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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ㅣ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잠중록 _ 처처칭한 장편소설
아르테 arte
새장 속 새가 순식간에 사라지리라.
부귀는 모두 뜬구름 같고, 미몽은 깰 줄 모르는구나!
"현재가 어떻든지 간에, 이전에 자신이 행하거나 겪은 모든 일은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남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절대로 속일 수 없지요." (p160)
장안에서 형부 시랑을 지낸 아버지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며 이름을 날렸던 소녀 '황재하'
양제탕에 비상을 넣어 온 가족을 몰살시킨 희대의 악녀가 되어 장안에 돌아왔다. 따로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데 할머니와 숙부가 냥아 왕 가의 후계자 '왕온'과의 혼담을 성사시키려 한다는 이유로 가족을 독살했다고 하는데... 그 똑똑하던 아이가 어째서 한눈에 범인으로 보이도록 일을 벌였을까?
황재하는 장항영의 도움으로 황제의 넷째 동생인 기왕 '이서백'의 마차와 함께 장안성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곧 이서백에게 발각되는데!
한없이 냉정한 기운을 내뿜는 남자 이서백은 황재하 못지 않게 기지가 뛰어난 자로 황재하와 모종의 거래를 하면서 그녀를 곁에 두게 된다. 물론 여인의 모습이 아닌 뛰어난 환.관 '양숭고'의 신분으로 위장시켜 이서백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게 한다. 정확히는 돕는다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해 보이라 명하고 은근슬쩍 도움을 주며 매력 발산도 해주는 기왕 이서백이다.
일단 이서백의 신임을 얻기 위해 일단 몸풀기로 사건 하나를 해결하는 황재하. 여기서 언급한 신임은 '이 자가 믿을만한 자인가'라기 보다는 '이 자가 사건을 잘 해결할만한 자인가'가 되겠다. 그렇게 석 달 동안 장안성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방안'사건을 해결한 뒤 이제 본게임에 들어가는데...
여기서부터 왜 독자들이 '잠중록'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책이라고 하는지,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펼치라고 하는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새워 읽었다고 하는지 체감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처럼 피곤한데도 잠을 못잔다고? 하며 코웃음 치는 사람이 있다면 함부로 경거망동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나는 머리만 닿아도 잠이 드는 '늘 피곤한 엄마'이기에 보고 싶었던 TV 프로그램은 켜놓고 광고하는 사이에 잠이 들고, 새벽에 축구 경기를 보려고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이 들면 혼자 울려대는 알람에 신랑만 깨고 정작 나는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결과만 본다. 그런데 이 잠중록을 손에 쥐고 새벽 4시까지 책을 읽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지막 장을 덮고 시계를 보며 깜짝 놀랐다는... 그나마 한참 진행중이던 사건이 일단락 되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2권도 이어서 펼쳤을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사건에 흠뻑 빠져있는 와중에 예고없이 설레게 만드는 이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로맨스이지만 추리가 더 강하다 여겼는데 한번씩 훅을 날려주는 달달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전에 오래 붙들고 있던 책이 있어 뒤늦게 펼친 잠중록이었는데 500페이지가 무색하게 뛰어난 가독성을 증명했다. 특히 사건의 흐름이 건조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이 다이내믹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얽혀있던 사건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심지어 번외까지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1권을 천천히 읽을 걸, 금방 지나가버린 책장이 아쉬웠다. 그나마 2권을 미리 주문해 놓아 옆에 대기중이기에 정말 다행이다. 아르테에서 5월, 6월에 3, 4권이 출간된다고 하는데 빨리 4권까지 만나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