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정명섭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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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내 가족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 붕괴한다는 사전 통보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멀쩡히 가족들이 입원한 병원이 붕괴된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과연, 나는 붕괴된 병원 속에서 가족들을 구할 수 있을까?
  2017년의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낸 <붕괴>. 2017년을 그대로 보내기 싫어 잠들기 전 잠깐 집어든 <붕괴>였는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손에 땀을 쥐고 보았다. 빠른 전개로 손에서 쉽게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세화병원 이사장 차재경입니다.
존경하는 가족 여러분께 머리를 조아리고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8월 19일 오후 4시경 세화병원은 붕괴됩니다.
이는 <엑토컬쳐>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하며 모든 책임을 저 차재경과 실험에 동의한 여러분이 져야 할 짐이라 여깁니다. 이에 입원 환자 및 의료진은 8월 18일 자정을 기점으로 퇴원과 휴가 조치를 내릴 예정입니다.
가족 여러분께서는 8월 19일 오후 4시까지 세화병원 후문에 있는 가구점 근처에 모여 계셨다가 붕괴 직후 구조대를 조직해 들어갈 예정입니다.      (<붕괴> p.27)

  세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가족들은 어느 날 병원이 붕괴된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예고장에는 병원이 붕괴된 뒤, 모여서 가족을 구하러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입원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이사장 차재경의 지시에 따라 무기를 들고 지하병동으로 가게 된다. 사실 미리 통보를 받은 가족들의 환자들은 세화병원에서 진행하는 '엑토컬쳐'라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었고, 실험에 착오가 생겨 중단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아들 휘와 아내가 병원에 있던 나정현은 붕괴된 세화병원을 급하게 찾았고, 사람들을 만나 지하병동으로 내려가게 된다. 총 7층으로 되어 있는 지하병동을 내려가면서 이사장 차재경이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층, 한 층 내려 가면서 '엑토컬쳐' 실험의 진실을 마주친 그들은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붕괴>는 오랜만에 읽은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이었다. '엑토컬쳐'라는 실험 자체가 영혼을 다루는 실험이었고 실험의 결과로 염력, 초능력 등을 다루는 생명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과 맞서 싸우면서 가족들을 구하러 가는 그들의 앞에는 세화병원이 가지고 있던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당신들, 모두 괴물들처럼 보여."
  "어차피 당신도 괴물로 변한 가족과 만나야 합니다."

  <붕괴>는 균열, 붕괴, 잠입, 전투, 탈출, 진실이라는 총 6장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세화병원이 붕괴되기 1년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세화병원의 사전통보를 받은 사람들의 가족들이 왜 병원에 입원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진다. 사전통보를 받은 사람들 중 '나정현'이라는 인물은 독자들과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는 세화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엑토컬쳐'라는 실험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그 곳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다른 인물들보다도 '나정현'이라는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지하 병동 7층까지 가기 위해 한 층, 한 층 내려가는 그들의 앞에 놓인 진실들은 사방에서 그들을 옥죄어 온다. 크게 보면 田자의 형태를 한 지하 병동의 중심으로 내려가는 그들은 내려갈수록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그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다. 두려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극심한 공포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공포 속에서 사람들이 숨겨온 속마음들이 들어나게 된다.

 

  <붕괴>를 읽는 내내 영화 <레지던트 이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무언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실험실을 돌아다니며 해독제를 찾으며 다니던 장면은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 숨어 있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 지하 병동을 돌아다니는 그들의 모습과 겹쳐서 느껴졌다. 정명섭 작가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지하병동 7층을 탐색하는 시간을 굉장히 빠른 호흡으로 그려낸다. 그 빠른 호흡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심장은 쫄깃해진다.
  또한, 정명섭 작가는 그가 만들어낸 '엑토컬쳐' 실험의 결과물들에 대해서 자세한 묘사를 통해서 전달한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상태의 독자였지만, 그의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그 결과물들을 상상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이 그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도 그 속의 인물이 되어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조금의 공포감도 함께.

 

  살짝 아쉬웠던 점이라면, 무너진 건물 속의 진실에 대해 큰 기대를 했었다. 그러던 중 영혼, 염력 등의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하게 되어 조금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 소재들은 공포감을 더해주었고, 소설의 결말을 풀어주는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붕괴>로 인해서 2017년의 밤을 굉장히 짜릿하게 보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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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 미노스의 가족동화
미노스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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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잠들기 전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다. 매일 매일 새로운 이야기들이 눈 앞에 펼쳐졌고, 나는 그 이야기에서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의 동화를 다룬 전집을 선물받게 되었다. 5번 넘게 읽을 정도로 내게는 너무 매력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조금 더 자라게 되자 나는 자연스럽게 소설책을 집어 들었다.
  마법을 쓰고 사자가 말을 하는 등 동화의 판타지적 요소를 똑같이 담고 있는 소설들도 많았지만 불륜, 복수,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들로 이루어진 소설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교훈을 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해 준 동화들은 서서히 내게서 잊혀져 갔다. 동화가 아니어도 세상엔 읽을 거리가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들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서 좋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세상에 넘쳐납니다. 불화와 적개심과 증오로 가득 찬 이야기들… 이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 어떤 사람을 꿈꾸고 있을까? 식탁에서 젊은 부모와 자녀 간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 대화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공부 이야기, 돈 버는 이야기, 세상 못된 이야기 말고…….(<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작가의 말 中)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라는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는 그 어떤 책보다 멋있었다. 딸의 부탁으로 미노스 작가가 손녀를 위해 직접 만든 동화를 엮어 만든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만들어 들려주는 동화. 아빠 엄마가 아이들에게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아빠가 읽고, 엄마가 들려주고, 아이가 같이 웃을 수 있는 행복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 이야기와 아이 이야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동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작가의 말 中)

  손녀를 위한 동화를 만들어 달라는 딸의 부탁으로 시작하였지만, 미노스 작가는 어렸을 적 자신의 동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딸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를  읽으면서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은 물론,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자라 엄마가 된 딸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 자라 엄마가 될 손녀를 위한 미노스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19편의 동화들을 다 읽고 나니 왠지 추운 겨울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저는 무엇보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람의 첫 삶이 가족에서 시작되고, 가족의 품에서 생의 마지막을 마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동화'라 해보았습니다.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작가의 말 中)

  미노스 작가는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를 '가족동화'로 이야기했지만, 19편의 동화를 읽으면서 '어른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 동심을 위해 쓰였지만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랑, 마음 가짐 등 어른들도 한 번쯤은 되돌아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미노스 작가는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어른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안경은 누구든지 갖고 있단다. 오늘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알고 있다면 내일 일어날 일은 누구든 당연히 알 수 있는 거란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늘 일은 안경으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서 내일 일을 볼 수 있는 안경만을 찾는구나. 오늘 없는 내일이 없듯이, 내일은 곧 오늘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란다.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미래를 보는 안경 中)

  불행한 생활이 시계를 빨리 가게 하고, 행복한 생활이 시계를 늦게 가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불행도 행복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 흔들리는 당신 마음일 뿐이었지요. 우리 시계마을은 당신에게 시계를 채워주며 마음을 바로잡도록 했던 것 뿐입니다. 우리 시계마을에서 행복했나요? 그렇게 마음을 행복하게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디가서든 시계는 천천히 가는 법이고 젋어지는 법입니다.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랄랄라 시계마을 中) 

  사실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를 처음 집어 들었을 때, 가족'동화'라는 말때문에 유치하고 뻔한 책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었다. 어렸을 적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교훈만을 주려고 했던 수많은 동화들처럼.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 편견은 깨져버렸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순수함만을 강조하는 교훈들이 아닌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교훈들을 해주고 있는 미노스 작가만의 매력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잃어버렸던 '동심'의 일부를 찾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연말이 다가오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갔던 경양식 집을 다시 찾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추억들을 떠올렸다.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를 읽는 동안 그 때, 부모님과 추억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을 때, 내가 동화라는 이야기에 빠져있을 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시절의 따뜻함을 간직한 채 2017년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가족의 사랑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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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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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상실의 시대>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온 것을 서점에서 보고 마음에 점 찍어두고, 친구가 생일 선물로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자마자 <노르웨이의 숲>을 사달라고 말했다. 꼭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이루어진 <노르웨이의 숲>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노르웨이의 숲>은 '와타나베'라는 청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 기즈키의 죽음으로 청소년기를 끝맺은 와타나베는 어른이 되어 가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즈키가 살아 있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기즈키의 여자친구 나오코와 다시 관계를 맺으면서 그는 청년기에 돌입한다. 나오코와의 시간을 보내던 중, 나오코는 마음의 병으로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편, 와타나베는 수업을 같이 듣던 미도리와 친구가 된다. 와타나베는 늘 밝은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미도리와 자신을 기다려달라고 말했던 나오코 사이에서 고민한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와타나베는 미도리의 아버지의 죽음과 나오코의 죽음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겨우 한숨을 돌릴 즈음 버스는 갑자기 서늘한 삼나무 숲 속으로 들어섰다. 마치 원시림처럼 높이 솟아오른 삼나무들이 햇빛마저 가려 어두운 그림자가 만물을 덮어 버렸다. 열린 창을 통해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더니 그 습기로 피부가 아플 정도였다. (<노르웨이의 숲> p.188)

  <노르웨이의 숲> 속의 등장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담담한 듯이 이야기하는 주인공 와타나베 역시 가장 친한 친구인 기즈키의 죽음으로 소년기의 막을 내리면서 알 수 없는 공허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며, 그와 기즈키의 죽음을 공유하고 있는 나오코의 경우에는 초6때 경험한 언니의 죽음과 더불어 남자친구 기즈키의 죽음으로 현실과의 거리감을 느끼고 있던 상태였다. 늘 밝아 보였던 미도리 역시 뇌종양으로 죽은 부모님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었으며, 와타나베를 밤문화의 거리로 이끌었던 나가사와 역시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무언가 결핍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등장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그런 풍경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제각기 행복한 듯이 보였다. 그들이 정말로 행복한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9월 말 기분 좋은 한나절에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고 그래서 나는 평소보다 더 외로움에 젖었다. 나 혼자만이 그 풍경 속에서 멀리 떨어진 것 같았다. (<노르웨이의 숲> p.165)

 

 

 

 

 

  와타나베는 삶과 죽음의 반복에서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다는 그 아픔과 상실감 속에서 그는 지독히도 아픈 성장통을 겪어내면서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성장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 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노르웨이의 숲> p.567)

  훗날 30대가 되면,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사실 아직까지는 죽음을 가까이서 받아들인 적이 극히 드물 뿐더러 와타나베가 어찌보면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해보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가 느낀 그 공허함에 대해서 쉽게 공감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집어들기 이전에, <위대한 개츠비>를 먼저 읽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했다. 물론, 언급된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놓고 들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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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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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잠시 머문다는 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로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그런 로망이 있다. 얼마 전, 가을의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영상을 보고 더도 말고 딱 한 달만 저 곳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걱정 없이, 좋아하는 책들을 잔뜩 쌓아 놓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나를 상상했다.

  나는 퐅랜이 좋다. 이곳의 삶도 다른 도시에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나는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다. 결코 사사롭다고 할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만한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특별히 이 도시, 퐅랜이라서 더욱 좋거나 소중한지는 모르겠다. 그냥 어쩌다보니 이 도시에 나는 서 있다.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은 오랜 서울살이를 뒤로 한 채 포틀랜드에서 이 년동안 거주한 저자 이우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포틀랜드(a.k.a. 퐅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북유럽이나 영국의 한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포틀랜드는 미국 오리건 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였다. 저자 이우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퐅랜'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저자 이우일이 들려주는 퐅랜은 매우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이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지 않고 돌아다니고 수염, 타투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뚜렷한 취향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이다. 유명 인사들이 몰래 다녀가도 모를 이 도시에는 개성 있는 책방들과 빈티지 가게들이 퐅랜만의 정감을 대표하고 있다. 비가 오지 않는 5월~10월에는 화려한 불꽃놀이며, 다양한 재즈 공연 등 여러 축제들이 퐅랜을 활기차고 유쾌한 공간으로 꾸며주고 있었다.

 

 

 

 나는 작고 아담한 이 도시가 좋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크기가 안정감을 준다. 퐅랜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은 도시이고, 그래서 살아보니 정이 간다. 나와 도시를 조화시킬 수 있다는 느낌이다.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에서 저자 이우일은 퐅랜에서의 일상들을 담은 일러스트들과 함께 특유의 담담하면서 재치있는 문장으로 퐅랜을 소개해준다. 마치 일기장을 보는 듯한 세세한 묘사들은 실제 내가 퐅랜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이우일 작가가 말해주는 대로의 퐅랜이 내 머릿 속에 자연스레 그려진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전혀 다른 퐅랜만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시 어디에서든 '땡스!(Thanks!)'를 외친다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있던 퐅랜 사람들은 앞문이나 뒷문으로 내리던 간에 '땡스!'라고 외치고, 신호등을 건너면서 자신을 위해 멈춰 준 운전자를 향해 싱긋 웃으며 '땡스!'를 외친다고 한다. 사소함에도 고마움을 느끼며, 퐅랜 사람들만의 정감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 좋게 느껴졌다.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과 같은 기분 좋은 여행 산문집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좋았다. 사진 대신에 작가 특유의 감성을 담은 일러스트들이 텍스트 사이사이에 놓여 있던 것도 매력적이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포틀랜드에 대해서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그 곳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서 굳이 퐅랜이 아니어도 어디든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왕이면 그 곳에서 오래 머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그 곳이 어디든, 여행의 따뜻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


모든 것엔 끝이 있다.
끝이 있으니 우린 즐기며 살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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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내가 본 미래 -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마윈 지음, 알리바바그룹 엮음, 최지희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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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 등장하고 난 뒤, 우리들의 생활은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저녁 장을 보기 위해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마우스 클릭 몇 번 만으로 싱싱한 재료들이 집으로 도착한다. 유명 지역의 특산물들을 구매하기 위해 차를 끌고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집까지 배송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달은 '전자 상거래'를 가능하게 했고 우리는 집에서 컴퓨터, 스마트폰만 있다면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던 모든 물건들을 살 수 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아마존 직구', '아마존 배송'이라는 키워드의 게시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알리바바 직구', '알리바바 배송'이라는 키워드의 게시글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두 키워드의 비율이 비등해졌다. 이제는 중국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마윈, 내가 본 미래>에서는 마윈이 알리바바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전략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남들이 오늘을 보고 있을 때, 마윈은 앞으로의 30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히려 우리가 정말 우려해야 할 점은, 과거 방식에 대한 의존이라고 본다. 세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앞으로 30년, 인류사회는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p.17)

 

  마윈은 알리바바가 하나의 대기업으로써 성장하는 데에 주목하기 보다는, 알리바바를 주축으로 하여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마련하고자 했다.  

 

마윈의 구상을 보면, 전 세계 중소기업과 기업인들을 위해 자유롭고 공정하며 개방된 무역 플랫폼을 구축하면 중소기업과 청년들이 국제시장에 더 편리하게 진입하고 세계경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p.6)

 

마윈의 유통 생태계에서 무엇보다도 강조되는 것은 중소기업의 성장이었다. 그동안 80%의 중소기업들은 소외된 상태로 유지되어 왔는데, 이제는 80%의 중소기업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윈, 내가 본 미래>를 읽다보면, "알리바바는 '중국'이라는 특수한 내수시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 시장을 확보한 채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내의 시장에 조금은 적용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조금의 변형을 통해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마윈이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젊은 세대'들에 대한 투자였다. 실제 알리바바에서는 60세대들이 70세대들에게 자리를 넘겨 주고 있었고, 더 나아가 80,90세대들이 그 다음 바턴을 이어 받을 수 있는 과정을 거쳐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들에게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청년들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연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세상에는 서른 차례나 거절당한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했던 것이라고는 검프처럼 꾸준히 그 길을 갔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실패하고 늘 다른 사람을 탓하면 그 사람은 영원히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늘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그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p.383) 

 

 

 

 

  <마윈, 내가 본 미래>는 주로 마윈이 국제 포럼이나 컨퍼런스 등에 참여하여 연설하고 강의했던 내용들을 엮어 편집한 책이다. 그러다보니 같은 내용이 반복되어 조금은 지루한 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반복되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에 대한 연구를 해야된다는 대목에서는 계속해서 '윽!'하고 찔렸다. 크고 작은 실패를 하고나서 그동안 나는 그 실패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됐다. 실패에 대한 원인을 나에게서 찾기 보다는 환경 탓으로 많이 돌렸던 것 같다.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그랬다. 훗날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원인을 내 자신에서 찾는 버릇이 필요할 것 같다. 
 
  <마윈, 내가 본 미래>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마윈의 기업 운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
  2) 바뀐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
  3)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도와주는 책

  시대가 많이 변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변해야 할 차례이다. 


  10년 후 필요한 것이라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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