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눈 창비청소년문학 84
주디 블룸 지음, 안신혜 옮김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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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과정 속에서 우리들은 이전과는 다른 경험들을 하게 된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환희와 기쁨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프기도 하고 제자리에 주저앉게 만드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씩 달라져가는 '나'를 발견하고 마주 서게 만든다. 감정의 표현이 다양해지는 청소년 시기에는 무엇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미국 청소년문학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호랑이의 눈≫은 청소년 시기의 예민하고도 민감한 감수성을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데이비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작가 주디 블룸은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낸다. 


  강도의 총격으로 어느 날 갑자기 아빠를 잃은 데이비는 슬픔에 잠기게 된다. 또다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데이비의 식구들은 고모가 살고 있는 로스앨러모스로 떠난다. 데이비와 마찬가지로 엄마 역시 남편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고모와 고모부는 세상이 위험하다고 강조하며 데이비의 행동을 감시한다. 답답함을 느끼던 데이비는 자전거를 타고 깊은 협곡을 돌아다니며 망상에 빠져 있다가, 우연히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울프'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는데 다음 순간 죽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 바위가 부서지면 나도 떨어질 것이다. 협곡 바닥까지. (p.65)

  데이비는 아빠를 잃은 상실감으로 불안한 모습들을 보인다. 누군가 자신을 해칠까 걱정하며 베개 밑에 빵 칼을 숨기거나 깊은 협곡을 바라보며 부정적인 생각들을 그대로 곱씹는다. 새로운 환경에 놓였지만 데이비는 그 무엇도 바라볼 여유가 없다. 이에 비해 동생 제임스는 똑같은 상실을 겪었지만 그리 불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빠의 부재를 느끼고 그리워하지만, 데이비만큼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다. 작가 주디 블룸은 데이비를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깊은 협곡이라는 배경에 넣어 보여준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내 의견은 안 중요해진 거야?" 나는 결국 폭발해 버렸다. 논리고 감정이고 다 무슨 상관이람. (p.212)

  한편, 데이비가 좋아하게 된 울프는 데이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무엇을 하고 싶냐는 데이비의 질문에 "그거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 타이거. 나도 아직 답을 못 찾았어."라고 대답한다.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온 울프는 마치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대입을 목표로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딱 답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의 감정이 울프의 모습에 오버랩되었다.

  데이비는 울프, 로스앨러모스에서 사귄 친구 제인, 그리고 엄마와 고모부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빠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극복해내는 동력을 얻어낸다. 작가 주디 블룸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데이비의 변화를 한가지 색에 머무르지 않고 빛에 따라 영롱한 금색이었다가 진한 갈색이었다가 하며 색이 바뀌는 '호랑이의 눈'에 비유한다. 데이비가 그랬듯이, 우리들 저마다는 때로는 빨간색이었다가 때로는 파란색이었다가를 반복하며 마음속에 갖가지 색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다양한 성장의 색은 그렇게 나를 만들고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어떤 변화는 내면 아주 깊은 곳에서 일어나기도 하니까. 그런 변화는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다. 어쩌면 진짜 변화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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