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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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게 책을 읽고 느낌을 적어 기록하는 것에 그쳤던 글쓰기는 어느새 나만의 구성 방식을 가지게 되었고 이전보다는 훨씬 완성도 있게 변했다. 대략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써왔던 글들은 꽤나 많은 양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됐다.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기억과 느낌들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서평 쓰기는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이 글쓰기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한동안은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 스스로가 정해놓은 글의 기준이 강박관념이 되어 끙끙 앓기도 했고, 그것이 원인이 되었는지 빈 화면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화면을 꺼버린 적도 대다수였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읽고 쓰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출간 후 25년간 베스트셀러를 유지해 온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은 오랫동안 글을 쓰면서 저자가 느낀 노하우들을 많은 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모아놓은 책이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저지르는 실수라든지, 저자 자신이 글을 쓰기에 앞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들, 글을 쓰는 행위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되는 것 등등 글쓰기 과정에서 모두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저자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흥미롭게 전달한다.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수 있는 《쓰기의 감각》은 작가 지망생에겐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자신의 삶에 대한 탐구를 하고 싶은 이에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문학서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싶은 이에겐 좋은 에세이로 다가선다.

  내가 새로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좋은 글쓰기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본질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 벼룩이라면 이런 열망을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거의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글을 쓴다. 우리는 말하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p. 41)

  글쓰기에 앞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은,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저자 앤 라모트는 말한다.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 천천히 자신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글을 통해 스스로가 말하고 싶은 바를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유년시절부터 하나하나 되짚어 오는 과정이 어렵다면, 점심 도시락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는 것도 좋다고 앤 라모트는 말한다. 그러면서 앤 라모트는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범하는 오류에 대해서 짚어낸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은 처음부터 완벽하고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써 내려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글을 쓰고자 다짐하지만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도, 오랫동안 존경받아 온 작가들도 처음부터 완성도 있는 글을 써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글쓰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조금은 떨쳐버릴 필요가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글쓰기를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앤 라모트는 《쓰기의 감각》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한다.



   《쓰기의 감각》의 기저에 놓인 앤 라모트의 글쓰기 지론은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을 바탕에 둔다. '진실된 마음'. 나 자신의 내면과의 관계를 진실된 마음으로 바라본 뒤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이후 등장인물, 글 속의 화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까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야 한다. 우리가 삶 속에서 이어가는 관계에도 진실된 마음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글쓰기와 우리의 삶은 너무도 닮아있다.

  그것이 진짜 인생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회복기 환자 요양소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심지어 죽음의 침상에서도. 그리고 우리는 훌륭한 글을 통해 때때로 이러한 삶의 비의를 깨닫는다. 당신은 겉모양에 현혹되지 않고 오로지 집중한 다음에야 그 아래에 묻힌 본질을 볼 수 있고, 그때가 되면 어떤 놀라운 연관성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p. 150)

  《쓰기의 감각》을 읽은 독자들은 자신이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저마다 다양한 글쓰기의 정의를 내릴텐데 나는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정의를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글쓰기는 삶에 대한 기록이고, 그저 내가 이 삶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가치들을 적어내려가는 것이라고. 이제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자면, 읽고 쓰는 것은 나의 시간 속에 놓여 있는 것들의 가치들을 기록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훨씬 더 나은 가치들을 찾아나가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이 글쓰기를 놓아버릴 수 없다. 그저 진실된 마음을 지켜내며 써 내려가자.

  글을 쓰고 읽는 일을 우리의 고독을 덜어 준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깊고 넓게 확장시킨다. 한마디로 그것은 우리 영혼의 양식이다. (p.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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