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아메리카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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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메리카 HELLO AMERICA _ J. G. 밸러드 소설

현대문학


 

"생각해봐라, 웨인―제45대 미합중국 대통령이다……."


슬림한 판형에 400페이지도 되지 않는 분량.

미합중국의 붕괴 그리고 한 세기가 흐른 뒤 도착한 원정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룻밤 사이 다 읽어내진 않을까 기대했던 책인데 의외로 꽤 고전했던 소설이다. 진도도 나가지 않고, 집중도 되지 않고... 그런데 이게 내용이 어렵거나 문장이 빡빡하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고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머릿속에서 영상처럼 흘러갈 수 있도록 글로써 상황을 엄청 잘 그려놓은 소설인데 나는 상상력 부족으로 그 문장들을 이미지화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계속 생각하고 떠올리면서 한글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처럼 떠듬떠듬 거린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 한다고 하는데 이 소설 속 장면들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사막과 정글의 배경을 철저하게 그려놓았다.


밸러드의 [헬로 아메리카]는 1981년 작품으로 1990년대 초반 미합중국이 붕괴되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리고 2114년, 한 세기가 흐른 뒤 미국 난민의 후손들로 이루어진 아폴로호 원정대가 이 대륙을 다시 밟게 된다. 미국의 후손이라서 그럴까 붕괴된 땅을 찾아 가는데 각자 어떤 열망과 환상을 갖고 있다. 석유와 가스가 고갈되고 산업화가 중단되면서 경제가 폭락하고 전기도 배급을 받아야 하는 유럽에서 그들은 꿈과 희망을 갖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선조들이 미국 땅에 도착해 거대한 나라를 세웠던 것처럼 그들도 그 땅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떠난 원정길일지도 모른다. 도무지 머릿속을 알 수 없는 선장 스타이너, 기계를 잘 다루는 기술자 기관장 맥네어, 아폴로호 원정대 대장인 오를롭스키, 과학자인 앤 서머스와 파울 리치, 그리고 밀항자인 웨인. 그들 중 가장 어린 소년 밀항자 웨인의 시선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이 소년의 야망 또한 작지 않다(가장 큰 건가?).


아폴로호가 이 대륙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도시를 뒤덮은 금빛 양탄자를 그렸지만 그것은 태양에 달궈진 청동 가루였을 뿐. 이러한 허상과 오해들은 그들의 환상을 지우고 허망함을 가져다 준다. 사막화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웨인이 처음 본 생명체는 파충류일 뿐이고... 아폴로호의 정비를 위해 기술자 맥네어와 선원들은 배에 남고 선장 스타이너를 필두로 오를롭스키, 앤서머스, 파울 리치, 웨인은 길을 떠난다. 그들의 여정은 어렵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막화가 된 채 백 년이 넘도록 버려져 있던 땅을 횡단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죽음을 맞기도 하며 모두의 숨이 멈출 때까지 지루하게 이어질 것만 같던 여정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내가 눈을 돌리기만 하면 빈 차의 뒷좌석 따위에 들어가 주저앉는다. 마치 그들을 태워다 줄 운전기사를 기다리는 듯이. p149

시선의 주인공인 웨인, 미합중국의 대통령을 꿈꾸는 이 소년을 보면서 물 위에 떠있는 허상만을 꿈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름과 같은 허상 아래에 있는 물은 관심조차 두지 않으면서... 한편 요즘 아이들의 꿈이라는 연예인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옛날엔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대통령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훨씬 많다고 하니 그것도 일종의 평행이론일까? 특히 요즘같이 연예계의 어떤 부분들이 뉴스에서 거론되는 때엔 특히나 오직 화려한 허상만을 좇는 아이들의 모습이 웨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이 쓰였던 1981년 당시 사회와 환경이 파국을 향해 가는 것에 대한 작가의 경고를 담아냈다면 현재에 와서는 화려함에 취한 무분별한 행태를 겨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요즘 아이들의 주변이나 아이들의 시선이 모아지는 사회의 부분들에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더 그런 쪽으로 해석이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어렵게 완독했지만 어렵지 않은 내용에 영화의 영상미가 기대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동쪽에서 질병의 매개체들이 다가오고 있어.

그 바이러스만 막아 내면 위대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린다네. p211


여기 있어야 한다, 웨인. 나하고 함께 여기 머물면서 대통령이 되는 거야……." p213


새로운 꿈을, 진짜 미래에 어울리는 꿈을 꿀 때가 되었다. 선라이트 플라이어 편대의 초대 대통령이 되는 꿈을.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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