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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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목표나 방향의 갈피를 찾지 못하면, 원초적인 질문에 빠져든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그때마다 해결책을 위해 책을 꺼내든다. 그 순간 명쾌한 답을 얻는 경우나 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로 나뉘긴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명쾌한 해답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또다시 원초적인 질문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 이상하게도 그 대답은 다시 해답이 되지 못했다.
  때로 우리는 원초적인 질문에 추상적이고 그래서 복잡한 대답들을 끼워 맞춘다. 하지만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의 저자 로버트 풀검은 오히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단순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고.

  그때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게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아는 대로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제 나의 신조를 소개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았다.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 (p.18)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배운 인생의 지혜들을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그저 귀엽게 느껴지지만 로버트 풀검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치원의 가르침은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다고 표현해서도 안 된다. 삶에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해야 옳다. (p.21)"며 로버트 풀검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나열한다.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 '공정하게 행동하라.' , '남을 때리지 말라.' ,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균형 잡힌 생활을 하라. 매일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라.' 등등.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을 잊어버린다. 복잡하게 꼬인 가르침을 받으면서 항상 어려움을 느낄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다시 배우게 된다. 강의, 백과사전, 성경, 회사 규칙, 법, 설교, 참고서 등 훨씬 복잡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게 생은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p.25)

  그래서일까.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의 글들은 인생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부드럽고 따뜻한 시각을 보여준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글과 따뜻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글이 함께 공존한다. 책을 읽다보면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문득 떠오른다. 그만큼 뭉클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으로 인생의 철학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른들은 예외 없이 기쁨과 향수와 천진난만함이 섞인 아주 아름답고 수줍은 미소를 띤다. 그러고는 즉시 크레용에 얽힌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처음 크레용 세트를 갖게 된 날 색이란 색은 다 칠해보고 부러뜨리기도 하고 다시 줄을 맞춰 상자 안에 넣은 일, 여러 개를 한꺼번에 쥐고 그려본 일, 녹나 안 녹나 보려고 뜨거운 물건 위에 올려놓은 일, 종이처럼 얇게 잘라본 일, 유리 위에 놓고 다려서 색유리를 만든 일, 먹어본 일 등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을 위한 재미있는 파티를 열고 싶다면 초대한 사람들에게 칵테일과 크레용을 같이 줘봐라. (p.90)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삶의 지혜들을 어렵고 복잡하게 얻을 필요는 없다. 되돌아보면 우리 모두는 그 삶의 지혜들을 전부 알고 있을 테니. 다만, 잊어버리고 있었을 뿐이다. 혹시나 훗날, 내가 또다시 원초적인 질문에 빠져 대답을 갈구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집어 들 것이다. 생각보다 답은 가까이에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어떻게 달리 살았을까 고민하고 나니, 다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을 다시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모든 것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생각해봐도, 나는 나의 삶을 다시 살겠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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