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그들에게 사면초가 1~2 (완결) - 전2권
소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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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쯤은
인기가 폭발하는 시기가 찾아온다는데.
나는 그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잠시 시간이 나지 않아 웹툰을 챙겨보지 못하던 사이에 그들에게 사면초가가 완결이 났다. 그동안 꾸준히 챙겨보던 웹툰이기에 결말까지 보고 나서도 그 여운이 남아 아쉬워하던 차에 단행본 출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볼 때는 한 회, 한 회 매주 기다리면서 봐야 했지만, 이렇게 단행본으로 한 번에 만나니 좋았다.

 

 

 

  ≪그들에게 사면초가는 평범한 여고생 여주에게 갑자기 매력 넘치는 네쌍둥이가 고백을 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려낸다. (네쌍둥이의 고백에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여주의 마음을 '사면초가'라고 표현한 제목이 너무도 재치 있다!) 차분한 매력의 일남, 대책 없이 돌진하는 츤데레 이남, 연애를 책으로 배운 순수한 삼남, 귀여운 연하남 같은 사남까지! 44색의 매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들이 여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는 웹툰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0000> 시리즈가 여자 주인공의 남편 찾기에 집중하여 전개되는 것처럼 그들에게 사면초가≫는 '여주의 남친 찾기'에 집중한다. 
  과연 여주의 남친은 누가 될 것인지, '어남일(어차피 남친은 일남이)'일 것인지에 대해 집중하다 보면 절로 네쌍둥이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네이버 웹툰에 일남이 파, 이남이 파, 삼남이 파, 사남이 파로 구분되어 달린 댓글들을 읽는 것도 사실 하나의 재미 포인트다!) 그 밖에도 여주와 일남이의 과거 이야기, 이남이의 꿈 속 이야기, 삼남이의 고독한 짝사랑, 사남이와 여주 친구 나비와의 관계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귀엽고 발랄하게 그려져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본 적이 없었다.
그치만이제 달라지고 싶어.

 

  작가 소이는 '첫사랑', '첫 연애'처럼 설레고 풋풋한 감정과, 한편으로 고등학교 청소년 시절의 예민하고 민감한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여주의 닫힌 마음에 대해 그려내면서, 그것을 네쌍둥이와의 관계로 이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그래서 그들에게 사면초가를 보는 내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누구 하나 미운 캐릭터가 없는 게 이 웹툰의 장점이다! (물론 내용 초반에 여주와 나비의 마음이 맞물리면서 살짝 삐걱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이 작가님은 모든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변화 시켜주신다ㅎㅎ)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웹툰 그들에게 사면초가: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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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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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목표나 방향의 갈피를 찾지 못하면, 원초적인 질문에 빠져든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그때마다 해결책을 위해 책을 꺼내든다. 그 순간 명쾌한 답을 얻는 경우나 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로 나뉘긴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명쾌한 해답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또다시 원초적인 질문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 이상하게도 그 대답은 다시 해답이 되지 못했다.
  때로 우리는 원초적인 질문에 추상적이고 그래서 복잡한 대답들을 끼워 맞춘다. 하지만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의 저자 로버트 풀검은 오히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단순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고.

  그때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게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아는 대로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제 나의 신조를 소개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았다.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 (p.18)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배운 인생의 지혜들을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그저 귀엽게 느껴지지만 로버트 풀검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치원의 가르침은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다고 표현해서도 안 된다. 삶에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해야 옳다. (p.21)"며 로버트 풀검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나열한다.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 '공정하게 행동하라.' , '남을 때리지 말라.' ,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균형 잡힌 생활을 하라. 매일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라.' 등등.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을 잊어버린다. 복잡하게 꼬인 가르침을 받으면서 항상 어려움을 느낄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다시 배우게 된다. 강의, 백과사전, 성경, 회사 규칙, 법, 설교, 참고서 등 훨씬 복잡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게 생은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p.25)

  그래서일까.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의 글들은 인생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부드럽고 따뜻한 시각을 보여준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글과 따뜻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글이 함께 공존한다. 책을 읽다보면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문득 떠오른다. 그만큼 뭉클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으로 인생의 철학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른들은 예외 없이 기쁨과 향수와 천진난만함이 섞인 아주 아름답고 수줍은 미소를 띤다. 그러고는 즉시 크레용에 얽힌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처음 크레용 세트를 갖게 된 날 색이란 색은 다 칠해보고 부러뜨리기도 하고 다시 줄을 맞춰 상자 안에 넣은 일, 여러 개를 한꺼번에 쥐고 그려본 일, 녹나 안 녹나 보려고 뜨거운 물건 위에 올려놓은 일, 종이처럼 얇게 잘라본 일, 유리 위에 놓고 다려서 색유리를 만든 일, 먹어본 일 등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을 위한 재미있는 파티를 열고 싶다면 초대한 사람들에게 칵테일과 크레용을 같이 줘봐라. (p.90)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삶의 지혜들을 어렵고 복잡하게 얻을 필요는 없다. 되돌아보면 우리 모두는 그 삶의 지혜들을 전부 알고 있을 테니. 다만, 잊어버리고 있었을 뿐이다. 혹시나 훗날, 내가 또다시 원초적인 질문에 빠져 대답을 갈구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집어 들 것이다. 생각보다 답은 가까이에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어떻게 달리 살았을까 고민하고 나니, 다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을 다시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모든 것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생각해봐도, 나는 나의 삶을 다시 살겠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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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눈 창비청소년문학 84
주디 블룸 지음, 안신혜 옮김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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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과정 속에서 우리들은 이전과는 다른 경험들을 하게 된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환희와 기쁨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프기도 하고 제자리에 주저앉게 만드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씩 달라져가는 '나'를 발견하고 마주 서게 만든다. 감정의 표현이 다양해지는 청소년 시기에는 무엇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미국 청소년문학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호랑이의 눈≫은 청소년 시기의 예민하고도 민감한 감수성을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데이비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작가 주디 블룸은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낸다. 


  강도의 총격으로 어느 날 갑자기 아빠를 잃은 데이비는 슬픔에 잠기게 된다. 또다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데이비의 식구들은 고모가 살고 있는 로스앨러모스로 떠난다. 데이비와 마찬가지로 엄마 역시 남편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고모와 고모부는 세상이 위험하다고 강조하며 데이비의 행동을 감시한다. 답답함을 느끼던 데이비는 자전거를 타고 깊은 협곡을 돌아다니며 망상에 빠져 있다가, 우연히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울프'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는데 다음 순간 죽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 바위가 부서지면 나도 떨어질 것이다. 협곡 바닥까지. (p.65)

  데이비는 아빠를 잃은 상실감으로 불안한 모습들을 보인다. 누군가 자신을 해칠까 걱정하며 베개 밑에 빵 칼을 숨기거나 깊은 협곡을 바라보며 부정적인 생각들을 그대로 곱씹는다. 새로운 환경에 놓였지만 데이비는 그 무엇도 바라볼 여유가 없다. 이에 비해 동생 제임스는 똑같은 상실을 겪었지만 그리 불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빠의 부재를 느끼고 그리워하지만, 데이비만큼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다. 작가 주디 블룸은 데이비를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깊은 협곡이라는 배경에 넣어 보여준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내 의견은 안 중요해진 거야?" 나는 결국 폭발해 버렸다. 논리고 감정이고 다 무슨 상관이람. (p.212)

  한편, 데이비가 좋아하게 된 울프는 데이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무엇을 하고 싶냐는 데이비의 질문에 "그거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 타이거. 나도 아직 답을 못 찾았어."라고 대답한다.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온 울프는 마치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대입을 목표로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딱 답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의 감정이 울프의 모습에 오버랩되었다.

  데이비는 울프, 로스앨러모스에서 사귄 친구 제인, 그리고 엄마와 고모부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빠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극복해내는 동력을 얻어낸다. 작가 주디 블룸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데이비의 변화를 한가지 색에 머무르지 않고 빛에 따라 영롱한 금색이었다가 진한 갈색이었다가 하며 색이 바뀌는 '호랑이의 눈'에 비유한다. 데이비가 그랬듯이, 우리들 저마다는 때로는 빨간색이었다가 때로는 파란색이었다가를 반복하며 마음속에 갖가지 색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다양한 성장의 색은 그렇게 나를 만들고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어떤 변화는 내면 아주 깊은 곳에서 일어나기도 하니까. 그런 변화는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다. 어쩌면 진짜 변화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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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동양신화 중국편 -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가 들려주는
정재서 지음 / 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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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이야기에 빠져있을 때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열두 명의 신이 올림포스에서 지내며 인간 세상을 다스린다는 이야기. 사람과 동물의 몸이 섞인 켄타우로스나 스핑크스, 사이렌 등 신비한 생물들이 등장하고 하늘과 땅, 지하 세계를 그려내며 넓은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었다. 신화에서는 제우스의 부탁으로 프로메테우스 형제들이 인간들을 창조했다(신들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인간들의 상상력에서 신들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신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예술 콘텐츠의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신화의 한 장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미술을 넘어서 다양한 문학과 영화 산업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 <>이나 영화 <트로이>, <타이탄>,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등등. 신화는 다양한 콘텐츠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콘텐츠 소재로 각광받기 시작하자 오딘과 토르를 중심으로 하는 북유럽 신화도 함께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양 세계의 반대편, 동양에는 어떤 신화가 있을까? 이 질문에 역사 시간에 잠깐 배웠던 고조선 단군 신화와 고구려 주몽 신화 외엔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밖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전설이나 민담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이었다.) 동양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웅장하고 화려한 신화가 없는 것일까? 정재서 교수는 이 질문에 ≪이야기 동양 신화≫를 통해 대답한다. 동양 신화들의 원형을 밝히며 어떤 재미있는 상상력이 가미되어 이야기를 화려하게 만들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와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주며, 주변 문화 및 다원주의적 입장에서의 중국 신화를 바라보고 한국 문화와의 상관성을 밝히는 관점을 고수하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사람마다 상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그래서 세상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동양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배우게 될 소중한 교훈이다.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안데르센 동화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의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p.8)
 
  ≪이야기 동양 신화≫는 ‘중국 편’이라는 소제목으로 동양 신화의 커다란 몫을 차지하는 중국 신화를 중심으로 들려준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의 일부분도 중국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중국 신화 역시 마찬가지여서 읽는 내내 연상되는 우리나라 신화의 장면들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신화가 문화의 원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문화와 한국 문화, 일본 문화를 아울러 동양의 문화는 동양 신화들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정재서 교수는 문화의 원형을 알게 되면 오늘의 문화 현상을 더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더 나아가 지금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오늘날 우리는 자연과 너무 동떨어진 존재가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공해, 인간성 상실 등 각종의 심각한 문제를 앓고 있다. 따라서 생태적 감수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 시점에서 자연과의 일체감을 표현하였던 자연신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p.158)

  여러 동양 신화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동양 신화, 특히 중국 신화에서는 여신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여신들이 남신의 아내, 딸로 그려지면서 그 비중이 현저히 적음을 느낄 수 있는 데에 반해 (그동안 여신들이 아내, 딸로 그려지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는 너무도 당연한 나의 인식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중국 신화에서는 여신들은 독립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여와, 서왕모 등의 여신들은 창조와 생명을 관장하는 이미지로 그려지며 그들의 입지를 굳건하게 다진다. 하지만 모계 중심 사회를 반영하고 있던 신화는 가부장적 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여신들의 위치는 변화하게 된다. 독립적이었던 여와는 땅의 신 고비의 딸이 되고 복희의 여동생이 되고, 인류의 대를 잇는 한 남자의 아내로 전락하게 된다.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던 당시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한편, ≪이야기 동양 신화≫에서는 현실과 허구의 사이에 공존하는 () 나라 요순시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동양에서는 신과 인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특수성을 반영하여 중국 역사의 시초라고도 불리면서 동시에 전설적인 나라로 불리는 하 나라에 대해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동양 신화에서는 신들도 이들 성군이나 건국의 영웅들처럼 인간으로서의 속성을 강하게 지닌다. 한때 이런 이유로 서양의 일부 학자들은 동양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화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하였다. 신과 인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그들의 눈에는 가령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신화도 한갓 전설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특정한 신화를 표준으로 이야기의 풍토가 다른 지역의 신화를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인 일인가를 알게 된다. (p.299)
 
  가장 가까운 상상력의 바다를 두고 너무 멀리 있는 바다들을 동경하지는 않았는지, 서양의 문화에 너무 익숙해 스스로 동양 문화는 하대하지 않았는지 ≪이야기 동양 신화≫를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만큼 동양 신화도 굉장히 흥미롭고 다채롭다. 충분히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동양 신화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해야 될 일들은 이 장엄하고 웅장한 상상력의 바다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동양 신화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진화할 만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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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5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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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대입 전형 중 나는 '적성'을 선택했다. 제한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들을 기계적으로 풀어 고득점을 받아야 하는, 2시간 만에 모든 지식들을 쏟아내야 했던 지옥 같았던 시험 말이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고역이었던 건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고유어와 고사성어를 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도 고유어를 열심히 외웠지만, 24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고사성어에 대해 알고 있었던 때는 고3 수험생 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외운 고사성어를 지금까지 잘 우려먹고 있는 것 같다.)
  당시에 고사성어를 외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도 그럴 만한 것이 한자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쪽지시험을 통한 무작정 암기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나쁜 기억으로만 남은 '고사성어'였다. 하지만 만약 그때 내가 ≪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라는 책을 일찍 만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나미 리쓰코가 쓴 ≪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는 4천 년이 넘는 중국 역사를 장식한 수많은 장면들 속에서 함축적 의미를 지닌 다양한 고사성어의 탄생들을 들려준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고사성어들을 바탕으로 하여 중국 역사를 굉장히 흥미롭게 풀어낸다. 고사성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덤으로 중국 역사를, 중국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덤으로 고사성어까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을 포함한 전통 동아시아 세계의 공통 문어였던 한문과 이를 사용한 문헌에서 보이는 고사성어의 활용이다.
  이런 점에서 본서는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하겠다. 중국을 무대로 전개되는 주요 인물들의 생애와 활약을 고사성어로 접근하면서 그들을 통해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p.301 '역자 후기' 中)

  중국 문학을 전공한 저자 이나미 리쓰코는 『사기』 나 『삼국지』 등 중국 고서들에서 고사성어들을 발췌해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설명한다. 신화나 전설에서 볼 수 있는 요순시대부터 마지막 황제의 나라인 청나라까지 고사성어로 풀어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담은 '관포지교',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음을 뜻하는 '도원결의'부터 중국 4대 미녀에 속하는 양귀비를 일컫는 '해어화(말을 알아듣는 꽃)', 북송의 시인인 왕안석의 「석류시」로부터 전해내려오는 '홍일점'까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고사성어들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고사성어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고사성어였는지 추론하고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단어들이 만들어지는 일화도 있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신기했던 것은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는 '완벽(完璧)'이라는 단어에 얽힌 이야기였다.
  조나라 혜문왕이 '화씨벽'이라는 아름다운 구슬을 손에 넣은 일이 있었는데, 이 소문을 들은 진(秦) 나라 소양왕이 화씨벽을 갖고 싶어 "진나라의 열다섯 성(城)과 구슬을 교환하고 싶다"라고 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혜문왕의 입장에서는 화씨벽을 넘겨줘도 필시 성은 받을 수 없을 것 같고, 화씨벽을 넘겨주지 않으면 진나라 군대가 그것을 빌미로 쳐들어 올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이때 인상여라는 무명의 신하가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로 갔고 소양왕과 담판을 벌여 화씨벽을 다시 조나라로 가지고 돌아왔다고 한다.

  구슬은 온전히 지킨다는 뜻을 가진 '완벽'이라는 말도 이 인상여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그 의미가 조금 달라져 흠이 없이 완전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 매우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p.111)

  고사성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내다보니 명나라와 청나라의 비중은 다른 시대에 비해 적은 분량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유래된 말이 적어 그 비중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시대를 따라 내려오면서 유래되어 온 말들을 다음 시대에서 사용하는 현상을 보이는데 아마 그 이유에서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고사성어나 중국 역사에 대해 흥미롭게 접근하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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