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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1 : 고대 ㅣ 초등 인문학 첫걸음
신현배 지음, 김규준 그림 / 뭉치 / 2019년 4월
평점 :

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1. 고대
뭉치
인문학이라고 하면 나부터도 그 방대한 범위와 지식에 어렵다는 선입견의 벽을 치게 되는데 혀니와 함께 읽어보려고 했던 [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의 앞에 달린 '초등 인문학 첫걸음'이라는 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고 만난 이야기들은 동화책 읽듯 아이도 나도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심지어 호기심이 일고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혀니는 한국사에 관련된 도서는 거침없이 읽으면서 세계사 책은 번번히 포기하고는 했다. 아무래도 용어도 배경도 낯설다 보니 쉽게 읽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학습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엄마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혀니가 책을 좋아하니까 아이가 훗날 역사를 단순히 '암기과목'으로 여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삼국유사, 삼국사기, 한국사 등을 재미있는 책을 통해 접하게 했다. 그런데 세계사만큼은 그게 쉽지 않아 미루고 미루던 차에 뭉치에서 출간된 [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동물은 아이들에게 상당히 거부감 없는 소재이다. 그래서 이 책이라면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한 듯 하다.
1권에서는 '고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세계사라는 느낌보다 신화와 전설이 뒤섞인 역사라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이렇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더는 어렵게 여길 필요가 없다. 특히 혀니가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통해 알게 된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등장하고, 그리스 신화와 교차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처음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더니 트로이목마를 보고 반갑게 소리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혀니는 이 책과 친해질 수 있었다.
고대에서의 동물은 주로 신성시 여겨진 대상, 화폐의 역할, 이동 수단, 전쟁과 관련된 것이 많다. 동물 중에서도 고양이와 소가 특히 신성시 여겨졌고, 화폐로서는 소, 양, 말, 동물의 가죽이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누에의 경우 중국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기도 하고, 전쟁시에는 말이나 코끼리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동물은 경제력과 군사력 양쪽에서 모두 중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간혹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잔혹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동물을 통한 판결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계사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 아직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마라톤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보통 그리스의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긴 거리를 달려왔던 병사의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 마라톤이라는 건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마라톤을 하지 않는 나라가 하나 있다고 한다. 사실 그 나라가 어디일지는 누구나 쉽게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스에 승전보가 울려 퍼졌을 때 패전국이었던 페르시아는 당연히 마라톤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페르시아는 지금의 이란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그 한 나라는 이란이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서태후가 즐겨 먹었다던 모기 눈알 요리 역시 뇌리에 남는다. 모기 눈알을 어떻게 먹을까? 아니 모기도 작은데 모기 눈알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는 걸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 재료 수급 과정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궁금하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동물과 관련된 역사 에피소드는 총 34편이 담겨 있는데 각 편이 끝날 때마다 관련 역사를 서술한 부분들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고대 부분이라 신화나 전설이 가미된 부분이 많았는데 이후 서술된 역사를 읽으면서 조금 더 담백하게 역사적 사실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나도 아이도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안에 녹아있는 역사적 배경과 사실들도 충분히 전해졌기에 더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