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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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상실의 시대>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온 것을 서점에서 보고 마음에 점 찍어두고, 친구가 생일 선물로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자마자 <노르웨이의 숲>을 사달라고 말했다. 꼭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이루어진 <노르웨이의 숲>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노르웨이의 숲>은 '와타나베'라는 청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 기즈키의 죽음으로 청소년기를 끝맺은 와타나베는 어른이 되어 가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즈키가 살아 있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기즈키의 여자친구 나오코와 다시 관계를 맺으면서 그는 청년기에 돌입한다. 나오코와의 시간을 보내던 중, 나오코는 마음의 병으로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편, 와타나베는 수업을 같이 듣던 미도리와 친구가 된다. 와타나베는 늘 밝은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미도리와 자신을 기다려달라고 말했던 나오코 사이에서 고민한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와타나베는 미도리의 아버지의 죽음과 나오코의 죽음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겨우 한숨을 돌릴 즈음 버스는 갑자기 서늘한 삼나무 숲 속으로 들어섰다. 마치 원시림처럼 높이 솟아오른 삼나무들이 햇빛마저 가려 어두운 그림자가 만물을 덮어 버렸다. 열린 창을 통해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더니 그 습기로 피부가 아플 정도였다. (<노르웨이의 숲> p.188)

  <노르웨이의 숲> 속의 등장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담담한 듯이 이야기하는 주인공 와타나베 역시 가장 친한 친구인 기즈키의 죽음으로 소년기의 막을 내리면서 알 수 없는 공허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며, 그와 기즈키의 죽음을 공유하고 있는 나오코의 경우에는 초6때 경험한 언니의 죽음과 더불어 남자친구 기즈키의 죽음으로 현실과의 거리감을 느끼고 있던 상태였다. 늘 밝아 보였던 미도리 역시 뇌종양으로 죽은 부모님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었으며, 와타나베를 밤문화의 거리로 이끌었던 나가사와 역시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무언가 결핍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등장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그런 풍경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제각기 행복한 듯이 보였다. 그들이 정말로 행복한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9월 말 기분 좋은 한나절에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고 그래서 나는 평소보다 더 외로움에 젖었다. 나 혼자만이 그 풍경 속에서 멀리 떨어진 것 같았다. (<노르웨이의 숲> p.165)

 

 

 

 

 

  와타나베는 삶과 죽음의 반복에서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다는 그 아픔과 상실감 속에서 그는 지독히도 아픈 성장통을 겪어내면서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성장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 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노르웨이의 숲> p.567)

  훗날 30대가 되면,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사실 아직까지는 죽음을 가까이서 받아들인 적이 극히 드물 뿐더러 와타나베가 어찌보면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해보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가 느낀 그 공허함에 대해서 쉽게 공감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집어들기 이전에, <위대한 개츠비>를 먼저 읽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했다. 물론, 언급된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놓고 들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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