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화이트 래빗 - 이사카 고타로
(일본소설 / 316p /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중 내가 처음으로 읽은 소설은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였다. 일본소설은 전형적인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던가 일상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위화감이나 묘한 사건을 풀어낸 내용 등을 조금 읽어 보았는데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굉장히 독특하다고 느껴졌다. 아마 그 특유의 문체에서 풍기는 느낌이었으리라. 처음 접했던 그 소설에서는 '아... 좀 독특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의 에세이 <그것도 괜찮겠네>를 읽고 나서 이 작가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던 것 같다. 툭툭 던지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유머도 있고, 날카로움도 있다. 헐거운 것 같으면서도 막상 찾으려고 하면 빈 틈을 발견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이번에 출간된 <화이트 래빗>은 그의 특징을 잘 담고 있으면서도 미스터리의 느낌 또한 확실히 살아 있다. 심지어 사람이 죽고, 총을 발포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소설도 그의 머리와 손을 거쳐 나오면 이런 부분이 부각되지 않아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거의 없다는 사실. 한 마디로 무서운 소설은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할 때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소설을 읽다가 "어? 이거 어떻게 된 거지"하고 갸웃거리다 "아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 마음과 노력이 내게는 그대로 전해진 모양이다. 정말 읽다가 그의 힌트나 정답을 듣고는 제대로 반전의 묘미를 즐겼다. 인물들 하나 하나가 참 독특하다 생각하면서도 그들이 어울어진 장면들이 어쩜 그리 기가 막히는지! 특히 구로사와를 비롯 나카무라와 이마무라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정말 유쾌했다.
이 소설의 중심 인물은 구로사와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각 무리마다 중심 인물이 있고 그들이 서로 얽혀 스토리를 이끌고 있다. 구로사와를 비롯한 빈집털이범 나카무라와 이마무라. 그리고 벤처기업(유괴조직)에서 매입(유괴)을 담당하는 우사기타 다카노리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조직. 나쓰노메 과장을 비롯한 미야기현 경찰 본부의 특수수사반 SIT. 아! 소설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오리오오리오를 중심 인물에 굳이 넣지 않은 이유는 소설 속에서 찾아 보시길!
우사기타는 본래 조직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그 인물을 유괴해 정해진 장소에 데려다 놓는 일을 한다. 딱 거기까지. 그 일을 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자신의 아내가 유괴된다. 자신의 조직에 의해... 아내를 되찾는 거래 조건은 조직의 경리가 빼돌린 돈의 행방을 알고 있는 '오리오오리오'라는 인물을 찾아서 데려오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이 모든 일이 시작된다.
우사기타는 오리오의 가방에 GPS 기기를 넣는 것에 성공하고 그 신호를 따라 한 집에 들어가게 되는데 오리오는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그 집에 있던 사람들에게 총구를 들이대며 인질로 잡아 농성을 한다. 인질과 오리오와의 교환을 거래 조건으로 내 걸면서... 그럼 경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느냐? 하아...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빈집털이범 나카무라, 이마무라가 금고를 열기 위해 구로사와에게 도움을 요청해 금고를 따던 구로사와는 도대체 왜 여기에 연관된 것이며, 오리오오리오의 GPS는 왜 사토 유스케의 집에서 발견이 되어 그의 가족이 인질이 된 것일까?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보면 이사카씨가 등장! 힌트를 주거나 정답은 바로~ 이것입니다! 하고 알려준다. 그런데 중간에 답을 알려줘 버리는데 전혀 허탈하거나 김이 새지 않는다. 마지막 장까지 집중해서 넘길 수 있다. 그것이 이사카씨의 매력이 아닐까?
내가 읽은 이사카 고타로의 네 번째 소설 <화이트 래빗>. <그것도 괜찮겠네>에서 느낀 그의 매력을 소설 속에 그대로 옮겨 담아 앞으로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찾아볼 수 있게 만든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다. 이미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소장하고 있는 그의 소설들이 좀 되는데 한 권씩 얼른 읽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