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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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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마음이 쌓여가는 곳,
어서 오세요, 옥탑빵입니다.
아직은 밤기운이 남아 있는 이른 새벽.
모두의 아침이 그렇듯 저도 일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이른 새벽 여러분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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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켜고 빵 만들 준비를 하면 비로소 저의 하루가 시작돼요.
옥상 가득 고소한 향기가 퍼지네요.
늘 바쁘게 움직이는 아침 일상. 그에 비해 아직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오후에는 아침에 비해 느린 속도로 걸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다 문득 '여기에 이런 곳이 다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멈추고는 하죠. 가게 안을 느리게 관찰하며 지나가면서 아침에는 왜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아, 이렇게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었나 하며 조금 걱정도 되고요. 벌써부터 이런 고민을 하다니, 지친 하루의 마지막은 왠지 모를 우울함이 찾아오네요.
이런 우울함에는 달달한 것만큼 좋은 약이 없죠. 하지만 조금씩 커가면서 초콜릿이나 사탕같이 바로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것보다는 은은한 단맛들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부드러운 빵과 어우러져 은은한 달콤함을 입안 가득 넣어주는 생크림 케이크나 혀에 닿는 순간 달콤함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저는 연유 시럽이 뿌려진 빵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위로가 되는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옥탑빵》을 읽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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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에도 저처럼 아직도 어려운 게 많은, 성장의 길목에 서 있는 2,30대가 나와요. 처음 해보는 도전에 고군분투하고, 오랜 연애 끝에 이별을 겪고,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그런 인물들이 나오죠. 「옥탑빵」에 나오는 지영과 은혜, 혜수 등 주인공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의 모습이에요. 새로운 일에 부딪히고 실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작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 모습을 보며 공감하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에서 설명하듯이 《옥탑빵》에는 아직도 어려운 게 많은 2,30대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번 생은 처음이라 서툴고 못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인 이번 생을 완벽하게 살기 위해 항상 고군분투하고 있죠. 쉽게 쓰지 못하는 돈도 턱턱 쓰면 좋겠고, 하는 일마다 경력자처럼 빠르게 해냈으면 좋겠고, 인간관계도 척척 풀어내가길 바라고 있어요. 아, 그렇지만 우리들 마음속에 저마다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을 다 해내기엔 조금은 벅찬 것 같아!'
보담 작가는 주인공 지영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우리가 벅차다고 느끼는 일들을 모두 잘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죠.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시선, 사회의 잣대에 비추어 개인에게 너무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며, 회사를 퇴사하고 2층 옥상에 옥탑빵을 만든 지영은 서툴러도 즐겁게 살아갑니다. 물론, 정말 이것이 옳은 길인가 하고 걱정하기는 하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 멋져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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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들이 하는 말보다 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기로 했어요.
그래도 힘들어도 웃는 날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옥탑빵》을 읽으면서 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정말로 스스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 맞는지 말이죠. 스스로에 대한 물음에 아직 제대로 된 답은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다 읽다 보면 각자 다른 고민, 걱정에 대한 해결책으로 빵을 처방받는 느낌이 듭니다.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순간의 힘들고 지친 감정들을 정리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다양한 에피소드에 따라 달콤하고 고소한 빵 내음도 느껴지는 것 같고요, 책을 덮을 즈음엔 다음 날엔 스스로에 대한 위로의 의미로 어떤 빵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간절한 소원이건대, 《옥탑빵》과 같은 베이커리 집이 집 근처에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지치고 힘든 오늘 하루를 보낸 당신의 하루에는 어떤 케이크나 빵이 어울릴까요? 모두의 마음이 쌓여가는 곳, 어서 오세요, 옥탑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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