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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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을 내 방식대로 기록한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일상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나름 내 방식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무언가 조금은 모자란 느낌이 들곤 한다. 바쁜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저 지나치지 일쑤인 이 평범한 일상을 내 방식대로 기록할 수는 없는 것일까.
  투박한 그림과 담담한 글이 엿보이는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박조건형, 김비 부부가 사는 평범하고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를 그려낸다. 신랑 박조건형 작가는 투박하지만 세세한 그림과 짧은 글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마치 사진처럼 담아내고, 그의 짝지 김비 작가는 신랑이 그린 그림과 짧은 글을 모두 아울러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에세이를 써 내려간다. 읽다 보면 이들의 일상도, 나의 일상도 소중해지는 느낌이 드는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책이다.

  다가온 시간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어제의 삶에서 한 발 나아간 시간을 사록, 내 몫이었던 시간을 무엇으로든 기록하는 것. '기록'이란 시간을 거역하는 일. 그것만으로 우리는 비로소 시간이란 삶과 나란히 서서 당당하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닌 우리의 시간을, 아름다운 생의 그림들로 채워 가면서. (p. 283)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도 스쳐 가고 있을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를 특별하게 기록하면서,
우리도 당신처럼 살아 있다.

사랑하며, 살아 있다.

  '사랑하며, 살아 있다.'라는 말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두 부부의 일상 이야기를 더불어 일상에 이미 녹아있는 두 사람의 상처를 그려내기도 한다. 25년간 앓아 온 우울증, 차별과 마주한 삶, 가난한 노동자의 한숨 등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는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이 녹아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거짓 없고 꾸밈없는 그런 이야기라서. 그리고 그 속에 녹아져 있는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에.
  솔직히 고백하자면, 두 부부가 풀어놓는 일상들을 어쩌면 나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서 더욱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것 없이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배려하며 손잡고 살아가는 그런 기분을,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속에서 느끼면서 솔직히 두 부부가 부럽기도 했다. 박조건형 작가의 메인 모델(?)인 김비 작가가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구도에서부터 그녀를 향한 사랑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낯간지러운 말없이 덤덤하게 써 내려간 김비 작가의 글 속에서는 그를 향한 사랑과 애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어떻게 서로에 대해 부끄럽고 오그라드는 그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도 애정을 드러낼 수 있는지. 특히 당연하게 부르는 '짝지', '신랑'이라는 애칭이 이렇게 스윗한지는 처음 알았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여행을 담은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궁금하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을 보낸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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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포이에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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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가지는 않지만 도서관에 들릴 때마다 항상 800번대 이후의 서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문학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씩 들렸던 800번대 이후에는 다양한 세계들이 담긴 책들이 꽂혀있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면 문학 범주 속 소설을) 단순히 '재밌다'라는 이유로 읽기 시작했던 문학에서 어느새 다양한 인간상을 보게 되었다. 흔히 알고 있는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은 물론이고, 약하고, 슬프고, 더러운, 인간의 아주 깊고 처절한 마음까지 소설가들은 문학을 통해 표현해내고 있었다.

  만약 그리스도교 작가가 있다면, 그 또는 그녀는 인간의 아름답고 깨끗한 부분만 쓰는 게 아닙니다. 보통의 소설가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더러운 부분, 추한 부분, 눈을 돌리고 싶은 부분을 씁니다. 보통의 소설가와 다른 것은 그 작품 안에서 악이나 죄에 빠진 인간을 고독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을 돌파하고 지양해서 더욱 절대자로 향하는 지향을, 얽히고설킨 인간 안에서 찾아내는 것이 그리스도교 작가의 한 가지 일입니다. (p. 99)

 《침묵》을 통해 일본 그리스도교 문학의 정점을 찍은 엔도 슈사쿠는 그리스도교 문학을 통해 인간의 가장 비루하고 약한, 어떻게도 해볼 수 없는 부분을 설명한다. '외국 문학에서의 그리스도교'라는 주제로 진행된 엔도 슈사쿠의 강연들을 모아둔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는 그리스도교 문학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의 세계를 파고들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그리스도교 작가들은 인간의 더럽고 처절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신이 어떻게 그들을 구원하는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종교도 없거니와 그리스도교 문학을 접한 적은 처음이라 처음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를 펼쳤을 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기껏 해봐야 유럽을 배경으로 한 고전 문학 속 등장인물 중 신부나 수녀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리스도교 문학을 접해본 적이 없으니 엔도 슈사쿠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에 조금은 아쉬웠다. 좋은 강연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완벽히 흡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통탄할 뿐. 
  작가 엔도 슈사쿠는 다른 작품에 비해 자신의 작품 《침묵》에 대해서는 굉장히 깊은 뜻을 담고 있노라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스도교인이 아니었음에도 <인생에도 후미에가 있으니까>라는 제목의 강연은 굉장히 흥미로웠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예수상이 새겨진 동판인 후미에는 개항 시기의 일본이 그리스도교인을 향한 박해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엔도 슈사쿠는 그 후미에를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것을 비유하여 자신의 소설을 써 내려간다.

  전쟁의 시대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후미에가 서로 다를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반드시 자신의 후미에가 있을 겁니다. 그런 후미에가 있기 때문에 제 소설에서 아주 먼 옛날인 기리시탄 시대의 후미에가 나와도, 그것을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나 생활에 투영해서 읽을 수도 있었고, 주인공이 왜 후미에를 밟았는지도 자신의 일처럼 잘 알 수 있었다고 써주었을 것입니다. (p. 18)

  그리스도교 문학이라는 장르가 아니어도 우리는 문학 속에서 추악하고 더러운 인간의 모습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저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생각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간상들을 판단하고 감정들을 느낀다. 인물에 대한 연민, 동정, 사랑, 애정, 분노, 경멸 등등. 그리고 문학 속에서 우리는 평소에 지각하지 못하고 살았던 우리들의 가장 소중한 부분에 대해 떠올린다. 마음속에 그것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혹은 이미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새기기도 한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어쩌면 문학 속에는 우리가 삶에서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던 것들이 숨어 있고 그것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닐까.

  소설가는 인간의 모든 것을 직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질퍽한 부분, 죄와 악의 부분도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소설을 쓰고 있으면 육욕을 갖고 살인을 범하고 질투심을 가진 인간의 어둡고 지저분한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략) 모리아크 같은 뛰어난 작가라면 육욕이나 질투 등 그가 죄라고 생각하는 것을 쓸 때, 스스로 확실히 죄를 범하고 있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죄를 범하지 않으면 '인간을 쓴다'는 소설가의 의무를 등지게 됩니다. (p.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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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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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른이 된다면, 모든 관계에 능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같지 않듯이 매번 처음이었던 관계 속에서 나는 늘 서툴렀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치이고 상처받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일에 덤덤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찢어진 마음이 다시 아무는 과정 속에서 나는 항상 생각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도 되잖아.'라고. 끊임없이 외쳐도 여전히 어렵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기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알려진 김신회 작가는 덜컥 주어진 무기한 휴가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경험들을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에 풀어낸다. 쉬는 날에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고, 진짜 휴식이 뭔지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김신회 작가는 자신이 느낀 것들을 전한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이 가장 우선이 되는 일상들을 보내며 그 속에서 안정되어가는 마음들을.

  "저는 작은 거, 사소한 걸 좋아해요. 대단한 거에는 별로 끌리지 않아요." 구체적이지도, 적절하지도 않은 대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사소한 일에 감동하고, 별것 아닌 일이 고맙다. 왜냐하면 그 별거 아닌 일이 사실은 별거라는 걸 알아가기 때문이다. (p. 53)

  이 책을 읽는 도중, 친구에게 SOS를 받았다. '자존감'을 키우기 위한 과제로 자신의 장점을 200개 써오라고 했다며 나에게 자신의 장점을 물었다. 무슨 그런 과제가 있냐며 친구에게 몇 가지 살짝 던져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내 장점을 200개 이상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도 묻고 싶은 문제다. '너랑 있으면 재밌어', '넌 정말 배려심이 강해'라는 타인의 말로 판단했던 나의 장점들이 아니라 스스로가 생각한 장점들이 있는지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20개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나는 나를 아끼지 못했다는 증거겠지.

  뭐기는, 왜 이러기는. 나에게는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 위로받고 칭찬받는 거, 그런 거 없어도 잘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아니었던 거다. 난 여전히 약하고 서툴고, 그래서 따뜻한 다독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창피하긴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그동안 나에게 필요했던 건 자기반성이 아니라 자기 연민이었다는 걸 받아들이는 수밖에. (p. 147)



   미소처럼 나도 행복을 위한 수칙을 만들어볼까. 하루라도 빼먹으면 안 되는 즐거움의 일과 같은 것. 꼬박꼬박 숙제하듯 오늘의 소확행을 실천하며 사는 것. 그렇게 앞뒤 꽉꽉 막힌 인생에서 나라도 내 숨통을 터주어야지. 따지고 보면 그걸 나 아니면 또 누가 해주겠는가. (p. 136)

  많은 것들을 신경 쓰고 살아왔지만 그 속에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없었다. 나를 위한 일이라며 다독여 왔던 것도 사실은 나를 향한 채찍질에 불과했다. 그 일을 한다고 해서 내가 즐거워진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나는 스스로를 죄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씩 풀어줄 때가 왔다. 나에게만 온전히 집중하기에도, 이 삶은 너무도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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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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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게 책을 읽고 느낌을 적어 기록하는 것에 그쳤던 글쓰기는 어느새 나만의 구성 방식을 가지게 되었고 이전보다는 훨씬 완성도 있게 변했다. 대략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써왔던 글들은 꽤나 많은 양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됐다.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기억과 느낌들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서평 쓰기는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이 글쓰기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한동안은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 스스로가 정해놓은 글의 기준이 강박관념이 되어 끙끙 앓기도 했고, 그것이 원인이 되었는지 빈 화면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화면을 꺼버린 적도 대다수였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읽고 쓰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출간 후 25년간 베스트셀러를 유지해 온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은 오랫동안 글을 쓰면서 저자가 느낀 노하우들을 많은 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모아놓은 책이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저지르는 실수라든지, 저자 자신이 글을 쓰기에 앞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들, 글을 쓰는 행위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되는 것 등등 글쓰기 과정에서 모두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저자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흥미롭게 전달한다.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수 있는 《쓰기의 감각》은 작가 지망생에겐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자신의 삶에 대한 탐구를 하고 싶은 이에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문학서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싶은 이에겐 좋은 에세이로 다가선다.

  내가 새로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좋은 글쓰기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본질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 벼룩이라면 이런 열망을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거의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글을 쓴다. 우리는 말하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p. 41)

  글쓰기에 앞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은,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저자 앤 라모트는 말한다.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 천천히 자신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글을 통해 스스로가 말하고 싶은 바를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유년시절부터 하나하나 되짚어 오는 과정이 어렵다면, 점심 도시락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는 것도 좋다고 앤 라모트는 말한다. 그러면서 앤 라모트는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범하는 오류에 대해서 짚어낸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은 처음부터 완벽하고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써 내려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글을 쓰고자 다짐하지만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도, 오랫동안 존경받아 온 작가들도 처음부터 완성도 있는 글을 써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글쓰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조금은 떨쳐버릴 필요가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글쓰기를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앤 라모트는 《쓰기의 감각》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한다.



   《쓰기의 감각》의 기저에 놓인 앤 라모트의 글쓰기 지론은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을 바탕에 둔다. '진실된 마음'. 나 자신의 내면과의 관계를 진실된 마음으로 바라본 뒤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이후 등장인물, 글 속의 화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까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야 한다. 우리가 삶 속에서 이어가는 관계에도 진실된 마음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글쓰기와 우리의 삶은 너무도 닮아있다.

  그것이 진짜 인생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회복기 환자 요양소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심지어 죽음의 침상에서도. 그리고 우리는 훌륭한 글을 통해 때때로 이러한 삶의 비의를 깨닫는다. 당신은 겉모양에 현혹되지 않고 오로지 집중한 다음에야 그 아래에 묻힌 본질을 볼 수 있고, 그때가 되면 어떤 놀라운 연관성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p. 150)

  《쓰기의 감각》을 읽은 독자들은 자신이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저마다 다양한 글쓰기의 정의를 내릴텐데 나는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정의를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글쓰기는 삶에 대한 기록이고, 그저 내가 이 삶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가치들을 적어내려가는 것이라고. 이제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자면, 읽고 쓰는 것은 나의 시간 속에 놓여 있는 것들의 가치들을 기록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훨씬 더 나은 가치들을 찾아나가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이 글쓰기를 놓아버릴 수 없다. 그저 진실된 마음을 지켜내며 써 내려가자.

  글을 쓰고 읽는 일을 우리의 고독을 덜어 준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깊고 넓게 확장시킨다. 한마디로 그것은 우리 영혼의 양식이다. (p.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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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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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처음으로 조우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꽤나 강렬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면서 찾아오는 흥분감에 왠지 모를 엔도르핀이 온몸을 감싸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감정을 가진 사랑의 처음은 어떨까?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또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겠지만 그럼에도 첫사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통적인 감정을 가진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는 신작 《연애의 기억》을 통해 또 한 번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곡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듯이 줄리언 반스는 《연애의 기억》을 통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단 하나의 이야기,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온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폴의 기억을 통해 우리는 사랑에 관한 줄리언 반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의 요구에 따라 정리되고 걸러진다. 우리가 기억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 있을까? 아마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짐작으로는, 기억은 무엇이 되었든 그 기억을 갖고 사는 사람이 계속 살아가도록 돕는 데 가장 유용한 것을 우선시하는 듯한다. 따라서 행복한 축에 속하는 기억이 먼저 표면에 떠오르게 하는 것은 자기 이익을 따르는 작용일 것이다. (p. 39)

  열아홉 살의 폴은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테니스 클럽에 나가게 된다. 폴이 또래 여자친구를 사귀길 바랐지만 폴은 자신과 남녀 복식 파트너로 뛴 마흔여덟 살의 수전에게 반하게 된다. 수전의 매력을 느낀 폴은 그녀를 자신의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가게 된다. 한편, 수전은 남편과 딸 둘이 있는 유부녀였고 폴은 그녀가 가진 배경보다는 오로지 그녀 자체만을 바라보기로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더욱 빠져들게 된 두 사람은 이내 런던으로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다짐한다. 폴이 내적 갈등을 하고 있을 즈음, 수전이 남편 매클라우드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갈등 끝에 폴은 수전과 함께 런던으로 떠난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p. 75)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래도 이 정도는 발견했다. 첫사랑은 그 뒤에 오는 사랑들보다 윗자리에 있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존재로 늘 뒤의 사랑들에 영향을 미친다. 모범 노릇을 할 수도 있고, 반면교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뒤에 오는 사랑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 반면 더 쉽게, 더 좋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물론 가끔은, 첫사랑이 심장을 소작해버려, 그 뒤로는 어떤 탐침을 들이밀어도 흉터 조직만 나올 수도 있지만. (p. 136)

  사랑에 앞서 때로 우리는 자신이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간다. 타인이 자신을 향해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자신이 용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우리는 타인을 곁에 두게 된다. 사실 사랑에서는 그 범위가 굉장히 크게 확대가 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콩깍지'가 바로 이 범위를 확대 시키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폴에게는 수전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 그가 용납할 수 있는 범위 안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그는 수전의 남편 매클라우드와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고, 십자말풀이를 맞추면서도 그에게 어떤 감정조차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이 허용하는 범위는 서서히 줄어들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비슷하게 돌아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폴은 어땠을까. 런던으로 떠난 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전이 심각한 알콜 중독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수전의 남편 매클라우드가 술을 마시고 돌아와 수전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을 바탕으로 사랑과 알콜 중독은 양립할 수 없다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게 된다. 여전히 수전을 향한 자신의 사랑과 알콜 중독에 빠진 수전 사이에서 그는 끊임없이 갈등하며, 그녀를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기로 다짐한다. 자신이 세운 기준에서 벗어난 수전을 보는 것이 괴로움에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동안, 그의 마음이 기억의 특정한 길을 따르다 종종 도달하게 되는 질문이 있었다. 수전을 되돌려주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는 자기 보호의 행동이었다. 그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데에도 그의 마음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을 넘어서, 그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비겁한 행동이었을까? (p. 340)

  줄리언 반스는 오로지 폴이 가진 수전과의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연애의 기억》을 서술해 내려간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연애의 기억》은 독특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 대한 시점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마치 수전에 대한 폴의 사랑의 거리를 시점으로 나타낸 것처럼, 1부에서 화자는 자신을 '나'라고 표현하지만 2부와 3부에서는 '너'와 '그'로 자신에 대한 기억과의 거리감을 둔다. 시간이 진행됨에 따라 폴의 마음 역시 점점 식어간다. 그래서 3부를 읽으면서 자신의 기억 속에 폴을 '그'라고 표현하면서, 줄리언 반스는 수전을 향한 폴의 사랑이 점차 희미해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라는 단어에서도 느끼듯이 감정은 없고 오로지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
  첫사랑의 강렬한 감정들은 모두 기억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오로지 그 기억에 의존하여 다시 되짚어 볼 뿐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 기억에 대해 자신 스스로도 확신할 수는 없다. 그녀도 나를 사랑했을까. 줄리언 반스는 오늘도 '기억'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서늘한 통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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