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소포 _ 제바스티안 피체크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눈알수집가], [내가 죽어야 하는 밤] 등 '사이코스릴러'라고 불리는 작품의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그의 소설 중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노아]였다. 사회파 소설이라고 했지만 빈부 격차의 심화, 늘어가는 기아, 자연과 자원의 고갈,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지구의 수명 등 인류에 닥친 위기를 인구를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해결하려던 그들 역시 사이코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회파 소설을 표방하는 제바스티안 피체크 식의 사이코 소설을 읽은 것이라고 봐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소설 [소포]는 배경이 그만큼 광범위하진 않지만 그 못지 않은 섬뜩함, 집착과 스토킹의 끝을 달리는 인물을 내세워 '이게 바로 피체크식 사이코스릴러이다'라고 외치는 듯 했다.


분석수사관으로 일하는 필리프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정신의학자 엠마. 지금은 잘나가는 정신의학자이지만 과거 상담 치료를 받은 전적이 있는 엠마는 학회에서 발표를 마친 뒤 하룻밤을 보낸 호텔에서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이발사'라고 불리는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공포감에 시달리며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발사'는 왜 전과 다른 행보를 보였을까? 여자들의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살해하던 연쇄살인범이 엠마만큼은 죽이지 않고 살려둔다. 이 사실은 연쇄살인범에게 어떤 일을 당한 것이 아닌 엠마가 꾸며낸 상황처럼 의심을 받게 되는데...


중요한 일정으로 남편 필리프가 집을 비운 날 우편배달부 '살림'으로부터 이웃의 소포 하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수신자의 이름을 보고는 온몸이 긴장으로 가득해 지는 엠마.


소포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수신자의 이름이 문제였다. (p75)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낯선 수신인의 이름. 팔란트가 누구지?

이때부터 엠마의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의 행동마저 납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그녀 자신이 정신의학자인 것이 더욱 악재로 작용한 것인지 스스로를 분석할 수록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느껴지고 점점 수렁으로 빠져든다. 있던 상황도 점차 자신의 환각은 아닌지 의심에 의심을 하게 되는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오랫동안 이어온 집착, 그리고 그 집착의 끝을 보았을 때 뒤죽박죽이던 내용들이 제 자리를 찾았음에도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커다란 충격과 함께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이발사'를 포함한 그녀 주변의 모든 인물들을 의심하게 해놓고 사건의 진상을 마주한 순간조차 머릿속에 깊은 흔적을 남기게 만든 작가님. 소설 속에서는 진범을 개운하게 낚아챘지만 적어도 내 기억속에서는 사건 이후가 개운하지 않다. 매우 끈적한 것이 달라붙었던 자리의 자국처럼 찝찝한 무언가가 남아있는 듯한... 뭐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그렇다. 자신의 병적인 사랑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인물.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의 대사마저...


"오직 널 사랑해서 그 모든 일을 했어." (341p)


사실 초반에는 내연녀와 함께 아내를 철저하게 속여서 정신질환자를 만들어 버리는 남편이 등장하는 한 소설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소설 역시 엠마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내를 정신질환자로 몰고 가는 악질적인 남편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예상을 했는데 여기서 그 이상을 봤다. 그저 그런 연기가 아니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주변을 통제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함 없이 처리하는 섬뜩함. 제대로 사이코스릴러를 맛본 것 같다. 작가의 이전 유명 작품들을 다 섭렵하지 못했는데 짙은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이 함께 인다. 과연 이 마음을 이겨내고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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