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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의 두 얼굴 - 한국어로 읽는 필리핀동화 ㅣ 엄마나라 동화책
사발레로 베로니카 외 지음, 안종화 외 그림 / 아시안허브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망고의 두 얼굴
필리핀에 있을 때 망고 나무가 있는 집에서 머문 적 있다. 망고 수확철이 되어 수확한 망고가 창고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도 보았다. 망고의 맛은 어찌나 달콤하던지 그 망고 맛을 잊지 못해 필리핀에 갈 때마다 망고를 꼭 먹곤 했다. 커다란 망고나무와 달콤한 망고 향은 그래서 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단, 덜 익은 푸른 망고와 망고의 씨앗주변 부분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 책도 망고에 관한 이야기이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과일인 망고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로 많은 사람들이 망고를 보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필리핀 망고의 이야기는 한 아이에게서 시작한다.
필리핀 한 마을에 사는 ‘앙가’는 엄마 로사와 사는 아주 착한 아이였다. 앙가는 엄마가 하는 농사일도 잘 도와주고 이웃의 일도 잘 거들었기 때문이다. 마을에서는 앙가가 아주 착한 아이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였다. 사실 앙가의 가슴 속에는 어두운 면이 있기 때문이었다.
앙가는 아빠 없이 산 것이 속상해서 였는지 아빠가 있는 친구를 보면 심술을 내거나 괴롭히기 까지 했다. 장난으로 넘어간 적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요정이 지나다가 앙가가 한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요정은 할머니로 변했다. 앙가에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다. 할머니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던 앙가는 할머니를 집까지 잘 모셔다 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앙가에게 말했다. “너는 참 착하구나.” 면서 작은 선물을 주었다. 그런데 그 선물은 신기하게도 나쁜 기억을 잊어버리고 좋은 일을 하면 가슴이 반짝 거리게 되는 ‘반짝이는 심장’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앙가의 순수한 마음을 알 수 있게 ‘반짝이는’ 거였다.
그 일이 있은 후 신기하게도 할머니 말처럼 앙가의 심장은 좋은 일을 할 때마다 반짝였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 벌레 떼가 가득하게 되고 이것 때문에 농사가 어려워졌다. 마을 사람들은 심각하게 의논을 하다가 불빛을 이용해 벌레를 유인하면 될 것 이라 했다. 하지만 그 불빛을 들고 갈 누군가가 없었다. 이때 앙가가 손을 번쩍 들고 자원했다. 자신의 심장이 반짝거리니까 심장의 불빛을 보고 벌레를 유인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물론, 앙가의 엄마는 집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 절대 반대했지만 앙가는 돌아올 방법이 있을 거라며 길을 떠났다. 벌레 떼와 함께 말이다. 결국 벌레를 몰아냈지만 앙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도 앙가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앙가의 엄마는 앙가가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마당에 새싹이 하나 돋아나고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나무에서는 심장을 닮은 열매가 열렸는데 엄마는 나무가 딸이라 믿으며 ‘앙가나무’라 불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 나무를 ‘앙가나무’라 불렀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열매가 안 익어서 초록색이었을 때는 신 맛이 났지만 노랗게 앙가의 심장처럼 익었을 때는 달콤한 맛이 나는게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앙가를 떠올렸다. 두 얼굴의 앙가와 닮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읽다가 처음에는 무척 화가 났다. 어린 아이를 벌레 때문에 마을 밖으로 보내는 위험한 일을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어린이에게 무모한 일을 시키기도 하고 나쁜 사람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렇게 화를 잠재우며 책을 읽다가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결국 망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구나. 실제 아이를 어떻게 한 것이 아니라 안 익은 망고를 먹었을 때는 심술궂은 표정이 되고 잘 익은 망고를 먹었을 때에는 아주 착한 아이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을 하자 필리핀 사람들의 재치와 상상력에 웃을 수 있었다. 망고의 맛으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들의 마음이 생각나서 앞으로 망고를 먹을 때는 꼭 거울을 보고 먹어봐야 겟다. 어떤 ‘앙가’의 얼굴이 나올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운 필리핀 망고 맛과 필리핀에 대해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