레일라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이것이 납치, 실종, 사망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에 다시 나타난 레일라의 흔적은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다. 동생이 반가우면서도 핀의 마음이 흔들릴까 불안한 엘런, 정말 레일라인 것인지 누군가 레일라를 사칭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것인지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만 한 핀! 옛 연인이었던 루비부터 늘 핀을 도와주었지만 자신의 폭력성을 알고 있는 해리형, 심지어 앞 집 부부까지 의심하는 핀... 어떤 것이 진실일까?

이번 소설 [브링 미 백]에서도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작가 B. A. 패리스! 충격적이거나 잔혹하거나 자극적인 어떤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 소설이 아님에도 긴장되고 스릴이 넘친다. 핀을 따라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이 소설에 푹 빠져들게 된다. 작가가 지어놓은 거미줄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사실 다 읽고 나면 B. A. 패리스의 패턴이다, 혹은 생각보다 스토리가 풍성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다 읽고 난 뒤에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읽는 도중에는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지 않을까? 작가가 주는 떡밥을 물어가며 신나게 책장을 넘기고 있을테니 말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이쯤되면 작가의 패턴에 익숙해졌다 싶기도 한데 다음이 또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 또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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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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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_ 제바스티안 피체크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눈알수집가], [내가 죽어야 하는 밤] 등 '사이코스릴러'라고 불리는 작품의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그의 소설 중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노아]였다. 사회파 소설이라고 했지만 빈부 격차의 심화, 늘어가는 기아, 자연과 자원의 고갈,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지구의 수명 등 인류에 닥친 위기를 인구를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해결하려던 그들 역시 사이코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회파 소설을 표방하는 제바스티안 피체크 식의 사이코 소설을 읽은 것이라고 봐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소설 [소포]는 배경이 그만큼 광범위하진 않지만 그 못지 않은 섬뜩함, 집착과 스토킹의 끝을 달리는 인물을 내세워 '이게 바로 피체크식 사이코스릴러이다'라고 외치는 듯 했다.


분석수사관으로 일하는 필리프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정신의학자 엠마. 지금은 잘나가는 정신의학자이지만 과거 상담 치료를 받은 전적이 있는 엠마는 학회에서 발표를 마친 뒤 하룻밤을 보낸 호텔에서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이발사'라고 불리는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공포감에 시달리며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발사'는 왜 전과 다른 행보를 보였을까? 여자들의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살해하던 연쇄살인범이 엠마만큼은 죽이지 않고 살려둔다. 이 사실은 연쇄살인범에게 어떤 일을 당한 것이 아닌 엠마가 꾸며낸 상황처럼 의심을 받게 되는데...


중요한 일정으로 남편 필리프가 집을 비운 날 우편배달부 '살림'으로부터 이웃의 소포 하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수신자의 이름을 보고는 온몸이 긴장으로 가득해 지는 엠마.


소포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수신자의 이름이 문제였다. (p75)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낯선 수신인의 이름. 팔란트가 누구지?

이때부터 엠마의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의 행동마저 납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그녀 자신이 정신의학자인 것이 더욱 악재로 작용한 것인지 스스로를 분석할 수록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느껴지고 점점 수렁으로 빠져든다. 있던 상황도 점차 자신의 환각은 아닌지 의심에 의심을 하게 되는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오랫동안 이어온 집착, 그리고 그 집착의 끝을 보았을 때 뒤죽박죽이던 내용들이 제 자리를 찾았음에도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커다란 충격과 함께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이발사'를 포함한 그녀 주변의 모든 인물들을 의심하게 해놓고 사건의 진상을 마주한 순간조차 머릿속에 깊은 흔적을 남기게 만든 작가님. 소설 속에서는 진범을 개운하게 낚아챘지만 적어도 내 기억속에서는 사건 이후가 개운하지 않다. 매우 끈적한 것이 달라붙었던 자리의 자국처럼 찝찝한 무언가가 남아있는 듯한... 뭐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그렇다. 자신의 병적인 사랑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인물.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의 대사마저...


"오직 널 사랑해서 그 모든 일을 했어." (341p)


사실 초반에는 내연녀와 함께 아내를 철저하게 속여서 정신질환자를 만들어 버리는 남편이 등장하는 한 소설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소설 역시 엠마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내를 정신질환자로 몰고 가는 악질적인 남편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예상을 했는데 여기서 그 이상을 봤다. 그저 그런 연기가 아니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주변을 통제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함 없이 처리하는 섬뜩함. 제대로 사이코스릴러를 맛본 것 같다. 작가의 이전 유명 작품들을 다 섭렵하지 못했는데 짙은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이 함께 인다. 과연 이 마음을 이겨내고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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