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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평점 :

아름다운 흉기 - 히가시노 게이고
(2018. 03. 22 / 384p / 민경욱 옮김 / RHK 알에이치코리아)
'히가시노 게이고' 그 이름이 주는 신뢰감은 꽤 큰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출간된 작품 수도 많고, 드라마나 영화화 되며 사랑받은 작품들도 다수이다. 최근에도 여전히 쉴 틈 없이 신간이 출간되고 있다. 몇 편의 소설은 초기 그의 미스터리 스타일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찾게되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 <아름다운 흉기>는 새로 출간된 작품이 아닌 RHK에서 재출간 된 개정판이다. 처음 이 책을 택배로 받았을 때 표지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막상 소설을 읽고 보니 다양한 감정이 오간다. 치열한 경쟁. 메달 없이는 실패자가 되고, 성공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혀 약물 복용에 이르는데...
전직 스포츠 선수 네 명이 도쿄 근교의 한 별장에 잠입한다. 무언가를 빼내려고 하지만 센도에게 발각되고 총을 든 그를 막으려다 그 총으로 그를 죽이고 말았다. 그의 사체를 숨기기 위해 그들은 집에 불을 지르는데 화재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 의해 시신이 발견된다. 저택 뒤 굳게 잠긴 창고의 문과 함께...
옮겨진 시신에서 창고 열쇠로 보이는 것이 나왔고, 야마시나 경부는 시토 형사에게 확인을 지시한다. 시토는 바쁜 나머지 현장 인근 파출소에 근무하는 요시무라에게 부탁을 하는데 문 열린 창고에는 누군가가 머물던 흔적이 보이고, 요시무라는 창고 앞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시토는 그에게 부탁을 해서 그가 죽임을 당했다는 생각에 범인을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뒤를 쫓게 된다.
반면 시토가 뒤쫓는 그녀(?)는 센도를 죽인 네 명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네 명의 선수를 향해 다가오는 타란툴라의 거대한 그림자... 그들이 찾던 것은 무엇이고, 왜 센도를 죽였으며, 타란툴라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실 미스터리 소설이고, 스포츠 의학이라는 어떤 전문적인 분야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그 구성이나 전문 지식이 우리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 스토리의 전개도 앞을 향개 쭉쭉 달려 나가고, 다가올 장면도 훤히 보이는데도 그의 이야기에 그냥 이끌려 함께 달려나갈 수 있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범인과 복수의 대상 등이 모두 공개된 상태이기 때문에 머리를 써 가며 범인을 찾고, 인물들을 하나하나 의심하면서 읽을 필요가 없다. 물론 복수를 통해 다 죽이고 끝~ 이렇게 막을 내리진 않는다. 그들 앞에 다가올 운명과 반전은 한참 가독성 좋은 소설에 정신을 놓고 달려가고 있을 무렵 발목을 슬쩍 걸어 넘어뜨리는 센스가 있다.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먹혀 버리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 추악함을 끝까지 드러내지 않으려고 악마가 되어 버리는 그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인간이기 때문에 최고가 아니면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욕심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인간이길 포기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 선수로서 스포츠 정신을 위배했고, 그 순간 그들은 자신의 실력으로 승부한 것이 아니기에 그 기록은 그들 본인의 기록이 아닌 것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지 못한 나라가 있었다. 수많은 선수들의 도핑이 적발되었고, 그로 인한 징계 조치였다. 약물이 한 순간 반짝이는 빛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 빛은 꺼졌고, 흉기가 되어 돌아왔다. <아름다운 흉기>에 등장하는 네 명의 스포츠 스타들의 빛도 사라졌고, 타란툴라 역시 그 대가가 작지 않았다.
평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면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가 많이 담겨 있는데 이 소설에서도 마지막까지 놓지지 않았던 것 같다. 개정판이어서 그럴까? 내가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이 이런 것이다...라는 느낌이 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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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아무것도 몰라. 이 나라는 말이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라가 아냐.
특히 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말이야. 사라지면 잊히고,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남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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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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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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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