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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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당 사건수첩 - 정재한

(2018. 04. 10 / 368p / 캐비넷 / CABINET)




나는 늘 이야기 하지만 책 편식이 좀 심하다. 사실 소설 외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산문이나 비문학 도서들도 두루두루 읽고 싶은데 내공 부족으로 책을 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재미있는 소설만 찾아 읽는 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이제 2년도 되지 않았으니 읽다 보면 점차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아무튼 요지는 내가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일본 소설을 주로 읽는 편이다. 정통 미스터리 추리 소설도, 코지 미스터리도 대부분 잘 읽히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몇몇 출판사에서 나오는 국내 소설에도 눈길이 간다. 그 중 한 군데가 바로 캐비넷 출판사이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소실점>이라는 소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눈길을 끌었고, <스프린터(part1만 출간되었다)>와 <슬픈 열대>는 읽어 보았는데 소재도 식상하지 않았고, 가독성도 좋아서 신간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정재한 작가의 <미남당 사건수첩>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정말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거의 없었음에도 밤에 잠을 줄여가며 읽었다. 사실 몇 시간만 나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었다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을 소설이다. 내가 워낙 읽는 속도가 느린 것을 감안할 때 정말 정말 잘 읽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이태리 브랜드의 수트를 주문해 입는 서른 네 살의 남자 남한준. 점집엔 출입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남자가 바로 연남동 박수무당이다. 말은 또 얼마나 잘 하는지~ 시작부터 셀프 소개를 거하게 하고 시작한다. 철저하게 예약제로 손님을 받으며, 손님이 들어오는 동시에 줄줄 좔좔 제대로 쪽집게처럼 맞춰대는 용한 사기꾼이다! 전직 프로파일러인 이 박수무당은 손님이 예약을 하면 일단 협력업체(라고 쓰지만 덩치 크고 힘 좀 쓰는 친구 수철의 흥신소)에서 신상 파악을 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천재 해커로 FBI에 스카웃 되었던 여동생 남혜준이 필요하다면 해킹을 해서라도 개인정보를 파헤친다. 그럼 한준은 그 정보들을 분석하고 달달 외워서 용한 무당 흉내를 내는 것이다.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니 손님들은 껌벅 넘어가 지갑이 열린다 열려~


어느 날 연남동 박수무당의 VIP 김경자 사모의 콜을 받고 갔다가 경찰 두진, 예은과 함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시신은 경찰 예은이 찾고 있던 실종된 강은혜로 밝혀졌고, 남한준의 또 다른 고객 이름만 들어도 진상~ 박진상의 문제와 강은혜 사건이 서로 얽히면서 험난한 길로 빠져들게 되는데...!


가독성도 좋은데다가 시원시원하면서도 유쾌한 문체로 인해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스토리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없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장이 마구 넘어간다. 독자와의 감질나는 밀당 따위 하지 않겠다는 듯 빠른 전개를 보여 주시니 오래 붙들고 있을래야 붙들 수 없다. 그렇다고 그저 그런 킬링타임 소설이냐! 그렇지도 않다. 무겁지 않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보면 현 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와 비슷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한 부분들이 생긴다. 박수무당 남한준. 전직 프로파일러였던 이 남자는 왜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집어 던지고 박수무당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가 쫓는 재계의 그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사연이 있는 듯 한데 이 소설에서 제대로 풀어주질 않았다. 그리고 임 고모의 자수 그 이후는 안 알려줄텐가? 궁금한데...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여자라서 말이다. 혹시 2편을 기대해 봐도 좋으려나? 만약 출간이 된다면 다시 만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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