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마쓰오 유미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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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모두 기적을 일으키고 싶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이미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2019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는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는 사랑하는 여자의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남자의 선택을 그려낸다. 저자 마쓰오 유미는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를 통해 운명적 사랑을 노래한다. 타임 패러독스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애절한 사랑과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그려내면서 독자들에게 설렘을 안겨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같은 운명적 사랑을 또 다른 타임 패러독스를 이용해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1년이라는 어긋난 시간 속에서 그들은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릴까?

  2005년의 이 에어컨 구멍과 2004년의 그쪽 구멍이 연결되어 있다, 1년이라는 시간뿐만 아니라 방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이런 건 저도 처음이지만 나름 생각해봤습니다.
  이런 게 아닐까요? 지구 공전주기는 엄밀히 말해 365일이 아니니까 이듬해 같은 날에는 위치가 다소 어긋나 있게 되겠지요. 그 위치상의 어긋남과 이 빌라의 두 집 사이의 거리가 딱 일치한 거죠. 바로 천문학적인 우연에 의해서. (p. 72)

  우연히 잡화점 쇼윈도 속 갈색 곰인형을 본 시오리는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된다. 그리고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렇게 곰인형을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여행사 직원이었던 시오리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직접 현상을 할 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온 곰인형의 제안에 따라 현상 시에 통풍이 잘 되는 곳으로 이사하고자 한다. 몇 번의 거절 끝에 새로 이사하게 된 집에서 벽에 에어컨 호스 때문에 딱 머그컵 한 잔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9월의 어느 날 밤, 사진 현상을 하다 사다리에 올라앉은 시오리는 곰인형 '반호'에게 늘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말을 걸었고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소리가 흘러나온 곳은 다름 아닌 벽에 뚫린 구멍 속. 그리고 그곳에서 '1년 후 오늘'을 살고 있는 이웃집 남자라고 소개하는 남성의 목소리에 시오리는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미래의 히라노는 앞으로 일주일 신문 기사 제목을 맞출 테니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고 한다. 무언가 확인하기 위해 1년 전 바로 '그 자신'을 미행해 달라는 부탁. 과연, 시오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까?





  지금부터 이야기할 '머그컵 한 잔의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아니다. 일으킨 것은 물론 헝겊인형도 나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날 그 인형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p. 7)

  저자 마쓰오 유미는 시오리와 히라노라는 두 남녀를 통해 기적 같은 사랑을 그려낸다. 시오리는 처음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지만 허스키하면서 나긋하고, 다정다감한 그의 말투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마음속에 들어오게 된 자신과 같은 현재에 살고 있는 이웃집 남자 히라노. 처음엔 무뚝뚝하고 어딘가 까탈스럽다고 느꼈던 히라노였지만 어느 순간 그의 미숙한 표현 방식마저도 괜찮게 보이기 시작한다. 시오리는 자신을 둘러싼 현재의 히라노와 구멍 너머에 있는 미래의 히라노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민한다.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는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두 남녀를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오리의 시선에서 바라본 두 명의 히라노는 비슷한 듯 정반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에서의 히라노와 시오리의 관계, 미래의 히라노와 시오리의 관계를 통해 서로를 위한 두 사람의 마음이 조금씩 내비쳐지면서 완성되는 두 사람의 감정은 읽는 내내 즐겁게 만든다.

  어째서 이렇게 단언할 수 있냐면, 과거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으니까요. 슬픈 일은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모두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끊기질 않으니까요.
  사람의 마음만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모든 사람이 과거를 바꾸지 못하는 게 이상하죠. 하지만 바꾸지 못한 채 슬픈 일을 겪는 사람을 몇 번이나 보았어요.  (p. 286)

  그들에게 머그컵 한 잔의 기적이 주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 사이에서 이러난 시간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소설의 결말 부분은 조금은 꼬여 이해하기에 어려웠음에도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분명 영상의 시각적인 효과와 음향 효과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간 역설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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