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2 아르테 오리지널 2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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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2권 _ 처처칭한

중국소설 / 미스터리 / 사극 / 로맨스 / 다 가진 소설

arte / 아르테



내일이면 배송될 잠중록 3권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잠중록 2권을 잠시 떠올려 본다.

(2권을 읽고 서평을 쓰지 않았더니 내용이 벌써 가물가물 하여 내용을 다시 상기시키는 기분으로 끄적이는 간단 리뷰)


'비녀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비녀를 소재로 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소설 [잠중록]

1권에서는 황재하 가족의 독살 사건으로 시작되었지만 메인은 황후의 과거가 현재로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들이 그것이었다. 시작은 별 것 아닌 것 같았으나 갈수록 일이 점점 커졌던 1권의 이야기. 오랜 세월 숨겨져 있던 과거와 현 시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이 어우러져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어 냈더랬다. 기왕 이서백에게 간택받은 왕약이 사라질 때 떨어져 있던 금비녀, 또한 이서백과 과거 잠시 스쳐가는 연이 있었던 정설색의 은비녀, 무언가 생각할 때 비녀를 뽑아 끄적이는 습관이 있는 황재하를 위해 이서백이 이중으로 설계해 만들어 준 비녀까지 참 다양한 비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황재하의 머리에 비녀가 없었다면 황재하가 사건을 해결하기 매우 곤란했을지 모르니 그 비녀가 가장 중한 게 아닌지...ㅎㅎ


2권에서는 장항영의 집에 걸려 있던, 선황께 하사 받았다는 그림의 세 가지 먹 자국과 맞물리는 살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보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등장하는 여인은 (비록 남장을 하고 있으나) 황재하가 있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공주 동창, 향초 가게의 딸 적취, 동창의 시녀 수주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스포는 아니지만 인물을 설명하면서 사건과 관계된 내용을 언급할 수 있으므로 잠중록 2권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뒤로!>



동창은 곽 숙비의 딸로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황제이기 때문일까 사랑을 받는 동창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대로 할 뿐이니 총애를 받았다고는 하나 어딘지 결핍이 느껴진다. 도자기 인형에 손을 베었다는 이유로(황제의 입장에서는 도자기 인형이 동창의 손을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형생 도자기로 된 것은 가까이 할 수 없게 되어 어릴적 도자기 인형에 대한 향수를 아직도 품고 있다.

적취는 양초를 만드는 홀아버지 여지원과 함께 살았는데 온동네에 아비가 아적을 타박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적취가 큰 변고를 당하자 여지원은 체면을 잃는 게 두려워 나가 죽으라고 내쫓았다. 하지만 마음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니... 평생 사랑 받았으나 단 한 번도 그 사랑을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다가 아비의 죽음 앞에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다음은 동창의 시녀 수주의 이야기이다. 수주는 어려운 형편에 놓이자 돈에 팔려 궁에 들어간다. 궁에서 온갖 일을 겪고 결국 동창의 눈에 들어 노비문서를 파기하고 혼인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앞두고 가족들을 살리겠다고 딸을 희생시킨 아비가 나타나자 반갑지 않다.

그리고 황재하... 똑똑하고 사건을 잘 해결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있다.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못한 채 도망쳤기에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때문에 부녀간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여도 딱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 하지만 황재하가 흘린 말 한마디로 정의되었다.

"하늘 아래 제가 만나보았던 가장 좋은 아버지는 바로 저희 아버지였습니다." (p552)


부녀간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잠중록 2권에서도 역시 제목에 걸맞는 비녀가 등장한다. 그것은 동창의 비녀인 구난채. 화려하기 그지 없는 사라진 구난채의 행방을 황재하는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내 잘못이다."

"내가 잊었구나……. 네가 여인의 몸이라는 것을." (p284)

2권에서는 기왕과의 로맨스도 달달함이 좀 더 짙어진다. 왕온 덕분인지 기왕의 유치한 질투도 좀 드러나는 것 같고ㅎㅎ


황재하에겐 특별한 사람이겠지만 어딘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우선, 쾌할함이 이루말할 수 없어 절로 웃음이 나게 하는 주자진 등의 인물들도 계속 눈여겨 보고 있는데 황재하의 가족 사건은 아무래도 4권에 가야 결론이 나겠지? 얼른 결말을 보고 싶다. 황재하도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원래 추리소설을 읽을 때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게 하는 어중간한 로맨스는 사절인데 이상하게 잠중록은 미스터리에 집중하면서 보다가도 로맨스를 기다리게 하는 매력? 마력이 있다. 사건에 집중되어 있는 소설임에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을 갖고 있는 로맨스. 내일 도착할 3권에 이어 다음 달 출간될 4권도 얼른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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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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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 원작, 칼데콧 수상작가들이 완성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arte



"우린 준비됐어, 아빠."

들을 준비가 된 클래라와 수지. 두 딸들에게 아빠 마크 트웨인이 들려주었던 이야기.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어느 순간 갑자기 끝이 나 미완성 동화로 남은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을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가 필립과 삽화가 에린 스테드 부부가 문장과 그림을 더해 완성하여 책으로 출간되었다. 필립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마치 마크 트웨인과 필립이 만나 대화하는 듯한 장면 등이 사이사이에 담겨 있어 이야기를 견인한다. 두 용의 예상치 못한 행동을 시작으로 곧장 결말을 향하는 이 동화는 동화와 마크 트웨인, 필립의 목소리가 뒤섞인 속에서도 적지 않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곳에 사는 주인공 조니. 이곳과는 매우 다른 그곳.

가난한 조니는 할아버지와 진정한 친구인 '전염병과 기근'과 함께 살고 있었다. 시장에 가서 친구를 팔아 먹을 것을 사오라고 하는 할아버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시장에 간 조니는 나무로 된 잔을 내밀며 "한 푼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한 노파를 만난다. 조니는 할머니를 돕고 싶었지만 조니에겐 전염병과 기근 밖에 없었다. 조니는 전염병과 기근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길 부탁하며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거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노파도 한 줌의 담청색 씨앗을 건넨다.


그 노파는 누구였을까? 엄청 힘든 상황이 왔을 때에만 심어서 정성껏 돌보고 꽃이 피거든 그 꽃을 먹으라던 할머니.

조니가 가져온 담청색 씨앗은 화를 내던 할아버지가 한움큼 입에 넣어 씹고는 죽고 말았다. 그리고 조니의 주머니에 남아있던 씨앗 하나는 할아버지를 품은 땅 위에 심었는데 꽃을 열심히 돌보자 어느 날 묘한 분위기의 꽃이 피어났다. 조니는 그 꽃을 뿌리째 먹었고, 그 뒤 수지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수지는 조니의 친구가 될 스컹크를 말한다.


조니는 수지와 함께 동물들을 만나고 태어나 처음으로 배부르고 순조로운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가 올레오마가린 왕자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왕자의 귀환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는다는 현상금이 걸린 포고문을 발견하고 동물 친구들과 성으로 향한다. 사라진 아들을 도난(?)당했다고 표현하는 국왕과 왕보다 50센티미터는 더 클 것 같은 왕비를 만난 뒤 왕자를 찾으러 떠나는데...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찻잔을 채워 오겠다던 마크 트웨인이 돌아오지 않자 족제비의 조언에 따라 필립이 뒷 이야기를 붙이기 시작한다.


돌발 행동을 하는 두 용, 돌아온 전염병과 기근, 거인들을 공격하는 왕자의 모습은 의외의 결말을 가져 온다. 그 필립이 그려낸 결말로 향하는 길은 마크 트웨인의 의도와 다른 길이었을지 모르지만 방향은 같지 않았을까?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 진심을 담아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주인공을 향한 방향 말이다.


마음을 나누고, 믿음을 보이는 조니와 친구.

풍족함에도 숲을 파괴하고 강을 콘크리트로 덮어 버리는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이 만연한 이곳, 가난함에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을 베풀 줄 아는 그곳의 조니.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의 시선을 배려할 줄 아는 조니와 수지... 동물 친구들.


짧은 동화 속에 이곳보다 훨씬 아름다운 그곳의 이야기를 담아낸 두 작가와 우리의 주인공 조니의 걸음 걸음에 쌓아 올렸던 감정을 마지막에 더 큰 감동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일조한 삽화를 그려낸 그녀의 작업의 결과인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은 오래도록 기억될 또 하나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조니는 앞쪽에 창을 두 개 냈는데, 창문 하나는 조니의 키에 딱 맞아서 그가 밖을 내다보며 오가는 생물체들의 경이로움에 감탄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창문은 호기심 많은 동물들의 키에 맞춰져 있어서 동물들이 난데없이 찾아온 이 특이한 생물체를 구경하며 이것저것 궁금해할 수 있었다. (p94)


"세상 사람들은 동물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거고."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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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1 : 고대 초등 인문학 첫걸음
신현배 지음, 김규준 그림 / 뭉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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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1. 고대


뭉치




인문학이라고 하면 나부터도 그 방대한 범위와 지식에 어렵다는 선입견의 벽을 치게 되는데 혀니와 함께 읽어보려고 했던 [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의 앞에 달린 '초등 인문학 첫걸음'이라는 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고 만난 이야기들은 동화책 읽듯 아이도 나도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심지어 호기심이 일고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혀니는 한국사에 관련된 도서는 거침없이 읽으면서 세계사 책은 번번히 포기하고는 했다. 아무래도 용어도 배경도 낯설다 보니 쉽게 읽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학습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엄마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혀니가 책을 좋아하니까 아이가 훗날 역사를 단순히 '암기과목'으로 여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삼국유사, 삼국사기, 한국사 등을 재미있는 책을 통해 접하게 했다. 그런데 세계사만큼은 그게 쉽지 않아 미루고 미루던 차에 뭉치에서 출간된 [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동물은 아이들에게 상당히 거부감 없는 소재이다. 그래서 이 책이라면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한 듯 하다.


1권에서는 '고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세계사라는 느낌보다 신화와 전설이 뒤섞인 역사라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이렇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더는 어렵게 여길 필요가 없다. 특히 혀니가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통해 알게 된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등장하고, 그리스 신화와 교차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처음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더니 트로이목마를 보고 반갑게 소리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혀니는 이 책과 친해질 수 있었다.


고대에서의 동물은 주로 신성시 여겨진 대상, 화폐의 역할, 이동 수단, 전쟁과 관련된 것이 많다. 동물 중에서도 고양이와 소가 특히 신성시 여겨졌고, 화폐로서는 소, 양, 말, 동물의 가죽이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누에의 경우 중국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기도 하고, 전쟁시에는 말이나 코끼리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동물은 경제력과 군사력 양쪽에서 모두 중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간혹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잔혹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동물을 통한 판결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계사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 아직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마라톤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보통 그리스의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긴 거리를 달려왔던 병사의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 마라톤이라는 건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마라톤을 하지 않는 나라가 하나 있다고 한다. 사실 그 나라가 어디일지는 누구나 쉽게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스에 승전보가 울려 퍼졌을 때 패전국이었던 페르시아는 당연히 마라톤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페르시아는 지금의 이란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그 한 나라는 이란이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서태후가 즐겨 먹었다던 모기 눈알 요리 역시 뇌리에 남는다. 모기 눈알을 어떻게 먹을까? 아니 모기도 작은데 모기 눈알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는 걸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 재료 수급 과정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궁금하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동물과 관련된 역사 에피소드는 총 34편이 담겨 있는데 각 편이 끝날 때마다 관련 역사를 서술한 부분들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고대 부분이라 신화나 전설이 가미된 부분이 많았는데 이후 서술된 역사를 읽으면서 조금 더 담백하게 역사적 사실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나도 아이도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안에 녹아있는 역사적 배경과 사실들도 충분히 전해졌기에 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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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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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_ 처처칭한 장편소설

아르테 arte



새장 속 새가 순식간에 사라지리라.

부귀는 모두 뜬구름 같고, 미몽은 깰 줄 모르는구나!


"현재가 어떻든지 간에, 이전에 자신이 행하거나 겪은 모든 일은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남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절대로 속일 수 없지요." (p160)


장안에서 형부 시랑을 지낸 아버지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며 이름을 날렸던 소녀 '황재하'

양제탕에 비상을 넣어 온 가족을 몰살시킨 희대의 악녀가 되어 장안에 돌아왔다. 따로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데 할머니와 숙부가 냥아 왕 가의 후계자 '왕온'과의 혼담을 성사시키려 한다는 이유로 가족을 독살했다고 하는데... 그 똑똑하던 아이가 어째서 한눈에 범인으로 보이도록 일을 벌였을까?


황재하는 장항영의 도움으로 황제의 넷째 동생인 기왕 '이서백'의 마차와 함께 장안성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곧 이서백에게 발각되는데!

한없이 냉정한 기운을 내뿜는 남자 이서백은 황재하 못지 않게 기지가 뛰어난 자로 황재하와 모종의 거래를 하면서 그녀를 곁에 두게 된다. 물론 여인의 모습이 아닌 뛰어난 환.관 '양숭고'의 신분으로 위장시켜 이서백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게 한다. 정확히는 돕는다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해 보이라 명하고 은근슬쩍 도움을 주며 매력 발산도 해주는 기왕 이서백이다.


일단 이서백의 신임을 얻기 위해 일단 몸풀기로 사건 하나를 해결하는 황재하. 여기서 언급한 신임은 '이 자가 믿을만한 자인가'라기 보다는 '이 자가 사건을 잘 해결할만한 자인가'가 되겠다. 그렇게 석 동안 장안성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방안'사건을 해결한 뒤 이제 본게임에 들어가는데...


여기서부터 왜 독자들이 '잠중록'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책이라고 하는지,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펼치라고 하는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새워 읽었다고 하는지 체감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처럼 피곤한데도 잠을 못잔다고? 하며 코웃음 치는 사람이 있다면 함부로 경거망동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나는 머리만 닿아도 잠이 드는 '늘 피곤한 엄마'이기에 보고 싶었던 TV 프로그램은 켜놓고 광고하는 사이에 잠이 들고, 새벽에 축구 경기를 보려고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이 들면 혼자 울려대는 알람에 신랑만 깨고 정작 나는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결과만 본다. 그런데 이 잠중록을 손에 쥐고 새벽 4시까지 책을 읽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지막 장을 덮고 시계를 보며 깜짝 놀랐다는... 그나마 한참 진행중이던 사건이 일단락 되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2권도 이어서 펼쳤을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사건에 흠뻑 빠져있는 와중에 예고없이 설레게 만드는 이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로맨스이지만 추리가 더 강하다 여겼는데 한번씩 훅을 날려주는 달달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전에 오래 붙들고 있던 책이 있어 뒤늦게 펼친 잠중록이었는데 500페이지가 무색하게 뛰어난 가독성을 증명했다. 특히 사건의 흐름이 건조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이 다이내믹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얽혀있던 사건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심지어 번외까지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1권을 천천히 읽을 걸, 금방 지나가버린 책장이 아쉬웠다. 그나마 2권을 미리 주문해 놓아 옆에 대기중이기에 정말 다행이다. 아르테에서 5월, 6월에 3, 4권이 출간된다고 하는데 빨리 4권까지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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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메리카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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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메리카 HELLO AMERICA _ J. G. 밸러드 소설

현대문학


 

"생각해봐라, 웨인―제45대 미합중국 대통령이다……."


슬림한 판형에 400페이지도 되지 않는 분량.

미합중국의 붕괴 그리고 한 세기가 흐른 뒤 도착한 원정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룻밤 사이 다 읽어내진 않을까 기대했던 책인데 의외로 꽤 고전했던 소설이다. 진도도 나가지 않고, 집중도 되지 않고... 그런데 이게 내용이 어렵거나 문장이 빡빡하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고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머릿속에서 영상처럼 흘러갈 수 있도록 글로써 상황을 엄청 잘 그려놓은 소설인데 나는 상상력 부족으로 그 문장들을 이미지화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계속 생각하고 떠올리면서 한글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처럼 떠듬떠듬 거린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 한다고 하는데 이 소설 속 장면들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사막과 정글의 배경을 철저하게 그려놓았다.


밸러드의 [헬로 아메리카]는 1981년 작품으로 1990년대 초반 미합중국이 붕괴되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리고 2114년, 한 세기가 흐른 뒤 미국 난민의 후손들로 이루어진 아폴로호 원정대가 이 대륙을 다시 밟게 된다. 미국의 후손이라서 그럴까 붕괴된 땅을 찾아 가는데 각자 어떤 열망과 환상을 갖고 있다. 석유와 가스가 고갈되고 산업화가 중단되면서 경제가 폭락하고 전기도 배급을 받아야 하는 유럽에서 그들은 꿈과 희망을 갖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선조들이 미국 땅에 도착해 거대한 나라를 세웠던 것처럼 그들도 그 땅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떠난 원정길일지도 모른다. 도무지 머릿속을 알 수 없는 선장 스타이너, 기계를 잘 다루는 기술자 기관장 맥네어, 아폴로호 원정대 대장인 오를롭스키, 과학자인 앤 서머스와 파울 리치, 그리고 밀항자인 웨인. 그들 중 가장 어린 소년 밀항자 웨인의 시선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이 소년의 야망 또한 작지 않다(가장 큰 건가?).


아폴로호가 이 대륙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도시를 뒤덮은 금빛 양탄자를 그렸지만 그것은 태양에 달궈진 청동 가루였을 뿐. 이러한 허상과 오해들은 그들의 환상을 지우고 허망함을 가져다 준다. 사막화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웨인이 처음 본 생명체는 파충류일 뿐이고... 아폴로호의 정비를 위해 기술자 맥네어와 선원들은 배에 남고 선장 스타이너를 필두로 오를롭스키, 앤서머스, 파울 리치, 웨인은 길을 떠난다. 그들의 여정은 어렵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막화가 된 채 백 년이 넘도록 버려져 있던 땅을 횡단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죽음을 맞기도 하며 모두의 숨이 멈출 때까지 지루하게 이어질 것만 같던 여정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내가 눈을 돌리기만 하면 빈 차의 뒷좌석 따위에 들어가 주저앉는다. 마치 그들을 태워다 줄 운전기사를 기다리는 듯이. p149

시선의 주인공인 웨인, 미합중국의 대통령을 꿈꾸는 이 소년을 보면서 물 위에 떠있는 허상만을 꿈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름과 같은 허상 아래에 있는 물은 관심조차 두지 않으면서... 한편 요즘 아이들의 꿈이라는 연예인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옛날엔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대통령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훨씬 많다고 하니 그것도 일종의 평행이론일까? 특히 요즘같이 연예계의 어떤 부분들이 뉴스에서 거론되는 때엔 특히나 오직 화려한 허상만을 좇는 아이들의 모습이 웨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이 쓰였던 1981년 당시 사회와 환경이 파국을 향해 가는 것에 대한 작가의 경고를 담아냈다면 현재에 와서는 화려함에 취한 무분별한 행태를 겨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요즘 아이들의 주변이나 아이들의 시선이 모아지는 사회의 부분들에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더 그런 쪽으로 해석이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어렵게 완독했지만 어렵지 않은 내용에 영화의 영상미가 기대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동쪽에서 질병의 매개체들이 다가오고 있어.

그 바이러스만 막아 내면 위대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린다네. p211


여기 있어야 한다, 웨인. 나하고 함께 여기 머물면서 대통령이 되는 거야……." p213


새로운 꿈을, 진짜 미래에 어울리는 꿈을 꿀 때가 되었다. 선라이트 플라이어 편대의 초대 대통령이 되는 꿈을.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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