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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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프랑스 소설 / 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초등학교 시절 <개미>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당시 언니가 이 책을 재밌게 읽는 모습을 보고 10살쯤이던 내가 이 책을 읽겠다고 덤볐다가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어렵다는 인식이 이 때 생겨버려 그 뒤로 이 작가님의 책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고양이'라는 작품을 처음으로 완독하게 되었는데 슬림한 책과 술술 읽히는 스토리가 의외였던... 이야기는 쉽고 그 안에 담긴 깊이는 얕지 않은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생쥐와 대화가 하고 싶다며 생쥐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고양이 '바스테트'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암고양이인 바스테트는 생명체와 소통하고 싶어 하지만 그 소통이 그다지 원활하게 이루어 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바스테트의 신념이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소통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바스테트는 세상이 고양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여기며, 자신은 고양이 가운데에서도 특별하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모든 것의 중심에 자신을 두는 오만함을 가졌다. 그런 바스테트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자연 재해나 질병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 질 뿐인데도 만물을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판단하고 뜻대로 하려 드는 그런 모습 말이다.


파란 눈에 검은 머리털. 연회색 몸통에 뾰족한 귀. 흰 옷을 입은 거만해 보이는 샴고양이 '피타고라스'

머리에는 그의 말에 따르면 '제 3의 눈'이라고 하는 연보라색 판이 있고,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아는 것이 엄청 많다. 기원전부터 시작되는 그의 역사 강의는 바스테트만큼 나도 재밌게 들었다. 웹서핑까지 할 수 있는 고양이 피타고라스. 정말 고양이 맞는 거야?


이 소설은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선으로 풀어 나간다. 시위, 테러, 전쟁... 폭력적인 인간들의 사회를 보며 바스테트는 어떤 생각을 할까? 바스테트의 집사 '나탈리'는 창 밖에서 일어난 테러 장면이 텔레비전에서 재생되자 눈물을 흘렸지만 그보다 더 잔혹해 보이는 다른 나라의 전쟁 장면에서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바스테트는 의아해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흠칫했던 것 같다. 분명 의아함이 드는 것이 당연할 것 같으면서도 대부분 나탈리와 다른 비슷한 반응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우리들의 모습을 다른 생명체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과연 '인간적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붙인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내전으로 인해 사회는 혼란스럽고, 페스트가 유행하면서 파리는 쥐들의 도시가 된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던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는 인류와 자신들에게 닥친 위험을 감지한다. 기하급수적으로 쥐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고양이 무리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 상황을 타개하기로 하는데...


집과 집 앞 골목이 자신이 알던 세상의 전부였던 바스테트의 세상은 어느새 광활해졌다.

누구나 자신이 보고, 읽고, 듣고,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의 세상은 딱 그만큼이게 된다. 그래서 기록은 중요하고, 가장 확실하게 시간에 버틸 수 있는 도구로 이것이 사용된다. 어쩌다가 그들의 이야기가 이것으로 흘러갔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주 적당하고 재밌지만 그의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좀 아쉬운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제 3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고, 그들의 대화 속 어떤 부분들은 인간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숙제를 남긴다. 자기 중심적이고 오만한 '인간'들에게 말이다.



"

나는 어떤 동물종도 다른 종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구는 어떤 한 종의 소유가 아니에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지구의 주인이죠. 어떤 종도 스스로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권리는 없어요.

인간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

(p 2-157)


"

그동안 깨달은 게 있다면, 뭔가를 소유하려는 욕망이야말로 모든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배우자를 소유하고, 땅을 소유하고, 인간 집사를 소유하고, 음식을 소유하고, 자기 자식을 소유하려는 욕망 말이다.

누구도 타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존재는 물건과 다르니까.

"

(p 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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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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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 제니 롱느뷔

::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 ::


(500p / 소설 / 한스미디어)



제니 롱느뷔의 소설 <레오나>의 세 번째 소설이다.

사실 책장을 펼치기 전에 1, 2편을 읽지 않아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시작과 동시에 완벽하게 빠져들 수 있었다. 참 독특한 여자 '레오나'. 그녀의 거침없는 질주를 따라가려면 각오 단단히 해야 할 듯. 쉼 없이 달려야 겨우 그녀의 뒤를 쫓을 수 있을 것이다. 내 눈이 글자를 읽는 속도보다 내 손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빠를 정도로 마음이 급해진다.


<레오나>의 세 번째 이야기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는 레오나의 시점과 알렉산드라의 시점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레오나는 능력있는 수사관이지만 독단적인 행동에 익숙하다. 팀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 혼자 움직이는 것이 편하다. 이유는 그녀의 거침없는 스타일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그녀는 숨겨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결한 사건의 수가 많다보니 방식이 새로우면서도 능력이 있는 새로운 팀장을 원한 윗선의 눈에 띄게 된다. 하지만 그건 간부들의 생각이고, 함께 일하는 직속 상관의 눈에는 참 가시같은 존재이다. 자신의 헌신을 인정받지 못한 채 레오나에게 밀릴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알렉산드라는 레오나의 뒤를 캔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레오나를 내치기 위해...


반면 레오나는 승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녀는 얼른 한 몫 잡아서 이 나라를 뜨고 싶을 뿐. 정신없이 사건에 휩싸여 살기 보다는 이제 마음 편안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돈을 모으는 방법으로 범죄를 택했고... 하지만 자신의 범죄를 계획해 실천할 틈도 없이 '장기 밀거래'라는 연쇄 사건이 터진다. 어떤 이는 신장이 사라졌고, 어떤 이는 안구를 적출당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고 이 끔찍한 일은 사회 최약자들을 대상으로 벌어졌다. 사람들의 눈 앞에서 끌려갔지만 그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저분한 것을 치워주었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는 레오나에게 큰 충격이었고, 범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건을 파헤친다. 그런데... 이 사건이 레오나와 무관하지 않다?!


장기 밀매... 산 사람에게서 불법으로 장기를 적출하는 범죄. 영화에서도 여러 번 다뤄졌던 것 같다. 이는 사람으로서 행할 수 없는 범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지간히 나쁜 사람이라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특히 이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노숙자, 매춘부... 그들은 끌려가면서 정신을 잃었을 뿐인데 일어나 보니 자신의 신체 어느 부위가 사라진 것이다. 산 사람의 장기를 떼어서 돈을 받는 악마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 역시 속이 메스꺼울 정도였다. 허구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던데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레오나의 1, 2편을 읽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푹 빠져 읽었다. 3부작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 이 소설의 내용으로 봐서는 더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레오나 자신의 이야기가 여기서 막을 내리기에는 너무나 아쉬울 것 같다. 나름의 기준은 있지만 어쨌든 범죄를 저지르는 형사. 그러면서도 사건을 기똥차게 해결하는 수사관 레오나.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듯한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에 또 다른 레오나를 기다려 본다.



"

이들은 이 사회의 최고 약자들을 노렸으리라.

그리고 이들을 마치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엄도 없는 존재인 양 함부로 다뤘다.

"

(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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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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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정의 - 아키요시 리카코


(316p / 장편소설 / 일본소설 / 장르소설 / 스릴러)

주자덕 옮김

아프로스미디어



야키요시 리카코의 소설 <절대정의>

제목에서 대놓고 이야기 하는 '절대정의'라는 말은 혼란스러운 사회일수록 무언가 든든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그것은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정의'라는 단어에서 목이 졸리는 듯한 갑갑함 혹은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법적으로 따진다기 보다는 '이건 너무한 것 아니야?', '이렇게 하는 것이 맞지' 등 자신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치더라도 이슈가 되는 부분들에 대한 잘잘못을 나눈다. 그런데 원칙, 옳은 행동, 정의라는 단어가 이렇게 숨이 막힐 수도 있다는 색다른 감정을 심어준 소설이 바로 야키요시 리카코의 <절대정의>이다.


거의 사이보그와 같이 기계적으로 정의에 집착하는 노리코.

그녀에게는 퇴사 후 다니던 회사의 볼펜 한 자루가 집에 있는 것도 횡령이요, 지인들끼리 재미삼아 500엔 내기를 해도 도박이요, 학생들이 담배를 핀 것을 훈계하고 상황을 마무리 한 선생님과 경찰은 범죄 은폐에 해당하는 비열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이야기 하는 인물이다.

그녀와 학창시절 친했던 네 명의 친구들에게 불의에 맞서 도움을 주고 정의의 히어로로 불리지만 사실 그녀는 친구라서 도운 것이 아니라 그저 정의라는 이름하에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켰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노리코는 자신의 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친구들이 평생 시련을 맛볼 지라도 그저 그건 너희들이 잘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자다. 노리코의 행동만 보면 얼마나 화딱지가 나던지...


정의를 지키려 하는 것이 엄밀히 따지면 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그런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이긴 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주변을 완전히 무너뜨리게 된다. 주변 친구들의 마음은 정의를 지킨다는 명목 하에 마구 할퀴어져 깊은 상처가 생겨 버렸다. 사실 친구들은 학생때만 해도 노리코의 그런 행동을 알면서도 동조할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노리코를 정의의 히어로로 생각하는데 자신만 반발한다면 잘못을 해놓고 되려 따져묻는 사람이 될 테니까 자신만 나쁜 사람이 될까봐 끄덕이고 동조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런 노리코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있으니 노리코가 자신들을 위해 나서준 것이라 생각하며 노리코야말로 진정한 친구라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하지만 그냥 그녀 스스로의 욕구 충족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틀린 행동은 아닌데 묘하게 속을 긁더니 그런 부분들이 쌓이니까 말미엔 아주 내가 성질이 나더라. 거기다 유미코의 남편 또한 내 속을 긁는 데 여러 몫을 했다. 정의는 분명 살아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정의를 지키려는 자들은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물론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노리코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정의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우린 기계가 아닌 사람이니까... 노리코의 논리대로라면 세상에 입법부는 필요해도 사법부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저 법에 적힌대로 시행만 하면 될 일이지 사람이 나서서 판단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사람은 자로 잰 듯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물론 감정에 호소해 모든 것을 눈감아 주는 것도 문제이지만 과정과 결과 그 이후까지 모든 것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고 본다.





"

전라의 정의.

정의의 누디스트.

노리코의 정의는 너무나 드러나 있고, 노골적이고, 보는 사람이 눈을 돌리고 싶게 만든다. 어디든 상관없이 상대를 가리지도 않고, 망측스럽게 '정의'를 드러내며 달려든다. 융통성과 배려라는 옷을 두르지 않은 알몸의 정의 앞에 주위 사람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을 수밖에 없다.

"

(절대정의 중에서...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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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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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기원 - 천희란

(332p / 한국소설 / 현대문학)



삶과 죽음을 담은 천희란의 소설집.

나에겐 삶의 향기보다 죽음의 향기가 짙게 느껴져서 조금 힘들었던 소설이다. 삶을 살아가는 그 자체가 아닌 죽음과 그 죽음 뒤에 기억되는 삶의 흔적, 존재의 증명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것처럼 느껴져 아직 내 삶에 대해서도 고찰한 적 없는 깃털같은 나의 내공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알듯 말듯 하다가 마무리에 가서는 무거움만 남았던 것이 대부분, 부족한 독해력 덕에 맛있게 먹고 체한 느낌과도 같았다. 이와 같은 소설을 대할 때마다 나의 부족함이 한없이 안타깝고, 작가를 세계를 이해할 수 없음에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멀리 치워두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닌 것이 꼭 그 내면을 들여다 보고 싶은 오기가 생기고, 곁에 두고 한 번씩 꺼내 읽어 나이를 먹을 때마다, 내공이 쌓일 때마다 한 겹씩 벗겨내고 싶은 소설이었다.


<영의 기원>은 201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2017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천희란의 소설 여덟 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앞서 고백했듯 나는 이 소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여성,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데 <창백한 무영의 정원>에서는 삶과 죽음보다 죽음 뒤에 남겨질 자신이 존재했던 흔적에 더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들이 번져가는 가운데 자살을 결심한 그들. 이름조차 모르는 그들이 서로 모여 순서대로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지만 결국 그들은 앞선 이의 이름을 기억한다.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업적을 남기고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이라도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존재했음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 마지막에 본 그 그림자는 그런 염원이 아니었을까...

<영의 기원>은 프리저브드 플라워와 편지지를 남기고 간 영과 영의 삼촌의 말에 집중해 보았다. 가장 아름다울 때 꺾어 만든 프리저브드 플라워. 그 아름다움이 계속 될 것 같지만 꽃잎이 떨어지지 않는 대신 꽃은 빛깔을 잃어 간다. 아름다움은 붙잡거나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영이 그것을 남긴 이유는 아름답게만 기억되길 바라서 였을까, 변치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까?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바흐의 평균률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라 인상적이었다. 사실 12개의 음을 균등하게 나눈 평균률과 이 소설의 관계가 무얼까? 주고 받는 형식의 푸가를 편지글에 비유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성 소수자의 사랑, 죽음과 진실. 그리고 거짓... 오랜시간에 걸쳐 쌓인 믿음과 신뢰에 대한 배신. 왜 마지막 가는 길에 그런 고백을 한 것일까? 자신이 편하자고? 좋은 사람인 척 한 것에 대한 풀편함? 결국 자신은 솔직해지면서 홀가분해 지고, 남은 사람에게는 묵직한 충격만을 안겨준 그녀. 그렇게 자신은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자살이 살인으로 변모하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 드러나기 전까지는, 겪기 전까지는 그런 입장이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것은 형인도 그랬고 수진도 그랬다. 그러나 어떤 입장이었던 간에 결과적으로는 강자는 강자로, 약자는 약자로 남아버린... 그래서 그런 결정을 했던 형인. 사회적 비난은 사장 혹은 수진의 부모, 수진을 향할 지언정 죄의 무게는 형인이 짊어지고 가게 될 터인데 이를 어쩌나...


죽음 뒤에 남겨진 무언가가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난 뒤에도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심지어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려던 참에 부고를 듣고 종일 조문을 다녀왔더니 그 묵직함이 더 깊고 무겁기만 했다. 읽고 또 읽어야지. 그리고 오늘 떠나보낸 그 분의 존재를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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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안경 1 - 의학생과, 왕의 죽음의 수수께끼, S큐브
후시노 미치루 지음, 미나미노 마시로 그림, 김동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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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안경 1 - 의학생과, 왕의 죽음의 수수께끼

후시노 미치루, 일러스트 : 미나미노 마시로

(일본소설 / 308p / 김동주 옮김 / 법의학소설 / 소미미디어)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들로 채워진 일본소설.

어릴적부터 유일하게 좋아했던 책 셜록 홈즈 시리즈, 결혼 전 즐겨보았던 법의학 미드들... 그 시기를 거쳐 추리소설, 미스터리 스릴러, 법의학 소설에 호기심을 품었다. 그렇게 책을 꾸준히 읽게 된 지는 2년쯤 되어 가는듯. 그런 나에게 이 소설은 약간 가벼운 듯 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소재들을 다 담아낸 그런 소설이다. 300여페이지에 그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들어가 있다.


일본소설이지만 배경은 일본이 아닌 마키스 섬. 일본인 아버지와 이곳 마키스 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이죠 아스마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법의학자를 꿈꾸는 의대생인 아스마는 어머니의 고향인 마키스 섬을 찾는다. 그 곳에는 법의학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꼭 가보고 싶은 법의학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박물관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법의학 교실 교수가 선물한 책과 같은 책을 발견하고 펼쳤는데 마키스가 앙글레로 병합되기 전의 시대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과거로 떨어지자마자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마는 아스마.


그저 법의학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었을 뿐인데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 끌려 나갔다, 이리저리 휘둘리게 되는데... 현재의 법의학 지식을 가지고 과거에서 활약하게 되는 아스마. 과연 그는 또 다른 세계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타임슬립 소설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특별히 타임슬립 소설에 흥미를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현대의 지식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과거로 가서 활약하는 소설인 것이다. 그렇다고 또 엄청 영웅이고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도 아니다. 연약해 보이며 2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로 보이는 이 남자. 약한 몸으로 새로운 세계에 떨어지자 마자 험한 꼴부터 당하는데... 법의학 지식은 물론이고 추리도 제법 한다. 의도치 않게 사소한 분쟁 해결도 하는 아스마. 이번 화에서는 왕의 죽음에 감춰진 수수께끼를 푸는 내용이었는데 2권, 3권... 앞으로 보여줄 내용이 더 궁금한 그런 소설이다. 아, 다음 권에서는 거슬리는 오탈자들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다음 권도 볼 거니까! 시리즈물에 발을 들였다 ㅎㅎ


가벼운 듯 보이는 가독성 좋은 일본소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약간은 뻔한 듯 하면서도 제법 짜임이 있어 지루하지 않고, 단숨에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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