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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이벤 아케를리 지음, 손화수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3월
평점 :

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 이벤 아케를리
(304p / 손화수 옮김 / 출판사 아름다운사람들)
2016년 노르웨이 올해의 최고 아동 문학상 수상작인 이벤 아케를리의 <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는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아이의 후회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만약 내게 아이가 없었더라면큼 이 작품이 내 눈길을 확 끌진 못했을 것 같다. 요즘들어 '아이의 학교 생활'이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된다. '왕따'나 '학교폭력'이 심심치 않게 일어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아이들을 약하게 키우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남자아이들만 있는데 강하게 키워야 괴롭힘 당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면서 키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런 고민을 반복하다 보니 내 마음 속에 조금은 '어떻게'에 대한 생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단어가 바로 '용기'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용기가 있다면 혼자 끙끙 앓고 있지도 않을 것이고, 무섭고 두려워 마냥 피하려고만 하지 않을 테니까. 용기를 냈는데 또 상처를 입는다면 그 상처는 내가 어루만져 주고 보듬어 주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 옆을 지키면서 아이에게 힘을 보태 주려면 나부터 용기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소설의 주인공은 '아만다'라는 여자아이다. 많이 소심한 성격으로 그려진다.
아만다는 다운증후군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전학생을 자신이 맡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되고, 아이들에게 놀림 받을까봐 두려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라스의 언어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또 다시 벽에 부딪혔다. 반에서 인기가 많고 거침이 없는 안나와 크리스티나. 사실 아만다는 이 아이들과 어울려 친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다가와 아만다의 사진을 지우는 댓가로 보답을 요구하자 라스의 사진을 넘겨주고 만다. 그 결과 아만다는 라스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고 선생님을 포함한 모두에게 외면을 당하게 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마주보고 용기를 내어 극복한 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았다. 엄마의 눈으로 읽었기 때문인지 아이의 행동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또 많이 안타까웠는데 포기하고 주저앉지 않고 끝까지 용기를 낸 아이에게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또 어른들의 부추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아이는 스스로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 부끄러운 모습을 스스로가 미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용기를 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실수할 수 있는 어린 아이니까. 행동을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시기이니까.
내 아이에게 이런 용기가 있다면 아이의 성장 과정이 걱정되기 보다는 기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