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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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을 내 방식대로 기록한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일상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나름 내 방식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무언가 조금은 모자란 느낌이 들곤 한다. 바쁜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저 지나치지 일쑤인 이 평범한 일상을 내 방식대로 기록할 수는 없는 것일까.
  투박한 그림과 담담한 글이 엿보이는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박조건형, 김비 부부가 사는 평범하고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를 그려낸다. 신랑 박조건형 작가는 투박하지만 세세한 그림과 짧은 글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마치 사진처럼 담아내고, 그의 짝지 김비 작가는 신랑이 그린 그림과 짧은 글을 모두 아울러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에세이를 써 내려간다. 읽다 보면 이들의 일상도, 나의 일상도 소중해지는 느낌이 드는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책이다.

  다가온 시간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어제의 삶에서 한 발 나아간 시간을 사록, 내 몫이었던 시간을 무엇으로든 기록하는 것. '기록'이란 시간을 거역하는 일. 그것만으로 우리는 비로소 시간이란 삶과 나란히 서서 당당하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닌 우리의 시간을, 아름다운 생의 그림들로 채워 가면서. (p. 283)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도 스쳐 가고 있을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를 특별하게 기록하면서,
우리도 당신처럼 살아 있다.

사랑하며, 살아 있다.

  '사랑하며, 살아 있다.'라는 말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두 부부의 일상 이야기를 더불어 일상에 이미 녹아있는 두 사람의 상처를 그려내기도 한다. 25년간 앓아 온 우울증, 차별과 마주한 삶, 가난한 노동자의 한숨 등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는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이 녹아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거짓 없고 꾸밈없는 그런 이야기라서. 그리고 그 속에 녹아져 있는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에.
  솔직히 고백하자면, 두 부부가 풀어놓는 일상들을 어쩌면 나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서 더욱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것 없이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배려하며 손잡고 살아가는 그런 기분을,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속에서 느끼면서 솔직히 두 부부가 부럽기도 했다. 박조건형 작가의 메인 모델(?)인 김비 작가가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구도에서부터 그녀를 향한 사랑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낯간지러운 말없이 덤덤하게 써 내려간 김비 작가의 글 속에서는 그를 향한 사랑과 애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어떻게 서로에 대해 부끄럽고 오그라드는 그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도 애정을 드러낼 수 있는지. 특히 당연하게 부르는 '짝지', '신랑'이라는 애칭이 이렇게 스윗한지는 처음 알았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여행을 담은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궁금하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을 보낸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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