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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갚은 지장보살 - 한국어로 읽는 일본동화 ㅣ 엄마나라 동화책
도가시 사오리 지음 / 아시안허브 / 2018년 11월
평점 :
은혜 갚은 지장보살
일본은 우리나라와 참 가까운 나라이다. 비행기로 제주도보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 곳이니까 진짜 이웃나라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일본 문화는 아시아의 다른 문화보다는 영화나 만화로 접해볼 기회가 더 많았다. 여행을 통해서도 일본문화를 접해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거장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 시골 풍경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기회도 많았다.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할 때마다 느낀 일본의 모습은 참 아기자기하고 단정하다는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들은 다양한 동물의 형태를 띠고 있고 갖가지 전설이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도 엄마가 읽어주신 그림책도 일본 작가들 것이 많았다. 그림이 예쁘고 이야기도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일본 전래동화를 접해 본 기억은 별로 없다. 아마 이 책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이 책은 은혜 갚은 지장보살이란 책이다. 일본 사람들은 신이 여러 곳에 깃들여져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예전에는 신이 여러 곳에 깃들여져 있다고 믿어서 여기 저기 신들이 지켜준다고 생각했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 중에 하나이다.
가난하지만 착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새해를 하루 앞둔 날임에도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는 새해 첫날 굶을 수는 없어서 삿갓을 만들기 시작했다. 삿갓을 다섯 개 만들어 내다 팔면 떡을 하나쯤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눈이 올 것 같아 할머니는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길을 나서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고 갈수록 눈발은 더욱 거세졌다. 할아버지는 삿갓 다섯 개를 등에 지고 계속 길을 갔다. 그렇게 힘들게 시장에 갔지만 아무도 할아버지의 삿갓을 사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결국 해가 질 때까지 삿갓을 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눈 때문에 길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길가에 지장보살상들이 주욱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지장보살상 머리에 흰 눈이 쌓이는 것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장보살상에다가 삿갓을 하나씩 씌워주었다. 그런데 지장보살상은 여섯, 삿갓은 다섯 개 뿐이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자신의 삿갓을 벗어 지장보살상에 씌워주었다. 그렇게 삿갓도 없이 집으로 눈 속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를 할머니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일을 했다고 좋아했다. 다음날 아침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가 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집 앞에 명절음식과 떡이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 사라지고 있는 지장보살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는 이야기이다.
모두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그러면 복을 받는다는 것은 알지만 사실 착하게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눈이 오는데 내 삿갓을 다른 이에게 줄 수 있을까. 나 였어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여분의 삿갓이라면 모를까 내가 쓰고 있는 것을 넘겨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해낸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복을 받고 살 수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흔한 권선징악에서 권선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이 봤다고 해서 그 감동이 덜한 것은 아니다. 모두가 쉽게 하지 못하는 선행을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 선해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