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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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있다마다요!


  혹시 여러분들은 책 좋아하시나요? 저는 1년 전부터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여러 종류의 책들을 읽다 보니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제 취향도 다시 알게 되고, 무엇보다도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긴 글을 읽으면 생기는 울렁증에서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네, 이제는 책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네요! 
  책을 좋아하다 보니 때로는 책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이런 책들이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요. 자기 전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니 자체 발광하는 특수 용지를 사용해서 불을 끄고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을 것 같고, 혹은 눈의 움직임을 파악해 알아서 책장이 넘어가는 책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은 어떤 책을 상상하고 계시나요?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책에 대한 것들은 어쩌면,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에서 만나볼 수도 있겠군요.
  어느 마을 변두리 한 귀퉁이에 있는 '있으려나 서점'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이 있습니다. 있으려나 서점에는 '설마 이런 책도 있겠어?'에 관한 책들이 있는 곳이죠. 조금 더 특별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상상하는 '책과 관련된 책'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점입니다. 주인아저씨에게 "혹시, ○○에 대한 책, 있나요?"하고 물으면, 대개는 이렇게 대답하실 겁니다. "예, 있다마다요!"



《있으려나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저마다 다양한 책들을 찾으러 옵니다. 물론, 주인아저씨께서는 항상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여러 종류의 책들을 소개해주곤 하지요. 조금 희귀한 책, 책과 관련된 도구에 관한 책, 책과 관련된 일에 관한 책, 책과 관련된 이벤트에 관한 책, 책과 관련된 명소에 관한 책, 그리고 도서관·서점에 관한 책도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책들이 있을까, 하며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 요시타케 신스케는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이 모든 책들을 그려냅니다.



  열매 대신 책을 맺는 작가의 나무에 대한 책, 상·하권으로 분리되어 둘이서 함께 읽어야 하는 책, 책 제목에 따른 적절한 진열법이 담긴 책, 책과 이별하는 플랜이 담긴 책, 모두가 독서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독서초에 관한 책 등 저자 요시타케 신스케는 《있으려나 서점》이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아무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수중 도서관」에 관한 책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책을 무척 좋아하던 부자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도서관을 짓고 자신이 모든 동서고금의 책들을 빽빽이 채운 후 계단과 사다리를 치워버렸다는 내용인데요, 그가 죽은 뒤로 그 땅에 물이 차올라 조금씩 수위가 높아졌고 수위에 따라 읽을 수 없는 책,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나누어져 신기했습니다. 아, 물론 이 현실에 존재하기란 어렵겠죠. (물로 인해 책과 책장의 상태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이런 곳이 있다면, 수위가 높아지기 전에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모두 읽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길 것 같네요. 그림은 왠지 모르게 <해리 포터>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며 뇌리에 박혀버렸습니다.
  《있으려나 서점》을 읽으면서 굉장히 즐거운 상상 속에 빠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뭐, 평소에 제가 상상하던 책들은 아직 《있으려나 서점》엔 입고되지 않은 것 같네요.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 《있으려나 서점》을 나오는 마지막엔 큰 즐거움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독서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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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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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마음이 쌓여가는 곳,
어서 오세요, 옥탑빵입니다.


아직은 밤기운이 남아 있는 이른 새벽.
모두의 아침이 그렇듯 저도 일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이른 새벽 여러분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
.
라디오를 켜고 빵 만들 준비를 하면 비로소 저의 하루가 시작돼요.
옥상 가득 고소한 향기가 퍼지네요.

  늘 바쁘게 움직이는 아침 일상. 그에 비해 아직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오후에는 아침에 비해 느린 속도로 걸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다 문득 '여기에 이런 곳이 다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멈추고는 하죠. 가게 안을 느리게 관찰하며 지나가면서 아침에는 왜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아, 이렇게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었나 하며 조금 걱정도 되고요. 벌써부터 이런 고민을 하다니, 지친 하루의 마지막은 왠지 모를 우울함이 찾아오네요.
  이런 우울함에는 달달한 것만큼 좋은 약이 없죠. 하지만 조금씩 커가면서 초콜릿이나 사탕같이 바로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것보다는 은은한 단맛들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부드러운 빵과 어우러져 은은한 달콤함을 입안 가득 넣어주는 생크림 케이크나 혀에 닿는 순간 달콤함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저는 연유 시럽이 뿌려진 빵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위로가 되는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옥탑빵》을 읽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옥탑빵」에도 저처럼 아직도 어려운 게 많은, 성장의 길목에 서 있는 2,30대가 나와요. 처음 해보는 도전에 고군분투하고, 오랜 연애 끝에 이별을 겪고,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그런 인물들이 나오죠. 「옥탑빵」에 나오는 지영과 은혜, 혜수 등 주인공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의 모습이에요. 새로운 일에 부딪히고 실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작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 모습을 보며 공감하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에서 설명하듯이 《옥탑빵》에는 아직도 어려운 게 많은 2,30대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번 생은 처음이라 서툴고 못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인 이번 생을 완벽하게 살기 위해 항상 고군분투하고 있죠. 쉽게 쓰지 못하는 돈도 턱턱 쓰면 좋겠고, 하는 일마다 경력자처럼 빠르게 해냈으면 좋겠고, 인간관계도 척척 풀어내가길 바라고 있어요. 아, 그렇지만 우리들 마음속에 저마다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을 다 해내기엔 조금은 벅찬 것 같아!'
  보담 작가는 주인공 지영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우리가 벅차다고 느끼는 일들을 모두 잘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죠.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시선, 사회의 잣대에 비추어 개인에게 너무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며, 회사를 퇴사하고 2층 옥상에 옥탑빵을 만든 지영은 서툴러도 즐겁게 살아갑니다. 물론, 정말 이것이 옳은 길인가 하고 걱정하기는 하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 멋져 보입니다.



저는 남들이 하는 말보다 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기로 했어요.
그래도 힘들어도 웃는 날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옥탑빵》을 읽으면서 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정말로 스스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 맞는지 말이죠. 스스로에 대한 물음에 아직 제대로 된 답은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다 읽다 보면 각자 다른 고민, 걱정에 대한 해결책으로 빵을 처방받는 느낌이 듭니다.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순간의 힘들고 지친 감정들을 정리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다양한 에피소드에 따라 달콤하고 고소한 빵 내음도 느껴지는 것 같고요, 책을 덮을 즈음엔 다음 날엔 스스로에 대한 위로의 의미로 어떤 빵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간절한 소원이건대, 《옥탑빵》과 같은 베이커리 집이 집 근처에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지치고 힘든 오늘 하루를 보낸 당신의 하루에는 어떤 케이크나 빵이 어울릴까요? 모두의 마음이 쌓여가는 곳, 어서 오세요, 옥탑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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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마쓰오 유미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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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모두 기적을 일으키고 싶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이미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2019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는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는 사랑하는 여자의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남자의 선택을 그려낸다. 저자 마쓰오 유미는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를 통해 운명적 사랑을 노래한다. 타임 패러독스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애절한 사랑과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그려내면서 독자들에게 설렘을 안겨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같은 운명적 사랑을 또 다른 타임 패러독스를 이용해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1년이라는 어긋난 시간 속에서 그들은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릴까?

  2005년의 이 에어컨 구멍과 2004년의 그쪽 구멍이 연결되어 있다, 1년이라는 시간뿐만 아니라 방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이런 건 저도 처음이지만 나름 생각해봤습니다.
  이런 게 아닐까요? 지구 공전주기는 엄밀히 말해 365일이 아니니까 이듬해 같은 날에는 위치가 다소 어긋나 있게 되겠지요. 그 위치상의 어긋남과 이 빌라의 두 집 사이의 거리가 딱 일치한 거죠. 바로 천문학적인 우연에 의해서. (p. 72)

  우연히 잡화점 쇼윈도 속 갈색 곰인형을 본 시오리는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된다. 그리고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렇게 곰인형을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여행사 직원이었던 시오리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직접 현상을 할 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온 곰인형의 제안에 따라 현상 시에 통풍이 잘 되는 곳으로 이사하고자 한다. 몇 번의 거절 끝에 새로 이사하게 된 집에서 벽에 에어컨 호스 때문에 딱 머그컵 한 잔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9월의 어느 날 밤, 사진 현상을 하다 사다리에 올라앉은 시오리는 곰인형 '반호'에게 늘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말을 걸었고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소리가 흘러나온 곳은 다름 아닌 벽에 뚫린 구멍 속. 그리고 그곳에서 '1년 후 오늘'을 살고 있는 이웃집 남자라고 소개하는 남성의 목소리에 시오리는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미래의 히라노는 앞으로 일주일 신문 기사 제목을 맞출 테니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고 한다. 무언가 확인하기 위해 1년 전 바로 '그 자신'을 미행해 달라는 부탁. 과연, 시오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까?





  지금부터 이야기할 '머그컵 한 잔의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아니다. 일으킨 것은 물론 헝겊인형도 나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날 그 인형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p. 7)

  저자 마쓰오 유미는 시오리와 히라노라는 두 남녀를 통해 기적 같은 사랑을 그려낸다. 시오리는 처음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지만 허스키하면서 나긋하고, 다정다감한 그의 말투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마음속에 들어오게 된 자신과 같은 현재에 살고 있는 이웃집 남자 히라노. 처음엔 무뚝뚝하고 어딘가 까탈스럽다고 느꼈던 히라노였지만 어느 순간 그의 미숙한 표현 방식마저도 괜찮게 보이기 시작한다. 시오리는 자신을 둘러싼 현재의 히라노와 구멍 너머에 있는 미래의 히라노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민한다.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는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두 남녀를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오리의 시선에서 바라본 두 명의 히라노는 비슷한 듯 정반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에서의 히라노와 시오리의 관계, 미래의 히라노와 시오리의 관계를 통해 서로를 위한 두 사람의 마음이 조금씩 내비쳐지면서 완성되는 두 사람의 감정은 읽는 내내 즐겁게 만든다.

  어째서 이렇게 단언할 수 있냐면, 과거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으니까요. 슬픈 일은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모두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끊기질 않으니까요.
  사람의 마음만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모든 사람이 과거를 바꾸지 못하는 게 이상하죠. 하지만 바꾸지 못한 채 슬픈 일을 겪는 사람을 몇 번이나 보았어요.  (p. 286)

  그들에게 머그컵 한 잔의 기적이 주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 사이에서 이러난 시간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소설의 결말 부분은 조금은 꼬여 이해하기에 어려웠음에도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분명 영상의 시각적인 효과와 음향 효과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간 역설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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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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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 네코노히에 이어 큐라이스 작가의 또 다른 캐릭터 《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네코노히의 노랗고 통통한 몸매가 매력 포인트였다면 스나오카 씨의 매력 포인트는 친절하지 않아 보이는 뚱한 표정과는 사뭇 다른 행동들이다. 얼굴은 사나워 보일지 몰라도 친절함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스나오카 씨. '츤데레'라는 수식어, 그 자체다! 



   모두가 생각하는 스나오카 씨의 본 모습은 이렇게 사납고 맹렬한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보면 가차없이 무서운 표정을 짓고는 하지만 그 속에는 사실 여린 감수성이 풍부한 스나오카 씨다. 스나오카 씨의 에피소드를 계속 해서 읽다 보면 그의 표정은 더 이상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페이지를 접는 순간에는 정감이 느껴진다!




  누구보다 여린 감성을 보여주는 스나오카 씨는 의외로 과격한 액션 영화보다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드라마를 더욱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 어떤 이들보다 타인의 슬픔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능력이 탁월한 스나오카 씨다. 직장에서도 무서운 상사, 동료로 보일지 몰라도 직원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들을 챙겨주고 다독여주는 스나오카 씨에게 반해 그를 좋아한다. 옥상 위에 서서 사탕을 물고 있는 모습마저도 멋있게 바라보는 직원이 있을 정도!




  사실 스나오카 씨의 매력은 엄청난 '딸 바보'라는 것에서 오지 않을까 싶다. 스나오카 씨는 딸 스나코를 홀로 키우는 싱글 대디로, 딸을 향한 엄청난 사랑을 보여준다. 마치 늑대의 부성애를 고스란히 보여주 듯, 티벳 여우인 스나오카 씨도 굉장한 부성애를 보여주신다. (스나오카 씨의 외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의 정체성을 의심한다. 개인적으로 생각으론 티벳 여우보다는 늑대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딸에게는 한없이 다정다감한 아빠로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진다.
  네코노히와는 또 다른 매력의 소유자로, 스나오카 씨의 다른 에피소드도 매우 기대된다. 《친절한 티벳 여우 스나오카 씨》의 마지막에는 큐라이스 작가의 또 다른 캐릭터 네코노히와 컬래버레이션 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훗날 함께한 에피소드들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츤츤해서 더 좋은 친절한 티벳 여우 스나오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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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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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는 꽤 깊이 박혀 있었다. 그 자리를 빨았더니 비릿한 피 맛이 날 뿐 가시는 꼼짝하지 않았다. 족집게를 찾아야 했지만 찾을 생각을 하니 피곤했다. 가시를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결국 저절로 빠질까? 아니면 영원히 남아 살이 될까? (p. 312)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며 조금 불편한 게 있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나는 좁은 건물 사이 때문에 쉽게 열지 못했던 창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종종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면서 문득 밖을 내다본 시선 끝엔, 맞은편 집의 주방이 보였다. 가지런히 선반 위에 놓여 있는 컵들이 자세하게 보일 정도로 건물과 건물 사이는 너무도 가까웠다. 창문을 열고 돌아서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 유리창 너머의 내 방을 지켜보고 있진 않을까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쓴 피터 스완슨은 독특한 구조를 가진 아파트먼트를 배경으로 하여 '누군가 당신을 지켜볼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단일적인 구조를 가진 기존의 아파트먼트와는 달리 안뜰 정원을 중심으로 서로 마주 보는 구조의 아파트먼트는 압도적인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피터 스완슨은 케이트라는 주인공을 통해 그녀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버릴 수 있는 두려움들을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에 녹여낸다. 그녀의 일상을 무너뜨릴 만큼 거대한 두려움들은 모두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마치 이 세상에 나쁜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는 투였다. 케이트의 아빠가 말했을 법한, 어리석지만 선의에서 비롯된 단언이었다. 하지만 케이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는 여자를 본 순간부터 누군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은 늘 그런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늘 최악의 결론을 도출한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그 결론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p. 23)

  케이트는 자신의 육촌인 코빈 델에게서 6개월 동안 아파트를 바꿔 살자는 제안을 수락해 보스턴으로 이사 오게 된다. 처음 방문한 보스턴이 주는 낯섦과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불안 증세가 맞물리면서 그녀는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된다. 더구나 이사 온 코빈의 옆집 여자 오드리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에 케이트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트는 자신의 생각대로 오드리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이웃사촌 앨런이 창문을 통해 오드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실종된 오드리를 만나러 온 잭 루도비코, 자신의 육촌인 코빈과 오드리의 관계가 석연치 않음을 알게 된다. 과연, 오드리의 죽음은 이들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가 오드리의 집을 보고 있었던 건 당연하다. 살인 사건 현장이니까. 그도 분명 소문을 들었을 테고 궁금했으리라. 궁금하면서 불안했겠지, 아마도. 당연하다. 나쁜 일이 터지면 사람들은 늘 지켜보는 법이다. 케이트는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p. 110)

  피터 스완슨은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를 통해서 '집착'이 낳은 '욕망'에 대해서 서술한다. 어두운 곳에서 생겨난 욕망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분출하게 되며, 이 소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전에 만났던 조지로 인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케이트는 극심한 불안 증세에 떨게 된다. 사람이 많은 곳에 함부로 가지 못하며 답답한 곳에 머물게 되면 발현되는 공황장애에 힘들어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것은 유일하게 그의 모습이 나타나는 꿈 속이다. 꿈속에서 조지는 라이플총을 들고 다니며 케이트를 위협한다. 케이트는 언제 어디선가 그가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 소설을 극적으로 끌고 가는 또 하나의 집착은 앨런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드러난다. 앨런은 흔히 말하는 '피핑 톰(Peeping Tom, 엿보기를 좋아하는 사람)', 즉 관음증 환자다. 그는 우연히 창문을 통해 보게 된 오드리의 모습에 사랑에 빠지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항상 창문에 앉아 그녀를 관찰하는 것이 그의 취미가 될 정도로, 그는 그녀에게 집착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여기며 그녀와 친해질 궁리를 하기도 했다.

  앨런은 거실이 더 어두워지도록 옆에 있는 램프를 끄고 여자를 계속 지켜봤다. 여자가 어찌나 평화롭고, 자기만의 작은 세상에 만족하는 듯이 보였는지 앨런은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가슴이 찌릿하게 아플 정도로. 여자가 앉은 소파 반대쪽에 앉아 다리를 쭉 뻗어 서로의 맨발이 닿는 장면을 상상했다. 이 환상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완벽히 편안한 존재였다. (p. 75)

  이 밖에도 피터 스완슨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광기의 집착을 하나 더 보여준다. 광기의 집착 속에서 인물들은 자신들이 숨기고 있던 과거를 풀어내며, 자신의 감정들을 토로한다. 그리고 그 광기 속에서 얽히고 얽힌 인물들 간의 관계는 소설을 더욱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밀어 넣는다. 다만, 그 팽팽한 긴장감이 짧은 사이에 풀어지면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범인에 대한 반전은 있었음에도 그 요소가 생각보다 강하게 오지는 않아 갑작스러운 결말에 조금은 실망했음에도 400페이지 가량 탄탄한 긴장감을 유지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아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문득 누군가 우리 집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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